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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이슈] 방송가 대세 ‘국민 연하남’의 모든 것 

톱스타가 되고 싶다고? 누나들 마음을 훔쳐라 

이은주 서울신문 기자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에 선 30~40대 여성들의 본방 사수 효과…‘연기력 있는 여배우 + 신인 남자배우’ 조합은 방송사 흥행의 안전판

얼마 전 종영된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신인 배우 정해인이 ‘국민 연하남’으로 급부상했다. 이처럼 여심(女心)을 ‘저격’하는 뉴 페이스들이 대표적 남자 배우들의 한 계보를 형성하기도 한다. 무엇이 이들을 스타덤으로 이끄는 걸까?


▎1.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주인공 정해인(왼쪽)과 손예진. / 2.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주연을 맡은 탤런트 현빈(왼쪽)과 김선아.
2004년 가수 이승기가 1집 앨범 [내 여자라니까]를 내놓았을 때 그것은 차라리 파격에 가까웠다. 당시 고교생이던 앳된 이승기가 ‘누난 내 여자라니까~~’라고 목청에 핏발이 서도록 외칠 때 한 번쯤 동공 지진이 나지 않았던 누나가 어디 있었을까. 이승기는 고교 재학 당시 공연을 하던 도중 선배 가수 이선희의 눈에 띄어 데뷔했고 싸이가 작사·작곡한 ‘내 여자라니까’로 데뷔했다. B급 정서를 대변하는 싸이가 작사했다고 믿겨지지 않을 만큼 이 노래의 가사는 상당히 서정적이고도 직설적이다.

“누난 내 여자니까/ 너는 내 여자니까/ 너라고 부를게 뭐라고 하든지/ 남자로 느끼도록 꽉 안아줄게/ 너라고 부를게 뭐라고 하든 상관없어요/ 놀라지 말아요/ 알고 보면 어린 여자라니까”

이전에도 연상연하 간의 사랑은 드라마의 소재로 종종 다뤄졌지만 가요에서 다뤄진 적은 거의 없었다. 누나가 아닌 ‘너’라고 부르겠다는 연하남의 순정은 3분간의 마법처럼 여심을 정확하게 저격했고 이후 이승기는 ‘국민 남동생’이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훈훈한 남동생에 모범생 이미지까지 더해진 그의 인기는 군 제대 이후에도 흔들림이 없었다. 그는 예능·드라마·영화까지 휘저으며 전천후 연예인으로 성장했다. 이는 ‘큰누님’ 이선희의 안목과 싸이의 프로듀싱 능력에 이승기의 미소년 같은 이미지가 어우러진 결과였다. 무엇보다 그의 성장에는 누나팬들의 단단한 지지가 단단히 한 몫을 했다.

2000년대 초반으로 시계 바늘을 잠시 되돌려 보자. 당시 대중문화계는 연상연하 신드롬이 서서히 예열되던 시기였다. ‘넌 학생이고 난 선생이야’라는 명대사를 남긴 MBC 드라마 [로망스(2002)]는 사제지간의 로맨스를 빌어 연상연하 커플의 가능성을 제시했고, 2004년 KBS 드라마 [올드미스 다이어리]는 노처녀를 본격적으로 여주인공으로 내세운 최초의 드라마로 성공을 거뒀다. 어리고 예쁜 여주인공만 나오던 드라마에서 거의 금기시되던 노처녀의 등장은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명랑 쾌활한 노처녀 라디오 DJ 최미자(예지원)와 3살 연하인 냉정하고 완벽주의자인 라디오 PD 지현우의 사랑을 그린 [올드미스 다이어리]는 영화로 제작될 정도로 파란을 일으켰다. 드라마에서 지현우라는 본명을 그대로 쓸 정도로 무명의 신인이었던 지현우는 ‘국민 연하남’으로 등극하며 배우로서 탄탄대로를 걸었다.

이후 ‘국민 연하남’은 톱스타 자리를 예약하는 지름길로 점차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연하남 캐릭터가 각광받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대중문화의 주소비층이 10~20대에서 30~40대 여성으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과 모바일로 드라마를 즐기는 10~20대에 비해 30~40대는 본방 사수로 드라마를 보는 경우가 많다.

