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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정세] 북·미 정상회담은 미·중 무역전쟁의 서막 

국제사회 ‘모범생’ 미국에서 중국으로 바뀌나 

콘도 다이스케 일본 주간현대 특별편집위원
차세대 IT 전쟁과 수퍼컴퓨터 보유량 등에서 중국이 미국 추월…국제사회, 보호무역주의로 치닫는 트럼프보다 자유무역 주장하는 시진핑에게 기울어

▎미·중 무역전쟁에서 격돌이 예상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6월 12일, ‘세기의 회담’이라고 불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첫 미·북 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열렸다. 그리고 3일 뒤 미국이 중국에 부과했던 경제 제재가 기한을 맞이했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세계 2대 강국의 무역전쟁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이는 단지 무역 분야에 국한된 미·중 갈등이 아니라 21세기 전반의 세계, 특히 아시아를 미국과 중국 중 누구의 영향권 아래 두는가 하는 패권 전쟁의 의미가 강하기 때문이다. 대만 문제, 동중국해 문제, 남중국해 문제 그리고 북한 문제까지 21세기 전반의 아시아 정세는 미국과 중국의 ‘강 대 강’ 대결로 크게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미·북 정상회담의 5일 전인 6월 7일, 미·중 간 무역전쟁에 대해 하나의 안도할 만한 결정이 있었다. 미 상무부가 중국의 통신기기 메이커인 ZTE(중흥통신)에 대한 제재를 해제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미 상무부는 4월 16일 ZTE가 미국에서 불법으로 규정된 이란과 북한에 대한 통신기기 수출을 오랫동안 자행해 왔다며 모든 미국 기업에 7년간 ZTE와의 거래 금지를 명령했다. 이 조치로 인해 스마트폰 부품의 약 30%를 미국에서 조달했던 ZTE는 일시에 경영 위기에 빠졌다. 이후 시진핑 국가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ZTE의 제재 해제를 요청하는 등 ZTE 문제는 미·중 관계를 흔드는 대형 이슈로 떠올랐다. 그러던 것이 미국이 일단 제재 해제 조치를 내린 것이다.

6월 7일, 미 상무부의 발표 요지는 다음과 같다.

- ZTE에 10억 달러의 과징금을 부과한다. 또한 그것과는 별도로 4억 달러의 예탁금을 부과한다.

- ZTE는 이사 전원을 포함한 경영진 교체를 실시한다.

- 이 같은 조건으로 미국 회사와의 거래 금지 조치를 10년간 유예한다. 10년 이내에 추가 위반이 알려지면 그 시점에서 새롭게 10년간 거래 금지 명령을 내리고, 4억 달러의 예탁금을 몰수한다.

이상과 같은 조치에 ZTE 측도 합의하고 두 달 가까이 미·중 간에 마찰을 불러온 ZTE 문제는 일단락됐다. 원래 이번 미·중 무역전쟁을 먼저 시작한 것은 트럼프 정부다. 미국 동부 시간으로 3월 22일부터 23일까지 트럼프 정부는 600억 달러 상당의 중국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철강 25%, 알루미늄 10%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수입제한도 발동시켰다.

3월 22일 낮 12시45분부터 13분간 진행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세계 최강의 권력자가 강한 힘을 무기로 떼를 쓰고 있는 듯한 내용이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도 유럽연합(EU)도 자신이 재협상을 요구하면 응해 왔으니, 중국도 미국의 말을 들으라는 것이다.

베이징의 새 유행어 ‘봉배도저’(끝까지 맞서 싸우겠다!)


▎중국의 통신장비 업체인 ZTE는 미국의 제재 조치에 심대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reciprocal’(상호적)이라는 단어를 연발했다. 국제 관계는 ‘reciprocal’이어야 하는데, 중국은 일방적으로 미국의 권익을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중국은 여러 조직과 개인이 다양한 형태로 반박했다. 중국 상무부는 3월 23일 중국에 수입되는 총 128건의 미국 상품에 대해 보복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2017년 30억 달러 규모에 이른 품목이다.

