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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인터뷰 | 6·13선거 화제의 당선자] ‘보수 불패’ 신화 깬 정순균 강남구청장 

“‘되는 방향’으로 일하라. 책임은 구청장이 진다” 

글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구청장은 행정가, 진보·보수 편가르지 않고 구정에만 전념할 것…테헤란로에 다시 IT 붐 일게 해 강남 경제 동력 반드시 되찾는다

▎정순균 강남구청장이 7월 12일 강남구청 집무실에서 진행한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구정 방향과 비전 등을 설명하고 있다.
문재인 대선캠프에서 언론 고문으로 활동했던 정순균(67) 전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 정 전 사장이 이병완(64)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만난 것은 지난해 8월이다. 두 사람은 대학·언론계 선후배로 참여정부 때 각각 국정홍보처장과 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지냈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 정 전 사장이 2018년 지방선거 출마 의사를 비쳤다. 이 전 실장은 손사래를 쳤다. “선배님, 초·중·고를 모두 서울에서 나왔는데 전남지사에 출마하시겠다고요? 상처만 입을 겁니다.” 이 전 실장은 전남지사 대신 강남구청장 출마를 권했다.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이지만 이 전 실장은 2010년 지방선거 때 광주광역시 서구 기초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고, 4년간 의정활동을 수행했다.

시간은 흘러 해가 바뀌었다. 정 전 사장은 지방선거 출마 의사를 접었다. 그런데 3월 들어 당에서 정 전 사장에게 강남 구청장 출마(전략공천)를 요청했다. 이 전 실장이 몸소 보여준 ‘발상의 전환’이 벼락같이 스쳐 지나갔다. 부인 최경미씨도 거들고 나섰다. 정 전 사장은 강남구청장 출마를 결심했다. 정 전 사장은 우여곡절 끝에 민주당 후보 가운데 전국에서 가장 늦은 5월 19일 강남구청장 후보로 결정됐다.

월간중앙이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이후 민주당 소속 최초로 강남구청장에 당선된 정순균 구청장을 만났다. 정 구청장은 “구청장은 정치인이 아닌 행정가다. 진보·보수를 편가르면 곤란하다”며 “공무원들이 되는 방향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독려하겠다. 책임은 구청장이 지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민주당 후보로는 최초로 강남구청장에 당선됐다. 감회가 어떤가?

“강남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서 구청장으로 선택받은 게 정치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구청장 한 명의 교체라는 의미보다 강남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확실함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23년 동안 한 당이 장기집권을 해왔는데 변화를 바라는 강남구민의 바람이 강했다. 그 바람이 표심으로 이어진 것이다. 강남구민의 선택에 존경과 감사를 보낸다.”

당선 원동력이 어디에 있었다고 보는가?

“첫째는 강남구민의 변화에 대한 열망, 둘째는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국민적 지지도, 셋째는 정순균 개인의 상품성이다. 이 세 가지가 맞아떨어진 것 같다.”

강남구와 서초구는 난공불락이었다. 승산이 있다고 봤나?

“가능하다고 봤다. ‘강남’ 하면 보수 일색, 보수 성향이 강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강남에도 35% 정도의 민주당 지지표가 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35%를 얻었다. 국회의원 선거 때도 늘 35~40%의 지지가 있다. 2년 전 총선의 경우 강남갑에 출마한 김성곤 후보가 45%를 얻었다. 압구정동·청담동·신사동 등이 보수 성향이 가장 강한 곳이라고 하는데 거기서 그 정도를 얻은 것이다.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에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프리미엄이 5% 정도 있을 것으로 봤다. 그리고 나머지 5%, 저 개인의 상품성이 더해져 중도·보수 표를 가져올 수 있다면 가능하리라고 봤다. 실제 선거 결과에서도 46.1%가 나왔는데 예상했던 결과와 거의 같다.”

6개월 내 하드웨어적·소프트웨어적 측면 모두 바꾼다


▎정순균 강남구청장 당선자(가운데)가 6·13 지방선거 이튿날인 6월 14일 자신의 선거사무실에서 부인 최경미씨, 전현희 의원(오른쪽) 등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 사진:정순균 캠프
선거 기간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 또 언제 승리를 확신했는가?

“특별히 어려웠던 점은 없었다. 유권자들을 만나면서 예측대로 될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강남도 과거와 달리 민심이 많이 변해 있었다. 이길 수 있는 게임이라는 것을 처음부터 느꼈다. 선거 초반 언론사 여론조사 결과에서 제가 (자유한국당 후보에) 14%포인트 정도 앞섰는데 그 우세 흐름이 끝까지 유지됐다.

