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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기획] 놓치면 후회하게 될 2018 러시아월드컵 5大 명장면 

우승은 독일 또는 브라질, 득점왕은 메날두 아니면 네이마르? 

모스크바(러시아)=박린 중앙일보 기자
대륙별 예선 통과 32개국 7월 15일까지 32일간 열전…모로코는 4년 전 코스타리카 돌풍 재현할 후보로 꼽혀

▎월드컵에서 최대 관심사는 우승국과 득점왕이다. 이번 대회 유력 득점왕 후보로 꼽히는 브라질의 스트라이커 네이마르, 아르헨티나의 기둥 메시, 포르투갈의 공격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왼쪽 사진부터).
축구 신(神)’들의 전쟁이 막이 올랐다.

6월 14일(현지시간) 개막한 2018 러시아월드컵이 7월 15일까지 32일간의 열전에 돌입했다. 월드컵은 모스크바, 니즈니노브고로드 등 러시아 11개 도시, 12개 경기장에서 치러지고 있다. 1930년 우루과이 대회 이후 21번째 월드컵이다.

A~H조 32개 팀이 조별리그를 거쳐 각 조 1, 2위가 16강에 오른다. 16강부터는 단판 토너먼트다. 결승전은 7월 15일 밤 12시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축구 최고 권위 대회에 32개국 스타들이 총출동했다. 전 세계 40억 축구팬은 ‘별들의 전쟁’을 지켜보기 위해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있다.

국내에서 월드컵 열기는 예전만 못하다. 한국 대표팀의 부진한 성적과 북·미 정상회담, 6·13 지방선거 등 정치·외교 이슈와 맞물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러시아 현지 분위기는 뜨겁다 못해 활활 타오르고 있다. 놓치면 후회할 장면들을 모아 봤다.

01. 메날두와 네이마르, ‘골든부츠 주인공은 나야 나’


▎2014년 월드컵 결승에서 독일에 패한 직후 인파 속에서 우승 트로피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메시. 중국 청두 이코노믹데일리 사진기자가 찍은 이 장면은 2014년 세계언론사진 스포츠 부문 최고의 사진으로 선정됐다. / 사진:ESPN
전 세계 최고 골잡이들이 득점왕 ‘골든부츠’를 두고 겨룬다. 가장 유력한 득점왕 후보는 아르헨티나 공격수 리오넬 메시(31·FC바르셀로나)다. 로이터통신은 6월 1일 전 세계 애널리스트·이코노미스트 등 경제전문가 145명에게 러시아월드컵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예상 득점왕 1순위는 메시였다.

10세 때 키가 1m27㎝에 불과해 별명이 ‘벼룩(la pulga)’이었던 메시는 현재 키도 1m70㎝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는 작곡가 모차르트, 발명가 아인슈타인, 테너 파바로티처럼 천재성을 타고났다. 키 큰 선수보다 민첩하게 그라운드를 휘젓고, 상대 골키퍼를 꼼짝 못하게 하는 왼발 킥을 지녔다. 아르헨티나 대표팀 동료였던 카를로스 테베스는 “메시는 다른 별에서 온 선수”라고 극찬했다.

메시가 프로팀과 국가대표 소속으로 600골 이상을 터뜨리면서 숱한 우승을 이뤄냈지만 들어보지 못한 우승 트로피가 있다. 바로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이다. 메시는 ‘전차군단’ 독일 앞에서 ‘소총수’였다.

메시는 2006년 독일월드컵과 2010년 남아공월드컵 8강에서 잇따라 독일의 벽을 넘지 못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는 4골-1도움을 올리며 결승에 올랐지만 연장 끝에 독일에 0대 1로 졌다. 결승 직후 인파 속에서 우승 트로피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메시를 찍은 장면은 그해 ‘세계언론사진’ 스포츠 부문 최고 사진에 선정됐다.

하지만 아르헨티나는 ‘메시아’를 믿고 있다. 메시의 이름(Messi)에 감탄사 ‘아(ah)’를 붙이면 ‘메시아(messiah·구원자)’가 된다. 메시는 지난해 10월 월드컵 남미예선 에콰도르와의 최종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탈락 위기에 놓였던 조국을 구했다.

