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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同行-고령사회로 가는 길’(7)] ‘봉사하는 리더십’으로 일구는 인생 3막 

“학사모 쓰고 졸업가운 입으니 노인 지도자 자부심 절로 생기죠!” 

문상덕 월간중앙 기자
최고 강사진과 표준화된 프로그램으로 만족도 높여…교육 사각지대 해소 위해 ‘찾아가는 교육 서비스’도 시작

▎대한노인회는 지난해부터 대한노인회의 각급 조직을 이끄는 노인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한 ‘노인지도자 교육’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 사진:대한노인회
충남 천안에 사는 이병미(70· 여)씨는 2010년 초등학교 교장을 끝으로 정년을 맞았다. 교사로 임용된 지 42년 만이다. 봉사하며 살겠다고 마음먹던 차에 대한노인회를 알게 됐다. 천안시 지회에서 노인 20명을 대상으로 한글을 가르치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 지난해에는 충남 홍성군 내포 신도시에 있는 충남연합회 산하 노인대학장에 임명됐다. 지회보다 한 단계 높은 연합회였지만 실상은 조직 기반이 전혀 없었다. 이곳이 허허벌판에 세워진 신도시였기 때문이다.

“직할노인대학에 등록한 학생이 50명밖에 없었습니다. 보통 지회에 있는 노인대학도 100명 정도니까 무척 영세했죠. 수강생을 늘리려고 지역 경로당에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노인대학에 와보시라’고 홍보했어요. 게다가 주변에서 ‘노인대학은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 ‘노인대학장 아무나 시키는 것 아닌가’ 하는 소리를 들을 땐 ‘내가 뭐 하러 고생을 사서 하나’ 하는 회의감도 들었죠.”

그러던 차에 대한노인회 중앙회에서 4월 30일부터 ‘제2기 시니어 아카데미’를 진행한다는 공지를 접했다. 이씨와 같은 노인대학장들이 대상이다. 노년의 건강관리뿐 아니라 리더십 실천을 강조한 게 프로그램의 특징이다. 강의 첫날 김영진 전 농림부 장관과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이 강사로 나선 데 이어 각계 명사 13인이 ‘어른다운 노인’으로 사는 법을 강의한다. 프로그램은 총 5회에 걸쳐 진행된다.

이씨는 “노인대학장을 대상으로 한 교육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강의를 들으면서 지역 수강생들에게 하나라도 더 전달해야겠다는 사명감과 노인대학장으로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대한노인회는 전국 16개 시·도 연합회와 244개 시·군·구지회를 두고 6만5000개 경로당 지원사업을 펼친다. 연합회 산하에는 노인지도자대학이, 지회 산하에는 노인대학이 있다. 일반회원의 투표로 선출된 연합회·지회장이 노인대학·노인지도자대학장을 임명한다. 노인대학은 일반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반면, 노인지도자대학은 지회와 경로당 간부를 대상으로 한다. 이렇게 각급 단위에서 조직을 이끌어가는 간부들을 통칭해 ‘노인 지도자’라고 부른다. 이씨도 노인대학을 운영하는 지도자로서 이 교육과정에 참여했다.

봉사하는 리더십으로 ‘존경받는 노인’ 만든다


▎대한노인회는 ‘노인 교육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찾아가는 교육 서비스’ 프로그램을 4월부터 진행해 왔다. 4월 23일 춘천시 지회에서 지역 어르신을 대상으로 이병순 우정연수원장이 강연하고 있다. / 사진:대한노인회
대한노인회는 지난해부터 노인 지도자를 대상으로 한 노인교육 프로그램을 대폭 강화해 왔다. 지난해 3월 국내 유일의 노인 전문 교육기관인 우정연수원을 전북 무주에 건립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해에만 노인 지도자 1만6540명이 이곳을 방문해 1박2일 일정으로 ‘핵심·노인지도자교육’을 이수했다. 올해 1월에는 중앙회의 교육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교육총괄본부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교육총괄본부는 ▷시니어 아카데미 운영 ▷신규 교육 프로그램 연구·개발 ▷노인대학 맞춤형 교재 제작·발행 등을 담당한다.

