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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인터뷰 | 6·13선거 화제의 당선자] 4년 만에 되돌아온 최대호 안양시장 

“견청고언(見聽考言)의 자세로 청년에게 희망 드리겠다” 

글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이필운 전 시장과 ‘리턴매치’에서 완승 통산 2승2패… 시민으로 돌아갔던 4년간 성숙·성찰, 희망시정 펼친다

▎최대호 안양시장이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시정 방향과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 시장은 “시민으로 돌아갔던 4년간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무엇보다 청년에게 희망을 드리는 안양시를 건설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100만 명이 사는 미국 뉴햄프셔주는 대통령 예비선거가 처음 실시되는 곳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승리한 후보가 잇따라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대선 가늠자’로 불리게 됐다.

인구 60만의 안양시는 언제부턴가 ‘한국판 뉴햄프셔주’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역대 대부분의 대선 때 안양에서 승리한 후보가 최종 승자가 됐다. 이뿐만 아니라 후보별 득표율 역시 전국 평균치와 거의 같았다. “안양을 보면 한국 정치가 보인다”는 말이 과하지 않을 정도다.

안양이 ‘재미있는’ 이유는 또 있다. 시장직을 놓고 최대호 더불어민주당 후보(현 시장)와 이필운 자유한국당 후보가 네 차례나 격돌했기 때문이다. 이 후보가 2007년 재선거와 2014년 지방선거에서 이기며 앞서 갔으나, 6·13 선거에서 최 후보가 승리하며 2승2패로 균형을 맞췄다.

월간중앙이 시민에서 시장으로 돌아온 최대호 시장을 만났다. 최 시장은 “4년간의 성찰을 통해 이전보다 성숙해졌다는 이야기를 주위에서 듣고 있다”며 “견청고언(見聽考言)의 자세로 청년에게 희망을 드리는 시정을 펼쳐 나가겠다”고 운을 띄웠다.

먼저 당선을 축하한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시장 되니까 기쁘겠다’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의외로 덤덤하다. (청사에) 와 보니 국장·과장·팀장들 대부분을 알겠더라. 잠시 여행을 다녀온 듯한 느낌이었다. 돌아보면 예선부터 너무 어려운 선거였다. 선거라는 게 예선이 쉬우면 본선이 어렵고, 예선이 어려우면 본선이 쉬운 건데 이번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려웠다. 네거티브가 너무 심했기 때문이다. 예선부터 본선까지 네거티브가 많이 유포됐고 개인적으로 상처를 많이 입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양 시민들이 보여준 현명한 판단에 대해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

‘최대호 1기’와 ‘최대호 2기’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1기는 열심히 배우는 과정이었다.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났고 많은 행사장에 다녔다. 또 시정에 대한 첫 경험이었기 때문에 모든 것이 새로웠다. 4년 지나고 돌아와서 보니 내가 반드시 해야 할 일들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만일 3선 연임을 했다면 오히려 (시정을) 보는 넓이나 깊이가 지금에 못 미쳤을 수도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민선 7기 시정 운영의 큰 방향은 무엇인가?

“뭐니뭐니해도 일자리가 가장 문제이며 해결해야 할 과제다. 특히 청년 일자리에 창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안양은 예전에 비해 많이 침체돼 있을 뿐 아니라 고령화 속도도 빠르다. 주택 마련도 어렵고 임대 비용도 굉장히 비싸기 때문에 청년들이 정주(定住)하기에 굉장히 어려운 도시가 됐다. 안양시의 미래 발전을 위해서는 청년들이 살아갈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안양에서 직장을 잡고, 아이를 낳고, 터를 잡고 살아갈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청년 일자리 창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300억원 창업펀드 조성해 청년기업 100개 육성


▎전국대도시시장협의회 회장으로 선출된 최대호 안양시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안양시
특별한 청년 정책이 있는가?

“성공한 청년기업 100개를 육성하겠다. 청년기업 100개를 만든다는 것은 300억원 정도의 창업펀드를 조성해 펀드로 지원한다는 것이다. 즉 투자를 하겠다는 이야기다. 이와 함께 다양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실질적인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창업이 어려운 이유는 복합적이다. 의욕과 열정이 있다고 해도 재원 부족, 네트워킹 부재, 마케팅 미숙, 법률적인 문제 등을 해결하기 쉽지 않다. 우리 시는 앞으로 청년스마트타운을 만들어 좋은 아이템과 열정만 있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사례를 안겨 주고 싶다. 가장 기본이 되는 창업 공간 확보를 위해 석수 청년스마트타운과 인덕원 청년스마트타운 두 군데를 선정해 청년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 계획이다.