A매치 64골(124경기)을 터뜨린 메시는 월드컵 우승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그는 5월 30일 아이티와의 평가전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한 뒤 “우리는 꿈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다. 앞으로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포르투갈 공격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레알 마드리드)의 득점을 보면 경이롭다.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의 호날두는 올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유벤투스(이탈리아)와의 8강전에서 오버헤드킥 골을 터뜨렸다. 플레이스테이션 축구 게임에서나 나올 법한 엄청난 골이었다. ‘노력파’ 호날두는 전날 훈련에서 연습한 자세를 실전에서 그대로 재현했다.

어린 시절 체구가 작아 별명이 ‘아벨리냐(포르투갈어로 작은 벌)’이었던 호날두는 매일 복근 운동을 3000회씩 해 근육질 몸을 만들었다. 한국 공격수 손흥민(26·토트넘)은 “메시는 타고난 천재이고, 호날두는 노력으로 만들어진 천재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호날두는 포르투갈 A매치 150경기에 출전해 81골을 뽑아냈다. 가공할 만한 스피드를 앞세운 마무리, 돌고래처럼 솟아올라 연결하는 헤딩슛이 장기다.

호날두는 유로 2016에서 포르투갈의 깜짝 우승을 이끌었다. 이젠 메시처럼 마지막 월드컵을 꿈꾸고 있다. 2006년 독일월드컵 때 포르투갈은 4위에 올랐지만 호날두는 1골에 그쳤다. 4년 뒤 남아공월드컵에서도 1골에 머물며 8강행을 이끌지 못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도 1골에 그치며 예선 탈락했다.

포르투갈은 객관적 전력상 국제대회 우승 후보가 아니지만 호날두가 골 폭풍을 몰아칠 경우 ‘유럽챔피언’에 이어 ‘월드챔피언’에 오를 수도 있다. 차기 2022년 월드컵 때는 호날두는 37세, 메시는 35세가 된다. 어쩌면 생애 마지막이 될 월드컵에서 두 라이벌은 득점왕과 우승을 동시에 꿈꾸고 있다.

‘메날두(메시+호날두)’의 득점왕 대항마는 브라질 공격수 네이마르(26·파리생제르맹)다. ‘펠레 후계자’ 네이마르는 예측 불허의 플레이로 골망을 흔들다. 특히 중요한 순간마다 득점포를 가동한다.

하지만 네이마르는 2014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눈물을 쏟았다. 4강에서 독일에 1대 7로 참패 당하는 걸 벤치에서 지켜봐야 했다. 8강에서 콜롬비아 수니가의 무릎에 척추를 가격 당했다. 4년 전 아쉬움을 털어내겠다는 각오다.

네이마르는 지난 2월 26일 프랑스 프로축구 경기 도중 오른발 중족골이 부러졌다. 재활 끝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지난 4일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에서 수비수 2명을 제친 뒤 오른발슛으로 골을 터뜨렸다. 11일 오스트리아전에서 2경기 연속골을 터뜨렸다. A매치 55번째 골로 호마리우와 동률을 이뤘다. 펠레(77골)와 호나우두(62골)를 추격 중이다.

네이마르는 “난 골을 터뜨려야 한다. 아니면 우리 국민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죽이려 들지 모른다”고 말한 적이 있다. 농담이지만 2억 명의 브라질인이 거는 기대는 엄청난 부담이다. 네이마르는 중압감을 이겨내고 월드컵 우승을 꿈꾸고 있다.

02. 4년 전 하메스 같은 깜짝스타 나올까


▎이집트의 특급 공격수 모하메드 살라, 잉글랜드의 해리 케인. 독일의 토마스 뮐러, 우루과이의 루이스 수아레스(왼쪽 사진부터).
‘골 넣는 파라오’ 이집트 공격수 모하메드 살라(26·리버풀)도 득점왕 후보다. 그는 고대 이집트 최고 통치자처럼 그라운드에서 절대적인 모습을 보인다. 살라는 올 시즌 잉글랜드 프로축구 리버풀에서 44골을 몰아쳤다.

