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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농촌 태양광사업은 장밋빛인가? 

‘햇빛 농사’ 돈 된다니까 선산(先山) 조상묘도 옮기는 세태 

문상덕 월간중앙 기자
단기 고수익 노린 부동산 투기까지, ‘위장 농민’들과 마찰음...개발 열풍 불어닥치면서 인허가 둘러싼 ‘갈등 비용’ 늘어나

올 상반기 신규 태양광 설치 용량은 513㎿로, 2015년에 이어 역대 둘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360㎿보다는 40%가량 늘었다. 2030년까지 태양광 발전 용량을 7배로 끌어올리기 위해 지원책을 집중한 결과다. 그러나 일각에선 컨설팅 업체가 홍보하는 수익률에 함정이 있다고 경고한다. 태양광발전은 사업자들이 꿈꾸는 대로 ‘빛과 같은 투자’일까?


▎경북 영천시의 한 주민이 마을에 들어서 있는 태양광 발전소를 바라보고 있다. 외지인끼리 마을 야산을 사고팔아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면서 지역 주민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1. 경북 김천시에서 평생 농사를 짓고 살아온 정정애(여·69·가명)씨는 작년부터 조금 다른 농사를 짓고 있다. ‘햇빛 농사’로 불리는 태양광발전이다. 밭 661㎡(약 200평)에 50㎾급 시설을 설치해 매달 100만원 안팎의 매출을 낸다. 오랫동안 계절에 따라 콩과 감자, 고추 농사를 지었지만 인건비를 제하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은 한 해 100만원이 채 되지 않았다. 정씨는 “2년 전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아 더 이상 농사일을 하기도 어려워졌다”며 “태양광 덕분에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아도 돼 행복하다”고 말했다.

#2. 전북의 한 도시에서 18년간 전기공사 업체를 운영해온 황현민(55·가명)씨는 2015년에 태양광발전 사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고향땅 4만9000여㎡(약 1만5000평)에 3㎿급 시설을 짓기 위해 관청에 인허가까지 받았다. 그러나 착공을 앞두고 마을 주민들이 가로막고 나섰다. 관청에 하소연했지만 “민원부터 해결하고 오라”는 답만 들었다. 결국 마을발전기금 명목으로 3000만원을 내놓은 뒤에야 공사장에 포크레인을 들일 수 있었다. 황씨는 “정부는 태양광사업을 권장하는데 지자체는 뒷짐만 진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지원 정책과 농촌 소득보전 정책이 맞물리면서 농촌 태양광사업이 호황을 맞고 있다. 특히 발전 용량이 100㎾ 미만인 소규모 태양광발전소가 최근 2~3년 새 급속히 늘고 있다. 신규 소규모 태양광발전소는 2012년 1451개소에서 3년 만인 2015년 6338개소로 늘었다. 2015년에 새로 지은 태양광발전소 가운데 소규모 발전소 비중은 90%에 이른다.

2012년엔 정책보조금 성격인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제도가 도입됐다. 태양광발전사업자가 시간당 1000㎾를 생산할 때마다 한국에너지공단으로부터 인증서(1REC)를 받아 한국수력원자력 같은 대형 발전사에 팔 수 있도록 했다. 대형 발전사는 태양광발전사업자로부터 인증서를 사들여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량을 채워야 한다. 100㎾ 미만 소규모 태양광은 인증서 장당 가격에 1.2배 가중치를 받도록 했다.

하지만 태양광사업이 빛날수록 그림자도 짙어진다.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태양광 컨설팅 업체와 시공 업체가 ‘두 자리 수 수익률’을 미끼로 투자자들을 끌어 모으는 과정에서 마찰음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가 투자자들에게 수익은 과다하게, 비용은 축소해서 추계하는 탓에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윤성권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 연구원은 “시공 업체가 계약서를 만들 때 품질보증 규정을 모호하게 정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어르신들이 1000만원이 넘는 수리비를 감당하지 못해 태양광시설을 방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태양광발전소가 들어서는 지역마다 사업자와 마을 주민들 사이에 생기는 마찰음도 적지 않다. 보급된 태양광 발전 용량 가운데 63%가 농촌의 농지나 임야 등에 밀집돼 있는데 경관 훼손이 주된 이유다. 지역사회에서는 농사와 함께 몇 안 되는 소득원인 관광수익이 떨어질 거란 우려도 높아진다.