또 하나가 주택자금 지원이다. 안양은 전국에서 집값이 비싸기로 유명하다. 그러다 보니 부모의 도움이 없이는 전세금 마련도 어려운 실정이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주택자금을 지원을 고민하고 있다. 아울러 청년정책과를 신설하고 청년보좌관을 채용해 청년의 입장에서, 청년의 눈높이에서 소통하고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미리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도록 할 것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성남시의 3대 무상 복지를 경기도로 확대한다고 한다. 이에 대한 견해는?

“3대 무상복지 중 안양시의 경우 이미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공공산후조리원도 운영할 계획이다. 많은 국민이 보편적 복지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회가 공정하지 못하다 보니 선별적 복지에 대한 불평·불만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선별적 복지의 기준을 어디로 잡을지가 중요하다. 출산율을 높이는 정책은 국가 정책이고, 국가 미래의 안위와 운명이 걸린 문제다. 이런 중대한 사안을 어떤 기준을 만들어 상위층은 지원하지 않고 중하위층만 지원하겠다는 것은 국가 정책에도 어긋난다고 생각한다. 출산장려정책을 펼치느라 해마다 천문학적인 예산이 사용되고 있지만, ‘체감 혜택’은 크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출산과 관련된 모든 것은 정부나 지자체가 책임진다는 믿음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청년배당 문제는 조금 더 고민이 필요하다. 청년 배당이 일시적으로는 도움이 되겠지만 그보다는 자립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어 주도록 하겠다. 앞서 말한 청년 창업 공간이나 창업 지원, 청년기업 100개 육성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얘기한 청년배당과 방법론적으로는 다르지만 청년들을 위한 정책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는 같은 맥락이라 생각한다.”

대통령 공약사업 중 하나인 박달테크노밸리의 발전 방향이 궁금하다.

“안양의 마지막 대규모 개발지역이 박달테크노밸리다. 대통령 공약사업으로 선정된 이 사업은 안양에 정말 중요하다. 박달테크노밸리는 박달테크노스마트시티로 개발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도시로 만들 계획이다.”

박달테크노스마트시티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 주도해야


▎7월 2일 박달2동을 찾아 붕괴 위험 여부 등을 점검하고 있는 최대호 시장. / 사진:안양시
지난 임기(2010~2014년) 때 추진했던 스마트도시가 민선 7기에도 이어지는가?

“앞으로 미래도시는 전부 다 스마트시티가 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의 많은 도시가 몇 년 전부터 스마트시티를 지향하고 또 기반을 갖추고 있다. 저는 이미 8년 전에 스마트시티를 주장했고, 사업을 펼쳐 왔었다. 하지만 제가 떠나 있었던 4년 동안 스마트도시 관련 사업들이 진행되지 않았다. 좋은 정책은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시장이 바뀐다고 해도 이어져 나가야 도시의 발전뿐 아니고 정체성 확립에도 도움이 된다. 환경이 바뀔 때마다 변화가 되면 굉장히 혼란스러울뿐더러 그 도시 자체로 봤을 때도 손해가 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안양은 박달테크노스마트시티를 중심으로 다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해 나갈 것이다.”

공약사업 중 국철의 지하화에 대해 소개해 달라.

“우리 시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국철 지하화가 돼야 한다. 최초로 이 문제를 인식하고 서울 용산구·동작구·영등포구·금천구·구로구·안양시·군포시 등 7개 도시가 협의체를 만들어 사업을 진행했고, 용역 결과까지 잘 나왔다. 그런데 이 사업이 워낙 큰 프로젝트이다 보니 국비가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또 대규모 토목사업이기도 하다. 시기적으로 4대강 사업까지 맞물리다 보니 ‘4대강의 실패를 재현하지 않겠느냐, 4대강에 막대한 예산이 들어 갔는데 국가가 담당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우려 속에 대통령 공약사업에 선정되지 못했다. 하지만 언젠가는 꼭 해결해야 되는 과제다.

용역 결과를 보면 재원 마련의 답이 보이는데 그것이 바로 철도 부지다. 국철 40~50m가 지중화(地中化)되면 철도 지상 부지를 50% 정도만 민간 매각을 해도 90%가량의 사업비를 확보할 수 있다. 그 위에 신혼주택이나 청년주택을 만드는 것이다. 서울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수도권 일대 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신혼주택이나 청년주택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 용산역부터 당정역까지 18개 역사 중 그 절반의 철도 부지 지상을 이용해 집을 지어도 1만~2만 세대 정도의 청년주택이나 신혼주택을 만들 수가 있다. 당장은 어려워도 장기적으로 국가 발전의 큰 틀에서 볼 때 꼭 추진돼야 할 프로젝트임에 틀림없다.”

GTX의 인덕원역 정차를 추진하겠다고 들었다.

