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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 특집 | 특별 인터뷰] 북·미 접촉 중재자 토니 남궁 박사가 말하는 ‘평양의 실력자들’ 

“북한 관료도 친미(親美)와 친중(親中) 갈려” 

박성현 월간중앙 기자
트럼프 취임 이후 일관되게 김정은과의 드라마틱한 관계 추구...주한미군 철수 문제엔 외무성과 노동당 입장 ‘제각각’

▎토니 남궁 전 UC버클리대 동아시아연구소 부소장은 “미국이 평화를 보장하면 북한은 ‘CVID’를 전달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6·12 북·미 정상회담은 한국계 미국 학자인 토니 남궁 전 UC버클리대 동아시아연구소 부소장에게 남다른 감회와 울림을 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자리에 서기까지 오랜 세월 워싱턴과 평양 간 비밀 대화의 중재자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1994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북한 방문과 2010년 미국 기자 석방 과정에서도 코디네이터 역할을 했다. 트럼프 정부 들어서도 북·미 간 대화를 막후에서 지원해 왔다. 이 과정에서 그는 수십 차례 북한을 방문한 덕분에 북·미 간 대화 과정을 정확하고 깊이 있게 관찰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토니 남궁 전 부소장은 특히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을 만든 북한 지도부와 관료 체제의 작동 방식과 논의구조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은 듯했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은 멀게는 2011년 말 김정은 위원장 집권 시점, 가까이는 2017년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예정된 수순에 따라 결실을 맺게 됐다는 평가를 내렸다. 북한 김 위원장은 미국과 소통하는 외무성에 힘을 실어줬고, 트럼프 대통령은 지속적인 대북 시그널을 보내 양측이 접점을 찾는 데 성공했다는 게 토니 남궁 전 부소장의 분석이다. 북·미 회담과 비핵화 협상에 임하는 북한 내부를 들여다보고자 6월 14일 밤(한국시간) 인터넷 화상전화 스카이프를 통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까지 비행기를 타고 왔다. 예전에는 기대하기 어려운 모습인데 어떻게 보았나?

“저는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그가 워싱턴에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것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당장은 아니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에 가는 것도, 김 위원장이 워싱턴에 오는 것도 가능하다고 확신한다.”

낙관적인 예측을 하는 근거는?

“두 나라의 관계가 예전에도 항상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긍정적일 때도 있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파괴(지난해 9월 유엔 총회 연설)를 운운하며 북한을 위협하고 김 위원장을 공격할 때도 긍정적인 메시지도 함께 보냈었다. 북한 측에서도 이 메시지에 트럼프 대통령의 진심이 담겼음을 느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저는 김정은의 싱가포르행에 놀라지 않았고, 가까운 미래에 두 정상이 서로의 나라를 방문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트럼프 정부, 출범 직후 중요한 대북 계획 구상”


▎북·미 정상의 만남을 바라보고 있는 양국 대표단 인사들. 북한은 이수용 당 국제담당 부위원장 등 외교 라인이 주로 참여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양국 관계가 험악할 때도 물밑에서는 긍정적인 시그널이 오갔다는 말로 들인다. 우리가 모르는 일화(逸話)라도 있나?

“하나만 이야기하자면 트럼프 정부 초기부터 많은 이가 놀랄 만한,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계획과 움직임이 있었다. 지난해 트럼프 정부에서 단순히 북한과의 평화 내지 제재만 얘기한 게 아니라, 북한의 ‘번영’에 대한 언급이 있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이는 예전에는 없던 일로, 이를 위한 새로운 계획과 관여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당장 모든 것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그게 분명히 존재했다는 것은 말해 줄 수 있다. 저도 개인적으로 깊이 관여했다. 중요한 점은 트럼프가(처음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견해를 바꾸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는 초기부터 김정은과의 드라마틱한 관계를 기대했다. 북한이 한동안 미국의 얘기를 들으려 하지 않았을 뿐이다. 달성해야 할 목표(needed to cross the finish line)가 있었기 때문이다. 즉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무기 완성 말이다. 그래서 2017년 대부분 기간 동안 미국의 계획에 북한은 응답할 수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말 목표를 이루자 미국과의 대화 창을 열었다.”

