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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인터뷰] 창간 50년 월간중앙과 함께한 평생독자 이상남씨 

“정보의 오아시스이자 노후 함께하는 동반자” 

글 박성현 월간중앙 기자
반세기 월간중앙 통해 시대의 흐름 읽어와… 목차 추려 단행본으로 엮는다면 활용도 극대화될 것

▎이상남 독자는 사회 초년병 시절부터 월간중앙을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애독해 왔다.
대전광역시 오류동에 사는 이상남(75)씨는 국내에서 몇 안되는 인쇄 매체의 산증인이다. 1943년생인 그는 고교시절부터 [사상계]와 같은 시사종합지에 푹 빠졌다. 국내에서 발행된 주요 매거진을 거의 섭렵해 온 잡지 마니아다. 지금은 제호조차 아스라한 [세대] [정경연구] [마당] [사상계] 등과 함께 [뿌리 깊은 나무] [월간중앙] 등 한국 사회의 담론을 이끌어 온 잡지까지 늘 4~5종의 시사지를 탐독했다고 한다.

월간중앙에 대한 그의 애착은 특히 유별나다. 1968년 4월 창간호부터 올 5월호까지 긴 여정을 함께했다. 창간호부터 단 한 권의 빠뜨림도 없이 모두 소장하고 있다. 그런 그가 반백 년 고이 간직해 온 전권(全卷)(총 507권)을 창간 50년을 맞아 월간중앙에 기증키로 결심했다. 손때가 묻은 서가의 월간중앙을 정리하면서 “자식을 출가시키는 심정처럼 시원섭섭하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그가 내준 소장본에서는 정치권력의 압력으로 정간·폐간·복간을 거듭한 월간중앙 50년과 한국 현대사의 영고부침(榮枯浮沈)이 고스란히 배어 나왔다.

어떻게 한 권의 분실도 없이 보관할 수 있었나?

“500여 권의 월간중앙은 한 달에 한 권씩 제 서가를 채워나갔을 뿐이다. 그러고 보니 배달되는 대로 읽고 서가에 꽂기를 되풀이 한지가 어언 반백 년이다. 월간중앙이 창간된 뒤로 집을 딱 두 번 옮겼다. 이사할 일이 없으니 책을 버리거나 도중에 유실될 일도 없었다. 게다가 소설, 잡지를 모으는 게 제 취미라면 취미다. 특별히 뭘 해서라기보다 평범하게 쌓아둔 게 오늘에 이르렀다.”

월간중앙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는지 궁금하다.

“고교 시절부터 잡지를 탐독했다. 제 나이 스물다섯 살 때 월간중앙 창간호가 나왔다. 중앙일보에서 만드는 시사종합지라고 광고도 크게 한 것으로 기억한다. 참고로 저는 1965년 중앙일보를 창간 때부터 구독한 독자이기도 하다.”

잡지를 쭉 자비로 구독했나?

“그렇다. 책 읽는 데 드는 돈은 아까운 줄 모르고 살았다. 지금도 월 10만원 정도는 신문, 잡지 구입비용으로 쓴다.”

창간 당시 월간중앙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본다면?

“그때는 아마 종합시사지라고 해봤자 [신동아] [사상계]가 고작이었을 것이다. 이 두 개 잡지도 보고 있었는데 월간중앙 창간 소식에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손에 쥐어 본 월간중앙은 다른 잡지에 비해 인쇄 상태가 너무나 훌륭했고, 심층적이면서도 재미를 주는 기사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전반부는 시사, 후반부는 인문·예술로 나눈 편집에서 다양한 분야의 정보를 전달하려는 제작진의 고심과 세련된 감각이 오롯이 와 닿았다.”

중간에 한번 끊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던가?

“월간중앙은 줄곧 읽었다. 기획 기사나 외부 필진, 연재소설 등이 모두 맘에 들었다. 다른 잡지는 중간에 한 1년 정도 끊었다가 다시 보기도 했지만….”

