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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인터뷰 | 6·13선거 화제의 당선자] 대구·경북 유일의 민주당 기초단체장 장세용 구미시장 

“젊은층과 보수층이 일궈낸 승리” 

박성현 월간중앙 기자
새마을운동, 박정희 브랜드로는 더 이상 구미 미래 기약 못해…지역 민주당 인재풀 약해 자유한국당을 뛰어넘을지 미지수

▎장세용 구미시장은 지난 6월 지방선거를 “유권자들의 변화 열망이 분출된 선거”라고 규정한다. / 사진:구미시청
장세용(64) 구미시장은 대구·경북 유일의 더불어민주당 소속 기초지자체장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구미는 ‘보수의 심장’이자 ‘산업화의 요람’으로 일컬어지는 도시다. 1995년 민선 지방자치단체장 시대가 열린 이래 내리 여섯 번을 자유한국당 계열의 시장을 배출했다. 그것도 전직 도지사인 김관용 전 시장과 6월 지방선거 자유한국당 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남유진 전 시장이 각각 3연임에 성공한 철두철미한 보수의 아성이었다.

이런 구미에서 장 시장은 40.8%를 얻어 38.7%에 그친 자유한국당 후보를 2.1%포인트 차로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구미시장 선거에서 사상 첫 정권교체가 이뤄진 것이다. 구미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7월 12일 구미시청 접견실에서 만난 장 시장은 “지역의 젊은층과 보수 유권자들이 밀어줬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승인(勝因)을 풀이했다.

어떻게 이길 수 있었나?

“젊은층과 보수층 양쪽의 지지를 받은 게 승리의 기반이 됐다고 본다. 그동안 구미의 현실정치에서 소외된 젊은층이 자기를 대신해서 표현해 줄 후보를 갈망했던 것 같다. 과거의 구미 정치가 이들을 대표하지 못했고, 이들도 선거에 관심이 없었다면 이번에는 적극적인 투표를 통해 대변자를 밀었던 선거였다. 저는 이들 젊은층뿐만 아니라 연세가 든 보수층과도 통하는 사이다.”

장년층 보수의 지지를 이끌어낸 비결이라도 있나?

“구미는 보수의 갈래가 동일하지 않다. 전통적 가문, 문중, 학맥을 통해 이뤄진 보수가 있는가 하면 박정희 전 대통령과 연관해 권력화한 보수도 있다. 저는 가문, 문중으로 연결된 보수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기에 보수의 표도 받을 수 있었다.”

지역 언론사들도 구미시장 선거 결과에 깜짝 놀랐다고 들었다. 본인은 당선 예감이 오던가?

“5월 말쯤 뭔가 달라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지역 언론 여론 조사에서도 제가 앞선다고 보도되니까 엄청난 역습이 쏟아졌다. 그게 상대당(자유한국당)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더라. 우리 지역에서 시민운동한다는 쪽에서도 공격이 들어왔다.”

시민운동을 하는 분들과는 같은 노선, 생각 아닌가?

“막상 제가 시장이 될 것 같으니까 그분들 생각이 복잡해진 것 같다. 아마도 제가 자신들을 너무 잘 안다고 생각했거나 제가 시장이 되면 자기네 역할이 축소된다는 계산을 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태극기집회 참가하는 분들과 같은 보수와 일부 시민단체 등 양면에서 공격을 받은 선거였다. 이는 구미만의 독특한 현상이다.”

“달리는 선로 위에 간이 KTX역이라도 만들어야”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LG전자 구미사업장을 둘러보는 장세용 시장. / 사진:구미시청
구미 시정(市政)을 이끌 준비는 충분히 했나?