그러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갈등의 근본 원인 중에는 외지인이 개발수익을 가져간다는 불만도 있다. 실제로 전문 태양광 운영업체가 현지 농민의 명의를 빌려 사업을 벌이고, 농민이 받을 혜택까지 가로채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지자체의 인허가 문턱도 높아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14.9% vs 7.9%’ 태양광발전 수익률의 비밀


▎지난해 4월 주형환 당시 산자부 장관(오른쪽 다섯 번째)이 충북 청주시 미원면 ‘농촌태양광 1호 사업 착공식’에 참석했다. 산자부는 2020년까지 농가 태양광 1만호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 사진:연합뉴스
태양광발전은 20년 이상 꾸준히 수익을 내는 사업이다. 그만큼 안정성이 높지만, 첫 단추를 잘못 꿰면 20년 이상 시달릴 수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이 때문에 농촌 태양광사업이 가져올 기회와 위험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태양광발전 수익원은 크게 두 가지다. 생산한 전기를 한국전력에 계통한계가격(SMP)을 받고 파는 동시에 REC를 팔아 돈을 번다. SMP는 전력시장에서 전력을 거래하는 가격, 즉 전력도매가격을 뜻한다. 올해 4월 ㎾당 SMP 평균 가격은 90.9원, 1REC 평균 가격은 9만2562원을 기록했다.

SMP와 REC 가격을 더한 값에 발전량을 곱하면 판매 수익을 계산할 수 있다. 공식화하면 ‘판매수익=발전량×[SMP+(REC×가중치)]’다. 태양광발전 컨설팅 업체에 직접 수익률을 의뢰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100㎾ 용량의 태양광발전소를 세워 일평균 3.5시간씩 발전기를 돌린다고 하면 한 달에 1만500㎾h(=100㎾×3.5시간×30일)의 전력이 생산된다. 이 전력에 ‘SMP(㎾당 4월 평균 90.9원)+REC(㎾당 4월 평균 92.6원×가중치 1.2)’를 적용하면 ㎾당 202.02원을 벌 수 있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한 달에 212만1210원, 1년이면 2545만4520원의 수입이 생긴다. 1억7000만원을 투자했다면 연 수익률은 14.9%에 이른다. 올해 4월 기준 전국 오피스텔 평균 임대수익률이 5.06%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치다.

그러나 황현민씨는 “월 200만원가량 되는 수익은 순수익이 아닌 매출”이라며 “순수익으로 착각해 태양광발전에 뛰어들면 결국 업체와 ‘죽일 놈 살릴 놈’ 하며 싸우게 된다”며 경고했다.


▎백운규 산자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제2회 재생에너지정책협의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20%로 늘리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방안’을 발표했다.
일부 컨설팅 업체에서 말하는 수익률은 본인 소유 땅에 전액 자기 돈으로 투자할 때에만 가능하다. 대출을 끼고 사업을 시작했다면 이자비용도 감안해야 하고, 감가상각과 유지 관리비용도 빼놓을 수 없다. 농촌 태양광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농협경제지주 재생에너지부의 관계자는 “발전 시간과 SMP+REC 가격, 총 투자비 등 컨설팅 업체에서 전제한 조건대로 계산해도 현실적인 투자수익률은 7.9%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대부분의 비용 추계에서 감가상각이 빠져 있습니다. 빚져서 사업을 시작했다면 원리금을 상환하듯이 자기자본에 대해서도 감가상각을 하는 게 기본입니다. 2016년 평균 투자비인 1억7000만원을 시설 내구 연한인 20년을 기준으로 감가 상각하면 연 850만원을 비용으로 추가하는 게 맞습니다.”

