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포토포엠] Y에게 

 

천수호

▎전라도 전주행(行) 고속버스에 올라탄 연인 한 쌍이 이어폰을 한 짝씩 끼고 음악을 같이 듣고 있다. 사진·박종근
누군가 그 사이로 걸어 들어왔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다정이라는 음성
흰 피의 수혈이라고 해도 좋았다

바라보지 않아도 당신 표정이 보인다

맨발로 찰박찰박 걷던 빗길 아스팔트처럼 저 수심 밑에 숨겨둔 소리의 뼈들

목소리보다 살빛이 먼저 타들어가서
애절해지는 귀의 응시

새로 시작한 당신의 말을 끝까지 듣느라
꼼짝달싹 못한 규칙들이 요람처럼 흔들린다
이 평화는 노래에서 시작되었다
꿈속까지 밀고 들어가는 밀어가 불길이 되어
잇몸 터지도록 함께 깨무는 노래

저 노래가 이어주는 세계는 서로 모르는 거리였지만
알고 보면 우리에겐
서로 가장 잘 듣는 동공이 있었다

※ 천수호 - 200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현재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겸임 조교수, ‘삶의 향기 동서문학상’ 운영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 [아주 붉은 현기증] [우울은 허밍]이 있다.

201807호 (2018.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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