외교부의 화춘잉(華春) 대변인은 23일 “걸어온 싸움을 받지 않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결전을 시사했고, 같은 날 상무부 조법사(條法司) 천푸리(陳福利) 사장 역시 “우리는 미국의 301조 조사에 대해 이미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추이텐카이(崔天凱) 주미 중국대사도 영어로 성명을 발표했다. “우리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치르고 싶지 않지만 무역전쟁을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만약 우리에게 누군가가 무역전쟁을 걸어온다면 반드시 싸울 것이다(We will fight).”

4월 들어 미·중 무역전쟁의 상황을 알아 보고자 베이징에 다녀왔다. 당시의 베이징은 바야흐로 미국과의 ‘폭풍전야’와 같은 전운이 감돌고 있었다.

4월 4일, 중국 상무부는 ‘미국 일부 수입품에 대한 과세에 관한 공고’(제34호 공고)를 발표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미국 시간 2018년 4월 3일, 미국 정부는 일방적으로 중국산의 수입상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포했으며, 중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500억 달러에 이르는 수출품이 대상이 됐다. 미국 측의 이러한 조치는 세계무역기구(WTO) 관련 규정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으로, WTO 규정이 보장하고 있는 중국의 합법적인 권익을 엄중히 침범하고 있으며, 중국의 경제적 이익과 안전에 위협을 주는 행위다.

미국의 국제의무 위반으로 중국에 닥친 긴급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자국의 합법적인 권익을 사수하기 위하여 ‘중화인민공화국 대외무역법’ 등의 법률·법규, 국제법의 기본 원칙 등을 토대로 미국산 콩 등의 농산품, 자동차, 화학제품, 항공기 등의 수입 상품에 대해 대등한 관세 조치를 취한다. 세율은 25%로, 대상은 2017년 중국으로 수입된 미국 제품 약 500억 달러어치다. 최종적인 조치와 발효시기에 대해서는 별도로 공고한다.”

이 ‘34호 공고’에 첨부된 명단을 보면, ‘1번 노란콩’부터 ‘106번 공재 중량 1만5000㎏을 넘고 4만5000㎏을 넘지 않는 항공기 및 기타 항공 기구’에 이르기까지 전체 106종의 제재 대상 품목이 올라 있다.

베이징에서는 ‘봉배도저(奉陪到底: 끝까지 맞서 싸우겠다는 뜻)’라는 말이 유행한다. 같은 말이라도 추이톈카이 주미 대사 버전,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 버전, 왕셔우원(王受文) 상무부 부부장 버전 등 다양한 버전이 만들어졌고 남녀노소가 각 인물의 흉내를 내면서 ‘봉배도저!’를 외치며 전의를 불태우는 것이다.

‘봉배도저’는 2011년 공개된 중국 무협영화의 제목이다. 당시 베이징에 살고 있었던 나는 영화 프로듀서가 지인이라는 이유로 극장까지 영화를 보러 간 기억이 있다. 안타깝게도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 했지만 이제는 어린아이들까지 흉내 내는 유행어가 된 것이다.

내가 이번 베이징 방문에서 느낀 것은 트럼프 대통령은 마침내 ‘잠자는 용’을 건드려서 각성시켰다는 것이다. 지난해 4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라”고 주문하자 시 주석은 “네네, 알겠습니다”라며 강력한 대북 독자 제재를 단행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불균형을 해결하라”고 주문하자 시 주석은 “네네, 알겠습니다”며 미국 제품을 2535억 달러어치나 구매했다.

트럼프가 키워 준 시진핑의 파워


▎지난 3월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왼쪽)은 1인 독주 체제를 구축했다. / 사진:연합뉴스
여기에 단단히 재미를 붙인 트럼프 대통령은 세 번째 무리한 주문을 해왔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이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감내한 이유는 오직 중대 이벤트를 앞두고 “작은 일을 참지 않으면 큰 화를 불러온다”고 하는 ‘제왕학’을 실천한 것에 불과하다.