키가 1m75㎝로 작은 편이지만 100m를 10초대에 주파한다. 오토바이처럼 폭발적인 스피드를 질주한 뒤, 문전에서는 기어를 변경하듯 완급을 조절한다. 마무리는 날카로운 왼발 슛. 그렇게 골망을 흔든다.

살라는 아프리카 지역예선에서 5골을 몰아치며 이집트를 28년 만에 월드컵 본선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살라는 지난달 27일 레알 마드리드와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어깨를 다쳤다. 하지만 살라는 조별리그 1, 2차전 복귀를 노리고 있다.

이 밖에 손흥민과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에서 한솥밥을 먹는 잉글랜드 해리 케인, 월드컵에서만 10골을 몰아친 독일 토마스 뮐러(바이에른 뮌헨), 프랑스 앙투안 그리즈만(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우루과이 루이스 수아레스(바르셀로나)도 득점왕 후보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아르헨티나 메시는 조별리그에서 크로아티아·나이지리아·아이슬란드를 상대하고, 포르투갈 호날두는 스페인·모로코·이란과 맞붙는다. 쉽지 않은 조라서 골 사냥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두 선수는 능력이 출중해 득점왕 후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 위원은 “반면 잉글랜드 케인과 벨기에의 에덴 아자르(첼시), 로멜로 루카쿠(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대회 최약체 파나마·튀니지를 상대로 대량 득점이 가능하다. 월드컵 역사를 돌아보면 조별리그에서 많은 골을 넣는 선수가 득점왕에 유리하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김환 JTBC 해설위원은 “득점왕에 등극하려면 지원군이 중요하다. 네이마르는 쿠티뉴·파울리뉴(이상 바르셀로나), 피르미누(레버풀), 가르비엘 제수스(맨체스터시티)가 있다. 메시와 호날두보다 상황이 좋다. 득점왕에 오르려면 최소 8강까지 가야 하는데 브라질은 실력이 된다”고 말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6골을 몰아친 콜롬비아 공격수 하메스 로드리게스(27·바이에른 뮌헨)처럼 깜짝스타가 나올지 지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그동안 독일의 토마스 뮐러, 프랑스 폴 포그바 등이 영플레이어상을 받고 루키에서 수퍼스타로 거듭났다.

러시아에서는 독일 공격수 티모 베르너(26·라이프치히)가 주목받고 있다. 베르너는 지난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21골을 터뜨리며 라이프치히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올 시즌에는 유로파리그를 포함해 45경기에 출전해 21골을 기록했다. 지난해 A매치 데뷔전을 치른 뒤 13경기에 출전해 7골을 뽑아냈다.

그는 ‘전차군단의 신형 무기’다. 역대 월드컵 최다골 보유자(16골)인 독일 공격수 미로슬라프 클로제에 빗대 ‘좀 더 빠른 클로제’라 불린다.

브라질 공격수 가브리엘 제수스(21·맨체스터 시티)도 라이징 스타다. 브라질은 최근 최전방 공격수 부재에 시달렸는데, 제수스가 월드컵에서만 15골을 터뜨린 호나우두의 후계자로 각광받고 있다. 제주스는 2016년 리우 올림픽 금메달을 이끈 공격수다.

프랑스 공격수 킬리안 음바페(20)는 지난 시즌 프랑스 AS모나코에서 파리생제르맹으로 이적하면서 몸값 1억8000만 유로(약 2300억원)를 기록했다. 네이마르에 이어 역대 이적료 2위에 해당한다. 무서운 스피드와 기술, 골 결정력을 두루 갖췄다. 프랑스 21세 공격수 우스만 뎀벨레(바르셀로나)도 주목할 만하다. 뎀벨레도 역대 이적료 4위(1400억원)에 올랐다. 바르셀로나로 옮기자마자 부상당했지만 복귀 후 클래스를 회복했다.

