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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財테크 | 고란의 ‘알(면)쓸(모있는)신(기한)재(테크)’(3)] P2P 투자? ‘칭찬 알바’ 업체는 무조건 걸러라! 

P2P 대출 시장 규모 작년에만 3배 가까이 급성장… 투자자 보호 강제규정 없어 고수익 미끼 주의해야 

고란 중앙일보 기자
285%. 지난해 P2P(개인 간 거래) 대출 시장의 성장률이다. 2007년 적립식 펀드 열풍(108%)을 능가한다. 그런데도 감독당국의 관할 밖이다. 관련 법조차 제대로 없다. 무능, 사기, 혹은 무능을 가장한 사기 등의 이유로 폐업·부도 등을 잇따라 선언했다. P2P 시장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국민의 피 같은 돈을 돌려주세요.”

6월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피 같은 돈은 P2P대출 시장에 투자했다가 문제가 생긴 돈이다. P2P 중개업체들이 최근 잇따라 투자자들의 돈을 떼어먹는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국민청원에까지 등장했다. 일부에서는 P의 한글 발음을 본 떠, P2P대출 시장을 ‘투자하면 피 보는 시장’이라고 비꼰다. 돈을 빌리는 사람은 정확한 신용평가를 통해 싸게 빌릴 수 있고, 돈을 투자하는 사람은 소액으로도 연 8% 안팎의 고수익을 추구할 수 있어 각광받았다. 그런데 최근엔 부도 혹은 폐업하는 업체가 속출하고 있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P2P는 ‘Peer to Peer’, 곧 개인 간 거래의 약자다. 풀어쓰기보다는 약자가 되레 익숙하다. ‘어둠의 경로’로 영화(음란물 포함) 좀 본 사람은 금방 이해할 수 있다. 토렌트(Torrent, ‘아재’들은 ‘당나귀’를 떠올리면 된다)로 영상 파일 받는 것과 비슷하다. 파일이 필요한 사람과 가진 사람을 토렌트 사이트가 연결시켜 준다. 해당 사이트에 파일을 저장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저작권 위반과 음란물 유포 등으로 문제가 되도, 적발·처벌이 쉽지 않다.

‘땅을 사랑하는’ 한국인… 부동산에 쏠린 P2P

P2P대출도 마찬가지다. 돈이 필요한 사람과 투자하고 싶은 사람을 P2P 중개업체(플랫폼)가 연결해 준다. 돈 빌리는 사람 입장에서는 싸게, 투자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상대적 고수익이 가능하다. P2P 중개업체는 돈을 빌리는 사람의 신용과 담보가치 등을 따진다. 적정한 수익률을 정하고 이를 자신들의 사이트에 오픈, 투자자를 모집한다. 투자자들은 중개업체를 믿고 돈을 맡긴다. 업체는 그 대가로 수수료를 챙긴다. 대출자로부터는 연 3% 안팎, 투자자들로부터는 월 0.1% 수준이다.

한국P2P금융협회에 따르면, 2016년 말 4683억원이던 누적 대출액은 지난해 말 1조8034억원으로 불어났다. 지난 4월 말 현재 2조3929억원이다. 비회원사까지 포함하면 3조5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해외에선 P2P대출 시장이 개인신용대출 위주다. 국내에서는 워낙 ‘땅을 사랑하는’ 민족성 때문인지 부동산 중심으로 시장이 컸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나 아파트 담보 등의 비중이 전체의 60%를 웃돈다. 그렇다 보니 P2P대출 시장이 제도권 금융에서 대출에 실패한 이들이 모이는 후순위 부동산 담보 대출시장으로 변질됐다. 투자 위험이 큰 상품이 P2P대출 시장의 주류다.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쪽이 과거 저축은행이었다면 지금은 P2P대출 시장이 된 셈이다.

불안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금리가 오르고 전방위적으로 오르던 부동산 시장의 상승세가 주춤하면서 문제가 터졌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3~4월 P2P 중계업체 연계대부업자 상위 75곳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평균 연체율(30~90일 상환 지연)과 부실률(90일 이상 연체)이 각각 2.8%, 6.4%에 달한다. 부동산 PF 대출의 경우엔 연체율과 부실률이 각각 5%, 12.3%에 이른다.

