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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 특집 | 입체분석] 키워드로 살펴본 엇갈린 잠룡들의 운명 

당분간은 낮은 자세, 추후 靑 지지율 따라 ‘각’ 세울 수도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박원순·이재명·김경수·양승조·원희룡 등 대망론 발판 마련돼...안철수는 일시 퇴장, 남경필·김태호는 다음 총선 노릴 가능성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였던 6·13 지방선거는 여당 완승으로 끝났다. 승전고를 울린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지사, 양승조 충남지사, 김경수 경남지사, 자유한국당 원희룡 제주지사 등은 일약 차기 주자 반열에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패배의 쓴 잔을 든 자유한국당 남경필 경기지사와 김태호 전 의원,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서울시장 후보는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그러나 선거든 전쟁이든 한 번의 승리와 패배로 끝나는 경우는 드물다. 승리는 지속돼야 의미가 있고, 패배는 극복해야 자양분이 된다. 혈(치른 잠룡(潛龍)들에게는 어떤 미래가 펼쳐질까?


▎6·13 지방선거에서 여야 잠룡들의 희비는 극명하게 갈렸다. 박원순 서울시장(왼쪽 사진), 원희룡 제주지사 등은 이번 선거를 통해 차기 유력 대선주자로 발돋움했다. / 사진:연합뉴스
01. 최초 | 박원순 서울시장

2011년 10·26 재·보선에서 서울시의 수장이 된 박원순 시장은 이번 선거를 통해 꿈에 그리던 3선(選) 고지에 올랐다.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이래 서울시장 3선은 박 시장이 처음이다. 선거 기간 동안 상대 진영의 “7년 동안 한 게 없다. 3선에 대한 피로감이 크다”는 공세에 박 시장은 “피로감이 아니라 필요감이겠지!”라고 맞불을 놓았다.

서울시장 선거 도중 박 시장은 “출마했으면 임기를 마친다는 것”이라며 “대선 출마를 위해 중도 사퇴할 뜻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시장직을 대선을 위한 도구로 이용할 것”이란 비판을 사전 차단한 것이다. 그럼에도 3선 성공을 통해 박 시장이 차기 유력 대선주자로 부상했다는 사실만은 부인하기 어렵다.

역대로 서울시장은 대선으로 향하는 지름길이었다. 조순·고건 전 서울시장이 대선후보로 발돋움했고, 2002년 서울시장에 당선됐던 MB(이명박 전 대통령)는 2007년 대선에서 꿈을 이뤘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서울시청 청사 전경. / 사진:연합뉴스
박 시장은 2011년부터 올해까지 만 7년 동안 서울 시정을 이끌고 있지만 불편한 꼬리표를 떼지 못 했던 것도 사실이다. “안철수의 양보 덕에 서울시장이 된 행운아”라는 부정적 시각이 없진 않았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예선전부터 본선까지 완승을 이어감으로써 그런 비아냥을 잠재웠다.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에는 박 시장을 비롯해 4선의 박영선 의원, 3선의 우상호 의원이 삼파전을 벌였다. 박 시장의 고전(苦戰)을 예상하는 시각도 많았다. 하지만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를 기록하는 등 예상외로 싱거운 승부로 끝났다. 본선에서도 박 시장(52.7%)은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23.3%)와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19.5%)의 합계보다 많은 득표로 낙승을 거뒀다.

민주당 관계자는 “박 시장이 재임 7년 동안 조직을 탄탄히 다졌다. 당내에서는 사실상 적수가 없었고 본선 역시 마찬가지였다”며 “벌써부터 박 시장의 3선 연임이 끝나는 2022년 선거를 준비하는 예비후보들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그는 “일단은 시정에 몰두하겠지만 박 시장이 당내 유력 차기 주자라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02. 논란 | 이재명 경기지사


▎이재명 경기지사 당선인이 방송 인터뷰 도중 불편한 질문을 받자 돌연 인터뷰를 중단시키고 있다. / 사진:유튜브 노컷V 캡처
성남시장 출신인 이재명 후보의 낙승으로 끝날 것 같던 경기지사 선거는 막판 ‘여배우 스캔들’이 불거지면서 안갯속으로 빠져드는 듯했다. 스캔들의 당사자인 김부선씨를 비롯해 공지영 작가에 김씨의 딸 이미소씨까지 연일 언론에 등장했다. 여기에 일부 친문(친 문재인) 세력도 가세했다.