진보·보수 정파를 초월하겠다고 공언했다. 어떤 의미인가?

“구청장은 사실상 정치인이 아닌 행정가다. 신연희 전 구청장이 너무 정치색을 내세우며 서울시와 갈등을 빚다 보니 그 피해가 온전히 주민들에게 돌아갔다. 구청장은 구의 살림을 책임지는 사람으로 정치색을 내세워서는 안 된다. 강남은 전통적으로 보수색이 강한 분들이 사는 지역이다. 사실상 3파전이어서 제가 당선됐다고 생각한다. 양자 대결이었다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아무리 변화에 대한 갈망이 크다 하더라도 강남은 보수색이 강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지역에서 보수·진보 따져서는 구청장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진보·보수를 떠나야 강남을 젊은이들이 살고 싶어 하는, 더 깨끗하고 안전하고 품격 있는 도시로 만들 수 있다. 이 좁은 땅덩어리 안에서 보수·진보를 가르다간 아무것도 못한다. 모두가 함께 가는 포용력이 있어야 한다.”

밖에서 보았던 강남구와 강남구청 청사 안에서 바라보는 강남구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밖에서 볼 때보다도 더 공무원들의 근무 태도가 박제화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만큼 한 당이 오랫동안 집권함으로써 생기는 폐단이 강고하게 녹아 들어 있다는 것이다. 주민들의 변화에 대한 열망과는 담쌓고 있는, 과거 관행이 그대로 되풀이되고 있다. 일정 하나 짜고 보고하는 회의 방식조차도 구태의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 실망감이 크다.”

그렇다면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형식적인, 행정편의주의적인 태도를 먼저 고쳐야 한다. 구청장부터 허례허식과 불필요한 의전을 일절 없애도록 했다. 내 손으로 문 열고 차를 탄다. 예전에는 청원경찰이 층층마다, 구청장실 앞에서도 근무를 했는데 주민들이 위화감·위압감을 느낄 정도였다. 주민을 위한 구정이 아닌 구청장 1인을 위한 행정 시스템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청원경찰도 정복 대신 평복을 입고 일하도록 바꿨다. 회의도 보고를 위한 보고라 느꼈기에 시스템 자체를 바꾸도록 했다. 작은 변화부터 큰 변화까지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주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하드웨어적·소프트웨어적 측면 모두 바꿀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공무원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일을 되게 할 수도, 안 되게 할 수도 있다. 자기한테 책임이 돌아올까 봐 그렇게들 일처리를 한다. ‘모든 일은 주민 편에서, 되는 방향으로 일해라. 그렇게 하다가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구청장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이렇게만 해도 강남구청 민원의 절반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아가 모든 공무원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재량권을 행사하면 전국 민원의 절반이 줄어들 것이라 믿는다. 대신 감사원의 감사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일을 잘하려다 일어난 실수는 처벌 위주로 가지 말고, 이 사람이 얼마나 문제 해결에 노력했는지 참작해야 한다.”

양극화 심각… 소득수준에 맞는 맞춤형 행정 절실


▎임채정 대통령직 인수위원장(가운데)이 2003년 1월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 인수위원회 기자실에서 새 정부 10대 국정 설명을 마친 뒤 김진표 부위원장(왼쪽), 정순균 대변인과 걸어 나오고 있다.
강남구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밖에서 볼 때는 강남은 부자들만 사는 곳이라고 느끼지만, 그렇지 않다. 기초생활수급자가 서울시 25개 구 가운데 8번째로 많은 곳이다. 빈부격차, 양극화 현상이 가장 심한 지역 중 하나다. 개포동 같은 곳에 가보면 아파트 사이사이에 판잣집이 존재하는 곳이 강남이다. 복지 문제가 크게 대두되고 있다. 이것을 슬기롭게 풀어야 한다. 복지·환경·여성·보육 등 전방위적인 문제의식을 가지고 구정을 펼치지 않으면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소득수준에 맞는 맞춤형 행정을 펼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을 듣고 싶다.

“재건축 문제가 가장 난제다. 현재 강남에서만 50개 단지가 재건축 문제를 안고 있다. 지금까지는 재건축 문제를 두고 강남과 서울시가 끊임없이 대립했고, 강남 주민들 의사가 정책 입안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저는 여당 구청장으로서 서울시와 주민 간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 서울시가 마련한 2030플랜에 재건축 층고(層高) 규제 조항이 있다. 그 플랜의 조항 때문에 35층 이상을 짓지 못한다. 그것이 시민 참여를 통해 만들어졌다고 서울시는 말한다. 하지만 제가 받은 느낌은 서울시민 중 강남구민은 빠져 있더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강남구민들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재건축 문제를 푸는 첫걸음은 내년에 2030플랜이 업그레이드될 때 강남구민들 의견이 반영되는 것이다. 또 서울시장과 꾸준히 소통함으로써 강남구민들의 재산권이 최대한 보장되도록 노력하겠다.