‘누님들’에게 눈도장 찍으면 롱런? 팬덤 공식

광고에 민감한 TV 방송사와 드라마 제작자들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에 서 있는 이들의 영향력을 주목했고 이들이 흥미를 끌 만한 작품에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연상연하 커플의 로맨스는 그들의 공감대를 얻기에 충분했고, ‘누님들’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으면 롱런할 수 있다는 팬덤 공식이 성립되기 시작했다.

특히 과거에는 가수나 배우의 ‘팬질’ 또는 ‘덕질’은 일부 비행소녀들의 일탈로 치부되기 일쑤였지만 문화대통령 서태지 팬덤을 구축한 X세대를 시작으로 ‘팬덤’의 성격은 대폭 바뀌었다. 연령층은 넓어졌고 이들은 거대한 문화 권력으로 성장했다. 특히 이들은 경제력을 갖추고 관련 상품 소비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대중문화계의 ‘큰손’으로 자리잡았다. 이처럼 ‘국민 연하남’은 대중문화계의 큰 소비축인 누나팬들을 위한 하나의 문화콘텐트인 셈이다. 비혼주의자 및 골드미스의 증가 등으로 이 아이템은 앞으로도 커지면 더 커졌지 열풍이 절대로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시 ‘국민 연하남’의 계보로 돌아가 보자면 가수 이승기의 바통을 이어받은 것은 현빈이었다. 2005년 드라마계를 강타한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남자주인공 현진헌(현빈)은 여주인공 김삼순(김선아)보다 3살 연하남으로 등장한다. 한국판 [브리짓 존스의 일기]라고 불리는 이 드라마는 원작인 동명의 로맨틱 소설에서는 본래 남자 주인공이 연상이었으나 드라마화되면서 당시 시대적 정서를 반영해 연하남으로 설정이 바뀌었다. 드라마 내용은 알려져 있다시피 거칠고 뚱뚱하고 자기 이름마저 마음에 들지 않는 서른 살 파티시에 삼순이 잘난 척 심하고 까칠한 ‘차도남’ 진헌을 만나 사랑하는 이야기다.

불과 10여 년 전 드라마지만, 지금은 노처녀 축에도 끼지 않는 서른 살 삼순이가 노처녀 파티시에로 설정된 사실이 흥미롭다. 드라마는 최고 시청률 50%를 돌파하며 중국과 미국에서도 리메이크가 됐고, 철없고 안하무인 연하남 캐릭터를 연기한 현빈은 ‘삼식이’라는 극중 애칭으로 현빈 신드롬을 일으켰다. 영화 [돌려차기], 드라마 [보디가드]에 출연했던 신인 연기자였던 현빈은 ‘국민 연하남’의 자리를 꿰차면서 일약 톱스타로 도약한 것이다.

당시 드라마는 매일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될 만큼 인기였고 제작진은 촬영장에 몰려드는 기자들에게 결말이 유출될까 봐 전전긍긍할 정도로 ‘삼순이’ 신드롬은 전국을 강타했다. 필자 역시 드라마를 마치고 회사에 종영 인터뷰를 하러 온 현빈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폭염이 작렬하던 날 사무실을 찾아온 그는 까무잡잡하지만 앳된 소년의 풋풋함이 채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마치 늦여름의 푸릇푸릇한 신록과 닮아 있었다. 출세작인 드라마 [시크릿 가든]을 마치고 군 입대 직전에 만났을 때도 인기에 대해서도 과욕을 부리지 않고 겸손하고 예의 바른 연기자였다. 현빈은 군 제대 이후 영화 [역린] 때는 ‘연하남’의 풋풋하고 유약한 틀을 벗고 탄탄하고 섹시한 남성미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연하남 신드롬이 하도 거세게 불다 보니 아예 극중 배역 이름이 ‘연하남’으로 나온 경우도 있었다. 바로 2006년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의 연하남 역 박해진이 그 주인공이다. 문영남 작가는 극중 배역의 이름을 상당히 직설적이고 기발하게 짓는 것으로 유명하다. [소문난 칠공주]의 자매 이름은 덕칠, 설칠, 미칠, 종칠 정도였으니 말이다. 어쨌거나 이 드라마에서 박해진은 여군 장교인 설칠(이태란)을 사랑하는 연하남으로 등장한다. 하남은 설칠에게 마음을 표현하지만 좀처럼 남자로 대하지 않아 애를 태우지만 결국 군 제대 후 민간인으로서 찾아가 사랑을 이룬다.