무능? 사기? 무능을 가장한 사기?


▎P2P 투자는 10% 넘는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자를 유혹한다. 부동산 투자 전문 P2P투자회사 홈페이지.
금감원이 P2P대출 시장에 대한 실태 조사를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늦은 감이 있다. 투자자 보호책은 없는데 시장이 너무 커졌다. 금감원에 따르면, 대출 신청부터 청산관리까지 전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됐다.

먼저, 대출 신청 단계에서 사기를 걸러내기 어렵다. P2P업체(또는 소속직원)와 차입자(돈 빌리는 사람)가 짜고 허위 및 사기 대출을 한다 해도 이를 투자자들이 판별하기 어렵다. 가짜 건설사업 등을 내세워 대주주 등 이해관계자에게 대출하거나, 투자한다고 돈을 모아 놓고 투자금을 회사 직원들이 빼돌린 경우도 있었다.

대출 심사도 부실하다. 대출 심사 인력과 경험 등의 부족으로 부실 우려가 큰 이들에게까지 돈을 빌려줬다. 또, 업체들 난립으로 경쟁이 심해지자 ‘돌려막기’식으로 상품 구조를 짰다. 차주들에게는 장기(1년 이상)로 빌려줘 놓고, 투자자를 모집할 때에는 만기가 2~3개월이라고 안내한다. 새로 모집한 돈으로 만기 돌아온 상품을 상환해 주는 구조다. 돈이 새로 들어오지 않으면 사고가 터질 수밖에 없다.

애초 취지는 ‘중금리 시장 활성화’였지만 실상은 고리대금업에 불과했다. 일부 업체는 투자자를 끌어 모으기 위해 투자자들에게는 플랫폼 이용료를 공짜로 제시하는 대신 차주들에게 모든 비용을 전가했다. 차주에게 5% 안팎의 수수료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 업체가 공격적으로 제시한 연 19% 안팎의 수익에 수수료를 더하면 법정 최고금리(연 24%) 수준으로 대출해 준 셈이다.

무엇보다 사후관리가 안 됐다. 투자금을 별도 관리하지 않거나, 별도로 관리(에스크로)하더라도 대출상환 원리금은 P2P 업체가 임의 관리해 지연 지급하거나 횡령할 가능성이 존재했다. 또 P2P 업체가 부실로 도산하거나 폐업하면 사실상 투자자가 돈을 돌려받을 길이 없다.

사고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먼저, 무능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심사 능력이 안 된다. 금감원에 따르면, 연계대부업체의 평균 임직원 수는 3명에 불과했다. 이들 모회사 격에 해당하는 P2P 업체의 임직원 수 역시 평균 10.5명이다. 특히, 대출담당 직원수는 평균 3.7명에 그쳤다. 2조2700억원(조사 대상 75개사의 누적 대출액)의 대출이 이들을 믿고 이뤄졌다. 사정이 이러니 차주들도 P2P 업체를 만만하게 본다. 여기서 빌린 돈은 가장 늦게 갚아도 된다고 생각하면서 버틴다.

다음은 사기다. 대놓고 거짓말을 하는 경우다. 예를 들어, 펀듀는 홈쇼핑 광고주(상품 판매 업체)에게 단기간 운영 자금을 빌려주는 상품을 모집했다. 매출 채권과 홈쇼핑 업체의 공용창고에 있는 상품 등이 담보였다. 그러나 연쇄 부실이 터지면서 피해 투자자들이 조사에 나선 결과, 창고는 텅 비어 있었다. 서류상으로만 홈쇼핑 업체에 대출이 나갔다. 대출해준 곳 가운데에는 공동 대표이사의 아버지 회사도 있었다. 홈쇼핑과는 관계없는 조경회사다. 그는 지난 1월 외자유치를 명분으로 해외에 나가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 2시 펀딩이나 오리펀딩 등은 투자금을 들고 대표(실소유주)가 해외로 도주했다.

