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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분석] 기로에 선 ‘J노믹스’의 행로 

문재인 정부 경제팀 소득주도 성장에 확신 있나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정부, 소득주도 성장 속도 조절하거나 아예 노선을 바꿔야 할지도…세계경제 올해 정점으로 내리막길, 정책 펼쳐도 성장효과 있을지는 의문

▎문재인 대통령이 5월 31일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J노믹스’ 어원이 궁금한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J노믹스란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대표하는 말이다. 여기서 ‘J’의 의미는 대통령 이름 중 가운데 글자인 ‘재(Jae)’의 영어 첫 알파벳이라는 설과 ‘일자리(Job)’의 첫 알파벳이라는 설이 있다.

J노믹스의 기본적인 이론적 배경은 ‘확장된 포용적 성장론’에 있다.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의 원래 모습은 포용을 통한 ‘성장’이 아니라 ‘포용’ 자체에 있었다. 기억하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미국 대통령이었던 레이건(Donald W. Reagan)과 영국 총리였던 대처(M. H. Thatcher)의 경제정책 기조를 의미하는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와 대처리즘(Thatcherism)으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라는 것이 1980년대 세계경제의 주된 흐름이었다.

신자유주의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1970년대까지 세계 경제의 주된 흐름이었던 수정자본 주의를 부정하고 미국식 시장경제체제를 표방하는 것이었다. 이는 다른 말로는 워싱턴 컨센서스(Washington Consensus)라고도 불린다. 그 내용의 핵심은 자유로운 시장원리, 정부 역할 최소화, 탈규제, 금융화, 세계화 등이다. 성장을 우선시하고 정부가 시장에 간섭하지 않는 것이다. 성장이 잘되면 그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로 분배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는 논리로 무장돼 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이러한 신자유주의 성장전략의 한계가 노출됐다. 신자유주의 성장이 가져온 결과는 버블이었고 계층 간 소득격차는 확대됐으며 빈곤율은 높아졌다. 사회적 불만이 표출되기 시작해 2011년 월가의 시위를 계기로 반(反) 신자유주의가 전 세계로 확산됐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Dominique Strauss Kahn) IMF 총재는 “보이지 않는 손이 보이지 않는 주먹이 돼서는 안 된다”고 언급했으며, 클라우스 슈바프(Klaus Schwab) 다보스포럼 창시자는 “우리는 죄를 지었다. 이제 자본주의는 새로운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조셉 스티글리츠(Joseph E. Stiglitz)는 “소득불평등은 시장 실패의 부산물이며, 경제 성장에 부정적”이라고까지 주장했다.

J노믹스로는 중장기 성장 잠재력 높일 수 없어


▎지난해 11월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고위 당정회의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둘째가 김동연 경제부총리. 오른쪽 둘째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이에 신자유주의 기조를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찾게 된 게 ‘포용적 성장’이었다. 포용적 경제성장의 일반적 의미는 형평성 확대 등을 통한 빈곤 계층의 삶의 개선이다. 한 단계 더 나아간다면 삶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까지 높여주는 것을 의미한다. 포용적 성장은 빈곤 계층을 위해 정부가 분배 문제에 적극 개입할 수 있는 근거가 됐다.

‘확장된 포용적 성장’은 분배 문제를 개선하면 소비 확대를 통해 분수효과(Trickle-Up effect)가 경제성장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개념이다. 이렇게 되면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주장까지도 이르게 된다. 신자유주의가 ‘선(先)성장-후(後)분배’의 경로라면 포용적 성장은 ‘선(先)분배-후(後)성장’의 경로를 지지한다. 그러나 포용적 성장은 성장의 속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는다. 단순히 ‘지속가능한 성장’에 그친다.

J노믹스는 이 확장된 포용적 성장의 이론보다 한 발 더 나아간다. 분배를 통해 성장력의 확대까지 도모할 수 있다는 ‘소득주도 성장’을 주장한다. 필자의 생각이기는 하나 J노믹스, 즉 ‘소득주도 성장’론의 근간은 케인지언의 총수요 확대 정책과 포스트케인지언의 임금주도 성장에 있다고 보인다. 경제가 불황일 경우 인위적으로 재정 지출을 늘리거나 임금을 인상시켜 총수요를 확대하게 되면 이것이 불황 탈출의 힘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단기적인 불황을 탈출하기 위한 경기부양 수단이지 중장기 성장 잠재력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이 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J노믹스 프레임의 가장 위쪽 단계에서의 전략은 흔히 언급되는 포용적 성장과 소득주도 성장이다. 가계소득을 증대시키고 소비를 촉진시킴으로써 내수 활성화 및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것이다. 둘째 테마는 질 높은 일자리의 창출이다. 공공·민간 일자리를 확대하고 일자리의 질을 향상시키고 동시에 노동시장의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공약인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창출과 최저임금 1만원으로의 인상 정책이 그것이다. 셋째의 축이 중소기업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중소기업이 핵심이 되는 구조로 전환시킨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시키고 공정거래정책을 통해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견제하고 있다.

