정치.사회.북한.국제

Home>월간중앙>정치.사회.북한.국제

[6·13 지방선거 특별기획 | 격전지 분석] 이전투구 점입가경··· 경기도민의 선택은? 

李 “나라다운 나라 만들어야” vs 南 “반듯한 일자리 70만 개 창출” 

김태성 경인일보 기자
여론조사상에선 이재명이 최대 4배까지 남경필에게 앞서…선거 막판에 범진보 대 범보수 일대일 대결로 좁혀질 가능성도

전국에서 가장 많은 유권자(약 1026만 명, 전국 유권자 수의 24%)가 있는 경기도. 경기도는 지방선거에서 가장 뜨거운 지역이다. 현 여권이 대체로 우세했던 서울시장 선거와는 또 다른 양상을 보여온 곳이 경기도다. 재선 고지를 노리는 남경필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성남시장 출신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도전장을 냈다. 6월 13일 밤 웃는 자는 누구일까.


▎이재명 민주당 후보(왼쪽 사진)가 선거 초반 각종 여론조사에서 남경필 한국당 후보를 여유 있게 앞서 있지만 실제 선거에서는 51대 49의 결과를 예상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자신의 집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 후보와 남 후보.
'여당의 강세’. 대다수 전문가의 지방선거 판세 분석이다. 바람마저 여당인 민주당에 유리하게 불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그리고 이에 따른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모든 이슈를 삼키는 블랙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경수 의원의 ‘드루킹 게이트’ 논란과 은수미 성남시장 후보의 ‘조폭 연루’ 의혹 등 야당에 호재가 될 만한 이슈도 등장했다. 그러나 적어도 여론조사상 나타난 민심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 하고 있는 듯하다.

경기지사 선거도 상황은 비슷해 보인다. 여당은 탈환을, 야당은 고수를 고대하지만 무게추는 여당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남경필 한국당 후보 간의 지지율 격차가 최대 4배 이상 벌어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어떤 전문가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표현까지 쓰고 있다.

그렇다고 선거가 끝났다고 단정할 일은 아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부각됐던 ‘샤이(shy) 보수’들이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어떻게 움직일지 알 수 없다. 이뿐만이 아니라 아직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야권의 반전카드도 남아 있다.

경기도의 경우 4년 전 지방선거에서도 드러났듯이 유권자들의 교차투표 성향이 강하다. 광역·기초단체장, 광역·기초 의원, 교육감들을 정당 기호에 맞춰 일렬로 투표하는 게 아니란 뜻이다. 유권자 스스로 균형감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모든 것을 고려했을 때 결국 경기지사 선거는 막판에 보수와 진보 간의 일대일 박빙 구도가 될 것이고, 그럴 경우 당일 투표율과 세 결집 등에 따라 승부가 결정될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지방권력도 교체해야, 이재명의 ‘대세론’


▎1.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한 행사에서 손가락으로 머리를 빗어 넘기고 있다. / 2. 남경필 경기지사가 4월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동영상.
그럼에도 각종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이재명 후보의 대세론도 무리는 아닌 듯하다.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5월 4, 5일 실시한 경기지사 후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은 59.4%로 26.0%인 남 지사를 두 배 이상 압도했다. 경인일보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4월 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이재명 후보는 46.5%로 과반에 육박하는 지지도를 기록했다.

이재명 후보의 강세는 민주당 경선 때도 여실히 입증됐다. 이 후보는 친문(親文)의 대표선수 격인 전해철 의원과 박빙 승부를 벌일 거란 예상을 깨고 59.96%를 얻어 승자가 됐다. ‘민심도 당심(黨心)도 이재명을 택했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이재명 후보의 대세론은 당 지지율에 덧대 예능프로그램 출연 등의 인기 요소까지 겹쳐 있다. 이재명 후보가 움직이면 곳곳에서 사진 촬영이 요청이 밀려오는 등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재명 후보의 부인인 김혜경씨 역시 ‘혜경궁 김씨 논란’ 속에서도 예능프로그램 동반 출연으로 인지도가 높아졌다. 이재명 후보와 김혜경씨가 서로 나눠서 뛰면 단 하루 만에 경기도 31개 시·군 전역 커버가 가능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80%에 육박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도 이재명 대세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방선거는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적 성격을 띠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에는 호의적 평가가 워낙 우세하다. 야당의 ‘심판론’이 잘 먹히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윤재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전 정치학회장)는 “여야 후보들의 자격은 모두 충분하지만 국민들의 관심이 남북 문제에 쏠려 있다. 아무래도 민주당의 우세가 아니겠냐”고 전망했다.