결과적으로 이 문제가 선거를 뒤집을 정도의 파괴력을 갖지는 못 했으나 이재명 후보 지지 하락에는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었다. KBS·MBC·SBS 등 지상파방송 3사가 선거 전 마지막 공표한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후보는 남경필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29.2%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었다. 그렇지만 막상 투표함을 열어보니 격차는 20.9%포인트로 좁혀졌다.

이 지사에 대한 논란은 선거 후로도 이어지고 있다. 당선 인터뷰 도중 불편한 질문을 받자 이 지사는 일방적으로 인터뷰를 중단했다.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자질 부족 논란이 일자 이 지사는 “수양이 부족해서 그렇다. 지나쳤다”고 사과했다.

참여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유시민 작가는 방송에서 “이 후보의 말을 믿기보다는 ‘그래 찍어는 준다. 그런데 너 여기까지야’라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찍은 유권자가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MB정부에서 정무수석을 지낸 박형준 동아대 교수도 “선거가 끝나서 국민들 심판을 받았으니까 면죄부를 받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는 도지사라는 큰 공직을 맡은 사람의 인격과 도덕성 문제로는 큰 문제”라며 “꼬리표로 따라다닐 것이다. 검증이 안 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이 지사가 더 큰 자리로 나아가려면 자신을 둘러싼 논란을 반드시 털고 가야 할 것”이라며 “만일 그렇지 못한다면 이런 문제들이 계속해서 이 지사를 괴롭힐 것”이라고 우려했다.

03. 대망론 | 양승조 충남지사


▎선거운동 기간 도중 차 안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양승조 후보. / 사진:송승환
이번 6·13 지방선거를 가장 조용히 치르고도 완승을 거둔 후보를 꼽으라면 단연 양승조 충남지사다. 62.5%를 얻은 양 지사는 35.1%에 그친 이인제 자유한국당 후보를 거의 더블 스코어 차로 제쳤다.

사실 양 지사가 지난 1월 충남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을 때만 해도 승리를 장담하기는 어려웠다. 안희정 전 지사의 ‘친구’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대변인’을 자처한 박수현 전 의원의 기세가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안 전 지사의 여비서 성폭행 논란에 이어 박 전 의원 내연녀의 공천 개입 논란 등 잇단 악재가 터지면서 판이 요동쳤다. 결국 박 전 의원은 스스로 예비후보에서 물러나야 했다.

예선전을 치르기도 전에 강력한 경쟁자가 탈락하자 정작 본선은 싱거운 승부가 되고 말았다. 천안에서 민주당 계열로서는 최초로 4선에 성공했던 양 지사는 이제는 도백(道伯) 자격으로 충남 도정을 맡게 됐다.

도지사에 당선됐다고 해서 당장 양 지사를 ‘전국구 거물’로 보긴 어렵다. 4선 중진이었음에도 중량감은 그리 크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다. 조용한 성격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안희정 전 지사를 비롯한 충청 대망론의 기수들이 잇따라 나가떨어진 상황에서 양 지사의 몸집은 상대적으로 커졌다. 경우에 따라 이완구 전 자유한국당 의원 등과 충청 ‘대표선수’ 자리를 놓고 진검 승부를 벌일 가능성도 있다.

04. 적통 | 김경수 경남지사


▎선거 다음 날인 6월 14일 지지자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곧추 세우고 있는 김경수 경남지사. / 사진:송봉근
노무현·문재인의 ‘적통(嫡統)’을 자부하는 김경수 경남지사는 누구보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랬던 만큼 승리의 감격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김 지사는 출마 선언 전 불거진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연루 의혹으로 불출마 가능성까지 거론된 바 있다. 하지만 결국 정면승부를 택했고, 선거에서 한 번도 진 적이 없는 ‘선거의 달인’ 김태호 자유한국당 후보를 접전 끝에 뿌리쳤다. 이 승리로 김 지사는 민주당 계열 최초의 경남지사가 됐다.