따라서 J노믹스를 요약하면 ▷정부 주도(정부가 민간 부문에 적극 개입해 시장 실패를 치유) ▷분배 우선(복지정책 확대로 사회 양극화 해소) ▷가계 중심(공급자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시장 주도권 이동) ▷경제민주화(중소기업 경영개선 및 대기업 규제 강화) ▷내수 중심(소비가 성장을 견인하는 구조 구축)이라고 하겠다.

소득주도 성장전략의 가장 큰 성과라고 한다면 공공부문에서의 대규모 일자리 창출이다. 한국 경제의 고용창출력은 외환위기 이후 줄곧 위축돼 왔다. 비록 제조업에서 밀려 나간 실직자들을 서비스업에서 일정부분 흡수하고는 있지만 경제 내 생계형 자영업과 저임금 노동자를 양산하는 부작용이 심각한 상황이다. 현 정부가 공무원 17만 명, 공공일자리 64만 명 등 총 81만 개의 일자리 만들기 목표를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고용창출에 힘쓰고 있다.

둘째 이슈인 최저임금 인상의 경우 취약계층에 대한 안전장치를 강화하자는 의미에서의 시도는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이전 정부에서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연평균 7%대 정도에 불과했으나 올해 최저임금은 지난해 대비 16.4%나 올랐다. 매우 빠른 인상 속도라고 볼 수 있다. 어려운 계층의 삶에 대한 사회적 배려는 필요하다고 본다.

아무리 좋아도 인기 없는 증세정책


▎최근 들어 560만 자영업자의 수익 증가율이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폐업률이 창업률보다 높은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셋째는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경제의 유연성이 약화되고 외부 환경 변화에 취약해진 것은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경제의 허리라고 할 수 있는 중견기업과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취약한 것은 한국 경제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난제다. 대기업에 편중된 경제시스템은 경제 내 많은 양극화 문제의 출발점이 되고 중장기적으로도 지속가능하지 않다. 반드시 고쳐야 할 문제점인 것이다. 그러기에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의 경제적 비중을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시도는 비판받을 일은 아니다.

반면 J노믹스의 문제점들도 드러나고 있다. 정책의 방향이 틀리다고 지적하는 것은 아니다. 정책의 집행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것들을 상당부분 놓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눈앞의 목표 변수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J노믹스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들의 동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공공부문의 일자리 창출 정책을 예를 들자면 그 상충 효과를 간과하고 있다. 공공부문에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재원이 필요하다. 더 부담이 되는 것은 공공부문에서 창출된 일자리가 임시직이 아니기 때문에 한번 만들어진 일자리는 계속적으로 재정의 부담을 가져오게 된다. 야당의 날 선 비판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재원이 필요하다는 것은 국민 세금을 더 걷어들여야 한다는 것이고, 증세정책은 그 명분이 아무리 좋아도 인기가 없는 정책이기 때문에 정권 차원에서도 위험 부담이 큰 전략이다.

정부가 아직은 증세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진 않지만 결국은 국민 세금을 더 걷어들여야 한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과연 앞으로 이러한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당장 81만 개 일자리는 만들 수 있겠지만 조만간 있을 증세 논쟁에서 어떤 식으로 문제를 풀어갈지 걱정된다.

또 다른 문제점으로는 세상을 너무 단순하게 본다는 것이다. 빠른 속도의 최저임금 인상은 직관적으로 보면 최저임금을 받는 취약계층의 소득을 높이고 삶의 질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를 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그렇게만 볼 것은 아니다. 작용(action)은 반작용(reaction)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실상 소위 ‘인건비 따먹기’에 의존하는 생계형 자영업이 많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간과했던 것이다. 즉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받는 업종들은 높은 임대료, 프랜차이즈 비용 등으로 마진이 너무 박해 인건비를 얼마나 줄이느냐에 따라 생존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위원회의 추정에 따르면 산업 내 임금 인상이 필요한 근로자의 비율을 의미하는 최저임금 영향률이 ‘숙박 및 음식점업’의 경우 61.1%, ‘도·소매업’은 32.6%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들 업종은 영세한 자영업자가 기업 활동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종업원들에게 최저임금을 넘어서는 임금을 주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려 버리면 예상되는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자영업자들은 근로자를 고용할 수 없게 되고 폐업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도 자영업자들의 그러한 상황을 예상하고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등의 부작용 완화정책을 병행하고 있으나 큰 효과는 내지 못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아무도 뛰놀지 않는 운동장 만들 것인가?