민주당은 이 같은 우세가 투표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남북대화에 이어 북·미 대화까지 남아 있다. 현재의 큰 격차를 뒤집을 악재는 없다”며 “경기도민들은 정권교체와 더불어 이번에는 지방권력 교체까지 원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의 인기가 높은 것은 지방권력 교체의 적임자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재명 후보와 관련돼 있는 여러 논란도, 북·미 대화라는 거대 의제 속에 묻힐 것이란 전망도 있다. 실제 북·미 정상회담은 선거일 전날인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이 때문에 각종 돌발 이슈도 북·미 회담이란 블랙홀에 빠져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정치학) 교수도 “북·미 회담은 지방선거 전 대중의 주목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릴 것이고 이는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이재명 후보가 친문이 아니라는 논란도 실제 선거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명 후보는 막판 지지층 결집은 물론 당의 지지도를 흡수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이재명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1주년에 맞춰 페이스북에서 “촛불의 힘으로 정권교체를 이뤄낸 지 이제 꼭 1년이 됐다”며 “남북 정상회담으로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고 있다. 촛불이 없었다면 불 가능했을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당장의 성과에 안주하며 방심할 수는 없다. 촛불혁명의 종착지는 공정한 나라, 나라다운 나라의 완성”이라며 “지금도 역사의 흐름을 방해하고 시대를 거꾸로 되돌리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마지막 발악을 하는 저들(자유한국당)을 심판하는 것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재명이 경기도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해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누구보다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지지층 결집과 ‘문재인 마케팅’을 활용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경기도는 경제도지사가” 남경필의 ‘역전론’

거센 도전을 받고 있는 남경필 캠프이지만 “역전이 충분히 가능하다”며 반전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현 지사인 남경필 후보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 역시 4년 전 경기지사 선거에서 상대 후보(김진표 민주당 의원)와 여론조사에서 큰 격차로 앞서 있었지만 막상 선거 결과는 아주 근소한 차이였다”며 “이번에도 재미있는 선거전이 될 것”이라고 박빙 선거를 전망했다.

한국당 입장에서도 경기도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지방선거 핵심 지역이다. 경기도는 1995년 치러진 제1회 전국동시 지방선거 이후 단 한 차례(1998년 민주당 임창열)를 제외하고는 모두 보수세력이 승리했던 곳이다. 1300만 인구로 전국 광역단체 중 가장 규모가 큰 경기도의 수성은 17분의 1 이상의 큰 의미를 지닌다. 이 때문에 수도권에서 경기도만은 승리해야 한다는 의지가 반영돼 있고, 현재 당보다 상대적으로 인기가 높은 남경필 후보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남경필 지사를 지원하는 한국당 역시 현재의 여론조사 결과에 급급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홍준표 대표는 5월 9일 경기도 안양에서 열린 출마자 대회에서 “여론조사 보지 마라. 노무현 대통령 탄핵 이후 탄핵 역풍으로 우리 후보가 당선된 곳이 한 곳도 없었다. 영남 지역에도 참패했고, 내가 동대구을에서 선거운동을 할 때도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내가 14%, 상대방이 58%가 나왔다”며 “하지만 실제로는 내가 이겼다. 14일 만에 민심이 달라진 게 아니라 (여론조사가) 숨은 민심을 못 잡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이재명 후보의 약점을 쥐고 있다면서 그것만으로도 승리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대표는 “나를 보고 막말을 한다고 하는데 내가 하는 건 막말도 아니다”며 “상대 후보는 자기 형님이나 형수에게 입에 담지 못할 쌍욕을 하는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그것만 유세차에 틀어놓으면 경기도민들이 절대 (이재명 후보를) 안 찍는다. 3%도 못 나온다”고 말했다.