시니어 아카데미 3회차 교육이 실시된 5월 28일, 강의가 이뤄진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 컨벤션홀에서 만난 이씨는 강의 내용을 필기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전국의 노인대학장과 노인지도자대학장 250여 명이 모인 가운데 강연장 전체가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이날 강사로 나온 오원석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강의가 30분 넘게 길어지는 데도 어르신들께서 졸기는커녕 한 분도 엉덩이를 떼지 않으셨다”며 “대학생들보다도 강렬한 집중력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제2기 시니어 아카데미의 주제는 ‘위풍당당 인생3모작’이다. 고령화가 우리보다 앞서 진행된 선진국에서는 1980년대 말부터 은퇴 이후도 개인적 성취가 이어지는 시기가 돼야 한다는 ‘제3기 인생론’이 호응을 받아왔다. 최성재 전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은 평균수명 90년을 상정하고 인생의 각 시기에 어떤 성취를 이뤄내야 하는지를 ‘인생3모작’ 개념에 담아냈다. 최 전 원장은 “처음 30년은 배우고, 그다음 30년은 배운 것을 기반으로 일한다”며 “나머지 30년은 주된 일자리에서 물러나 시간 여유를 갖고 일과 봉사, 여가활동 세 가지 중 한 가지 이상을 하면서 살게 된다”고 설명했다.


▎신광옥 전 법무부 차관이 5월 28일 ‘함께하는 인생3모작’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신 전 차관은 “선조들은 어르신의 연세를 표현하기 위해 글자 ‘기·노·모·질’을 하나하나 만들었다”며 “동양문화에서 어르신을 얼마나 공경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 사진:전민규
세 번째 파종(播種) 시기의 핵심은 봉사다. 앞선 시기에 하는 봉사는 배우고 남는 시간, 일하고 남는 시간에 하는 잔여적인 일이었다면 노인은 봉사를 삶의 전면에 앞세울 수 있다. 이때 봉사의 가치는 ‘개인적인 만족감’에 국한되지 않는다. ‘봉사하는 리더십’이 결여된 사회는 끊임없이 소외를 생산하고 과다한 복지비용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노인이 봉사하는 리더십을 발휘할 때 ‘주체적인 노인’ ‘어른다운 노인’으로 바로 설 수 있다. 이병순 교육총괄본부장이 부연해서 설명한다.

“흔히 노년을 ‘죽음으로 가는 마지막 정거장’이라고 하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몸도 마음도 쇠약해지고 공동체로부터 고립되기 쉽습니다. 어르신들은 지금까지 살아오신 삶 자체가 지식이고 지혜기 때문에 사회 전체로도 손실이죠. 어르신들께서 급변하는 사회 환경에 적응하고 소싯적의 독립심과 주체의식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시니어 아카데미를 기획했습니다.”

아카데미에 초청된 노인대학·노인지도자대학장은 봉사하는 리더십을 이미 실천하고 있다. 임기 4년 동안 아무런 대가 없이 각급 조직을 운영한다. 연합회장과 지회장, 경로당 임원도 마찬가지다. 9월부터 진행되는 제4기 시니어 아카데미에서는 244개 시·군·구 지회장과 지회 임원들이 초청될 예정이다. 경로당 임원들은 우정연수원에서 1박2일 지도자교육을 받게 된다.

교육현장에서 만난 한 노인 지도자들은 “내 인생의 마지막에서 어떻게 삶의 의미를 찾고 사회에 기여할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춘천시 지회 산하 노인대학장을 맡고 있는 한경숙(74· 여) 학장은 일평생 보건복지 분야에서 일해 왔는데 이번 교육과정에서 특별한 감회를 느낀다고 말했다.

“저는 강원도청 보건복지여성국장을 끝으로 공직을 마쳤습니다. 퇴직 후에는 강원도 내 복지사업과 관련한 일을 많이 했어요. 지역 자원봉사센터장으로 6년간 일하다가 적십자사 강원도지사 부회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그 후에 춘천시 지회장님의 부탁으로 노인대학장을 맡게 됐습니다. 사실 현장에서 직접 노인들과 서로 부대끼며 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새로운 도전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인생에 마지막 봉사하는 길이 이곳이라고 느꼈습니다.”