이와 함께 해당 관계자는 수선비와 안전관리비, 보험료 등으로 지출되는 유지관리비용을 총 투자비의 2%로 계산했다. 매년 340만원꼴이다. 과다하게 계산된 비용이라고 보기 어렵다. 회계법인 삼정KPMG는 2016년 12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한 포럼에서 100㎾ 발전소의 유지관리비용을 40만원으로 상정해 수익률을 추산했다. 100% 자기 부담으로 사업을 시작해도 연 매출 2545만원에서 적어도 1190만원을 비용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널뛰기하는 SMP와 REC 가격도 고려해야 한다. 전력거래소는 전력의 수요와 공급을 맞추기 위해 연료비가 낮은 순서대로 발전기를 투입한다. 이 때문에 마지막에 투입된 발전기의 연료비가 SMP를 결정한다. 상대적으로 비싼 연료인 원유의 가격이 SMP를 결정하는 이유다. 2012년 7월 ㎾당 185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SMP는 4년 후인 2016년 6월엔 65원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99.1달러에서 46.3달러로 반 토막 났다.

REC 가격도 불안정하기는 마찬가지다. 처음 REC 판매 사업자를 선정했던 2011년 하반기에는 1000㎾당 21만9977원을 기록했지만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다가 2015년 하반기에는 7만3275원까지 떨어졌다.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이 대량으로 보급되고 기술도 고도화되면서 발전원가가 감소한 결과다.

REC는 일시적으로 조성된 보조금 정책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폐지될 가능성이 크다. 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장은 “지난해 REC를 포함한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제도 (RPS)를 운영하는 데 든 비용이 2조원가량으로 파악된다”면서 “이 돈이 고스란히 총괄원가에 반영돼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투자비 5%는 민원 무마용으로 각오해야”


▎정부는 태양광발전을 장려하기 위해 금융권과 협약을 맺고 정책금융 상품을 마련했다. 이인호 산자부 차관(왼쪽 넷째)과 6개 제1금융권 은행 및 신용보증기금, 한국에너지공단 관계자들이 ‘에너지신산업 금융지원 프로그램 업무협약식’을 맺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태양광사업을 하려면 관청으로부터 발전사업 허가와 개발 행위 인허가를 차례로 받아야 한다. 지자체별 대기 건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적어도 3개월의 기간이 걸린다. 그래도 기다린 끝에 착공한 사업자는 운이 좋은 편이다. 보통은 인허가 과정에서 사업성 있는 토지의 절반은 날아간다고 한다. 태양광발전 컨설팅 업체인 해담은연구소 김승 소장의 설명이다.

실제로 농협경제지주 재생에너지부가 농촌 태양광사업 신청자 286명을 대상으로 인허가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신청자 세 명 중 두 명꼴인 181명이 인허가를 받지 못했다. 지자체가 정한 거리제한을 위반한 경우가 73명(40%)으로 가장 많았다. 농협경제지주 관계자는 “전국 지자체 226곳 가운데 약 100곳이 농촌 태양광발전시설 설치에 관한 사항을 조례로 정하고 있다”며 “주거지와 도로에서 최소 100m, 최대 2㎞까지 떨어져야 태양광발전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현민씨는 “인허가를 받으려면 여러 조각의 땅을 합치거나 산지에 시설을 짓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산지에 태양광시설이 들어선 면적은 2010년 30㏊에서 지난해에는 681㏊로 7년간 22배 이상 증가했다. 경북의 한 마을 이장은 “보통 선산에 조상묘를 모실 때 볕이 잘 드는 남향에 두지 않느냐”면서 “묘를 이장(移葬)하면서까지 태양광사업에 뛰어든 사람들도 있다”며 태양광 열풍의 난맥상을 전했다.


▎방치돼 있는 태양광 발전시설. ‘발전시설의 심장’으로 불리는 인버터 설비는 100㎾ 기준 1000만원이 넘을 정도로 비싸다. 시공업체와 계약 시 품질보증 조항을 꼼꼼하게 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 사진:한국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
산지를 포함한 임야(林野)는 부동산 투기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임야에 태양광시설을 설치하면 주차장이나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잡종지’로 지목(地目)이 바뀌기 때문이다. 지목이 바뀌면 땅값이 5~6배 뛰기 때문에 주민들이 반발해도 공사를 강행하는 경우도 많았다.