즉 지난해 10월의 제19차 공산당대회와 올 3월(5~20일)의 전국인민대표대회를 아무런 풍파 없이 개최하기 위해서였다. 이 두 개의 주요 회의에서 채택된 것은 한마디로 중국은 향후 ‘시진핑의 강국’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었다.

중국은 1978년부터 현재까지 덩샤오핑이 주도한 ‘개혁·개방의 시대’가 40년간 이어졌다. 자국의 경제 발전을 위해 외국자본을 끌어와야 했으며, 외국에 중국산 제품을 팔기 위해 ‘세계와 협조하는 시대’였다.

그런데 중국식으로 말하자면 이제 ‘판다는 용’으로 거듭났다. 앞으로는 ‘푸틴의 러시아’ 같은 ‘시진핑의 중국’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태평양 너머의 트럼프 대통령이 ‘아메리카 퍼스트’를 표방하는 것처럼 시진핑 주석도 ‘중국제일’을 관철할 것이다. 그렇게 ‘거듭난 중국’이 출범하자마자 미국에서 무역전쟁을 하겠다고 나섰으니, 당연히 중국은 ‘봉배도저!’를 외치며 미국을 향해 두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베이징에서 절감했지만 미국이 선전포고를 하면서 시진핑 정부의 결집력이 크게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전쟁을 선언함으로써 자국의 경제를 약화시키고 세계 2위의 중국의 파워와 결속력을 강화시켜 버렸으니 아이러니할 뿐이다.

현재 베이징에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주도하고 있는 카리스마 넘치는 교수가 한 사람 있다. 추이판(崔凡) 대외경제무역대학 국제경제무역학원 교수다. 추이 교수의 주장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중국은 2001년 12월 WTO에 가입한 이후 기본적으로 WTO의 룰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다. 2004년 새 외국무역 법을 시행해 외국계 증권사의 보유 주식이 3분의 1을 넘도록 허가하는 문제도 2년이나 앞당겨 실현했다. WTO와 약속한 평균 관세 9.8%도 점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11년에는 WTO 가입 10주년을 기념, 국무원의 신문판공실이 처음으로 대외무역 상황을 정리한 백서를 발부했다. 중국이 WTO 가입 이후 10년 동안 제대로 규칙을 이행하고 있다는 것을 일일이 명시한 것이다. 2014년에는 국무원 판공청이 ‘(WTO) 규칙에 합치하는 무역정책을 위한 통지서’(제29호 문건)를 발부하기도 했다. 2016년의 WTO 평가보고서에서 중국은 1800여 건의 지적을 받았지만, 일일이 응답했다. 이런 기록들은 WTO 홈페이지에 모두 공개돼 있다.

다만 WTO가 커버하지 못 하고 있는 부분도 있다. 하나는 서비스업에 관한 규칙이 취약한 것이고, 또 하나는 선진국이 참여하고 있는 정부 조달 분야에 중국이 참여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중국의 무역장벽이 여전히 높다고 말한다. 금융 분야의 장벽은 주요 경제 국가에서는 2위, 종합적으로는 4위다. 그래도 최근 2년 동안 대폭적인 개방을 진행 중이며, 중국의 개방도는 다른 회원국과 비교했을 때 중간 정도의 수준으로 개선됐다.

미국이 중국을 절대 이길 수 없는 이유


▎중국 두 번째 항모인 ‘산둥함’.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미국과의 무력 충돌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 사진:연합뉴스
원칙적으로 정부는 시장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 만약 시장이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생겼을 때는 정부가 관여해야겠지만, 이 경우 정부는 최선이자 가장 부작용이 적은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트럼프 정권이 지향하는 새로운 접근법은 WTO의 레드라인을 돌파하기는커녕 다자간 무역 시스템 자체를 포기하고 있다. 미국 통상법 301조는 1974년에 시작돼 지금까지 125번 발동됐다. 1995년 WTO가 설립되기 이전에 97회, 이후에 28회다. 원래 301조 방식 자체가 WTO의 규칙과 맞지 않는 것이다.