2014년부터 서울 송파구 지회장을 맡고 있는 윤병오(81) 씨는 올해 3월부터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지회장을 맡기 전에는 6년간 경로당 회장을 했으니 대한노인회와 인연을 맺은 지 올해로 11년째다. ‘무급 봉사직을 이렇게 오랫동안 해온 이유가 있느냐’고 묻자 윤씨는 “서울 송파구에서만 내리 6대째 살고 있다”면서 고향 송파를 위한 적극적인 봉사 의지를 밝혔다. 윤씨는 “이번 지회장 선거가 32년 만에 경선으로 치러졌다”며 “대한노인회 문을 두드리는 노인이 많아져 마음이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우정연수원, 年 1만6000여 명 노인 지도자 교육


▎대한노인회 교육총괄본부 출범식이 1월 25일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 1층 컨벤션홀에서 열렸다. 이중근 대한노인회 회장(앞줄 왼쪽 여덟째)과 참석자들이 주먹을 쥐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대한노인회
시니어 아카데미 커리큘럼 가운데는 ‘도발적인’ 강의도 있다. 최영숙 한국웰다잉협회장이 진행하는 ‘나를 찾는 인생3모작’ 강의다. 청·장년층에게 죽음이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식의 철학이라면, 노년층에게는 실존의 문제다. 노인에게 죽음을 말하는 것이 금기시되는 이유다. 그런데 최영숙 협회장은 강의 도입부부터 ‘잘 죽는 방법’을 배우자고 제안한다.

최 협회장의 지론은 ‘잘 죽으려면 잘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잘 죽으려는 준비를 하는 사람은 남은 삶을 계획적으로 정리한다. 최 협회장은 수강생들에게 ‘충격’을 주기 위해 ‘수의체험’도 진행한다. 강연장을 ‘장례식장’처럼 바꾸는 식이다. 촛불을 켜고 수강생 모두 수의를 입는다. 가운데 누운 수강생은 안대를 쓰고 협회장이 조문(弔文)을 읊는다.

최 협회장은 “어르신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치는가 하면 어떤 분은 대성통곡을 하신다”고 말했다. “나중에 ‘왜 그렇게 우셨어요’ 여쭈면 ‘왜 그렇게 베풀지도 않고 가족에게, 친구에게, 부모님에게 옹졸하게 굴었는지 후회스럽더라’고 말한다”고 최 협회장은 덧붙였다. 이렇게 강의 시간에 한바탕 눈물바다를 겪고 나면 수강생들도 기꺼이 ‘잘 죽어야 한다’는 최 협회장의 이야기에 공감한다고 한다. 강의 말미에 무가치한 연명의료를 거부한다는 내용의 ‘연명의료의향서’를 쓰는 데도 거침없어진다.

“강의가 끝나고 나서 어르신들이 ‘머리털 나고 죽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말할 줄은 몰랐다’면서 즐거워하세요. 한번은 전남 완도에서 올라오신 지 회장님이 완도로 내려와 회원들에게 강연을 한번 해줄 수 없느냐 부탁을 하시기도 했죠. ‘죽음에 대해 처음 들어봤다. 죽음을 이렇게 편하게 생각하게 될 줄 몰랐다’고 말씀하시는 데 참 뿌듯했습니다.”

최 협회장은 전남 무주에 있는 대한노인회 노인전문교육원인 ‘우정연수원’에서도 같은 주제로 강연을 진행한다. 우정연수원이 전국 경로당의 임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핵심·노인지도자교육’ 과정은 기수마다 1박2일의 교육을 받는다. 짧은 시간이지만 10개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그중에서 5개를 선택 수강할 수 있도록 해 만족도를 높였다. 이 중에는 경로당 운영 실무와 관련된 강의도 있다. 전국 6만5000개 경로당을 이끄는 분들이 교육과정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윤병오씨와 함께 서울 송파구 지회에서 노인대학장을 맡아온 이병순 본부장은 지난해 3월 우정연수원이 개관하면서 연수원장을 맡게 됐다.