또 멕시코 공격수 이르빙 로사노(23·에인트호번)는 올 시즌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서 17골을 뽑아냈다. 지난해 멕시코 국가대표에 뽑힌 그는 빠른 스피드를 앞세워 26경기에서 7골을 기록했다. 이 밖에 잉글랜드 공격수 제시 린가드(26·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주목할 만하다.

03. 전화기, “호우”… 세리머니도 큰 재미


▎이승우가 지난해 5월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U-20 월드컵 아르헨티나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골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사진:양광삼
월드컵에서 또 다른 재미는 수퍼스타들의 특별한 세리머니를 보는 것이다.

프랑스 공격수 그리즈만이 대표적이다. 1m75㎝인 그리즈만은 어릴 적 작은 키 탓에 수차례 입단 테스트에서 탈락했지만 가공할 만한 스피드를 앞세워 유로 2016 득점왕(6골)에 올랐다. 그는 포르투갈 혈통에 독일식 이름을 지녔다. 어머니가 포르투갈계이고, 아버지는 독일과 국경이 인접한 알자스에서 태어났다.

성장 과정처럼 골 세리머니도 독특하다. 트레이드마크는 ‘전화기 세리머니’다. 양손의 엄지와 새끼손가락만 펼쳐 전화기 모양을 만든 뒤 리듬을 타며 돌린다. 그리즈만은 “(힙합 스타) 드레이크의 핫라인 블링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춤을 따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즈만은 이 동작을 응용해 TV 광고에도 출연했다.

그리즈만은 컴퓨터 게임에서 나오는 양발을 좌우로 올리는 댄스를 추기도 하고, 경품으로 마련한 자동차 운전석에 타는 등 다양하고 유쾌한 세리머니를 펼친다.

포르투갈 공격수 호날두는 전매특허인 ‘호우 세리머니’를 펼친다. 공중에서 180도 회전을 한 뒤 두 팔을 쭉 뻗는다. 국내에는 “호우”, “주우우우(Suuuuu)”라고 외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지(Si)”다.

호주 공격수 팀 케이힐(39·밀월)은 캥거루를 연상케 하는 ‘복싱 세리머니’를 선보인다. 한국 공격수 손흥민은 다양한 세리머니를 펼친다. 득점 후 전력질주해 무릎으로 슬라이딩을 하거나 손으로 하트를 만든다.

세리머니는 축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존재했다. 선수들이 기쁨을 표현하는 동시에 팬들과 함께 나눴다. 1982년 이탈리아 타르델리의 주먹을 움켜쥐고 달리는 세리머니가 대표적이다.

카메룬 로저 밀러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골을 터뜨린 뒤 코너킥 부근으로 달려가 댄스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때를 기점으로 독창적인 세리머니가 더 많이 나오고 있다. 브라질 베베토의 1994년 미국 월드컵 요람 세리머니, 덴마크 라우드럽의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모델 포즈로 눕는 세리머니가 있다.

세리머니에는 국가의 특성이 담기기도 한다. 안정환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미국전에서 골을 터뜨린 뒤 할리우드 액션을 비꼬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그해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김동성이 안톤 오노(미국)의 석연찮은 동작 탓에 실격을 당하면서 메달을 놓쳤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러시아전에서 이근호는 득점 후 경례 세리머니를 펼쳤다. 당시 이근호는 상주 상무 소속 육군 병장이었다. 한국에서는 국군체육부대 홍철과 김민우(이상 28), 무궁화체육단 의무경찰 아산 주세종(28)이 대회에 출전했다.

이 밖에 세네갈 디우프는 2002년 월드컵에서 골을 터뜨린 뒤 유니폼을 놓고 동료와 주위를 돌며 춤을 췄다. 역대 월드컵 세리머니를 살펴보면 양팔을 벌리고 뛰거나, 손가락으로 유니폼을 가르키거나, 기도하는 세리머니가 가장 많다.