“2016년 총선 당시 구미에 출마할 생각으로 준비하다가 집안의 반대로 뜻을 접었다. 그때부터 만든 자료를 계속 축적하면서 좀 별나기는 하지만 제 손으로 공약을 다듬었다. 기획사나 외부의 자문교수단이 만들어 준 공약이 아닌, 제가 고안하고 엮어낸 공약을 제시했다. 처음엔 명함을 외면하던 유권자들도 차츰 관심을 보이면서 세부 공약에 흥미를 가지더라. 비정규직 축소, 제5공단 성공적인 분양 등의 공약엔 실현 가능성을 따지는 등 설명 반(半), 토론 반(半)식의 선거운동이 이뤄졌다. 제가 준비한 공약에다 체계적인 설명이 가능했기에 유권자들의 마음을 비집고 들어가는 틈새가 만들어졌다.”

유권자들이 특별히 관심을 보인 공약은 무엇이 있나?

“경제 회복에 대한 염원은 아주 절박했다. 구미 5공단이 우리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도일 수가 없음에도 분양이 잘되면 구미 경제가 살아나지 않겠느냐는 희망을 놓지 못하고 계시더라. 구미는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KTX 접근성으로 인해 외국 자본이나 바이어 유치에 불편함이 적지 않다. 그래서 저는 금오산 밑에 KTX역을 신설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달리는 선로 위에 간이역이라도 만들겠다고 한 것이다. 이는 철도 논리로만 보면 실현을 장담할 수 없다. 그게 가능했다면 처음부터 역을 만들었을 테니까. 하지만 구미는 철도와의 인연이 점점 멀어진다. 이 상황을 돌파하는 게 우리의 절실한 과제다. 정치적 논리를 일정하게 작동해서라도 KTX역이 구미에 가까워지도록 해야 할 판이다.”

구미경제가 그렇게 어려운가?

“시민들에게 구미는 IMF 외환위기에도 멀쩡하게 잘 지낸 도시라고 아로새겨져 있다. 지난 50년간 한 번도 큰 어려움을 겪은 적이 없는 도시로도 기억된다. 그런데 5년여 전부터 경제가 나빠지는 게 눈에 보일 정도라고 다들 걱정한다. 한때 국내 수출의 11%를 점하던 구미 경제가 지금은 4.5%로 반토막 아래로 떨어졌다. LG디스플레이 생산라인이 파주로 이전하고 있고, 삼성전자도 사업 일부를 수원으로 옮겨갈 예정이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생산라인을 베트남 등 임금이 싼 해외로 이전하는 게 시대적 추세이기도 하다.”

구미경제가 직격탄을 맞았다고 볼 수 있겠다.

“시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심리적 공황상태를 겪는다고 볼 수 있다. 구미도 변화가 없이는 미래도 없다고 공감하는 분들이 늘었다. 게다가 구미는 아이들을 양육하고 교육하기에는 정주 여건이 매우 불편한 편이다. 그래서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보자는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 게다가 ‘도시 재생 전문가’로서 오랜 연구와 활동을 해온 저 자신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고 느끼고 있다.”

1953년 구미에서 태어난 장 시장은 구미 인동초와 인동중, 대구상고(현 대구상원고)를 졸업했다. 영남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경북대와 영남대 대학원에서 서양사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 인문한국(HK) 교수로 재직하며 공업도시 재생 연구에 몰두했다. 도시재생 관련 연구 결과를 엮은 [도시와 로컬리티 공간의 지형도]를 올해 2월 펴냈다. 장 시장은 또 1970년대 후반부터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비서관과 함께 대구·경북 지역 민주화운동을 이끌어온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여당 후보에 대한 개발 기대심리도 큰 변수가 됐을 것 같다.

“그렇다. 구미 시민들은 저한테 네 가지를 요구했다. 첫째 날로 악화되는 경제를 회생시켜 달라. 둘째 KTX역을 가까이 오게 해달라. 셋째 1969년 조성돼 역동성이 바닥난 구미 1공단에 활력을 불어넣어 달라. 넷째 새마을테마파크 운영비를 해결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 네 가지 과제에 대한 해답을 갖고 있어야 여당 후보 자격이 있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 향수가 기득권 논리에 갇혀”


▎장세용 시장은 구미 경제 회생을 시정의 주요 목표로 삼는다. / 사진:구미시청
그래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 구미에서 민주당 후보가 시장에 당선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법하다.