▎손님이 뜸한 오후 3~5시 ‘브레이크 타임’을 도입하는 식당이 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진 탓이다.
역시 정책 방향은 맞으나 과도한 이념논리가 들어가는 것처럼 보이는 문제점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중소기업 육성이다. 소위 이전 정부부터 있어 왔던 개념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말을 흔히 쓴다.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 문제는 시장에서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경쟁해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 때문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행위, 협력 중소기업과의 갑을 문제, 서민 업종에 대한 대기업의 상권 침투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기에 정부는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에 더 힘을 실어주고 대기업에 대해서는 압박을 가해 대기업에 집중된 경제력을 완화시키자는 시도가 진행 중이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그 정책의 일선에서 있다고 보면 된다.

정부의 시도 자체가 어찌 옳지 않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다만 지금 우리 대기업이 정말 잘 먹고 잘 살고 있는가를 묻고 싶다. 극히 소수의 기업을 빼놓고는 대부분의 기업은 경쟁력을 상실해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다. 더구나 정부가 인정하기 싫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것은 대기업이다. 당장 대기업이 사라진다면 한국 경제도 사라질 수밖에 없다. 최근 우리는 조선업의 위기가 그리고 자동차산업 위기가 가져온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실감하지 않는가? 한국 경제에서 그리고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 아래서 대기업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 정부가 마치 대기업은 알아서 잘 먹고 잘 사니까 중소기업만 신경 쓰면 된다는 식, 그리고 중소기업은 선(善)이고 대기업은 악(惡)이라는 식의 관점으로 접근한다면 ‘기울어진 운동장’은 바로잡을 수 있을지 몰라도 그 운동장에서는 아무도 뛰놀 수가 없을 것이다.

최근 나타난 문제점으로는 세간의 비판에 아마추어적인 대응력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다만 여기에 대해서는 상당부분 필자의 주관적인 관점에서 서술한다는 점을 감안해 주길 바란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하더라도 비판은 있기 마련이다. 그러한 비판에 대해 과민하게 반응할 경우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 긍정적인 것보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각인되는 경우가 많다.

현정부의 경제팀이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확신을 갖고 접근하는지 의문이 드는 경우가 많다. 최저임금제만 하더라도 최근 경제부총리와 청와대의 발언이 서로 상충하는 듯 보이고, 정책의 헤게모니 싸움으로 비치는 것은 그러한 의구심을 들게 한다. 마치 이런 것 같다. 청와대 경제 참모들은 “소득주도 성장이 옳은 것이며 이를 구현해내지 못한다면 경제부처의 능력이 모자란 것이 아닌가”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경제부처에서는 “당신들이 말하는 소득주도 성장은 이상이며 현실은 이상과 다르게 움직인다”고 말하는 듯하다. 어느 쪽이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다. 소득주도 성장을 하든, 공급주도 성장을 하든 정책을 수립하고 운용하는 경제 참모와 경제부처의 손발이 맞지 않는 것은 민간에 안 좋은 시그널을 줄 수 있다. 민간이 느끼는 정책적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정부 기조와 반대편에 서 있는 부류에게 좋은 비판거리를 주기 때문이다. 경제팀이 결코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래도 거기까지는 좋다. 그런데 소위 말하는 언론에 대한 대응 스텝이 꼬이기 시작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엉망진창이 됐다. 경제 참모들은 세간의 비판을 반박할 수 있는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너무나도 필요했는지 국책연구기관에 관련 통계를 의뢰했다. 그런데 의뢰한 통계 중에서 저소득 근로자 소득이 증가했다는 결과만을 언급했다. 정작 최저임금제의 피해 계층일 가능성이 높은 영세 자영업자와 최저임금제로 실직한 근로자들은 빼고 말이다. 당연히 그러한 계층을 빼고 나면 소득이 올라가겠지 내려가겠는가? 그런 건 분석을 안 해도 그냥 알 수 있는 것 아닌가? 뭐 하러 분석을 의뢰했는지 모르겠다. 이런 부분에 대한 계속되는 언론의 지적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 해 지금까지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우려되는 ‘정부 내부’의 경기 논쟁


▎성균관대 내 취업정보 게시판 앞을 한 학생이 지나가고 있다. 대학의 취업정보 게시판이 가득 차는 경우는 거의 없다.
또 다른 문제점을 들자면 정부의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이 어떠한 것인지에 대해 시장에 또 다른 불확실성을 안겨 주고 있다. 경제정책은 민간이 예측 가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가 경제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분명하고 확고하게 표명할 필요가 있다. 소위 최근 경기 논쟁으로 비춰진 정부 내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보면 매우 우려스럽다.