마지막으로, 무능을 가장한 사기다. 대부분의 업체가 ‘무능’을 주장하지만 뜯어보면 ‘무능을 가장한 사기’ 정황이 짙다. 5월 폐업을 선언한 H펀드가 대표적이다. 투자금을 수익으로 돌려주는 리워드 2~3%에 연 20% 안팎의 수익률을 감안하면, 세금(27.5%)을 제하고도 실질 수익률 15%를 웃돈다. 다른 P2P 업체 수익률의 두 배 수준이다. 몇 억 원 모집이 1분도 안 돼 마감됐다. 투자자 카페에서는 한때 ‘갓(god) OO’로 불렸다. 하지만, 차주 입장에서는 이런 고금리 대출을 제대로 갚기 쉽지 않다. 만기 상품이 속속 돌아오면서 연체가 쌓여갔다. 결국, 부실을 견디지 못 하고 회사문을 닫았다. 횡령이나 배임의 혐의가 없다면 중개업체에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 차주가 돈을 안 갚는 것은 중개업체의 책임이 아니다. 2016년 10월 설립 이후 H펀드의 누적 대출액은 229억원이다. 수수료(5%로 계산)로만 11억원 넘게 벌었다. 비용을 제하고도 남는 장사다. 참고로 대출 잔액은 134억원이다.

금융사고인데도 금감원에 신고 못 해


연체·부실이 터지면서 투자자들이 가장 분노하는 지점은 P2P 중개업체 대표를 마땅히 처벌할 근거 법이 없다는 부분이다. P2P대출 시장과 관련한 제대로 된 법이 없다. P2P 중개업체는 금융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금감원 감독 권할 밖이다. 대신 뭐라도 있어야 최소한의 투자자 보호는 막을 수 있기에, 지난 4월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지난해 8월부터 P2P 업체는 연계대부업자를 금융위원회에 반드시 등록해야 한다. 연계대부업자는 어쨌든 대부업자이기 때문에 금감원이 대부업법에 근거해 감독할 수 있다. 지난 4월 말 현재 금융위에 등록된 연계대부업자는 153개사다.

가이드라인은 지침이다. ‘헌법-법률-명령-조례-규칙’ 등 그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가이드라인은 법적 강제나 권능이 없는 권장사항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았다고 해도 이를 처벌할 수 있는 마땅한 규정이 없다.

때문에 P2P 업체가 폐업하거나 부도를 내면 투자자들이 찾아야 할 곳은 금융위·금감원이 아니라 경찰이다. 민사나 형사소송으로 투자자들이 직접 업체를 상대해야 한다.

하지만, 대응이 쉽지 않다. 업체 대표는 사건이 터지기 전 해외로 도주한다. 정상적으로 운영하다 금요일 오후부터 연락을 끊는 식으로 도주 플랜을 짠다. 관공서가 문을 닫는 주말을 이용해 투자자들이 손을 못 쓰게 만들기 위해서다. 국내에 남아있다면 그럴 듯한 변호사부터 선임한다. 펀듀의 경우 그 과정에서 한 차주의 상환금을 변호사비로 써 투자자들 분노를 샀다. 피해자들이 연대한다고 해도 일인당 수십만 원은 변호사 선임 비용으로 부담해야 한다. 돈 떼인 것도 억울한데 생돈이 또 들어간다. 이긴다고 해도 업체에 돈이 없다면 돈을 돌려받기 어렵다.

알쓸돈육? 알면 쓸모 있고 돈 되는 P2P 투자팁 6가지


고백하자면 필자도 P2P 투자 피해자다. 사기 업체에 당해 돈을 떼였다. 개인적인 경험까지 밝히면서 P2P대출 시장의 문제를 나열하다 보니, 시장이 당장 없어져야 할 것 같다. 그러나 건전한 업체들은 정보기술(IT)을 활용해 투자자와 차주를 합리적인 금리로 연결시켜 준다. 기존 금융기관이 못한 중금리 대출 시장 활성화에 기여한다. 예금을 웃도는 합리적인 재테크 수단을 제공한다. 대신 P2P대출 시장에 투자하겠다면 명심해야 할 6가지 투자 팁을 소개하겠다. 내 돈 까먹으면서 터득한 팁이다.

