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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이차성징, 혼인색·추성혼인색과 추성에 대한 설명을 조금 보탠다. 어류 말고도 양서류나 파충류도 번식기가 되면 몸 표면에 독특한 빛깔, 즉 혼인색을 나타내는데 거의 수컷에 한정된다. 혼인색은 역시 산란기에 생기는 독특한 빛깔로 황어나 피라미의 수컷(불거지), 납자루·연어·은어·가시고기 수컷들에서 특별나다. 이 화려한 색은 짐짓 암컷을 구슬리고, 꾀어 짝짓기를 재우치고 돕는다.그리고 추성이란 산란기의 피라미나 은어 수컷에서 볼 수 있는 특징으로 피부 표피가 두꺼워져 무사마귀 모양으로 꺼칠꺼칠하게 울퉁불퉁 돌출되는 것이다. 머리나 몸, 가슴지느러미 위에 나타나는 돌기로 이 또한 주로 수컷에서 더 많이 생긴다. 이 추성돌기로는 산란기에 집(텃세)을 지키고, 암컷을 꼬드기고 자극하며, 암컷이 상대인식을 쉽게 하는 일종의 이차성징(secondary sex characteristics)인 것이다.더 예쁜 혼인색과 멋지게 생긴 추성을 가진 수컷이 암컷의 선택(뽑힘)을 받는 것은 당연하니 이를 성선택(性選擇, sexual selection)이라 한다. 머리를 다듬고, 좍 빼입은 몸단장에 듬직하게 맵시 내는 남자도 마땅히 여성의 눈에 띄기 위함이렷다! 두 말할 나위 없이 그 역(반대)도 성립한다. 이는 다윈이 주장했던 설의 하나로, 어려운 환경에 살아남는 자연선택(自然選擇, natural selection)도 중요하지만 번식을 통해 자손을 많이 퍼뜨리는 것도 진화의 핵심요소라는 것이다. 일례로 사슴의 뿔, 새의 아름다운 깃이나 지저귐, 사자의 갈기, 남자의 수염 등의 빼어난 형질이 배우자선택(자웅선택)에 쓸모가 있어서 후손을 많이 남기게 된다는 것이다.황어 이야기로 되돌아간다. 드디어 암컷 한 마리에 여러 마리의 수컷이 옆 서거니 앞서거니 한다. 수컷들이 산란을 부추기느라 암놈 몸을 슬슬 긁적거리고, 슬쩍슬쩍 비비면서 어르고 달랜다. 그리고 이들도 여러 마리 암수가 한 곳에서 떼거리로 셀 수 없이 많은 알과 정자를 잔뜩 뒤섞으니 이를 ‘집단산란(group spawning)’이라 하는데, 어류 말고는 이런 일이 드물다. 보통 모든 동물이 암수가 일대일로 짝짓기를 하니 말이다.이들은 강 중류, 수심 20~50㎝ 정도의 맑은 물이 흐르는 평평한 자갈 바닥에다 산란한다. 지름 2㎜ 안팎인 알은 옅은 황색으로 끈적끈적하여서 모래·자갈 바닥에 잘 달라붙는다. 그리고 나면 어미 아비는 초주검이 돼 게거품을 물고 뻗어버리니 이렇게 그들도 허무하게 세상과 인연을 다하고 만다.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 여우가 죽을 때에 머리를 자기가 살던 굴 쪽으로 두고 죽는다고 하더니만 황어도 결국 귀소본능, 회귀본성이 발동하여 제가 태어난 강에 돌아와 새끼치고 죽는다. 정말이지 슬그머니 청춘 가고 불쑥 여든 줄에 접어드니 고향과 옛것만이…. 황어 네가 그랬듯 나도 고향으로 돌아가 아름답게 삶의 마침표를 찍어야지!
※ 권오길 - 1940년 경남 산청 출생. 진주고, 서울대 생물학과와 동 대학원 졸업. 수도여중고·경기고·서울사대부고 교사를 거쳐 강원대 생물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2005년 정년 퇴임했다. 현재 강원대 명예교수로 있다. 한국간행물윤리상 저작상, 대한민국 과학문화상 등을 받았으며, 주요 저서로는 [꿈꾸는 달팽이] [인체기행] [달과 팽이] [흙에도 뭇 생명이]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