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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즈드라스부이쩨(안녕) 월드컵! 한국전 5대 관전포인트] (1)상대팀별 맞춤형 전략은 이것! 

첫 판 잡으면 16강 길 열린다 

송지훈 중앙일보 축구팀
스웨덴은 특정 선수 의존도, 멕시코는 약한 멘털이 약점…독일전에서는 ‘지키는 축구’ 펼치다 막판 역습 노릴 필요

▎스웨덴·멕시코·독일과 F조에 속한 한국은 객관적 전력상 가장 약체로 평가된다. 그러나 스웨덴과의 첫 판을 잡는다면 16강의 길이 열릴 수 있다. 왼쪽부터 스웨덴의 간판 스타 에밀 포르스베리, 멕시코의 기둥 하비에르 에르난데스, 독일의 대들보 메주트 외칠.
2018 러시아 월드컵이 6월 15일(이하 한국시간) 열정의 막을 올린다. 대륙별 예선을 통과한 32개국이 8개조로 나뉘어 조별예선을 치른 뒤 16강 토너먼트를 거쳐 ‘세계 축구 챔피언’을 가린다.

9회 연속이자 통산 10차례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아시아의 호랑이’ 한국은 F조에 속했다. ‘전차 군단’ 독일과 ‘바이킹 군단’ 스웨덴, ‘아메리카 독수리’ 멕시코와 맞대결을 벌인다.

우승 후보로 평가 받는 독일을 비롯해 상대팀 세 나라 모두 경기력과 경험에서 우리보다 한 수 위로 여겨지지만, ‘솟아날 구멍’은 분명히 있다. 상대의 장단점과 특징을 철저히 분석한 뒤 꼼꼼히 대비책을 세우면 ‘불리한 대결’을 ‘해볼 만한 승부’로 바꿀 수 있다.

스웨덴전 | 포르스베리 꽁꽁 묶으면 1승 보인다


첫 경기 상대 스웨덴은 대표팀이 1승 상대로 지목한 팀이다. 스웨덴을 잡아 팀 분위기를 끌어올린 뒤 상승세를 살려 멕시코와 2차전에서 무승부 또는 그 이상의 성적을 내고, F조 최강 독일과 마지막 경기에서 끈질기게 버텨 16강에 오르는 게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의 시나리오다.

스웨덴 축구의 특징이자 강점은 끈끈한 수비 조직력과 위력적인 역습에 있다. 상대 경기 스타일과 상관 없이 수비에 무게 중심을 두고 안정적으로 경기를 풀어가다 상대가 허점을 드러내면 빠른 역습으로 휘몰아쳐 득점을 노린다.

유럽 지역 예선에서도 스웨덴식 실리 축구가 빛을 발했다. 유로 2016 준우승팀 프랑스를 비롯해 네덜란드·불가리아·룩셈부르크·벨라루스 등 까다로운 상대들과 한 조에 속했지만, 조별리그에서 6승1무3패로 네덜란드를 밀어내고 조 2위에 올랐다. ‘빗장 수비’로 유명한 이탈리아와 치른 플레이오프에서도 불리하리라는 예상을 깨고 1승1무를 기록, 2006 독일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다. 조별리그와 플레이오프를 통틀어 12경기에서 27골을 넣고 9골을 내줬다.

간판 스타 겸 전술의 구심점은 왼쪽 날개 에밀 포르스베리(라이프치히)다. 스웨덴 공격의 출발점이자 완성자다. 플레이메이커이면서 골잡이 이기도 하다. 37세 노장 공격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LA갤럭시)가 2016년 대표팀에서 은퇴한 이후 에이스 역할을 물려받았다. 얀네 안데르손 스웨덴 감독이 지난 4월 대표팀 컴백 의사를 밝힌 이브라히모비치에 대해 ‘불가’를 선언한 것도 포르스베리 위주의 공격 전술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결정이다.

특정 선수에 의존하는 공격 전개 방식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포르스베리가 부진하거나 또는 상대 수비진의 집중 견제에 발이 묶이면 득점 공식이 허물어질 가능성이 크다. 12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오른 만큼, 주축 선수 중에서 본선 무대의 중압감을 경험한 선수가 없다는 점 또한 우리 입장에서 다행스런 부분이다.

신태용호가 스웨덴을 잡으려면 포르스베리를 꽁꽁 묶어 공격을 무력화한 뒤 수비진의 빈틈을 파고들어야 한다. 아우구스틴손(베르더브레멘)-그란크비스트(크라스노다르)-린델뢰프(맨체스터 유나이티드)-루스틱(셀틱)이 왼쪽부터일(一)자로 늘어서는 스웨덴의 포백 수비라인은 평균 신장 1m87cm로 뛰어난 체격조건이 강점이다. 몸싸움과 공중볼 다툼에 능하지만 민첩성에 약점이 있다.

손흥민(토트넘)·이재성(전북)·권창훈(디종) 등 순발력이 뛰어난 한국 공격수들이 짜임새 있게 움직이며 뒤 공간을 파고들면 찬스를 만들 수 있다. 플레이메이커 기성용(스완지시티)이 후방에서 길게 찔러준 패스로 상대 위험지역을 일거에 허무는 방식도 바람직하다. 신태용호 수비진은 체격 조건이 뛰어난 스웨덴의 투톱 베리(1m84cm·알 아인)-토이 보넨(1m89cm·툴루즈) 콤비의 공중 공격을 적절히 차단해야 한다.