젊은층에게 더 많이 읽히는 잡지 돼야


▎월간중앙 전권을 소장하기까지는 부인 정영선씨의 깔끔한 정리·정돈 내조도 한몫했다고 이상남씨는 말한다.
그는 월간중앙 같은 잡지와 신문 읽는 걸 낙으로 삼는 은퇴자이기도 하다. 일간지만도 [중앙일보], 지역의 [대전일보] 등 총 5종을 구독한다.

그걸 다 읽는 데 드는 시간도 적잖이 걸릴 것 같은데 하루 일과가 궁금하다.

“오전에 PC를 켜서 제 이메일을 확인하고 집필하거나 기록하는 작업을 한다. 그리고 잡지, 신문을 2시간 안팎보다 보면 한나절이 후딱 지나간다. 오후에 운동을 겸한 산책을 한 뒤 아이패드를 통해 [중앙일보] 등 주요 일간지의 인터넷 뉴스를 검색한다. 특별한 취미생활이 없어 글 읽는 게 낙이다. 안경 없이도 인쇄 매체의 활자를 읽는 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이 나이에 아직 시력이 받쳐 줘서 고마울 따름이다.”

이제는 활자 매체의 시대가 기울어간다는 시각도 없지 않은데.

“인터넷 기사는 그냥 휙 훑어보는 재미일 뿐이다. 뉴스나 정보는 잡지나 종이 신문으로 봐야 눈에 쏙쏙 들어오고 정리도 잘 된다. 인터넷으로 보는 것과 오프라인에서 접하는 게 분명 다르게 와 닿는다.”

매체는 쏟아지고 뉴스가 홍수를 이룬다. 잡지는 왜 읽히는 걸까?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특정 주제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거나, 사물의 본질을 입체적으로 분석하는 데는 잡지를 따라갈 매체가 없더라. 시대의 흐름을 읽는 데도 잡지가 제격이다. 그래서 잡지나 책은 읽는 기능 외에도 마음을 전하는 선물로서도 좋지 않은가.”

잡지에 역동성을 가미하자면 어떤 변화를 줘야 한다고 보나?

“젊은층에게 더 많이 읽히는 잡지가 돼야 할 것 같다. 미래의 독자 확보 차원에서도 그렇다. 예를 들면 20~30대 취향에 어울리는 여행·관광 섹션을 특화하면 어떨까 싶다. 일과 개인 생활을 칼같이 구분하는 신세대들이 주말이나 휴가를 보낼 국내 명승지를 그들의 눈높이와 취향에 맞게끔 소개하는 식이다. 예컨대 ‘부여·공주 관광 올가이드’ 같은 제목으로 향토색 짙은 사진물과 기사를 곁들인다면 인기를 끌 것 같다. 지금 나오는 여행 기사는 수박 겉핥기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분량을 한 10~ 20쪽 정도로 두툼하게 가져가면 재미도 있고 짜임새도 있을 것이다. 전국을 한 20개 권역으로 나눠 지역의 역사와 자연, 풍물을 제대로 입체적으로 소개하는 여행·관광 기사를 기대해 본다.”

50년 월간중앙 애독자로서 주문하고 싶은 사항도 있을 법하다.

“이번에 월간중앙을 정리하면서 느낀 점인데 요즘 돌이켜봐도 참고할 만한 기사가 차고 넘친다. 주옥 같은 정보들도 일일이 펼쳐보지 않으면 사장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제안하자면 창간 50년 동안 발행한 500여 호의 주요 목차를 추려내 단행본으로 엮어 주면 어떨까? 목차를 한 권에 다 담아 독자에게 부록으로 선물하는 것도 뜻 깊은 일이라고 여겨진다.”

- 글 박성현 월간중앙 기자 park.sunghyun@joongang.co.kr / 사진 김현동 기자 kim.hd@joongang.co.kr

201806호 (2018.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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