① 원금보장? 100% 사기 P2P대출 투자 사전에 원금보장은 없다. 가이드라인 위반 사항이다. ‘원금보호’ ‘원금보장형’ ‘확정수익’ ‘수익률 보장’ 등의 문구를 사용해선 안 된다. 일부 업체의 경우 수익금의 일부를 떼어 일종의 상환기금을 만들어 운용하기도 한다. 부실이 나면 기금에서 원금을 돌려주기 때문에 원금을 보장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기금이 바닥나면 말짱 도루묵이다.

② 금융위 미등록 업체 기본 중의 기본이다.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불법과 합법을 가르는 기준이다. 연계대부업자가 금융위에 등록된 경우에 한해서만 금감원이 실태 조사라도 나갈 수 있다. 등록 여부는 금감원의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fine.fss.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③ 고금리나 과도한 이벤트 업체 투자 수익률이 20%에 육박한다면 실제 차주들은 수수료를 포함해 연 23% 안팎의 금리로 돈을 빌린다. 법정 최고 금리(연 24%) 수준이다. 이 정도 고금리라면 담보 물건이 그만큼 위험하다는 방증이다. 과도한 이벤트도 의심해야 한다. 제 살 깎아먹기 식의 출혈 경쟁이다. 출혈이 많으면 쓰러지는 게 당연하다.

④ 설립 1년 미만 업체 대개 상품 만기는 1년 안팎이다. 설립 1년이 안 된 업체의 연체율과 부실률이 제로인 것은 아직 만기가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표가 대출금 240억 원을 미상환하고 잠적한 오리펀드는 만기상환이 이뤄진 적 없는 올해 1월 생긴 신생업체다. 홈페이지에는 연체율·부실률이 0%라고 나와있다. 또, 만기일이 30일 지나지 않은 연체는 파악조차 안 된다.

⑤ 인터넷 카페에 칭찬 일색 인터넷 카페에 ‘알바생’들이 너무 많다. 투자 후기를 가장해서 특정 업체에 대한 홍보 글을 남발한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여러 업체 중 상당수가 과거 카페에서 ‘폭풍 칭찬’을 받았다. 대충 보다간 이들 업체에 걸려들 수 있다. 참고로 상위 업체의 경우 상당수가 카페 활동은 안 한다고 한다.

⑥ 가능하면 기관 투자받은 곳 P2P 중개업은 등록제다. 요건만 갖추면 된다. 그나마 한국P2P금융협회가 있다. 투자자들은 협회가 믿고 투자할 만한 업체만 회원으로 받는다고 믿는다. 하지만, 협회는 사후규제에 집중한다. 문제가 생기면 협회에서 제명하는 것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라고 봐도 된다. 회원사라고 무조건 믿을 수 없다. 대신 실패를 통해 배운 투자 팁이 있다. 기관이 선택한 업체를 고르라는 것이다. 엑셀러레이터 혹은 벤처캐피탈(VC)이 핀테크 업체를 선별하는 능력은 월등하다. 이들이 자기 돈 넣었다는 건 그만큼 가능성 있는, 제대로 된 업체라는 의미다.

※ 고란- 2003년 중앙일보에 입사, 경제부에서 금융팀을 맡고 있다. 대학 졸업 후 6개월 은행에 몸담은 걸 빌미삼아 ‘반 금융인’이라고 주장한다. 재테크 분야 취재를 밑천 삼아 [여자 재테크, 쇼핑하듯 즐겨라] [굿바이 빚] 등 책을 썼다. 최근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이 열어갈 토큰 이코노미에 관심이 많다. 중앙일보 홈페이지에 ‘고란의 어쩌다 투자’ 코너를 연재 중이다.

201807호 (2018.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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