통상 경기를 바라보는 시각은 민간은 부정적으로 보고 정부는 긍정적으로 보는 특징을 가진다. 그래서 경기 인식의 차이는 민간과 정부의 문제로 항상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의 경기 논쟁은 정부 내에서 이뤄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여전히 경기회복이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것도 사실 처음에는 그린북(Green Book)에서 ‘회복’이라는 용어가 빠졌다가 다시 집어넣었다는 후문이다. 그만큼 확신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단순한 실수일까? 여하튼 회복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는 기획 재정부의 입장에 반박을 한 사람은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다. 그는 정부의 낙관적인 경기 판단에 문제 있다고 언급하면서 정부의 시각과 달리 현재의 경제 상황은 침체 국면의 초입 단계라고 주장했다. 경기가 하강하는 과정상 떨어지는 속도에 대한 시각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회복은 경기 상승 국면상의 단계이고, 침체는 경기 하강 국면상의 단계다. 정부기관 간에 너무 큰 간극을 우리는 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 말아야 할 행동들이다. 그러한 정부 내 논쟁에 대해 민간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각해 봐야 했다.

앞으로의 J노믹스는 어떻게 될 것인가? 소득주도 성장전략은 지속될 것인가? 여기에 답은 정해져 있다. 그럴 것이다. 지금 정부 경제정책의 정체성 토대가 포용적 성장과 소득주도 성장에 있기 때문이다. 이를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이제 집권한 지 1년이 조금 넘은 상황이기 때문에 부정적 평가가 있다고 하더라도 성장전략을 전환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그 추진력이 약화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상되는 경로를 보면 시간이 갈수록 아마 소득주도 성장의 증거가 나오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운이 나쁘게도 최근 주요 국내외 기관들의 전망을 보면 세계경제가 올해를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경기가 나빠진다면 정부가 아무리 소득 증대 정책을 펼쳐도 성장효과로 이어지기가 어렵다. 더 정확히 말한다면 실제로 소득이 주도해 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할지라도 외생적인 경기침체 효과를 넘어서기 어렵다. 그러한 상황 아래서 소득주도의 긍정적 영향을 분석하는 시도는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된다.

여기서부터는 세 가지 방향의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첫째, 속도 조절이다. 갑작스러운 충격을 받아들이기에는 민간의 기초체력이 취약하고 사회적 유연성이나 흡수력이 제도의 변화를 받쳐주지 못 하는 문제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최근 최저임금의 산입범위를 확대한 것도 최저임금 인상 속도에 대한 정부 내 조절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대두되는 것도 이러한 인식에서 나왔을 것이다.

공급주도의 성장전략으로 무게중심 이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조합원들이 5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국회 최저임금법 개악 저지’ 집회를 연 뒤 국회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둘째의 예상 경로는 소득주도 성장에서의 탈출이다. 소득주도 성장전략이 분배도 아니고 성장도 아닌 어정쩡하다는 비판을 안팎에서 받는 것이 버티기 힘들 수도 있다. 성장을 빼고 분배 중심, 복지 중심으로 경제정책 기조를 전환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차라리 지금보다 이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다만 이 경로로 가기 위해서는 소득주도 성장 프레임으로부터의 탈출 전략이 필요하다. 반대로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성장, 즉 공급주도의 성장전략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현 정부가 공급주도 성장전략을 비판하면서 딛고 올라섰기 때문에 대놓고 공급주도로 성장전략을 수정한다고는 하지 않을 것이다. 기술적으로는 외형상 소득주도 성장 기조를 표방하면서도 다른 한 축인 공급 부문의 마중물 역할을 강조하면서 산업계에 보다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는 전략이 예상된다.

세 가지 경로의 공통점은 지금의 소득주도 성장전략으로는 산적한 경제 현안을 풀어내기 어렵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경로의 파급 효과가 검증되지 못 했고 전략을 뒷받침하는 개별 정책들이 투박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어느 정도의 정책적 누수가 발생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없어 보인다. 개인적인 의견에서 소득주도 성장전략은 기존 성장전략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좋은 시도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들에 대한 신속하고 적절한 대처가 부족하다는 것이 아쉽다. 소득주도 성장전략의 수정이 소득주도 성장전략의 실패는 아니다. 자존심의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완벽한 경제발전 전략이 어디 있겠는가? 좀 더 사고의 유연성을 가지고 한국 경제를 이끌고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juwon@hri.co.kr

201807호 (2018.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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