멕시코전 | 팔색조 축구, 먼저 실점 땐 종종 ‘와르르’


해외 스포츠 전문 매체들은 한국이 속한 러시아 월드컵 본선 F조의 경쟁구도를 ‘1강-2중-1약’으로 평가한다. ‘절대강자’ 독일이 ‘1강’, 멕시코와 스웨덴이 ‘2중’이다. 우리나라는 최 약체로 분류한다. FIFA랭킹(독일 1위, 멕시코 15위, 스웨덴 23위, 대한민국 61위)도 엇비슷하다.

이른바 ‘2중’ 가운데 독일과 함께 16강에 진출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평가 받는 팀이 멕시코다. 1994 미국 월드컵을 시작으로 4년 전 브라질 월드컵까지 6회 연속 16강에 오른 실력과 경험이 탄탄하다. 스리백과 포백을 경기 중에도 자유자재로 오가는 전술적 다양성, 힘-기술-스피드 3요소를 고루 갖춘 다재다능함 또한 멕시코의 강점이다. 예전엔 ‘작지만 기술 좋고 빠른 팀’ 이미지였다면, 2000년대 들어 유럽리그에 진출하는 선수들이 늘면서 힘과 체격까지 겸비한 팀으로 진화했다.

‘치차리토’라는 별칭으로 잘 알려진 최전방 공격수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웨스트햄)가 공격진의 리더다. 이르빙 로사노(에인트호번), 카를로스 벨라(LA FC), 헤수스 코로나(포르투) 등 2선 공격수들은 빠르고 영리하다.

약점은 ‘멘털’에 있다. 먼저 실점한 뒤 성급하게 덤비다 오히려 추가 실점하며 무너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2016년 코파 아메리카 칠레전(0대 7패), 2017 컨페더레이션스컵 독일전(1대 4패) 등이 그랬다. 그래서 멕시코전 필승 해법은 ‘선제골’이다. 독일과 첫 경기에서 패배 가능성이 높은 멕시코가 한 수 아래로 여긴 한국을 상대로 먼저 실점한다면 2연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정신적으로 흔들릴 공산이 크다.

독일전 | 전·후반 막판 15분이 골든타임


4년 전 브라질 월드컵을 포함해 통산 4회 우승. FIFA랭킹 1위. 유럽 예선 10경기 전승 43골 4실점.

월드컵 무대에서 독일 축구의 발자취는 화려하다. 언제나 일정 수준 이상의 경기력을 유지하는 독일 특유의 꾸준함은 ‘1954년 스위스 월드컵 이후 16회 연속 8강 이상’이라는 기록으로도 나타난다. 해외 스포츠 베팅업체들이 꼽은 러시아월드컵 우승 후보 0순위다.

전술의 기본은 점유율 축구다. 유럽 예선을 치르는 동안 매 경기 75% 안팎의 볼 점유율을 유지했다. 메주트 외칠(아스널)과 토니 크로스(레알 마드리드), 사미 케디라(유벤투스) 등 월드클래스 미드필더 삼총사를 앞세워 볼을 소유한 뒤 차근차근 상대 위험지역 근처로 전진한다. 최전방부터 최후방까지 간격을 15~20m 정도로 촘촘하게 유지하면서 ‘게겐 프레싱’이라 불리는 특유의 압박 전술로 상대를 괴롭힌다.

선수단 평균 신장이 1m85cm에 이를 정도로 체격 조건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주축 선수 대부분이 스피드와 기술, 전술 수행 능력을 겸비했다. 2000년대 들어 치른 네 번의 월드컵 본선 모두 3위 이상의 성적을 거두며 쌓은 경험과 자신감도 남다르다.

‘약점이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상대적으로 약한 포지션으로는 최전방이 꼽힌다. 지난해 A매치에 데뷔한 22세 스트라이커 티모 베르너(라이프치히)는 위력적인 골잡이지만 어리고 국제대회 경험이 부족하다. 베르너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마리오 고메스(슈투트가르트), 산드로 바그너(바이에른 뮌헨) 등 노장 공격수들이 나설 가능성이 높다. 두 선수는 힘과 공중볼 장악 능력이 뛰어난 대신 민첩성과 테크닉에 약점이 있다.

현실적으로 신태용호의 대응 전략은 ‘버티기’에 모아진다. ‘세계 최강’ 독일을 상대로 16강행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상황이라면 비관적이다. 앞서 치를 스웨덴전과 멕시코전에서 16강 진출에 필요한 승점을 모아놓은 뒤 독일전에 ‘지키는 축구’로 나서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유럽 예선 기간 중 독일이 허용한 4실점이 전·후반 모두 막판 15분에 몰린 점을 감안하면 막판에 몰아칠 수 있게 완급을 조절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독일을 상대로 승점을 기대하려면 실력 못지않게 운도 따라야 한다. 독일이 조별리그 초반 두 경기에서 여유 있게 승리해 일찌감치 16강행을 확정 지을 경우 한국과 치를 3차전에는 힘을 빼고 나설 가능성이 있다.

- 송지훈 중앙일보 축구팀장 milkyman@joongang.co.kr

201806호 (2018.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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