당과의 차별화를 통해 ‘개혁보수’임을 자처하는 남경필 후보는 파격적인 공약으로 중도층 잡기에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문재인 정부와의 ‘연정(聯政)’을 통해 협치(協治)를 하겠다는 것이다. 경제와 일자리 등 민생을 위해서는 이념적 성향이 다르더라도 대화할 수 있고 협력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문재인 정부의 높은 국정 지지도를 사실상 인정하고 문 대통령 지지층을 일정 부분 흡수하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이 같은 전략에는 민주당 내부의 갈등 요인도 반영돼 있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그룹인 ‘문팬’의 일부 강성 그룹은 최근 불거진 ‘혜경궁 김씨’ 논란 등을 이유로 ‘이재명 후보 거부운동’을 벌인다. 이들은 한 신문의1면에 ‘혜경궁 김 씨는 누구입니까?’라는 광고까지 게재하기도 했다.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한다면서도 “이재명만은 안 된다”고 외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이재명 후보는 민주당의 경기지사 후보로서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며 중앙당이 진상규명 없이 방관할 경우 이 후보의 낙선을 위해 한국당 남경필 후보에게 투표하자는 의견까지 내놓고 있다. 남경필 후보로서는 반등 요인으로 활용할 만하다. 이를 통해 보수 지지층과 중도층을 흡수하면 충분히 대역전극이 가능할 것으로 남경필 캠프 측은 기대하고 있다.

남경필 후보는 민생과 경제에 주력하며 도민에게 심판 받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4년간의 경기도 경제지표가 증거이자 그의 자신감이다. 남 후보는 아예 슬로건을 ‘경제도지사’로 내걸었고 1호 공약도 ‘혁신성장을 통한 반듯한 일자리 70만 개 창출’이다. 또 자신이 경기지사가 돼야만 최저임금 문제 등 정부의 경제 기조를 바로 세울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5자 구도 속, 막판 단일화 변수도 ‘주목’

양강 구도 속에서 바른미래당이 뒤늦게 경기지사 선거 경쟁에 뛰어들었다. 과학기술부 장관과 4선 의원을 지낸 김영환 바른미래당 전 의원은 5월 10일 ‘혁신도지사’를 내세우며 경기지사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에 따라 경기지사 선거 구도가 김 전 의원을 비롯해 이재명 민주당 후보, 남경필 한국당 후보, 이홍우 정의당 후보, 홍성규 민중당 후보 등 5자 구도로 치러지게 됐다.

그는 “경기도는 대한민국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제가 정치를 시작한 20년 전에는 그렇지 않았지만 이제 경기도 발전 없이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룰 수 없다”면서 “경기도의 혁신이 대한민국의 혁신이다. 이것을 도민들에게 알리고 그 자긍심을 가지고 경기도를 혁신하는 것이 대한민국을 살리는 길”이라고 출마 이유를 밝혔다. 그의 출마에는 경기지사를 지낸 손학규 바른미래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의 권유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의원이 선거전에 뛰어들었지만 존재감이 크지 않은 만큼 파급력도 대단하지는 않을 거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빅딜설’ ‘연대설’ ‘단일화설’ 등이 흘러나오면서 무게감 있는 변수가 생겼다는 분석도 있다. 구도 역시 4자구도 또는 3자 구도로 변할 가능성도 있다. 빅딜이나 단일화가 성사된다는 가정하에 가장 파급력이 큰 경우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빅딜이다.

정가에서는 한국당이 서울시장을 공천하지 않고 미래당이 경기지사를 공천하지 않는, 안철수와 남경필의 암묵적 연대설이 제기됐다. 그렇지만 한국당이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서울시장에 공천하면서 일단은 ‘설’로 끝났다. 하지만 선거 막판 수도권에서 양당의 연대 가능성이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

한국당과 미래당은 “당의 유력 인사가 선거에 나선 만큼 연대설은 가능성이 적은 이야기”라고 반박한다. 그럼에도 지역 정가에서는 ‘서울 안철수, 경기 남경필’의 암묵적 연대에 대한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두고 있다.

진보 진영에서는 노골적인 단일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홍성규 민중당 후보는 정의당에 직접 단일화를 제안했다. 홍 후보는 “이홍우 정의당 후보는 노동자들의 목소리, 민주노총의 진보 후보 단일화 요구에 즉각 따라야 한다”며 “민중당은 그 어떤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단일화 요구에 응할 것임을 재차 천명한다.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막고서야 진보정치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며 정의당의 결단을 거듭 촉구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경기지사 선거는 결국 이재명 후보와 남경필 후보 간의 양강 구도”라며 “이재명 후보가 대세를 어떻게 유지하느냐, 남경필 후보의 추격 속도는 어떨 것이냐가 승부의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익명을 원한 정치평론가는 “전국의 모든 선거구에서 이긴다고 해도 수도권에서 패하면 이겼다고 말하기 어려운 게 지방선거”라며 “‘서울 안철수- 경기 남경필’ 카드는 살아 있다”고 호언했다.

- 김태성 경인일보 기자 mrkim@kyeongin.com

201806호 (2018.05.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