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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즈드라스부이쩨(안녕) 월드컵! 한국전 5대 관전포인트] (5)운동장에 ‘그물’ 펴라 

뚫린 신(申)의 방패, 11명 전원 박지성처럼 뛰어야 

김태륭 KBS 축구해설위원
볼 자동문처럼 열리는 수비에 대한 신뢰 추락…시간·상대팀·공격수에 따른 상황별 대처 매뉴얼 필요

▎지난해 10월 7일 러시아 원정 평가전에서 실점한 뒤 어두운 표정의 한국 축구대표팀 모습. 안정환 MBC 해설위원은 “경기 후 탈진할 정도로 뛰는 열정을 보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 사진:양광삼
한국 축구대표팀을 향한 기대치는 역대 어느 대회보다도 낮다. 경기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 한 데다, 조별리그 상대가 스웨덴·멕시코·독일 강팀이기 때문이다.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어차피 3전 전패로 광탈(광속 탈락)할 것’이란 불신이 팽배하다. 자동문처럼 쉽게 열리는 한국 수비에 대한 신뢰는 바닥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8월 출범한 신태용호(號)는 총 14경기에서 19실점했다. 경기당 1.36실점. 특히 유럽 원정 평가전에서 ‘신(申)의 방패’는 잇따라 뚫렸다.

지난해 10월 7일 러시아를 상대로 수비진이 와르르 무너지며 2대 4로 패했다. 지난해 10월10일 모로코 1.5군를 맞아 수비진이 뻥뻥 뚫리며 1대 3으로 졌다. 지난 3월 24일 북아일랜드를 맞아 1대 2로 패했고, 3월 27일 폴란드에 2대 3으로 무릎을 꿇었다. 유럽 원정 평가전 4경기에서 도합 12점을 내줬다.

특히 북아일랜드전 1대 1로 맞선 후반 41분 중앙수비 장현수(FC도쿄)가 공중볼 경합에서 밀린 게 실점의 화근이 됐다. 폴란드전 전반 45분에는 상대의 스루패스가 중앙수비 홍정호(전북)의 다리 사이로 지나가면서 어이없는 실점을 했다.

한국 수비진은 측면에서는 쉽게 크로스를 허용했고, 공중볼에 대한 역할 분담이 매끄럽지 못 했다. 오죽했으면 공격수 손흥민이 “이 정도 준비로는 월드컵에서 창피당할 수 있다”고 작정하고 쓴소리를 했다.

신태용 감독은 최근 주축 수비수들이 줄부상을 당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대표팀 붙박이 중앙수비로 발돋움했던 김민재(전북)는 5월 2일 K리그1 대구와 경기에서 오른쪽 정강이뼈에 실금이 갔다. 회복까지 4주에서 6주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어떤 상황에서도 팀 전략대로 움직여라”

김민재는 아직 젊은데다 뼈가 튼튼히 예상보다 빠르게 복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김민재의 회복이 더딜 경우 중앙 수비 장현수의 파트너를 바꿔야 한다. 대체자로는 정승현(사간 도스)과 윤영선(상주)이 꼽힌다. 단, 두 선수는 국제 경험이 적다는 약점이 있다. 이 밖에 김영권(광저우 헝다)과 권경원(톈진 취안젠) 등도 후보로 거론된다.

왼쪽 수비 김진수가 못 뛸 경우 중앙 미드필더를 겸할 수 있는 박주호(울산)를 비롯해 김민우·홍철(이상 상주)이 있다. 흔들리는 한국 수비진은 월드컵에 어떻게 임해야 할까.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길게 넘어오는 롱볼 이후 민첩하게 움직여 세컨드 볼을 따내야 한다. 만약 상대 공격수와 일대일 상황이 발생하면 주위에서 커버 플레이로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한 위원은 “2002년 월드컵 4강 당시 11명 전체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함께 수비를 했다. 당시 거스 히딩크 한국 감독이 가장 강조한 건 체력”이라며 “이번 대표팀도 90분 내내 뛸 수 있는 체력 준비를 해야 한다. 러시아월드컵에서는 11명 모두 ‘산소탱크’라 불린 박지성처럼 성실하게 한발 더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성은 선수 시절 언성 히어로(unsung hero), 이름없는 영웅이라 불렸다. 헌신적인 플레이로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에도 기여했다. 월드컵을 세 차례(2002, 2006, 2010년) 경험한 박지성은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선수 시절 늘 팀이 먼저였고, 팀 안에서 내 역할을 제대로 보여줬는지를 생각했다. 설령 먼저 골을 내주더라도 그대로 무너지지 않고 우리 흐름을 지켜내는 게 중요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팀이 정한 전략대로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2012년 대표팀 감독을 지낸 최강희 전북 감독은 “평소 대표팀 A매치를 앞두고는 수비 조직력을 맞춰볼 시간이 2~3일밖에 없다. 하지만 월드컵을 앞두고는 15~20일 동안 평가전을 통해 수비 조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며 “수비라인을 올릴지 내릴지, 시간별로 수비 밸런스를 어떻게 유지할지, 상대 에이스에 맨마킹(man marking)을 붙일지 같은 상황별 대처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 축구인은 “한국 수비 선수들이 인신공격성 비난에 심리적으로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국민들도 이제는 비난보다는 격려를 보내줄 시점”이라고 당부했다.

- 김태륭 KBS 축구해설위원 ktrhoya@hanmail.net

201806호 (2018.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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