경남은 그동안 한국당의 텃밭이었다. 민주당에는 좀처럼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지방선거에서 범민주당 계열의 당선자로는 2014년 김두관 전 행정안전부 장관(현 민주당 의원)이 유일했다. 그러나 당시 김 지사는 무소속으로 출마해서 당선됐던 만큼 민주당의 승리는 아니었다. 김 지사의 무소속 출마는 보수표를 염두에 둔 고육책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지지자는 “초선 의원 출신임에도 김 지사가 단숨에 대선주자 반열에 오른 것 아니냐”는 기대도 나타낸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라는 점과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점도 프리미엄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드루킹 특검’은 변수로 남은 상태다. 본격적으로 수사가 시작되면 김 지사도 수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야권에서도 드루킹 특검을 단단히 벼르고 있는 만큼 김 지사에게 집중 공세가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 지사는 당선 직후에도 “특검은 걱정 말라”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05. 유일 | 원희룡 제주지사

자유한국당과 결별하고 바른정당 창당 때 함께했던 보수 소장파 트리오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은 바른미래당 출범 때는 각자의 길을 걸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자유한국당으로 되돌아갔고, 원희룡 제주지사는 무소속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정병국 의원만 바른미래당에 합류했다.

당적(黨籍)을 지우고 무소속이 된 원 지사는 51.7%의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TK(대구·경북) 지역을 제외한 곳에서 범보수 세력의 유일한 생존자가 됐다. 더욱이 민주당이 도의원 선거 31석 중 25석을 독식한 터라 그만큼 의미 있는 승리다. 몰락한 보수 진영에서 한껏 몸값을 높인 원 지사가 ‘보수의 희망’으로 떠오른 것이다.

‘인물론’을 부각시키며 ‘무소속’ 승부수를 띄운 것이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보수 진영의 참패로 야권발(發) 정계개편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원 지사가 그 중심에 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홍준표·안철수·유승민 등 보수 진영의 거물들이 2선 후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원 지사의 존재감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해석이 덧붙여진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원 지사가 한동안 도정에 전념하며 정국을 주의 깊게 관망할 것”이라며 “그러나 향후 정국이 요동치고 범보수 진영에서 자신을 필요로 하는 때가 오면 역할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원래 큰 꿈을 꾸고 있는 인물”이라고 귀띔했다.

06. 벼랑끝 | 안철수 전 서울시장 후보


▎6월 14일 선거 캠프 해단식에서 상념에 잠겨 있는 안철수 후보. / 사진:연합뉴스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는 지방선거에 승부를 걸었다. 호남 의원들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바른정당과의 합당을 통해 바른미래당을 탄생시켰다. 그리고 스스로 선봉을 맡았다. 자신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당이 외연을 확대해 나갈 기폭제가 될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박원순 시장,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에 이어 3위에 그쳤다. ‘원조 보수’를 자처하는 자유한국당과의 차별화에 실패한 데다 김문수 후보와의 단일화 무산 등이 패인으로 거론된다.

지난해 대선에 이어 이번 선거 패배로 안 후보는 글자 그대로 벼랑끝으로 내몰렸다. 일각에서는 정계 은퇴도 거론한다. 서울시장 후보 캠프 해단식에 참석한 안 후보는 “여러 가지로 숙고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며 “딸의 박사 학위 수여식이 있어 며칠간 미국에 다녀오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의 패배를 개인 책임만으로 돌리기엔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2월 평창올림픽-4월 남북 정상회담-6월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숨 가쁜 일정에서 신생 바른정당이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주장이다. ‘개혁보수’란 구호만 거창하게 내세웠을 뿐 비전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 유승민·박주선 공동대표 등 당 지도부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유승민 전 공동대표마저도 ‘선수’로 나서지 않은 상황에서 안 후보는 사실상 당의 유일 후보였다. 이번 선거에서 안 후보의 득표율 19.6%가 지난해 대선(21.4%)에는 미치지 못 했지만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도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본인 말대로 당분간은 성찰하고 숙고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기회가 다시 올지, 오지 않을지 안철수 본인에게 달렸다”고 말했다.

