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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 ‘同行-고령사회로 가는 길’(6)] 인터뷰 | ‘주거정책 전문가’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의 제안 

“사람 중심 주거정책 필요··· 노인들끼리만 살게 해선 곤란” 

글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주택정책만으로는 한계,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주거정책 개발해야…주택연금 등 주택자산 유동화시키면 노후생활 숨통 틔워줄 수 있어

▎‘주거정책 전문가’인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이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노인 주거 문제에 대한 해법과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대표적인 부동산·주택·주거정책 전문가다. 도시계획학 박사인 그는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연구원,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등으로 20여 년간 일했다.

2016년 총선 때 비례대표 공천을 받아 여의도에 입성한 김 의원은 ‘전공’을 살려 국토교통위원회(상임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김 의원은 국정감사·대정부질문 등에서 치밀한 준비와 예리한 질문으로 주목받아 왔다.

월간중앙이 ‘주거정책 전문가’인 김현아 의원을 만나 노인 주거 문제와 그 해결책에 대해 물었다. 김 의원은 “앞으로 5년, 10년 안에 노인 1인 가구가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진단한 뒤 “자식들의 부양의무가 약해질 뿐 아니라 그럴 만한 역량도 없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등으로 20여 년(1995~2016년)간 일했다.

“원래 도시계획을 전공했다. 석사과정을 마친 93년은 (수도권) 신도시 건설이 마무리되고 부동산 경기가 비교적 안정적인 때였다. 전공과 전문성을 살릴 만한 곳을 찾다가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들어가 일하게 됐다. 대개 외국 학위 소지자를 우대하는데 건설산업 특성상 외국 이론이 잘 맞지 않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국내 박사학위 소지자들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이 잘 조성된 곳이다.”

실무 전문가로서 느꼈던 부동산·주택정책의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한국에서 부동산은 고질적인 문제다. 제가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몸담았던 21년 동안 정권이 네 번 바뀌었고, 매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럼에도 경기 변동에 따라 부양과 투기 억제를 반복해 온 독특한 시장이 부동산 시장이다.”

“1인 가구 물량만 늘린다면 ‘성냥갑 고시원’ 양산”


▎국정감사에서 피감기관 대표의 답변을 듣고 있는 김현아 의원. / 사진제공·김현아 의원실
국정감사 때나 대정부질문 때 질의가 남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의원실 벽에 걸린 사진을 가리키며) 저게 고시원 천장에서 찍은 사진이다. 독방 감옥도 1.8평인데 고시원은 1.2평이다. 2016년 국감 때 ‘감옥보다 못한 청년의 방’이라는 퍼포먼스를 했다. 국회 의원회관 2층에 스티로폼으로 방을 만들어 동료 의원들에게 체험해 보도록 권했다. 덕분에 고시원에 사는 청년들의 주거 실태를 조사하는 연구용역 예산도 땄다. 지난해 국감에서는 코레일유통의 임대료 갑질 문제를 지적했다.”

지난해 국감에서 김 의원은 코레일유통의 철도 역사 매장 임대사업을 꼬집었다. 사업이 48% 성장하는 동안 입점 점포 225곳이 폐업했고, 공공기관이 임대사업자에게 가혹한 계약 조건을 요구해 자신들의 배만 불린다는 비판이었다. 김 의원은 “높게 형성된 수수료 때문에 기존 업체가 재계약을 하지 못하고 퇴출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를 방지해야 하는 공공기관까지도 관(官)트리피케이션을 주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내에도 1인 가구가 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1인 가구 증가는 전 세계적인 흐름인 것 같다. 특히 도시에서는 절반 이상이 1인 가구다. 문제는 증가 속도와 삶의 질이다. 우리의 경우 급속도로 증가하다 보니 1인 가구 주거 수준이 열악하고 삶의 질도 나쁘다. 정책의 대상으로 포용해야 할 사회현상이다.”

1인 가구에서 파생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주거의 양만 맞춰 주는 차원을 넘어서 주거의 질도 보장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1인 가구의 라이프스타일을 잘 알아야 한다. 1인 가구는 잠자는 공간 등 자신만의 공간을 원하면서도 혼자 밥 먹는 걸 힘들어 한다. ‘따로 또 같이’할 수 있는 공간을 필요로 하는 이율배반적인 라이프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요즘 대학생들도 한 방에 침대가 두세 개 들어가는 기숙사는 싫어한다. 그런데 공부는 독방에서 안 한다. 노인 1인 가구는 식사 등 서로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노인들도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 부딪히고 있는 것이다. 1인 가구가 늘어난다고 해서 1인 가구에 맞는 물량만 공급한다면 ‘성냥갑 고시원’만 양산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2017년 8월에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다. 고령사회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는가?

