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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2018 연속기획] 安全 대한민국(4) 서울 송파구 

여성 안심 귀가 스카우트, 범죄예방+일자리 창출 ‘일석이조’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관할 경찰서와 협업 통해 지속적 예방·관리에 만전 기해… 범죄 발생 건수 33% 감소 등 가시적 성과 내기도

▎여성 안심 귀가 스카우트들이 한 젊은 여성의 귀갓길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송파구는 여성 안심 귀가 스카우트 제도를 통해 여성과 청소년 1만여 명의 귀가를 도왔다. / 사진:송파구청
서울의 대표적 중산층 거주지인 송파구. 송파구라고 해서 범죄와 생활안전 문제에서 자유롭긴 어렵다.

송파구에서는 각종 주거시설 재건축 시기 도래에 따른 개발과 가락시장 현대화, 문정비즈밸리 개발·입주, 잠실종합운동장 국제교류복합지구 조성 등 대규모 지역 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도시 공간구조에 큰 변화가 생기면서 생활안전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개발 사업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대적 ‘개발 격차’도 생활안전 문제 발생 요인 중 하나로 분석됐다.

이에 송파구는 범죄예방 사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경찰서와 적극적인 협업에 나섰다. 양 기관은 2015년 5월 ‘범죄 없는 안전송파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또 단발적인 사업 시행이 아닌 지속적인 예방·관리를 위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송파구는 송파경찰서가 보유하고 있는 범죄 다발 지역 통계와 112 신고 건수 통계 등을 토대로 범죄예방 사업 진단 및 분석 결과와 함께 해결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 송파경찰서와 공동으로 사용하기 위한 협업 예산을 편성, ‘스파이더 범죄’ 예방용 ‘특수 형광물질 도포 사업’, 절도 및 성범죄 예방용 ‘미러 시트 부착 사업’을 시행했다. 그 결과 2014년 대비 범죄 발생 건수가 33% 감소하는 등 가시적 성과가 나타났다.

여성 안전 4大 프로젝트


▎송파구 마천1동 마천아름길 안전마을 전봇대에 부착된 반사경. 송파구는 마천1동 미로형 골목 모퉁이마다 CCTV와 반사경을 설치했다.
최근 서울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서울에 혼자 사는 청년여성 45.9%는 성희롱·성폭행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년여성 1인 가구 중 44.6%는 일상생활에서 자신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낄 뿐 아니라 현 주거지도 36.3%가 불안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가운데 송파구는 2년 전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로 ‘여성안전헌장’을 선포했다. 헌장에는 ‘여성이 안전한 송파, 여성이 행복한 대한민국’의 염원이 담겼다.

‘여성이 안전한 송파’의 구체적 실천방안은 ▷골목길 환하게 ▷여성 안심 귀가 스카우트 ▷여성 안심 보안관 ▷여성 안심벨 등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송파구는 ‘골목길 환하게’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LED 보안등, 노면 표시, 신고 위치 표지판을 설치함으로써 어두웠던 골목길을 환하게 밝혔다. 여성·아동 등 범죄 취약 계층이 보다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거리가 조성된 것이다.

‘여성 안심 귀가 스카우트’ 제도도 2014년 도입했다. 밤늦게 귀가하는 여성·청소년의 안전한 귀가를 지원하고 취약지역 순찰 및 계도를 통해 치안 강화에 나선 것이다. 송파구에 따르면 월평균 1000여 명의 여성·청소년이 귀가 도움을 받고 있다.

송파구는 올해도 여성 안심 귀가 스카우트 사업 활성화를 통해 ‘365일 안전도시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이 사업은 여성 대상 범죄 예방효과뿐 아니라 신규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함으로써 일석이조 효과를 내고 있다. 현재 2인 1조로 지역 내 25개 동에서 여성·청소년 동행 귀가, 취약지 순찰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는 총 1만969명에게 안전한 귀가를 지원했으며, 안전 취약지역 순찰도 4212회 진행했다. 올해도 여성 안심 귀가 스카우트 15명이 어두운 밤길의 동행자 역할을 수행한다.

여성 안심 귀가 스카우트 운영시간은 월요일 오후 10시~자정(12시), 화요일~금요일 오후 10시~새벽 1시다. 여성 안심 귀가 서비스 지원을 원하는 여성·청소년은 지하철역 또는 버스정류장 도착 30분 전 송파구(02-2147-2799) 또는 다산콜센터(120), 서울시 여성 안심 귀가 스카우트 ‘안심이 앱’으로 신청하면 곧바로 동행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여성 안심 보안관’들은 공공청사나 개방형 민간 건물 화장실은 물론 수영장·탈의실 등 ‘몰카 범죄’ 취약지대 1300여 곳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지속적 점검을 통해 범죄예방 효과를 점차 높이고 있다는 게 송파구의 설명이다.

‘여성 안심벨 설치’도 눈길을 끈다. 송파구는 전국 최초로 관내 전체 공중화장실에 112로 바로 신고되는 비상벨 설치를 2016년 완료했다. 현재 송파구는 모든 민간 개방 화장실을 대상으로 안심벨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주민참여형 안심마을 조성도


▎송파구 마천1동 마천아름길 안전마을 담벼락에 비치된 공동 소화기. 화재 시 소방차 등의 진입이 어려운 골목에서는 주민 스스로 초기 진화에 나설 수 있다.
이와 함께 송파구는 범죄예방 환경설계인 셉테드(CPTED)를 적용한 주민참여형 ‘안전마을’ 확대에 나서고 있다. 송파구는 서울시가 시행한 ‘2018년 안전마을 만들기 사업’ 공모에 2회 연속 선정되며 사업비 1억2000만원을 확보했다. 이에 주민들이 재난·범죄 등으로부터 안심하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안전마을 만들기에 착수한 것이다.