경관 훼손과 투기 등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는 임야 태양광시설 신축 규제에 나섰다. 산업부는 5월 30일 재생에너지 민관 공동협의회를 열고 태양광사업 부작용 해소 대책을 발표했다. 사업자가 임야에 태양광시설을 설치할 경우 태양광 수명이 다한 뒤에는 산림을 원상 복구하도록 의무화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지목도 바꿀 수 없다. 임야에 건설된 100㎾ 미만 소규모 시설에 대해서도 REC 가중치를 1.2에서 0.7로 낮췄다. 사실상 임야 태양광시설을 금지하겠다는 의도다.

어렵게 인허가를 받아도 지역 주민을 설득하지 못 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충남 부여군의 한 마을에서 전·현직 이장이 태양광발전 업체에 ‘마을 안길 이용료’ 명목으로 1500만원을 받았다가 경찰의 수사를 받았다. 해당 업체는 지난해 4월 마을 뒷산 부지 1만6000여㎡(4840평)에 1㎿ 규모의 태양광시설을 착공했다. 그런데 마을 이장 등 3명이 마을 도로에 차단기를 설치해 7월까지 공사를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공갈·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사업자가 같은 지역 주민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십수 년간 고향에 머물면서 전기사업을 해온 황씨 경우가 그렇다. 황씨는 “지역마다 다르긴 하지만 전체 투자비에서 적어도 5% 정도는 민원을 무마하는 비용으로 감안하고 들어가야 한다”며 “민원을 생각하지 않고 들어간 사람들은 마을이나 지자체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벌이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밝혔다.

‘위장 농민’ 발전 업체, 수천만 원 이득 보기도


▎3월 22일 강원 정선군청 앞 광장에서 지역 주민들이 풍력·태양광발전소 건설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수익률을 높이는 변수도 없지 않다. 햇빛이 패널을 비추는 일조시간을 늘릴수록 발전량도 많아진다. 기상청이 발표한 전국의 일평균 일조시간은 3.5시간이지만 주변 지형·지물과 설계에 따라 일조시간을 4시간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 시공 업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단적으로 정남향으로 패널을 설치하면 동·서향에 비해 15% 이상 효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조시간을 30분만 늘려도 매달 30만원가량의 추가 수입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승 소장은 “과장광고에 현혹돼 성급하게 뛰어들거나 싼 자재만 선호하는 경향 탓에 제 효율을 내는 태양광발전소는 전체의 10%도 안 되는 게 현실”이라면서 “시공에 앞서 현장 시뮬레이션을 통해 사업성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토지를 소유한 농업인에겐 대출도 해준다. 한국에너지공단은 지난해부터 태양광발전 설치비의 최대 90%를 제1금융권에서 융자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연이율 1.75%에 5년 거치 10년 분할 상환하도록 했다. 한국에너지공단 관계자는 “지난해 260건이었던 금융지원 신청 건수가 올 들어서는 두 달만에 608건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농협금융지주도 설치비의 80%까지 대출 가능한 상품을 지난해 2월 출시했다. 연이율 3.4%에 1년 거치 19년 분할 상환하도록 했다. 농협금융지주 상품개발팀 관계자는 “올 1~4월 대출 규모만 970억원”이라면서 “올해 총 대출 규모는 지난해 1200억원보다 두세 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책금융과 농협상품 모두 토지와 태양광시설을 담보로 잡기 때문에 중복 신청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농민에게 주는 혜택이 크다 보니 ‘위장 농민’도 늘고 있다. 농민은 태양광발전 업체에 본인 명의만 제공하고 저리융자 등 혜택은 업체가 누리는 식이다. 업체 측은 농민과 이면계약을 맺고 토지를 매입해 태양광사업을 벌인다. 서류상으로 토지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업체는 차용증을 받고 농민에게 돈을 빌려주는 형식이 된다.

태양광발전 비리를 오랫동안 취재해 온 충남 부여 지역 언론사의 한 기자는 “농민 명의로 태양광발전 사업을 할 경우 수천만 원 상당의 농지전용부담금을 감면받게 된다”고 귀띔했다. 농지를 개발하려면 땅의 용도인 지목을 잡종지로 바꿔야 하는데, 이때 ㎡당 공시지가의 30%를 농지전용부담금으로 내야 한다. 그런데 농지에 태양광시설을 설치하는 농업인은 부담금의 절반을 감면받게 된다.