“선진국들이 30년, 100년 걸렸던 데 비해 우리는 17년에 불과했다. 심각성은 공감하고 있다. 그럼에도 전반기 의정활동에서 청년 주거를 먼저 다룬 이유는 노인가구는 상대적으로 집을 소유하고 있는 비율이 높고, 아직까지는 자녀들이 부양하거나 보살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년주거안정지원 특별법을 발의했다(2017년 10월, 만 19~39세 포괄). 이 계층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하는, 즉 저출산·고령 사회의 밑바닥을 개선하는 일이 시급하다. (저를 포함한) 우리들의 자녀 세대는 부모를 부양해야겠다는 의식과 능력이 떨어질 것이다.”

노년층의 1인 가구도 급증하고 있다.

“남녀 간의 수명 차이, 여성들의 자기 목소리 찾기, 황혼이혼, 졸혼(卒婚) 등도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노인들이 독립적인 생활을 원하는 경우도 많다. 자세히 살펴보면 노인 1인 가구도 많지만 노인부부끼리 사는 노인 단독가구도 증가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1인 가구의 증가는 전 세계적인 트렌드, 그리고 우리 안에서 커뮤니티(공동체)가 변화되거나 붕괴되거나 전이되는 과정과 맞물려 있다고 생각한다.”

“노인들은 청년들과 함께 살기 원해”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 셋 중 하나는 홀몸가구라고 한다. 이 현상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보건복지부에서 3년에 한 번 노인실태조사 보고서를 낸다. 이 자료를 보면 노인 단독가구의 어려움을 알 수 있다. 노인 단독가구란 노인이 혼자 살거나 노인끼리만 사는 부부를 말한다. ▷경제적인 불안감이 25.8% ▷간호 문제가 25.6% ▷심리적인 불안감·외로움이 25.7%다. 어느 항목도 30%를 못 넘겼다. 우선순위가 없다는 말과도 같을 수 있다. 결국 누군가 옆에서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노인들은 젊은 사람들과 어울려 살기를 원한다. 대체로 노인요양시설을 싫어한다. 왜냐하면 옆에서 한 사람씩 죽어가거나 아파서 입원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옆집에 신혼부부가 들어와서 아이를 키우면 내 손주가 아니더라도 흐뭇하고 즐겁게 된다.

노인들끼리만 살게 하는 건 곤란하다. 정 불가피하다면 전문 요양사를 붙여줘야 한다. 그런데도 ‘노인의 주거 문제=자녀들의 부양’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노인 주거를 말할 때 가장 중요한 게 물리적인 집의 문제가 아니다. 집에서 영유할 수 있는 주거 서비스, 친숙한 이웃,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구조 등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 현재 노인가구 중 76.6%가 도시에 집중돼 있다. 그래서 소외감을 느끼기 십상이다. 이제는 노인가구를 일반적인 현상으로 보고 미리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인위적으로 젊은이들을 섞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가장 중요한 개념이 AIP(Aging In Place)다. 지금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노년을 맞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요양시설로 가는 게 아니라 살던 곳에서 늙도록 하는 것이다. 건강만 허락된다면 70세까지 일하려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일자리는 농촌에 없다. 선진국을 봐도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도시에서 나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보건복지부) 자료에도 나왔듯이 자녀와 동거하는 부모가 28.4%다. 일부는 자녀에게 도움을 주는 경우도 있다. 노인들이 도시에 머무는 이유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도시에서의 노인의 삶을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 노인들이 즐길 문화가 부족하다. 텔레비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분들이 봉사도 하고 경제활동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드려야 한다. 그리고 보행자 안전, 공원 등 기반도 조성돼야 한다.”

국내 주택정책의 문제점은 무엇이며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주택정책이라는 말부터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량이 아니라 사람 중심이 돼야 한다. 주거정책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제는 삶의 질이 중요하다. 주택 공간의 안전 문제, 이를테면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고령자나 장애인들도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허무는 것)도 필요하다. 행복하게 살면서 사회에 기여하고 일도 할 수 있는, 종합적인 주거정책이 필요하다.”

노인 주거정책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무엇인가?

“서비스, 안전, 자산의 유동화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우선 돌봄 서비스가 굉장히 중요하다. 또 앞서 언급했던 배리어 프리 설계를 통해 안전과 편리를 같이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노인들은 근로소득이 적기 때문에 집에만 돈을 묶어두기 어렵다. 집을 처분하지 않고서는 돈을 마련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집을 팔고 이동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주택자산을 유동화 시켜 주는 것이 중요한데 그게 바로 주택연금이다. 가입자가 많이 늘고 있다. 노후생활에 숨통에 트이는 경우가 많다.”

주택연금으로만 충분할까?

“연금에는 공적부조가 많이 들어간다. 집값만큼 연금을 탔어도 사망하기 전까지는 연금이 계속 나온다. 연금보다는 조금 덜 주지만 가입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연구해야 한다.”

빈곤층 노인들을 대상으로 공공임대주택, 공공 노인복지주택 등 다양한 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아직은 양적으로 충분하지 않다. 앞으로 노인이 늘어나면 더 부족해질 것이다. 우선 기존 노인들을 수용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직접 제공하는 방식도 있지만 주거비 보조도 있다. 곧 노인이 될 사람을 대상으로 미리 주거 공간을 준비하도록 하는 교육도 필요하다.”