토목 전문가를 부구청장으로 영입하기로 했다. 그분에게 재건축 문제를 맡겨 지혜롭게, 주민들이 원하는 쪽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초과이익환수제 문제는 선의의 피해자가 없도록 중앙정부에 의견을 전달하겠다. 1가구로서 10년 이상 소유한 주민들이나 5년 이상 거주한 조합원 주민들에게는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보완책을 마련하고, 국토부·국회·청와대 정책 담당자에게 뜻을 충분히 전달할 생각이다.”

공약을 살펴보면 ‘무너진 강남 경제의 동력을 다시 만들겠다’는 대목이 눈에 띄던데.

“과거에는 테헤란로가 ‘IT밸리의 메카’로 인식됐는데, 지금은 판교로 바뀌었다. 많은 업체들이 떠나다 보니 테헤란로에는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빚어질 정도다. 떠난 이들이 다시 찾아오게끔 만들어야 한다. 강남구에서 젊은이들이 창업할 수 있도록 임대료를 낮춘다든지, 구 차원의 지원을 한다든지 여러 방안이 있다. AI(인공지능) 등 특화된 분야를 강남구에 유치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뭉뚱그려 하는 것이 아니라, AI면 AI, 자율주행이면 자율주행 이런 식이다. 이것이 관광·의료·문화 등과 모두 연관돼 있다. 강남이라는 큰 틀에서 이 모두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2030 강남 뉴디자인 위원회’를 만들어 6개월 정도 외부 전문기관에 용역을 맡기고, 강남에 계시는 전문가들의 지혜도 모아 테헤란 살리기를 어떻게 할 것인지, 문화 재조명을 어떻게 할 것인지, 관광 분야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해서 재도약의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4년 뒤 “민주당 구청장이 일 잘했다”는 평가 듣고 싶어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강남구청 공무원들의 ‘변화’도 촉구했다. ‘주민을 위해 되는 방향으로 일하라’는 것이 정 구청장의 메시지다.
교통은 강남의 고질병 중 하나다. ‘강남 교통을 시원하게 뚫겠다’고 공약했는데 비책이라도 있는가?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이 곧 시작된다. 이곳이 서울의 관문 역할을 하는 교통 중심지가 된다. 복합환승센터와 KTX역 등이 들어선다. 분당에서 영동대교 지하와 연결되는 지하도로도 들어간다.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교통 중심축이 된다. 제대로만 되면 강남 교통이 훨씬 원활해지고 소통이 쉽게 될 것이다. 그와 더불어 주차단속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큰 숙제다. 교통 흐름을 원활히 하면서도 단속에 따른 주민 불만을 최소화하는 게 관건이다. 유연하게 완화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7월 2일 취임식을 직원 조례로 대체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었나?

“장맛비에다 갑작스레 태풍이 북상하면서 전국이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다른 지역은 비 피해로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는데 코엑스에서 대규모 취임식을 열면 구민의 바람과는 반대로 가게 될 것 같아 취임식을 취소했다. 대신 구청 내 강당에서 조촐하게 행사를 치렀다.”

4년 뒤 임기를 마쳤을 때 구민들에게 어떤 구청장으로 기억되고 싶나?

“23년 만에 처음으로 지방정권이 교체돼 민주당 1호 구청장이 됐다. ‘민주당 구청장 뽑아놨더니 일 잘하는구나’라는 말을 듣고 싶다.”

임기가 시작됐다. 구민들에게 인사 말씀을 전해 달라.

“선거 때도 말씀드렸듯이 ‘주민과의 데이트’라는 형식을 빌려 오늘(7월 12일)까지 세 번째 동사무소 순례를 하며 직접 대화했다. 그 자리에서 ‘민주당 구청장이라는 보수 쪽의 우려가 있는데 모든 정책이나 업무 판단의 출발점과 종착점은 우리 구민이다. 구민에게 도움되는 일만 하고 싶다’고 약속했다. 그와 동시에 진보·보수의 이념이나 여야 정파를 초월해 구민만을 위한 행정을 해나가겠다는 약속은 꼭 지킬 것이다. 구민 여러분께서 구정에 도움을 주십사 하는 당부의 말씀을 드린다.”

- 글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 사진 인성욱 객원기자 / 정리·이동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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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호 (2018.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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