“GTX가 금정역에서 강남을 거쳐 의정부로 가는데 최근 사업이 좀 바뀌었다. 수원이나 동탄에서 시작해서 금정역을 지나 안양을 거쳐 강남·의정부까지 가게 된다. 최초의 역사는 과천정부청사였다. 하지만 이 역사를 인덕원으로 변경한다면 4개선이 지나는 환승의 요충지로 시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본 4호선에 월곶~판교선은 물론 인덕원에서 수원·동탄도 출발지가 되기 때문에 GTX가 정차한다면 환승역 역할과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다. 관계 기관과 끊임없이 협의해 나갈 것이다.”

월곶~판교선의 지하철역 신설 사업 추진은 어떻게 되고 있나?

“월곶~판교 노선이 반드시 박달동을 거쳐 광명으로 해서 시흥 쪽으로 빠져나가야 한다. 하지만 이미 주민 설명회를 통해 석수동을 지나 신안산선과 연결해 광명역으로 지나는 노선을 잡아놓은 상태다. 하지만 아직 희망의 끈을 놓기는 이르다고 본다. 국토교통부에 문제 제기를 하고 박달동으로 노선을 변경할 수 있도록 요청할 계획이다. 만일 그게 어렵다면 차선책으로 인천에서 광명으로 오는 노선을 박달동을 거쳐서 올 수 있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의견을 모으고 있다. 주민들이 살기 편해야 살고 싶은 도시가 되는 것이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고민과 의견 교환을 통해 주민을 위한 최선의 답을 얻어낼 것이다.”

전국대도시시장협의회장에 선출… 지방자치·분권에 앞장


시청 청사에 ‘시민이 시장이다’는 대형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단순히 듣기 좋은 말은 아닌가?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을 보면 ‘대한민국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이 있는데 이와 같은 맥락이다. 시장을 비롯해서 모든 공직자는 그런 권력을 시민들로부터 잠시 위임받은 것이다. 내가 선출됐다고 해서 모든 권력이 나에게 있는 걸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시정 운영과 모든 정책 결정 과정에 있어서 늘 시민의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한다면 틀림이 없을 것이다. ‘시민이 시장’이라는 이야기는 조금 더 귀를 기울이고 들을 준비가 돼 있다는 소통의 의미를 담고 있다. 모든 것을 시민과 함께, 시민을 중심에 둘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최근 최 시장이 전국대도시시장협의회장에 선출됐다고 들었다. 어떤 모임이며 무슨 일을 하는가?

“우리 시는 7월 10일 안양창조경제융합센터에서 인구 50만 이상의 대도시 시장으로 구성된 전국대도시시장협의회 민선 7기 제1차 정기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는 지방자치단체직 인수위원회 설치의 법적 근거 마련과 대도시권 교통혼잡 도로 개선사업 선정을 위한 도로법 시행령 개정 건의, 협의회 임원진 선출을 위해 마련됐다. 임원진 선출 결과 제가 제16대 협의회장에 뽑혔으며, 부회장 3명은 차기 회의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어떤 각오로 회장직을 수행할 것인가?

“지방자치와 분권 시대를 맞아 실질적인 자치와 분권을 대도시시장협의회에서 시작하겠다. 전국대도시시장협의회가 대도시 간 협력과 상생 발전을 도모하고 지방분권을 위해 불합리한 제도와 구조적인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도록 중앙부처에 적극 건의하고 협의해 나가겠다.”

전국대도시시장협의회에는 수원·성남·고양·창원·용인·부천·안양 등 인구 50만 명 이상의 15개 지자체가 가입돼 있다. 15개 시의 인구는 1201만9761명으로 우리나라 인구의 약 23.2%다.

‘시민 최대호’가 보는 ‘시장 최대호’는 어떤 인물인가?

“제 기본적인 철학은 ‘견청고언(見聽考言)’이다. 잘 보고 잘 듣고 깊이 생각한 뒤에 말을 하자는 것이다. 잘 보고 잘 듣게 되면 모든 소통에 문제가 없다. 그런데 우리는 소통을 급하게 한다. 내가 생각했던 것을 먼저 말하거나, 말부터 하고 생각하거나 듣거나 보려고 한다. 그런 것을 경계하고 견청고언을 하려는 사람이다.”

시정 책임자로서 포부를 밝혀 달라.

“1기(2010~2014년) 때는 열심히 배우면서 시정을 챙겼다. 앞으로도 배움은 기본으로 하되 저만의 정책 철학과 기조에 입각해 사업을 진행하고 청년 일자리 문제를 많이 해결해 출산율도 높이고 싶다. 청년에게 힘을 줘야 미래가 있다. 청년 문제에 전력투구할 계획이다. 융자가 아닌 투자로 청년 창업을 돕겠다. 물고기를 주는 것이 아닌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 주겠다. 그들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하겠다.”

- 글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 사진 김현동 기자 kim.hd@joongang.co.kr

201808호 (2018.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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