이번 미국이 내놓은 301조에 근거한 조사에는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무역 격차의 문제가 아니라 기술적인 문제만 지적하고 있다. 즉 차세대 기술이 중국 주도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둘째, 중국 정부가 미국의 기술을 훼손하고 있다는 프레임을 만들고 있다. 셋째, 미국의 지적은 대부분 WTO 등 국제기구의 룰에 비춰 중국이 위반하지 않았던 부분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2001년 중국이 WTO에 가입한 이후 중국은 40차례 제소를 당했지만, 미국은 그 두 배인 80번 제소를 당했다. WTO가 출범한 1995년부터 따지면 무려 136차례나 된다. WTO의 규칙에 비춰보면 중국이 미국보다 훨씬 우등생인 것이다. 중국 기업이 외국에 투자하거나 외국 기업과 계약을 맺을 때 중국 기업으로의 기술이전을 요구하는 경우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법률이나 규칙의 범위 내에서 정당한 요구이며 중국 정부는 이러한 움직임을 금지할 권리는 없다.”

중국 정부의 브레인으로 경제 스페셜리스트이자 주크로 아티아 대사를 역임했던 우젱롱( 正)도 이번 무역전쟁에서 미국이 절대 중국을 이길 수 없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레이건 대통령을 숭배하고 있는데, 레이건 행정부의 통상대표부 부대표를 맡았던 인물이 지금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다. 레이건 대통령이 1980년대 일본과의 무역 마찰에서 승리한 체험을 바탕으로 똑같은 수법으로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벌이려 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5가지 이유로 ‘제2의 일본’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첫째, 당시 일본은 전체 무역의 40%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었지만, 중국 무역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20%에 못 미친다. 이미 세계 130개국이 중국을 최대 교역 상대국으로 여기고 있다. 둘째, 미·중 경제의 상호 의존성이 진행되면서 이미 미국의 45개의 업계가 이번 조치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셋째, 일본은 1985년 플라자 합의로 미국의 표적이 돼 심각한 엔고 현상을 겪으며 거품경제가 붕괴됐다. 이 일련의 과정을 중국은 자세히 연구했으며 같은 전철을 밟지는 않을 것이다. 넷째, 미·일 관계는 미·일 동맹에 따른 주종 관계로, 일본은 최종적으로는 미국과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의 동맹 관계가 아니라 대등한 독립국으로 미국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 다섯째, 1980년대에는 WTO가 없었지만 이제는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국제사회가 중국 편에 서 줄 것이다.”

이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주의하게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버린 것이다. “미국에 맞서 싸우겠다”는 중국의 결기는 진심인 것이다. 필자는 이번의 미·중 무역전쟁을 통해 새롭게 부각될 4가지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

첫째, 시진핑 정부의 변화다.

3월 5일부터 20일까지 전국인민대표대회가 개최된 후 시진핑 주석은 새로운 중국에 대한 절대적인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 1978년부터 2018년까지 40년 동안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노선’이 이어졌다. 덩샤오핑 이후의 장쩌민 정권, 후진타오 정권, 그리고 지금까지 5년간의 시진핑 정부는 모두 덩샤오핑이 구축해 놓은 ‘개혁·개방 노선’의 연장선에 있었다.

반면 2018년부터 2035년까지는 시진핑의 ‘강국 노선’ 시대로 변화된다. 2035년까지로 정한 이유는, 지난해 10월 제19차 중국공산당대회 이후 시진핑 자신이 ‘2035년까지의 목표’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즉 시진핑은 이 시기까지 장기집권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향후 중국의 키워드는 ‘강국’이며, 중국은 지금까지의 40년 동안과는 전혀 다른 국가가 된다. 지금부터 1년반 전 중국의 외교가에서 들은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중국은 그동안 가난한 개발도상국으로서 관객들에게 재주를 부리는 ‘판다’의 역할을 맡아 왔다. 즉 국제사회를 향해 원조를 베풀어 달라며 애교를 부리고 경제발전을 위해 웃음을 팔아 온 것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세계에서 둘째인 경제대국으로 올라섰고 ‘용’으로 거듭났다. 그러니까 언제까지나 우리가 ‘판다’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용에게는 용에 걸맞은 행동이 있다.”