“저는 결혼한 이후로 주로 경북 경산에서 활동했다. 강사로 교단에 서고, 신문사도 만드는 등 하고픈 일을 다 해보았다. 오십 줄에 접어드니까 주변에서 경산 출마를 권유했다. 경산에서 제법 알려진 이름이지만 그게 표로 연결되는 것과는 별개라는 걸 알게 됐다. 민주당 후보를 찍는 유권자라면 고민고민해서 선택해주는 것이다. 고민의 단계별로 이겨내는 힘이 여럿 작용해야 한 표가 주어진다. 경북에서는 지연·혈연·학연의 힘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결국은 고향 구미에서 출마하기로 마음먹었다. 구미는 외지인이 80%를 차지하지만 밑바닥에서 작동하는 지연·혈연·학연의 힘이 받쳐줘야 일이 되는 곳이다.”

바닥정서를 파고든 힘은 어디서 왔다고 보나?

“저는 구미 인동 출신이다. 인동의 지연에다 혈연, 인척관계 등 숱한 인연과 관계를 통해 지지를 호소했다. 제가 민주당 구미시장 후보 경선에서도 버틸 수 있었던 것도 혈연, 지연과 같은 지역 뿌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물론 민주당 권리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도 주효했다. 이분들은 저의 사회적 활동과 지향에 공감한 것이다. 제가 당선되기까지는 이처럼 지역적 연고와 사회적 활동이라는 서로 다른 두 가지 요소가 공존하고 있다. 민주당이 앞으로 경북에서 어떤 일을 하자면 이런 점에 유의해야 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경북인들의 평가와 시각은 어떻게 설명될까?

“박 전 대통령은 권력을 잡고서 (조선시대부터) 오랜 세월 권력에서 소외된, 예컨대 영남 남인(南人)들을 중용하고 다독거리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그분들이 박 전 대통령과 손잡게 되면서 보수의 한 줄기를 이뤄냈다고 본다. 박 전 대통령은 독립운동가들의 치적을 찾아나서는 등 남인들에게 박 전 대통령과 동일시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했다. 물론 모든 남인이 그런 건 아니다. 골수 남인들은 박 전 대통령과 여전히 척을 졌다. 유신을 주도한 백남억 전 공화당 의장 등은 한때 좌익에 빠졌던 이들이다. 박 전 대통령의 많은 정책은 전향한 좌익들이 고안했다. 그래서 어떤 건 혁명적인 내용을 상당히 많이 담고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은 보수적 남인들의 소외도 안아주고, 좌파적 혁명 의식도 받아준 셈이다.”

현 시점에서 구미 시민들에게 박정희 전 대통령은 어떤 인물로 남아 있다고 보나?

“구미 시민들은 박 전 대통령을 구미를 대표하는 인물로 생각한다. 구미는 원래 새로 만들어진 도시다. 특별히 구심점이 없는 동네였다가 사업하는 사람들이 모여 이뤄진 도시가 구미다. 구미 사람들은 박 전 대통령을 구심점으로 내세울 수 있는 상징으로 삼았고, 공단이 들어서면서 부(富)도 축적할 수 있었다. 그래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이 대단하다. 문제는 이게 기득권의 논리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맨날 박 전 대통령 때문에 잘살게 됐다고 얘기하는데 몇 십 년째 같은 레코드를 틀어왔다. 이전까지는 구미가 이래서는 안된다는 분들이 자기 의사를 제대로 펼 기회를 못 찾다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힘을 모아준 것이다. 시대가 바뀌었다.”

구미의 진로에 관한 성찰을 보는 듯하다.