04. 우승 후보는 독일·브라질·스페인 順


▎요하임 뢰프 독일 대표팀 감독(왼쪽 사진)과 치치 브라질 대표팀 감독.
‘사커봇’은 스웨덴 웁살라대에서 응용수학을 가르치는 데이비드 섬프터(영국) 박사가 개발했는데, 유럽 축구팬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 CBS는 최근 2년6개월간 사커봇 예상대로 베팅했다면 1800%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커봇’은 러시아월드컵을 앞두고 우승 확률을 예측했는데, 1순위는 독일이었다. 지난 대회 우승팀이자 FIFA 랭킹 1위 독일의 우승확률 2/7(28.6%)다. 2위는 1/4(25%) 브라질이다. 프랑스·스페인·아르헨티나가 1/6(16.7%)로 공동 3위다. 벨기에가 1/10(10%), 잉글랜드(1/20·5%), 포르투갈(1/25·4%), 우루과이·크로아티아(이상 1/30·3.3%)가 10위에 들었다.

독일은 축구가 종교인 나라다. 2014년 월드컵 우승국이자 FIFA 랭킹 1위다. 1부 리그부터 지역에 따라 최대 14부 리그까지 승강제를 실시한다. 한때 목수로 일하면서 7부 리그팀에서 뛰었던 클로제는 1999년 1부 리그 무대를 밟아 월드컵 최다골 보유자가 됐다.

독일은 8090만 명(2016년 기준)의 국민 약 20%인 1640만 명이 이민자와 그 가족이다. 독일 축구는 다민족 대표팀을 구성하면서 더 강해졌다. 터키 이민자 2세인 메주트 외칠(30·아스널), 튀니지계 혼혈인 사미 케디라(31·유벤투스) 등이 대표적인 선수다. 선 굵은 축구의 ‘전차군단’은 다민족 팀이 되면서 다채로운 색깔을 띠게 됐다.

독일은 1954년 스위스 대회 이후 16차례 연속 8강에 올랐다. 러시아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10전 전승을 거뒀다. 43골을 넣고 4골만 먹었다. 독일은 볼 점유율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리려 한다. ‘대항’이라는 뜻의 게겐(Gegen)과 ‘압박’의 프레싱(pressing)을 합한 게겐프레싱을 펼친다. 최전방부터 상대 선수를 압박해 볼을 가로챈 뒤 공격으로 전환하는 전술이다.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10골-15도움을 올리며 우승을 이끈 르로이 사네가 최종 명단에서 탈락했다. 그만큼 호화 멤버를 자랑한다.

‘삼바의 나라’ 브라질도 유력한 우승 후보다. 브라질은 1930년 1회 우루과이 대회부터 총 21차례 월드컵 본선에 모두 출전한 유일한 국가다. 월드컵 최다 5회 우승국(1958·1962·1970·1994·2002년)이다. 브라질축구협회 등록 선수는 200만 명이 넘고, 미등록 선수까지 포함하면 1300만 명에 달한다.

하지만 브라질은 4년 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제대로 자존심을 구겼다. 4강에서 독일에 1대 7 참패를 당했다. 브라질은 남미 예선 도중 둥가 감독이 물러났다. 대신 2016년 6월 브라질 프로축구 코린치안스를 이끌던 치치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브라질은 다시 강력해졌다. 남미 예선 18 경기 중 4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일찌감치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브라질처럼 명예회복을 꿈꾸는 스페인도 있다. 스페인은 유로 2008, 2010 월드컵, 유로 2012까지 메이저 대회를 3연패하면서 ‘무적함대’라 불렸다. 하지만 2014년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네덜란드, 칠레에 밀려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델 보스케 당시 스페인 감독이 과거와 엇비슷한 축구를 하다가 실패를 맛봤다.