07. 재기 | 남경필 전 경기지사·김태호 전 경남지사 후보


▎목청 높여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남경필 후보 / 사진:연합뉴스
수원에서 5선 의원을 지낸 남경필 경기지사와 경남에서 도의원, 거창군수, 2번의 경남지사, 국회의원을 역임한 김태호 전 의원은 ‘선거의 달인’으로 통한다. 이들은 앞선 공직선거에서는 단 한 번도 패배를 맛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각각 이재명 후보와 김경수 후보 앞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이기는 것만 알고 지는 것을 모르면 반드시 해가 미친다”는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의 유훈(遺訓)처럼 뼈아픈 패배가 오히려 보약이 될 수도 있다. 호적상 1965년생인 남 지사는 만 53세, 1962년생인 김 전 의원은 56세다. 본인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 재기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두 사람은 2년 후 총선에서 재기를 모색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투표 전날 지지를 당부하고 있는 김태호 후보.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개인이 부족한 탓도 없진 않았겠지만 남경필·김태호 후보의 패배를 역량 부족으로만 몰아붙일 일은 아니다”며 “범보수 대통합 등 앞으로 전개될 정계개편 과정에서 두 사람의 역할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선거는 이번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다음 총선에서 남 지사는 수원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서, 김 전 의원은 경남에서 역할을 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08. 징크스 | 文 정권에서도 재현된다면?


▎청와대 앞길 24시간 전면개방을 하루 앞둔 지난해 6월 25일 청와대 정문과 마주한 경복궁 신무문 앞이 시민과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5년 단임 직선제로 바뀐 1987년 개헌 이후 역대 대통령의 집권 4년차는 ‘레임덕’과 동의어나 마찬가지였다. ‘당·청 갈등→선거 참패→새 지도부 또는 차기 주자와 청와대의 갈등’이라는 패턴도 거의 같았다. 4년차에 터진 ‘권력형 게이트’도 대통령들의 발목을 잡았다. 이른바 4년차 징크스다.

국민의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일전에 월간중앙과 만난 자리에서 “청와대 안에서 대통령의 임기 말을 지켜보면 매일 저수지 하나만큼씩 물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게 바로 권력”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의 ‘역대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자료에 따르면 대통령들은 실제로 4년차 3~4분기에 지지율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4년차 1~2분기에 41%의 지지율을 기록했으나, 3분기에는 34%, 4분기에는 28%까지 떨어졌다. 남북 정상회담 등의 영향으로 3년차 3분기에 54%의 높은 지지를 받았던 김대중 전 대통령도 4년차에 들어서면서 30% 전후에 그쳤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4년차 4분기(12%)에 임기 중 최저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4년차 1분기 43%이던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더니 4분기에는 32%까지 떨어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도 4년차 3분기 때 지지율이 32%였다.

2006년, 4년차에 접어든 참여정부는 신년 벽두부터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임명 문제로 여당 지도부와 부딪쳤다. 그해 5월 31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여당은 대패했다. ‘친노(친 노무현)·운동권’의 배타적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후 부동산 정책 등을 놓고 힘 빠진 대통령을 향한 여당 지도부의 공세는 더욱 거세졌다.

2011년, 여권 주류 친이(친 이명박)계는 원내대표 경선에서 자신들이 밀었던 안경률 의원이 친박(친 박근혜)계 황우여 의원에게 패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를 기점으로 당내 권력의 무게추가 친박계로 쏠렸고, 이후 친인척 비리까지 터져 나오면서 MB는 레임덕에 빠져들었다.

대통령 임기 후반부가 되면 여야 차기 대권주자들의 경쟁이 가속화되고 정권에 대한 원심력이 커지면서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한다고 볼 수 있다. 치열한 대권 경쟁과 맞물려 현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피로도와 측근·친인척 관련 의혹 등이 불거지는 것도 대통령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익명을 원한 여권 관계자는 “친문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자신들이 미는 후보가 대거 당선되기를 바랐던 것도 대통령의 임기 후반을 염려하기 때문”이라며 “경기지사 경선에 참여했던 전해철 의원의 일부 지지자들이 이재명 후보에게 ‘돌’을 던졌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기 때문에 잠룡들도 잔뜩 몸을 낮추고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만일 3년차 이후 지지율이 하락한다면 청와대와 각을 세우며 자신을 부각시키려 할 것”이라며 “정권 핵심부에서도 이 같은 점을 잘 알기 때문에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이 있는 예비주자에 대해서는 미리 견제에 들어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201807호 (2018.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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