발표된 합의문에는 미국 정부의 오랜 정책인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명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심 의제가 아니고, 시간이 부족해서 그 말을 못 넣었다고 했다. 일부러 그러는 것인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악수하고 있다.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하고 가시적이며 되돌릴 수 없는 평화(CVIP)’ 없이 CVID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 것이다. CVID는 알다시피 비핵화 프로그램을 말하는 것이고, CVIP는 두 나라 사이의 평화를 뜻한다. ‘P’는 평화(peace)를 뜻한다. 미국이 평화의 측면을 전달할 수 있다면, 북한은 핵 측면인 ‘CVID’를 전달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합의문에 해당 문구를 당장 명시하지 않은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진정성을 믿는가? 만약 그렇다면 근거는 무엇인가?

“제가 북한으로부터 그런 얘기를 들은 것이 어언 30년이다. 막후 채널인 ‘트랙 2.0’ 대화나 반관반민(半官半民) 채널인 ‘트랙 1.5’ 대화 등에서 북한은 수백 번도 넘게 미국과의 평화를 원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들이 진심이라고 믿는 게 어렵지 않았다. 이는 일시적 유형의 움직임이 아니다. 1990년 대부터 지속돼 온 외교 정책이다. 이들의 진정성을 믿는다.”

한국에는 북한을 온전히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도 있다. 핵을 가진 북한이 남한을 힘으로 제압하려는 속셈이 아닌지 말이다.

“그런 우려는 당연하다. 남북한은 서로를 믿지 않는다. 남북한 사이의 분쟁에 끼어 있지 않은 제 입장(남궁 전 부소장은 중국에서 태어나 청소년기를 일본에서 보낸 미국 국적의 한인이다)에서는 더 객관적인 관찰이 가능하다. 제가 본 바로는 북한은 한편으로는 외부 침략으로부터 자신을 지켜 줄 핵무기 개발에 힘쓰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북·미 간 평화협정을 맺는데 핵무기의 힘을 활용하려고 든다. 1990년대 초반부터 이 방식은 가동됐다. 한쪽으로 핵무기를 만들고 한쪽으로는 평화의 손짓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수년 전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이 평양에서 열린 적이 있다. 미국 국가가 평양에서 연주됐다. 북한이 미국과의 평화협정을 바란다는 시그널을 발산한 것이다. 핵무기는 미국을 평화 협상 테이블에 오도록 강제하는 수단이다. 지금 일이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가.”

6·12 북·미 회담에 앞서 북한 정권은 내부적으로 어떤 자세로 임하던가?

“김정은 위원장을 보좌하는 외교 라인, 즉 이수용 당 중앙위 국제담당 부위원장, 이용호 외무상,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은 모두 이른바 ‘친미 계열’에 속한다. 노동당이나 군부는 기본적으로 중국과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반해 이들은 미국과의 평화가 북한 미래에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평창 겨울올림픽 당시 북한 고위급 대표단 단장으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 정권 내에서 ‘친미 계열’의 입김이 통한다는 좋은 신호다. 이들은 수년간 미국에 이런 접근을 시도했고 밀어붙였다. 현재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 그들이 만족스러워하리라 확신한다.”

“북한 정권 내에서 ‘친미 계열’ 입김 통해”


▎지난해 11월 미디어를 통해 방영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 15형 발사 장면을 지켜보는 평양 주민들.
북·미 대화 국면에서도 북한 관료들은 늘 중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겠다.

“남북 판문점 선언을 비롯한 각급 대화에서 북한의 입장이 조금씩 다르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이는 북한 내부에서도 한국, 중국, 미국과의 관계에 대해 여러 의견이 존재하며 토론 또한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북한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기도 한다는 것인데 이는 긍정적이다. 갈등이나 분쟁이 아니라 남한에서와 같은 견해의 차이일 뿐이다. 남한에서 미국과 가까이 지내야 할지, 중국과 친해야 할지 토론이 벌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오랜 세월 북·미 막후 협상을 중재해 왔다. 그 과정에서 느낀 김 위원장은 어떤 캐릭터의 소유자였나?