“기업들은 사업하기 편한 곳이라면 인도, 베트남 등 어디든 훌쩍 떠난다. 과거 산업화 시대의 의식에 집착해서는 되는 일이 없다. 이 사실을 구미의 미래와 결부해 논리적으로 깊게 생각하는 분들도 적지 않다. 저는 새마을운동, 박정희 전 대통령 같은 브랜드로는 더 이상 구미를 끌고 가기 어렵다, 지금처럼 해서는 곤란하다고 외쳤다. 제게 오는 첫 질문이 ‘박정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이다. 저는 이렇게 말한다. 40대 때 세상을 바꾸려던 ‘청년 박정희’ 정신은 구미에 필요하다. 청년 박정희는 제가 존경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우리 현대사의 중요한 인물이다. 하지만 ‘보수의 성지, 박정희’ 콘셉트는 구미의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이다. 구미의 브랜드를 다양화해야 한다.“

“여성과 약자에게 기회 확대할 것”

새마을테마공원의 성격을 바꾸겠다고 해서 보수단체의 반발을 샀다. ‘박정희를 지우려 한다’는 공격을 하던데.

“저는 취임 이후 현충원, 왕산 허위 생가를 방문한 다음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았다. 제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말씀드렸다. 제가 박 전 대통령을 (역사에서) 지우려고 한다는데 저는 지울 생각이 없다. 역사가 어떻게 지워지겠나. 그러나 어쨌든 구미를 새롭게 만드는 데 힘을 주시라고 부탁드렸다. 이런 얘기가 전해지면서 제 지지층에서는 변절했다고 지탄을 하기도 했다.”

양쪽에서 협공을 당하는 일이 더러 있을 법하다. 원칙과 기준이 필요하지 않나?

“구미 사회는 공론장에 익숙하지 않은 감이 있다. 앞으로 구미 출신 도의원, 시의원,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토론이나 공청회 등 다양한 논의 구조를 모색할 참이다. 각기 의견을 내놓고 질문하는 과정에서 공론이 설 것으로 기대한다.”

자유한국당에 대한 대구·경북(TK) 주민들의 애착이 예전만 못하다고 한다. 피부로 느껴본 정서도 그랬나?

“오래전부터 TK 주민들은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신한국당, 한나라당 등을 ‘우리당’으로 불렀다. 최근에는 실망해서 자유한국당에 회초리를 든다는 심정으로 저를 지지했다는 분들이 있다. 자유한국당이 제대로 한다면, 지역민들의 자존심을 잘 대변한다면 다시 기반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자유한국당이 김영삼 전 대통령 이후 인물을 키우는 데 등한시했다. 새 피를 수혈하지 않고서도 따뜻하게 살 수 있으니까. 그렇지만 일각에서 말하는 ‘폭망’까지 갈까 싶다. 더불어민주당도 이 지역 인적 자원이 빈약하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이 못하더라도 그걸 넘어설 인적 자원이 달린다고 하겠다.”

북·미 정상회담 등 안보 이슈가 구미시장 선거에 미친 영향은?

“사실 안보 이슈가 구미시장 선거에 크게 어필한 것 같지는 않다. 차라리 평화 무드 속에서 북방 경제가 열리면 구미 경제가 도리어 어려워지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시각도 없지 않았다. 북방 경제가 활성화되면 내륙에 위치한 구미의 경제 모멘텀은 되레 약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역대 시장과는 차별화된 시정(市政)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시정의 첫째 원칙은 투명성이다. 투명한 행정을 구현하겠다. 또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사실 구미는 여성들의 땀으로 세워진 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기의 전자, 섬유, 방적 등 주력 기업 대부분의 노동자가 여성이었다. 그런데 오직 경제와 물질을 중시하다 보니 남성 중심의 도시로 변모해 버렸다.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느꼈지만 구미에서 가장 힘들어하는 계층이 여성이고 특히 아이를 키우는 여성들의 고초가 크다. 취임 후 행한 인사에서 국장급 10개 보직 중 3 곳에 여성을 발탁하는 등 여성에게 주는 기회를 확대하고자 한다. 남성 중심으로 굳어진 사고가 아닌 여성과 같이 섬세한 방식으로 시정을 이끌고 싶다.”

- 박성현 월간중앙 기자 park.su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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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호 (2018.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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