우정연수원의 다양한 커리큘럼 중에서도 참가자들이 가장 웃음꽃을 피우는 시간은 아무래도 둘째날 치르게 되는 수료식일 것이다. 빨리 끝나기만 기다리게 하는 형식적인 행사가 아니다. 수료식에서 참가자들은 모두 학사 가운을 입고 학사모를 쓰게 된다. 학사 가운과 학사모는 청춘을 상징하는 파란색으로 채색돼 있다. 이 본부장이 연수원장으로 취임하면서 사비를 들여 200벌을 직접 제작했다고 한다. 이 본부장은 “자식들은 대학에 보냈어도 정작 자신은 학사모를 써본 적이 없는 어르신이 대부분”이라며 “지난해에만 99번의 수료식을 치르면서 99번이나 학사모를 썼다”고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지역 참가자들을 인솔하고 온 전호균 전북 진안군 지회 경로부장은 “어르신들이 수료식이 진행되는 동안 몰래 눈물을 훔치기도 한다”며 “버스 타고 연수원에 올 때는 ‘꼭 가야 하느냐’ 불평하던 어르신조차도 나중에는 ‘전 부장, 참 고맙소’ 하고 말씀하신다”고 말했다.

대한노인회의 노인교육 프로그램이 노인 지도자만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대한노인회의 중추 교육기관은 16개 연합회와 244개 지회 산하에 설립된 노인지도자대학과 노인대학이다. 전문적인 교육은 아니지만 경로당 임원도 회원을 대상으로 기본적은 건강관리 교육을 실시하기도 한다. 시니어 아카데미와 우정연수원에서 배운 ‘인생3모작’ 농사법을 일선 지역에 전파하는 것은 노인 지도자들의 몫이다.

대한노인회, 노인교육 사각지대 해소에 앞장서와


▎4월 30일 ‘2018 시니어 아카데미’의 첫 번째 강연이 열렸다. 전국의 노인지도자대학장 및 노인대학장 260여 명이 참석해 강연 프로그램 안내를 듣고 있다. / 사진:전민규
이병미 노인대학장은 “어르신들이 ‘이번에 서울에서 배워왔는데 우리도 해봅시다’ 하면 더 잘 따라온다”면서 “수준 높은 강사진 덕분에 지역 노인대학에서 내가 가르치는 내용도 수준이 한층 높아졌다”고 말했다.

물론 노인대학장 혼자서 교육을 도맡아 할 수는 없다. 한경숙 춘천시 지회 노인대학장의 고민이기도 했다. 지역 노인대학의 재정이 넉넉지 않아 좋은 강사들을 초빙하기 어려운 탓이다. 노인대학 1년 운영비가 1700여 만원인데, 1년에 한 번 회원들을 데리고 체험여행만 다녀와도 거의 소진이 된다. 그러다 보니 강사료는 평균 5만원, 아무리 명사라고 해도 10만원을 넘지 못 한다. 한 학장은 “그래도 지역사회에 계신 분들은 재능기부라 생각하고 강의를 해준다”며 “서울에서 강사를 초대하기는 엄두도 못 낸다”고 말했다.

대한노인회는 지역 노인대학의 이런 고충을 반영해 올해부터 ‘찾아가는 교육 서비스’ 사업을 시범적으로 운용해 왔다. ‘노인교육 사각지대’에 있는 소외 지역 회원들과 중앙회 주관 교육에 참가할 기회가 없는 회원들에게 좋은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병순 본부장이 교육을 요청한 지역으로 가 ‘향기로운 세상 만들기’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한다. 이 본부장은 4월 13일 서울 송파구 지회를 시작으로 강원 춘천시 지회, 전북 무주군 지회를 잇달아 찾아갔다. 그는 “지역의 반응에 따라 전국으로 대상자를 확대하고 강사진도 더욱 늘려 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학장이 있는 춘천시 지회에서도 4월 23일 강연이 진행됐다. 회원 130여 명이 지회 강당을 가득 메웠다. 그가 강연을 들은 소감을 말했다. “수명이 길어졌는데 노인이 됐다고 나태하게 생활하면 몸과 마음이 금세 퇴보한다는 게 요지였습니다. 의지하려 들기보다 어르신들끼리 서로 돕고 사회에 어떤 방식으로 기여할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저도 어르신들에게 가르치는 입장만 고수하다가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최근 들어 우리 사회에서는 노인에 대한 이미지가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월 현대경제연구원이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노인에 대한 이미지를 묻는 질문에 ‘긍정적’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3명 중 1명(34.3%)에 불과했다. 응답자 중 11.3%는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특히 노인을 가장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세대는 ‘60대 이상’으로 16.9%에 달했다. 노인 스스로 자신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의미다.