“김 위원장을 만난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그래도 김 위원장 참모들을 통해 전해지는 그들 지도자의 이미지 같은 게 있을 텐데.

“북한 외무성 인사들의 역할이 증대되고 있다. 예컨대 싱가포르 북·미 회담에 이수용, 이용호, 최선희 외교 라인이 참여한 것부터가 그렇다. 김 위원장이 외무성 라인에 힘을 실어 준다는 느낌이 든다. 또 평창 겨울올림픽 폐회식에 파견된 고위급대표단에는 북한 외무성 내 대미외교 담당인 최강일 부국장이 포함됐다. 외무성 인사가 남한을 방문하는 건 이례적이다. 이는 남북한이 각각의 나라라는 것을 의미한다. 예전 같으면 ‘남북한은 둘이 아닌 하나의 나라’라는 사실을 강조했고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이 전통적인 대화 라인으로 가동됐을 것이다.”

북한의 외무성 라인의 정책 기조를 설명한다면?

“외무성은 더 현실적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과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북한은 영원히는 아니더라도, 한동안은 각각의 나라로 존재해야 한다고 본다. 핵무기를 비롯한 안보 문제에 관한 협상은 북한 외무성과 미 국무부가 담당해야 한다는 입장인 셈이다. 저는 외무성이 김 위원장과 매우 긴밀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토니 남궁 전 부소장은 미국 미시간주 캘빈 칼리지를 졸업하고 버클리대에서 아시아 역사학 연구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로버트 스칼라피노 교수가 설립한 UC버클리대 동아시아문제연구소 부소장으로 1974년부터 1984년까지 일한 인연으로 북·미 간 막후 교섭에 참여해 왔다.

미국 폼페이오 국무장관 협상 파트너로는 누가 유력할까?

“폼페이오 장관과 대화할 북한 대표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또는 이용호 외무상이 거론되고 있는데 매우 흥미롭다. 북한이 ‘지금은 누가 갈지 밝힐 수 없다’고 하는 것은 내부적인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는 말이다. 저는 외무성이 후속 협상을 진행했으면 한다. 노동당은 안보 이슈에 관한 협상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그건 외무성만이 할 수 있다. 김 위원장도 외무성과 생각이 같을 것이라고 본다.”

김정은 위원장도 장기적 국가 운영 전략을 고민할 것 같다. 김 위원장이 품고 있는 북한의 미래 국가 포지션을 어떻게 추론할 수 있을까?

“단기간에 남한 경제 수준에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북한을 외부 원조에 의존하지 않는 강한 경제를 가진 나라로 만들고 싶어 할 것 같다. 싱가포르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준 비디오에 담긴 모습이 바로 김 위원장의 미래 구상과 부합한다고 하겠다. 김 위원장은 경제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이미 핵과 경제의 병진노선은 더 이상 그들의 방식이 아니라고 밝혔다.”

“비핵화, 야구로 따지면 이제 1루 베이스 밟아”


▎북·미 정상회담 소식을 전하는 [노동신문]을 부착하는 평양의 북한 안내원.
북한 관료사회는 앞으로 있을 개혁·개방에 대한 준비가 어느 정도 갖춰졌던가?

“매우 준비가 잘돼 있다고 하겠다. 북한 정부는 개혁·개방을 거의 30년간 준비해 왔다. 바로 지금의 이 기회를 기다린 것이다. 장성택 전 노동당 행정부장의 처형이 놀라웠던 것은 그 이유가 정부 관료에 대한 간섭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 역사에서 전례가 없던 일이다. 관료 체제에 개입한 이유로 처형을 했다니 말이다. 지난 20~30년간 관료 체제가 얼마나 중요해졌는지를 입증하는 대목이다. 그렇기에 저는 북한이 다양한 분야의 개방에 준비가 잘돼 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자유 진영과의 문화 교류도 언급됐다. 문화적으로도 이미 준비를 마쳤다고 판단된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확인된 남한을 보는 북한의 시각은 어떠했나?