전국인민대표대회가 끝난 2018년 3월 20일 이후부터 중국은 곧바로 ‘용의 외교’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푸틴의 러시아’를 능가할 정도의 ‘강국 노선’이다. 이 점을 트럼프 대통령은 이해하지 못 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중국 내에서 구심력 향상과 국제사회의 공감 획득이다.

‘판다’에서 ‘용’으로의 변신


▎트럼프 대통령은 보호무역주의와 관세장벽을 배격한다는 내용의 G7 공동성명 승인을 거부했다. / 사진:연합뉴스
3월의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은 헌법 개정, 국무원 기구 개편, 간부 인사라고 하는 1989년 톈안먼 사건 이후 최대의 개혁을 꾀했다. 개혁이라고 하면 좋게 들리지만 사실 이 개혁의 요점은 ‘시진핑 1강 체제’이다. 그 때문에 이를 반대하는 인텔리와 부유층 사이에서는 ‘제2의 문화대혁명’이라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었다. 하지만 3월 23일 이후 중국 내 분위기는 완전히 “우리의 적은 트럼프의 미국”으로 바뀌었다. 즉 트럼프 대통령이 일으킨 무역전쟁은 중국 내에 있어서 “시진핑 독재 체제를 강화시켰다”고 하는 아이러니한 효과를 불러온 것이다. 중국은 자유로운 여론조사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몇 %라고 단언할 수 없지만 “시진핑 독재 체제를 반대한다”고 했던 층의 일정 부분이 “불합리한 트럼프에게 맞서려면 지금으로서는 독재가 부득이하다”며 시진핑 지지로 기운 것은 확실하다. 마찬가지로 미국을 제외한 국제사회에서도 ‘시진핑 1강 체제’를 허용하려는 움직이고 나타나고 있다. 뭐니뭐니해도 시진핑 정부는 위험한 보호무역주의로 치닫고 있는 트럼프 정권과는 반대 방향, 즉 자유무역 확대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다시 말하면 국제사회의 ‘모범’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이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침 3월 18일 시진핑 주석의 ‘동지’인 푸틴 대통령이 재선돼 6년의 임기를 보장받았다. 또한 부진한 메르켈 총리 대신 새로운 ‘EU의 얼굴’로 부상한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3월 22일 시진핑 주석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트럼프가 일으킨 소동’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6월 8일과 9일 캐나다에서 열린 G7 선진국 정상회의에서도 미국 대 EU의 구조가 선명해졌다.

셋째는 차세대 IT 패권국을 둘러싼 미·중의 각축이다.

영국의 [더 이코노미스트](3월 17~23일자)가 ‘미·중 디지털 패권 전쟁’이라는 흥미로운 특집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에 따르면 최근 IT 분야에서 중국이 미국을 능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2017년 중국의 이동통신은 스마트폰 분야에서 삼성을 제치고 40%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했다. 중국은 연간 460만 명의 이과계 대졸자를 배출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의 8배 규모에 이른다고 한다. 또한 인터넷 이용자가 8억 명으로 규모로 보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분야에서 미국보다 세 배 이상 우세하다. 세계의 ‘수퍼컴퓨터 베스트 500’ 에서는 중국이 202대로 40%를 차지하는 반면, 미국은 143대로 29.6%에 불과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12일 싱가포르의 반도체 대기업 브로드컴이 퀄컴을 인수하려 한 잠재협상을 금지했다. 성공하면 IT업계 사상 최대의 M&A로 기록될 인수 협상이 사실상 백지화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금지 이유로 든 것이 퀄컴이 미국 정부와 기밀 정보 관련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연장에 있는 것이 차세대 IT의 ‘5G’ 패권을 중국에 뺏길 수 없다는 위기감이다.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무역전쟁을 일으킨 명분도 ‘안전 보장상의 이유’에서다. 미국으로서는 중국을 지금 제압하지 않으면 5G 패권은 중국이 쥐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있다. 모두에서 서술한 ZTE에 대한 강력 제재 역시 환언하자면 ‘5G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남중국해 미·중 전쟁 가능성