‘국민 연하남’들이 2010년부터 다시 뜬 까닭


▎JTBC 드라마 [밀회]에서 나이차를 뛰어넘는 연기 호흡을 보여준 유아인(오른쪽)과 김희애. / 사진:JTBC
드라마 [도깨비]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이동욱도 초창기에는 ‘연하남’ 캐릭터로 주목을 받았다. 그는 2008년 MBC 드라마 [달콤한 인생]에서 열등감과 욕망에 휩싸인 청춘의 표상 이준수 역할을 맡았었다. 준수는 남편의 외도로 혼란을 겪는 윤혜진(오연수)과 일본에서 우연히 만나 가슴 아픈 사랑을 나누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연기를 펼쳤다. 극중 그들의 나이는 무려 열 살 차였다. 영화 [태양은 가득히]를 차용한 이 작품에서 이동욱은 재벌 2세 친구가 죽은 뒤 그 친구를 대신해 살아가는 인물로 돈과 사랑을 향한 20대 청춘의 내적 방황을 표현했다. 어둡고 어려운 캐릭터였지만 그의 섬세한 연기력은 빛났다. 이동욱은 대선배인 오연수와 호흡을 맞춘 뒤 2011년 제대 후 첫 컴백작인 드라마 [여인의 향기]에서도 선배 김선아와 출연했다. 유독 연상녀와 케미가 좋았던 그는 필자와의 인터뷰에서도 “하도 누나들과 작업을 많이 하다 보니까 이제는 나이 개념이 없어지는 것 같다”고 털어놓을 정도였다.

판타지, 스릴러물의 득세에 로맨틱 코미디의 인기가 잠시 주춤하면서 한동안 자취를 감추는 듯했던 ‘국민 연하남’들은 2010년부터 다시 몰려오기 시작했다. 사실 ‘국민 연하남’의 탄생은 국내 드라마계의 구조적인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드라마 시장은 늘 20대 배우 기근 현상에 시달리고 드라마 관계자들은 주연배우 ‘구인난’에 골머리를 썩는 경우가 많다. 특히 최근에는 기존의 지상파 3사에 케이블, 종편 등에서도 드라마를 제작해 미니시리즈만 한해 100~150편까지 늘면서 주연 배우 구인난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때문에 방송사는 어느 정도 인기가 있는 남자 신인은 과감하게 발탁하는 ‘모험’을 감행하고 대신 연기력과 이름이 알려진 여배우로 안정성을 꾀하는 묘책을 마련했다. ‘여배우+신인 남자 배우’의 조합은 방송사의 흥행 선택지 중 하나가 된 것이다. 여기에는 열성적인 누나팬들에 대한 기대감도 숨어있다. 관계자들은 누나팬들은 신인이라 연기력이 다소 미숙해도 자신의 응원하는 배우에게 아낌없는 지지를 보내는 성향도 염두에 뒀다.

때문에 2010년대 슈퍼스타들은 누나들의 든든한 지원을 등에 업고 톱스타로 속속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의 ‘누님’들의 마음도 사로잡아 동남아는 물론 미주, 유럽까지 영향력 있는 한류스타로 성장했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김수현이다. 2009년 SBS 드라마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에서 주인공 고수의 아역으로 출연했던 그는 2011년 드라마 [드림하이] 때는 하이틴 스타에 머물렀다. 하지만 신인 배우였던 그는 2012년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이훤 역으로 여섯 살 연상인 배우 한가인과 호흡을 맞추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앳된 외모로 모성 본능을 자극하면서도 동시에 남성적인 섹시함을 선보인 것이 흥행 원인이었다. 극중 훤이 중저음으로 “좋소. 중전을 위해 내가 옷고름 한번 풀지” 하는 단 한 줄의 대사에서 전국의 누나들은 열광했고 시청률은 40%까지 치솟았다.