“남한과 미국 둘 모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사실을 김 위원장도 이해했을 것이다. 예전에는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에만 치중했다. 한국은 그저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필요한 ‘보조’에 불과하고, ‘주니어 파트너’ 정도로 여겨졌다. 김 위원장이 정권을 잡은 5~6년 전부터 이게 변하기 시작했다. 집권 3개월째인 2012년 2월 16일 김 위원장은 남북 관계가 매우 중요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이 한·미 군사훈련과 같은 긴장을 높이는 행동이 아닌, 남북한 사이 평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김 위원장은 5~6년 전에 자신이 언급했던 대로 지금 행동하고 있다. 이는 주의해서 봐야 할 것이다. 김 위원장의 지금 행보가 그가 원래 하던 생각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임을 이해할 수 있다.”

북·미 회담에서 합의된 내용들이 순조롭게 이행된다면 북한에는 어떤 변화가 올까?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야구에 비유하자면 성공적으로 1루 베이스를 밟았다고 하겠다. 홈까지 들어오자면 아직 2루, 3루가 남아 있다. 무엇이 이루어질지 예측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두 정상이 거대한 모험이자 도박에 돌입했다고 할 수 있다. 만약 그들이 성공을 거둔다면, 북·미 관계는 극적인 변화를 맞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실패한다면…, 심각한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일러 “자신의 조국을 무척 사랑한다” “김정은의 나라도 그를 사랑한다”는 말을 했다. 한국 국회에서 북한의 인권 상황을 신랄하게 거론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말을 한 의도는 뭘까?

“두 가지 목적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두 나라가 협상을 시작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문제도 일으키지 않기 위해서다. 다른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몇 번에 걸친 북한 방문 결과를 보고 받으며 김 위원장이 진심으로 국민들을 사랑한다는 느낌을 받았을 수 있다. 북한 주민들이 김 위원장을 경제적 측면에서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는 지도자로 인식한 게 아닐까 싶다.”

“강제수용소는 전쟁 상태의 남북, 북·미 관계 산물”


강제수용소에 갇힌 사람들이 많은데 심각한 인권침해 아닌가?

“물론 그건 심각한 문제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접근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그러나 최근 폼페이오 장관이 언급했듯이 순서를 정해야 한다. 강제수용소는 단순히 정치적 문제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전쟁 상태에 있는 남북, 북·미 관계 때문이기도 하다. 전쟁 가능성이 사라지면 이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남북 관계, 북·미 관계에 평화가 온다면 북한 정부 또한 수용소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압박을 줄일 것이다. 북한이 더 많이 개방하고, 외부와 접촉할수록 이런 문제는 줄어들게 된다. 우리는 북한과의 접촉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서방세계를 대표하는 한·미·일은 시간이 지나면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움직여야 한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친미 국가화할 것이라고 관측한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북한의 자리매김을 전망한다면?

“북한의 친미 국가화는 불가능하다. 북한은 늘 독립적인 ‘북한’으로 존재한다. 이게 모든 걸 말해준다. 북한은 어느 한 국가에 의존하는 나라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 내부에서는 북한의 미래에 미국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과 중국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이 각각 존재한다. 남한 상황과 완전히 같다.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에 대해 북한 내부에서 분쟁이 아닌 끊임없는 토론이 있을 것이다. 정부 부처는 소위 ‘친미’, 노동당은 소위 ‘친중’으로 생각할 수 있다. 제가 ‘소위’라고 한 것은 딱 잘라서 구분되는 정치적 그룹이 있는 것이 아닌 사람들 간 사고방식의 차이라서 그렇다. 우리는 이 논쟁을 지켜봐야 할 것이고, 이 논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북한 주민들에겐 개혁·개방이 정부에 반기를 들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하진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다. 10~15%에 이르는 고등교육을 받은 엘리트층은 충분히 준비됐다고 보인다. 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훨씬 더 외부세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북한에는 이미 600만 대의 휴대전화가 보급됐지만 내부의 어떠한 불안이나 체제에 대한 도전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래서 변화가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려 본다. 일반 북한 주민들은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고위층에서 변화를 시작하면 그 아래의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쉽게 따라가게 될 것이다. 많은 이가 개혁·개방이 북한 체제 유지에 위협이 될 것이라 추정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북핵을 폐기한다면 북한 주민들의 충격이 크지 않을까?