안전마을 만들기 사업은 재난·범죄에 취약한 지역을 주민·자치구·유관기관의 상호협력을 통해 안전마을로 바꾸는 프로젝트다. 사업에는 셉테드 등을 적용한 환경개선과 지역 주민이 주도하는 안전 활동이 병행 추진된다. 마천1동 마천아름길의 경우 지난해 준공됐으며, 풍납1동 바람드리길은 올해 ‘안전마을’로 거듭난다.

올해 안전마을 대상지인 풍납1동은 풍납토성 복원·정비사업 지역으로 철거에 따른 공·폐가가 증가하고 있다. 주 사업지인 풍납시장은 주간에 불법주차가 없어도 순찰차 이동이 불가능하다. 야간에만 순찰이 가능한 매우 좁은 골목이다.


▎송파구청 직원들이 어르신이 거주하는 일반 주택을 방문해 화재경보기를 설치하고 있다. / 사진:송파구청
특히 시장이 문을 닫은 이후인 야간에는 안전한 보행을 위한 환경개선이 시급한 지역이라는 지적이 높다. 송파경찰서에서도 범죄·화재 등 재난 발생 시 신속한 현장 대응이 어려운 만큼 범죄예방을 위한 환경개선을 적극 권유한 바 있다.

이번 ‘안전마을 만들기 사업’에서는 범죄로부터의 보호와 재난 안전을 위해 ▷CCTV 설치 ▷특수형광물질 도포 ▷미러시트·반사경 설치 ▷LED 보안등 교체 ▷솔라표지병·메시지보안등 설치 ▷포장도로 정비 ▷잘 보이는 공동 소화기 설치 등 환경개선을 중점적으로 진행한다.

이 지역은 관내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따라서 주민 간 공동체 활동과 소통을 위한 프로그램 구축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에 송파구는 주민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주민 참여 프로그램도 추진할 예정이다.

안재승 송파구 안전기획팀장은 “현장을 직접 돌아다녀 보면 범죄예방 사업은 실시보다 유지·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사업을 통해) 주거 환경이 밝아짐으로써 범죄로부터 안전해지는 혜택을 받는 분들을 보면서 실무자로서 보람을 느낀다”면서 “송파구는 대단지 아파트가 많은 지역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는 일반 주택가도 있다. 이런 지역들에 더 관심을 갖고 주민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스기사] 몸으로 배우는 ‘안전습관’ - 초등학교 15곳 1만2000명 대상 어린이 안전체험캠프 운영…어린이들이 학교 주변 환경 직접 조사해 아동안전지도도 제작


▎‘재난 체험 한마당’에서 소방관 복장을 한 어린이들이 화재 진압 체험을 하고 있다. / 사진:송파구청
서울 송파구는 오는 11월까지 관내 초등학생 1만2000여명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어린이 안전체험캠프’를 운영한다.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교육의 필요성이 커지는 만큼 송파구는 안전 취약계층인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2015년부터 안전체험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교육 대상을 대폭 확대함에 따라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15개 교, 1만2000여명의 초등학생이 참가한다. 4월 24일 잠신초등학교를 시작으로 각 학교의 학사 일정에 따라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일상생활 속 재난과 사고 상황을 체험부스를 통해 설정하고, 이에 대한 대처법을 습득할 수 있는 체험 위주의 수업으로 준비했다.

안전체험교육 과정은 ▷교통안전 ▷응급처치 ▷생활안전(전기) ▷소방안전 ▷가상음주체험 ▷물놀이 안전 6개 분야이며, 어린이안전학교의 전문 강사가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춰 놀이형식으로 진행한다.

특히 화재사고에 대한 우려가 커진 만큼 어둠 속 미로 탈출을 통해 화재 현장을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소화기 사용법과 대피요령 실습 등 소방 안전교육을 강화했다. 간이 횡단보도와 신호등을 설치해 교통법규 준수를 체험하도록 하고, 특수 안경을 통해 음주 시 신체 변화 등을 재미있게 체험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송파구는 초등학생들과 함께 ‘아동안전지도’ 제작에도 나섰다.

풍납초등학교를 시작으로 관내 6개 학교, 총 128명의 어린이들이 직접 학교 주변과 통학로의 환경 요인을 조사 및 선별해 아동안전지도 만들기에 참여한다. 송파구는 안전지도 제작을 통해 어린이들이 위험 공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범죄 대처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초등학생들은 조별로 구역을 나눠 학교 주변을 순찰하고 유해 환경요인과 안전요소 등을 판단해 사진을 찍고 지도에 표시한다. 인근 주민에 대한 인터뷰도 실시해 범죄 발생 여부와 위험 환경요소를 기록한다.

조별로 조사된 자료를 바탕으로 학교 주변 안전지도가 최종 제작되며, 가정통신문과 소책자 등으로 각 가정에 배포될 예정이다.

송파구 관계자는 “아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안전지도 제작과정에서 나온 아이들의 목소리를 구정(區政)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201807호 (2018.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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