▎지난해 12월 제주 해군기지에 입항한 미 해군 이지스함 머스틴함. 지난 3월 남중해에 배치되면서 중국의 반발을 샀다. / 사진:연합뉴스
넷째,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다. 3월 16일,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뒤흔드는 결정을 내렸다. ‘대만여행법’을 통과시킨 것이다. 대만여행법이란 미국과 대만, 두 나라의 공무원들이 직급과 상관없이 언제든지 방문할 수 있도록 허용한 법률로 1979년 국교가 단절된 이후 자제하던 미국과 대만의 고위 관료의 왕래를 촉진시키게 된다. 이로 인해 차이잉원 총통의 방미도 가능해진다. “대만은 중국의 일부”로 규정한 중국으로서는 절대로 간과할 수 없는 행위다. 그뿐인가. 트럼프 정부는 3월 23일 11번째 ‘항행의 자유 작전’을 감행했다.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Spratly Islands, 중국명 난사군도)의 미스치프(중국명, 미제) 환초의 12해리 안에 미국 해군이 미사일 구축함 머스틴함(DDG 89)을 배치한 것이다.

런궈창(任國)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지금까지 없었던 강렬한 담화를 발표했다. “중국 해군은 570함정과 514 함정을 즉각 출동시켜 머스틴함에 대한 경고를 보냈다.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논쟁의 여지가 없는 확실한 주권을 가지고 있으며, 미국의 행위는 중국의 주권과 안전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다. 또한 해상과 공중에서 뜻밖의 사고를 일으키게 된다. 미국의 도발 행위는 중국 군대가 각종 방어능력 건설을 한층 강화하고 국가주권과 안전을 확고히 수호하고 역내 평화 안정을 확고히 수호하도록 할 뿐이다.”

같은 날, [환추시보]는 중국군 관계자의 다음과 같은 해설을 실었다. “중국의 군사 전략은 ‘선발제인(後發制人), 선례후병(先後兵), 언출필행(言出必行)’이다. 향후 미국군이 또다시 이런 군사 도발을 감행한다면 중국은 더 강경하고 실질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다.” 이 관계자의 발언에 있는 12개 문자의 의미는 “뒤에서부터 손을 써서 사람을 제압한다, 앞에서는 예의를 차리고 뒤로는 군사를 보낸다. 말을 했으면 실행한다”는 뜻으로, 미군이 ‘항행의 자유 작전’을 계속한다면, 남중국해에서 미·중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를 나타낸 것이다. 실제로 중국 해군과 공군은 지난 5월 25일 남중국해에서 사상 최초의 실전형 군사 훈련을 실행했다. 중국 공군의 최신예 전투기 수호이(SU)-35기, 훙(轟)-6K 전투기와 더불어 항모 랴오닝의 타격군을 투입했다. 선진커(申進科) 중국 공군 대변인은 “시진핑 주석의 ‘실전처럼 훈련하라’는 명령을 명심해서 훈련에 임하라”고 지시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악수를 나눴다고 동아시아가 평화롭다는 보장은 없다. 보기에 따라서는 북한 문제 역시 “미국과 중국 중 어느 쪽이 한반도를 영향권에 둘 것인가” 하는 패권 다툼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향후 아시아의 정세는 한층 복잡해질 수 있다는 각오를 해둬야 할지도 모르겠다.

- 콘도 다이스케 일본 주간현대 특별편집위원

201807호 (2018.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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