[해를 품은 달] 종영 인터뷰 때 만난 김수현은 사진 촬영을 할 때 혼자 노래를 흥얼거릴 정도로 독특하고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로 기억된다. 반면 인터뷰 때는 의젓하면서도 호탕한 웃음과 함께 거침없는 언변을 뽐내기도 했다. 당시 그는 “[드림하이](데뷔작) 때와 달리 이번에는 촬영 현장에 아기를 안고 찾아오신 어머님 팬들이 많이 늘었다. 팬층이 넓어진 것 같아 묘하게 힘이 났다”고 말할 정도로 [해를 품은 달]로 세대를 넘나드는 팬덤을 확장했다.

초식남, 토이남, 베이비남 등 순수 캐릭터의 전성시대

한류스타 이민호도 청소년 드라마 [달려라 고등어]로 데뷔한 뒤 [꽃보다 남자]의 구혜선, MBC [개인의 취향]의 손예진, SBS [신의]의 김희선 등 ‘누님들’과 호흡을 맞추며 성장했다. KBS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영화 [늑대소년]을 거쳐 부드럽고 앳된 외모로 일명 ‘밀크남’으로 인기를 모았던 송중기는 히트작 [태양의 후예]로 3살 연상의 배우 송혜교와 호흡을 맞췄고 결혼에까지 골인하기도 했다.

2010년 중반부터는 드라마 속 연하남들도 한층 다양해졌다. 이전에는 재벌 2세나 권력자 등 실장님 등 사회적 지위는 유지한 채 나이만 어려진 경우가 많았다면 그 직업과 스타일도 다양해졌고 사회적 층위가 역전된 경우도 등장했다. 특히 2010년 들어 골드미스가 급증하면서 여주인공보다 경제·사회적인 지위는 낮지만 가부장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그들의 순수함으로 승부하는 남성 캐릭터가 증가했다. 기존의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들이 여주인공보다 사회적, 경제적 지위가 높은 ‘백마 탄 왕자’ 콘셉트로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자극했던 것과 비교할 때 ‘상전벽해’에 가까운 엄청난 변화인 셈이다.

여성들은 더 이상 자신의 결핍을 채워줄 백마 탄 왕자의 선택만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캔디형 여성상의 변주를 원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이 좋아하고 자신의 정서적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남성들을 능동적으로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드라마에서도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건드리는 수동적인 여성보다는 일뿐만 아니라 사랑에서도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가 각광을 받았다. 다시 말해 여성들이 사회·경제적 위치가 높은 남성이 아니라 나만을 바라봐 주는 순수한 남성에 대한 판타지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녀들은 조금 다듬어지지 않고 사회·경제적으로 부족하더라도 내가 좋아한다면 그런 결핍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때마침 사회적으로도 ‘초식남’, ‘토이남’ 열풍이 불었다. 사전적 의미로 ‘초식남’은 초식동물처럼 온순하고 착하고 감수성이 풍부하며 부드러운 이미지에 꼼꼼하고 섬세한 남자로 정의된다. ‘토이남’은 인형처럼 소유하고 싶고 데리고 살며 키우고 싶은 ‘토이남’으로 표현된다. 또한 대중문화계에는 부드러운 남성미를 뜻하는 ‘베이비남’이라는 수식어도 등장했다. 이는 기존에 드라마에 등장했던 마초적이고 가부장적인 강한 남성들과는 전혀 상반되는 이미지다. 이처럼 남녀의 고정 관념을 뒤흔드는 ‘사건들’은 드라마 속에도, 현실에도 비일비재하게 등장했다.

이 같은 사회 분위기를 타고 2010년대 중반부터 연하남을 앞세운 드라마가 쏟아져 나왔고 대거 톱스타 탄생으로 이어졌다. 대표적인 경우가 유아인이다. 유아인은 청소년 드라마 [반올림](2003)년으로 데뷔해 [완득이](2011), [깡철이] (2013)를 거치며 반항 청소년 이미지에 머물렀지만 2014년 JTBC 드라마 [밀회]에서 대선배 김희애와 호흡을 맞추면서 연하남 이미지로 대중적 인지도와 인기가 급상승했다.