유럽이나 일본 등에서는 다양한 대안 주거 형태가 시도되고 있다. ‘한국에도 이것만은 도입됐으면 좋겠다’고 소개할 만한 것이 있나?

“미국에 노인 커뮤니티 모델이라는 게 있다. 지역 대학을 중심으로 노인 커뮤니티 교육을 하는 것이다. 미국은 프로그램 중심이라는 점이 특징적이다.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해 도쿄에 있는 JTI에 다녀왔다. 버블 붕괴 이후 일본은 고시원 같은 작은 집만 생겼다. 아이를 키우는 가정이 도심에서 살 수 없었다. 반면 일본의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집을 가지고 있지만 팔리지 않기 때문에 외곽으로 나가지도 못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JTI라는 사단법인에서 도심에 사는 노인들을 외곽으로 나가서 살 수 있도록 알선해 줬다. 대신 그 집을 청년들로 채웠다. 청년들이 내는 임대료로 노인들은 소득을 보전받는 식이다. 도심에 사는 계층은 젊어졌다. 3년마다 연장된다. 단카이(團塊) 세대의 경우 연금이 많기는 한데, 최근 조사를 보면 그래도 소득이 부족하다고 한다. 주택 자산의 유동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게 이런 이유에서다.”

“美 UBRC, 日 마이홈 임차제도 도입 검토해야”

미국의 UBRC(University Based Retirement Community)는 대학이 사업 주체가 돼 은퇴자 커뮤니티를 직접 운영하거나 대학의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은퇴자 커뮤니티가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UBRC에는 현재 100여 개의 대학이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20년 후 미국 내 4000여 개 대학 중 10%인 400여 개교로 확대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일본의 ‘마이홈 임차제도’는 새로운 지역에서 삶을 계획하고 있는 50대 이상의 주택 소유자가 자신의 집을 아이가 있는 젊은 가족세대에 빌려주는 사업이다. 3년 정기계약으로 임대수입을 임차인에게 지불한다. 주택연금의 변형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실버타운’으로 불리는 민간 노인복지주택이 한국에 31곳뿐이다. 중산층 이상의 노인을 위한 주택은 드물다고 봐야 할 것 같은데.

“너무 부족하다. 아마 31곳도 너무 비싼 곳이 대부분일 것이다. 예전에는 70세가 넘으면 실버타운으로 갔다. 이제는 80세 이후, 몸이 부자연스러워서 혼자 밥 먹기 힘들게 됐을 때 간다. 수요와 공급이 미스매치(miss-match) 되는 부분도 있다고 본다.”

보건복지부가 공공실버주택(주택복지관)을 대폭 늘리겠다고 했다. 앞서 지적했던 노인들끼리만 살게 되는 격리 문제를 낳을 우려가 있다. 이런 모델이 바람직하다고 보는가?

“시범적으로 할 수는 있어도 확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일본의 경우 일반 노인이 민간 임대주택 시장에서 집을 빌리지 못 한다. 노인이 살다가 죽으면 뒤처리가 난감하기 때문에 임대를 거절하는 것이다. 민간 시장에서 노인이 자유롭게 집을 구하고 편하게 살 수 있는 정책을 병행하지 않으면 반쪽짜리에 그칠 수 있다.”

노인 주거정책에 대한 종합적인 제언이 있다면.

“고령화는 막을 수 있는 현상이 아니다. 극복하기도 어렵다. 적응하고 수용해야 한다. 극복하려는 것과 적응·수용하려는 정책의 방향은 완전히 다르다. 지금부터 적응을 준비해야 한다. 첫째, 자식의 부양이 끊기는 가구들이 독립적으로 살수 있게 하는 UBRC 같은 교육이 필요하다. 둘째, 노인가구들은 전 재산의 3분의 2가 집에 묶여 있다. 이걸 유동화시켜주는 것은 소비 촉진에도 도움이 된다. 물량적 측면과 함께 자산 유동화 등 금융적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주거정책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릇’에만 해당되는 주택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20대 국회 임기도 절반이 지났다. 그동안의 성과는 무엇이며 남은 임기 동안 비전이나 목표는 무엇인가?

“다양한 계층의 주거 문제에 대해 깨닫고 공감한 것이 전반기에 가장 큰 성과였던 것 같다. 생각했던 것보다 청년 주거 문제는 심각했다. 노인 주거 문제는 명확하게 예측되는 상황이라 준비하고 대응해야겠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후반기에는 청년 주거정책을 마무리하고 싶다. 단순한 주거정책이 아니라 저출산 극복의 사회정책으로 끌고 가서 고령사회를 대비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보수정당의 개혁을 위해서도 제 역할을 하고 싶다.”

- 글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 사진 전민규 기자 jun.minkyu@joongang.co.kr

201806호 (2018.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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