‘뉴(New) 스페인’은 젊고 더 빨라졌다. 유로 2016 이후 델보스케 감독에게 지휘봉을 넘겨받은 훌렌 로페테기 감독이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이뤄냈다. 이스코·아센시오(이상 레알 마드리드)처럼 에너지를 갖춘 신무기가 가세했다. 물론 다비드 실바(맨체스터시티) 같은 경험 있는 노장들도 건재하다. 디에고 코스타(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다비드 실바, 이스코가 예선에서 나란히 5골씩 뽑아낼 정도로 득점 루트가 다양하다. 세스크 파브레가스(이상 첼시) 등이 명단에서 탈락할 만큼 올스타급 멤버다.

‘아트사커’ 프랑스도 우승 후보로 꼽힌다. 프랑스는 폴 포그바(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그리즈만, 음바페 등 화려한 멤버를 자랑한다. 여기에 2012년부터 프랑스를 이끌고 있는 디디에르 데샹 감독의 리더십도 믿을 만하다. 벨기에 역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 주역 케빈 더 브라위너를 비롯해 루카쿠·아자르 등 호화 멤버로 구성돼 깜짝 우승을 거둘 수도 있다.

김환 해설위원은 우승 후보로 독일을 꼽으며 “요하임 뢰프 감독이 강점이다. 벌써 12년째 대표팀을 이끌고 두 번의 월드컵을 치렀다. 전술에 대한 확신도 강하다. 맨체스터시티에서 맹활약한 사네를 제외했어도 뢰프이기에 이해하는 분위기”라며 “최전방에 약점이 있지만 다른 포지션에 있어서 압도적”이라고 말했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는 브라질이다. 부상에서 돌아온 네이마르가 엄청난 의욕을 불태울 것이다. 조력자 쿠티뉴·제주스·피르미누 등의 기량도 절정”이라며 “오른쪽 수비수 다니 알베스가 부상으로 빠진 걸 제외하고는 베스트11의 밸런스에 흠잡을 곳이 없다. 4년 전 월드컵 실패를 만회하겠다는 각오도 대단하다”고 전했다.

05. 코스타리카 돌풍 재현할 다크호스는?


4년 전 브라질월드컵에서 코스타리카가 돌풍을 일으켰다. 우루과이·이탈리아·잉글랜드가 속한 죽음의 D조를 1위로 통과했고, 16강에서 그리스마저 집으로 보냈다. 8강에선 네덜란드에 승부차기 끝에 3대 4로 석패했다.

브라질월드컵 개막 전 인구 450만의 소국 코스타리카를 주목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코스타리카의 우승 확률을 0%로 점쳤다. 하지만 코스타리카는 마치 박지성 11명이 뛰는 것처럼 투혼을 발휘했다. ‘그래, 우리는 할 수 있다(Si, se puede)’는 응원 구호대로였다. 코스타리카는 파이브 백을 세워 수비에 중심을 두고, 역습으로 마무리 지었다. 골키퍼 케일러 나바스(32·레알 마드리드)가 뒷문을 든든히 지켰다.

러시아월드컵에서 주목할 만한 다크호스는 북아프리카 모로코다. 모로코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 20년 만에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아프리카 예선에서 3승3무를 기록했다. 전통 강호 코트디부아르를 비롯해 말리·가봉을 제치고 올라왔다.

한국이 2014년 월드컵에서 2대 4로 패한 알제리처럼 개인기가 뛰어나다. 공수 밸런스가 좋고 수비력과 창조성까지 갖췄다. 1m90㎝의 장신 스트라이커 칼리드 부타이브(예니 발라트야스포르)가 선봉에 선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모로코는 프랑스와 네덜란드 청소년 대표 출신들이 모였다. 4년 전 16강에 오른 알제리와 전력이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페루도 돌풍을 일으킬 능력을 지녔다. 대회 직전까지 15경기 연속 무패(10승5무)를 기록했다. 김환 해설위원은 “도핑에 걸려 월드컵에 나오지 못할 뻔한 파올로 게레로가 우여곡절 끝에 복귀했다. 포지션별로 탄탄하고 조직력도 갖췄다. 2014년 코스타리카 같은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 사디오 마네(리버풀)의 조국 세네갈도 다크호스다.

- 모스크바(러시아)=박린 중앙일보 기자 rpark7@joongang.co.kr

201807호 (2018.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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