[밀회]에서 그는 퀵서비스 배달 일을 하며 피아니스트의 꿈을 키워 온 20대 선재 역을 연기했다. 아직 사회적 위치가 불안하지만 순수함을 지닌 선재와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커리어우먼 혜원(김희애)의 사랑은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극중 예술재단 기획실장 혜원과 선재의 나이차는 20세. 실제 두 배우의 나이 차는 19세다. 40대 후반이지만 나이를 무색케 할 정도로 관리가 잘된 김희애의 외모는 여성들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나이를 뛰어넘어 서로를 위로하는 그들의 금지된 사랑에 더욱 열광했다. 실제 자신의 모습과 흡사한 감성적인 예술가 선재의 캐릭터를 몸에 맞춘 듯 소화한 유아인은 이후 ‘국민 연하남’으로 확실한 눈도장을 찍으면서 연기의 깊이뿐만 아니라 대중적인 인기의 폭을 넓혔고 2015년 영화 [베테랑]과 [사도]로 배우로서 전성기를 구가했다.

인기 끄는 근본적 이유는 여성들의 보호본능 자극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열 살 차이가 나는 이보영과 멜로 연기를 펼친 이종석(왼쪽).
이종석은 ‘국민 연하남’을 거쳐 한류스타로 뻗어나간 케이스다. 드라마 [검사 프린세스] [시크릿 가든]에 단역 또는 조연으로 출연했던 이종석은 2013년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 박수하 역으로 정확히 열 살 차이가 나는 선배 이보영과 멜로 연기를 펼쳤다. 이종석은 드라마에서 교복을 입고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매력으로 누나들을 사로잡았다. 능력을 갖춘 국선전담변호사 장혜성(이보영)과 상대의 눈을 보면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진 소년의 사랑은 풋풋하고 순수했다. 이종석은 실제로도 동생처럼 붙임성도 좋고 애교가 많은 성격이라 미워할 수 없는 배우 중 한 명이다. 다정다감한 성격과 말투는 팬은 물론 누구라도 친근함을 느끼게 한다.

배우 박서준도 연하남 캐릭터로 도약한 케이스다. 2012년 드라마 [드림하이2]로 데뷔해 MBC 주말 드라마 [금나와라 뚝딱], SBS [따뜻한 말 한마디] 등에서 조연으로 머물렀지만 2014년 tvN 드라마 [마녀의 연애]의 남자 주인공 윤동하 역으로 드라마 첫 주연을 꿰찼다. 당시 박서준은 극중에서 각종 아르바이트를 섭렵하는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20대로 나왔고, 14세 연상의 시사주간지 기자 반지연(엄정화)과 로맨스 연기를 펼쳤다. 두 배우의 실제 나이 차는 무려 19세다. 이 작품으로 누나팬들을 불러 모은 그는 이를 발판으로 미니시리즈 주연 배우로 자리잡았다.

이처럼 실제로 대부분의 남성 톱스타는 연하남 캐릭터로 인기가 급상승하며 전성기에 접어든 경우가 적지 않다. 일단 연하남 캐릭터로 여심을 잡은 뒤 주가를 올려 후에 연기 변신을 시도하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영화 [집으로]로 데뷔한 아역배우 출신인 유승호가 대표적이다. 원조 ‘국민 남동생’으로서 누나팬들의 비호 아래 성장한 그는 군 제대 이후 [리멤버-아들의 전쟁] [군주-가면의 주인] 등으로 남동생 이미지를 벗고 강한 이미지의 남자 주인공으로 변신했다. 유승호와 쌍벽을 이루는 ‘국민 남동생’ 여진구도 영화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대립군], 드라마 [대박] 등에 출연하며 주연급 배우로 발돋움했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데 서툰 풋풋하고 순수한 대학생 역으로 남녀 불문하고 영화팬들의 동생으로 우뚝 선 배우 이제훈. 이후 영화 [박열] [아이 캔 스피크] 등 휴먼 드라마에서 다양한 연기 색깔을 선보이며 연기파 배우로 각인됐고 2017년에는 선배 신민아와 tvN 드라마 [내일 그대와]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처럼 연하남 캐릭터가 이렇게 인기를 끄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여성들의 보호 본능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예능계의 블루칩을 거쳐 드라마계의 샛별로 박형식은 MBC 병영 리얼리티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에서 일명 ‘아기 병사’로 순수하고 깨끗한 매력으로 여성 팬들의 보호 본능을 자극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여성시청자들은 “그가 병영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감싸 주고 싶은 느낌이 든다. 일종의 ‘남자 캔디’ 같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드라마 [힘센여자 도봉순] [슈츠] 등에서 주연을 꿰차며 스타덤에 올랐다. 시청률 20%를 넘을 정도로 인기를 모으며 미국 드라마로 리메이크되기도 한 KBS 드라마 [굿닥터](2013)에 자폐증을 앓는 의사 박시온 역으로 출연한 주원도 소아외과 선배인 차윤서(문채원)보다 다섯 살이 어린 캐릭터로 나왔다. 극중 윤서는 물론 많은 여성 시청자들도 티 없이 맑고 순수한 소년 같은 시온의 매력에 푹 빠졌다.