수익을 낼 수 있는 ‘한계 땅값’으로 여겨지는 7만원을 기준으로 하면 100㎾ 소규모 시설을 지으려고 해도 부담금이 약 2776만원에 이른다[(1322(㎡)×7만(원/㎡)×0.3)]. 하지만 농민 명의로 사업을 벌이면 이 가운데 1388만원을 아낄 수 있다. 기자는 “업체가 개발이익에 정책 혜택까지 누리기 때문에 지역민의 소외감을 키우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을 주민이 공동 운영해 수익 나누는 형태 바람직”


▎태양광 발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주민참여형 태양광발전’을 장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요금 제로 마을’인 강원 삼척시 도계읍 무지개마을 전경. / 사진:연합뉴스
한국에너지공단은 지난해 장기고정가격계약제도를 도입했다. 태양광발전 사업자가 20년 동안 고정된 ‘전력도매가격(SMP)+인증서(REC)’ 가격을 보장받는 제도다. 대신 전력 시장에서 SMP와 REC 가격이 올랐을 때 판매할 기회를 포기해야 한다. SMP와 REC 가격 변동이 커지면서 내놓은 대책이다. 고정가격은 현재 시장가격보다 약간 낮은 수준으로 결정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평균 고정가격은 ㎾h당 184원이다. 시장가격보다 20원가량이 낮다.

경북 김천에 50㎾급 태양광시설을 세운 정정애씨도 지난해 12월 고정가격 계약을 맺었다. 수익률은 6.7% 남짓이지만, 매달 100만원 내외로 연금같이 들어오는 수입이 정씨는 가장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완공하기까지 어려움은 없었냐는 질문에 “쓰는 말들이 생소해 처음 아들이 제안했을 때는 엄두도 못 냈다”면서 “딱 한 번 계약하면 가격 오르내리는 걸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기에 늦은 나이에 결심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 농촌태양광발전 자문위원인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농촌 태양광사업은 농가 기본소득 보장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농사만 지어서는 정씨 사례처럼 최소한의 소득도 얻기 어려운 농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태양광사업으로 들어오는 소득이 농가 혁신을 위한 종잣돈이 될 수 있다고 변 교수는 주장했다.

농촌을 태양광 패널로 뒤덮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변 교수는 “마을 주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위치와 규모로 사업을 진행해야 지속가능하다”며 “그렇게 하려면 마을 협동조합 형태로 공동 부지에 태양광발전소를 함께 운영하면서 이익을 나누는 게 가장 바람직한 모델”이라고 말했다.

이상훈 소장은 “7~9년 내에 서둘러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조급증이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장기고정가격계약제도 이전에 존재했던 판매사업자선정제도를 예로 들었다. REC 가격만 12년 동안 보장하는 제도였다.

“태양광시설 수명이 길게는 25년입니다. 그런데 태양광 사업자들이 투자 회수 기간이 너무 길다고 해서 12년으로 맞춘 거예요. 세계에서 유례가 없습니다. 그마저 2016년 정부가 REC 가중치를 낮춘다고 하니 수익률이 ‘제로’가 된다고 난리가 났죠. 컨설팅 업체도 12년을 기준으로 재무 설계를 해서 수익률을 추산했거든요. 사실 20년 이상 내다보면 반드시 수익은 나요. 업체는 12년 이후 8년을 계산 안 했던 거예요.”

난개발과 지역민 갈등은 일부 태양광 사업자의 ‘본전’ 조급증이 주요 원인이다. 지자체는 조례 등을 통해 개발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들 민원을 해소한다. 결국 태양광 사업자의 조급증은 농촌 태양광사업 여건을 악화시켜 농가 소득 증대를 방해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 소장은 “개별 태양광 사업자들도 사업성 측면에서만 볼 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라는 관점을 공유해야 해당 지역 주민들, 나아가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문상덕 월간중앙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201807호 (2018.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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