“노인교육 전문 강사 육성, 표준 교재 제작은 과제”


▎우정연수원의 ‘노인지도자 교육과정’을 수료하면 받게 되는 수료증. 전호균 전북 진안군지회 경로부장은 “푸른 학사모를 쓰고 수료증을 받게 돼 눈물이 났다”고 소회를 말했다. / 사진:대한노인회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심각한 수준이다. 100여 개국에서 참여한 ‘2015 세계 가치관 조사(World Values Survey)’ 결과를 보면, 한국인이 ‘노인은 사회의 짐’이라고 생각하는 정도가 세계에서 셋째로 높게 나타났다. 4점 만점에 싱가포르인(1.99점)과 중국인(1.92점)에 이어 1.88점을 기록했다.

능력 개발보다 취미·여가에 편중된 노인 교육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성재 전 원장은 “60세 이후에도 일하고 봉사할 수 있는데, 지금 노인 교육은 노화에 수동적으로 적응하자는 ‘적응모델’에만 방점이 찍혀 있다”고 말했다. 최 전 원장은 또 “적응모델에 더해 ‘발전모델’로 전환돼야 한다”면서 “일상에서 쓰이는 기술을 이해하면서 직업까지 모색할 수 있는 직무 기초교육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인 교육 수행기관인 노인복지관이나 평생교육시설로 이러한 교육을 충당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2008년 한국교육개발원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당시 8만4836개 평생교육 프로그램 가운데 노인 대상 프로그램은 1388개로 1.6%에 불과했다. 2000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지 8년이 지난 시점에서 조사된 결과다. 노인복지관에서는 최근 ‘실버 바리스타’ ‘실버 도슨트(문화 해설사)’ 등 실무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있다. 그러나 “한 복지관에서 백화점식으로 40~50개 프로그램을 운영하다 보니 깊이 있는 교육을 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4월 30일 김영진 전 농림부 장관의 강연 도중에 한 어르신이 강연 내용을 꼼꼼히 필기하고 있다. / 사진:전민규
대한노인회의 노인 교육 프로그램이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례로 ‘시니어 아카데미’에는 ‘일하는 인생3모작’이나 봉사하는 리더십을 강조한 ‘어른다운 노인의 인생3모작’ 등 발전모델에 기초한 강의가 다수 개설돼 있다. 물론 ‘건강한 인생3모작’처럼 노화에 잘 적응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강의도 있지만 적응모델과 발전모델의 균형을 맞춘 프로그램이 돋보인다.

이병순 본부장은 “노인 지도자를 넘어 일반 노인에게까지 교육 혜택에 가도록 하려면 정부도 힘을 보태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대한노인회 중앙회에서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일반 노인회원들이 수강하기는 어렵다. 지역 노인대학에서도 내실 있는 교육이 이뤄지려면 표준화된 교재와 전문 강사가 필요하다는 게 이 본부장의 설명이다.

“노인교육이 다른 어떤 교육보다 어렵습니다. 학력도 천차만별일뿐더러 평균연령이 높다 보니 눈높이를 맞추는 작업이 쉽지 않아요. 평생교육 강사가 아니라 노인 교육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강사가 필요하거든요. 강의 수준도 균질하게 만들려면 교재도 필요하고요. 단발적인 명사 초청 강연은 한계가 있어요. 예산이 허락하는 한 더 많은 어르신께 기회를 드리고 싶습니다.”

- 문상덕 월간중앙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201807호 (2018.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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