아역 배우 성장통과 같은 연하남 배우들의 연기 변신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프로기사 이창호 9단을 모티브로 연기한 박보검.
연하남 캐릭터는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는 데는 효율적일지는 몰라도 결국은 벗어나야 할 굴레로 작용하기도 한다. 한 배우 기획사 대표는 “아역 배우들이 성장통을 겪는 과정처럼 연하남 캐릭터는 당장 주목받기는 쉽지만 이후 이미지가 아닌 연기력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몇 배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국민 연하남’=스타 탄생이라는 공식은 계속되고 있다. 박보검은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착하고 순수한 남동생 같은 이미지로 여심을 저격했고 이후 KBS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도 마지막 장면에 그의 얼굴만 나오면 시청률이 급등하는 일명 ‘엔딩 요정’이라는 닉네임이 붙을 정도로 확고한 누나 팬덤을 갖고 있는 배우 중 한 명이다.

아이돌 그룹 워너원의 센터 강다니엘은 아기 같은 베이비 페이스 외모에 떡벌어진 어깨 등 한 번에 공존하기 어려운 부드러움과 남성미를 동시에 선보이며 수많은 누나들을 홀렸다. 마치 ‘베이글녀’와 반대되는 ‘베이비남’처럼 아이같은 미소와 듬직한 남성미의 조합은 또 다른 판타지의 대상으로 등극했고 수많은 광고 CF가 이를 입증했다.

2018년 들어서 드라마계에서는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정해인이 ‘국민 연하남’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정해인은 [도깨비]에서 여주인공 지은탁(김고은)이 좋아하는 선배로 단 한 번의 카메오 출연으로 눈길을 끈 뒤 [슬기로운 감방 생활]을 거쳐 데뷔 후 처음 주인공 역을 꿰찼다. 생짜 신인이 톱스타 손예진과 드라마를 찍는다는 사실만으로 화제가 됐다. 동시에 우려도 제기됐지만 친구 동생과 사랑에 빠지는 줄거리와 신선하고 친근한 마스크라는 점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했다.

이 작품에서 윤진아(손예진)에게는 만년 동생이지만 그녀가 위기에 처했을 때 물러서지 않는 듬직한 모습으로 누나 팬들의 지지를 받았다. 멜로 연기에 있어서 장인으로 불리는 손예진의 연륜이 더해져 정해인의 풋풋하고 싱그러운 외모는 빛이 났고 상대적으로 연기의 단점은 감춰졌다.

물론 혹자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얼굴도 예쁘고 능력도 있는 누나가 훈남 동생을 만나 연애하는 것이 ‘백마 탄 왕자’를 만나는 신데렐라가 되는 것만큼이나 더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판타지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이든 어떠랴! TV를 보는 그 순간만큼이라도 팍팍하고 깜깜한 어두운 현실을 잊고 잠시나마 마음을 설레게 하고 삶의 위로와 위안을 줄 수 있다면 말이다. 그것만으로도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국민 연하남’들의 존재 이유는 충분하다. 다음 번에는 또 어떤 ‘국민 연하남’이 잔잔한 누나들의 마음속을 파고들게 될까? 벌써부터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 이은주 서울신문 기자 erin8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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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호 (2018.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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