“미국과 그 동맹국이 공격하지 않으리라 믿게 되면 가능할 것이다. 매일 아침 일어난 사람들이 외부 침략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면 북핵을 모두 포기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평화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그들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때가 오면 동시에 핵 포기가 이뤄질 것 같다. 그들이 비핵화 과정을 시작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은 아니다. 그들은 그 과정에 돌입할 것이고, 단계적으로 진행할 것이다. 한 방에 포기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이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문제다. 폼페이오 장관이 2022년을 시한으로 언급하기도 했지만, 트럼프 재임 기간을 넘어서는 기간이 될 수도 있다. 사람들이 공포를 느끼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저는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용기가 이런 새로운 접근을 가능하게 했다고 평가한다.”

“향후 비핵화 협상은 남북·미 3자회담 가야”


▎인터넷 화상전화로 월간중앙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토니 남궁 박사.
트럼프 대통령, 김 위원장, 문 대통령을 질책하거나 비판할 것은 없나?

“내 유일한 입장은 한반도에 평화가 오길 바란다는 것이다. 그건 한반도의 비핵화와 동의어다. 이는 동시에 한·미가 북한에 대한 위협을 중단해야 한다는 뜻도 지닌다. 한·미 연합 훈련이 북한 위협용이 아닌 남한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 모두를 이해하지만, 내 입장은 하나다. 북한 편을 드는 것처럼 비칠 수 있으나, 그런 것은 아니다. 문 대통령이 현 상황을 만든 영웅이라고 생각한다. 노벨평화상은 다른 두 정상이 아닌 문 대통령이 받아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한끼리가 아닌 남북·미 3자 회담을 추구하는 것도 바람직해 보인다. 그래야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남한 국민의 강력한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어서다. 비판도 하자면 할 수 있겠지만 내 입장은 평화에 대한 지지뿐이다. 수많은 사람이 죽고 다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미국 중간선거를 의식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협상에서 거품 섞인 결과물을 내놓고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한다는 걱정이 미 의회에서도 제기된다.

“트럼프는 11월 중간선거와 자신의 재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가시적 결과를 내고자 너무 빠르게 움직이다 보면 사고가 나기 쉽다는 것에 동의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민주당 측에서 싱가포르회담에 비판적이고, 공화당 측에서는 지지한다는 사실이다. 과거와 정반대의 양상이다. 평화를 안착시키는 일에 공화당이 적극적인 건 좋은 신호다. 공화당은 드라마틱한 변화를 가져오는 일에 뛰어난 편이다. 특히 소련, 중국, 북한 문제에서 말이다.”

주한미군과 관련해 최근까지도 [노동신문]은 철수를 주장하고 있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대화에서는 주한미군은 한반도의 균형자 역할을 하기 때문에 주둔해도 좋다는 발언이 있었다. 북한의 입장은 무엇인가?

“북한 외무성과 정부 측 인사들은 김대중-김정일 대화를 따라가려 한다. 반면 소위 ‘친중’ 성향인 노동당은 미국의 간섭 없이 남북이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그래서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한다.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도 같은 입장이다. 북한 외무성과 대화한다면 그런 의견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지난 30년간 그래 왔다.”

한반도 정세와 현안 중 남한이 놓치고 있는 포인트는 없는가?

“문재인 정부는 현안 파악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과 상의 없이 결정하는 경향이 있긴하다. 이것은 매우 좋지 않은 습관이며, 문제를 더 크게 키울 수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 문제에 대해 빈틈없는 컨트롤을 하고 있고, 서울과 도쿄와도 대화를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 주변에 조언도 구하지 않은 채 급작스러운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국방부와 아무런 논의도 하지 않은 채 불쑥 내놓은 한·미 연합훈련의 중단 같은 것들 말이다. 그렇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모든 것이 현실화하는 건 아니므로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실무를 관장하는 외교 관리들의 입장이 중요하다.”

- 박성현 월간중앙 기자 park.sunghyun@joongang.co.kr / 정리·이동엽 월간중앙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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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호 (2018.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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