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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인터뷰 | 6·13선거 화제의 당선자 | 특별 인터뷰] 2회 연속 무소속 당선, 황병직 경북도의원(영주) 

“당락은 당 간판보다 의정활동이 좌우” 

박성현 월간중앙 기자
정당보다 유권자를 받드는 정치인에게 민심 쏠려… 자유한국당은 반쯤 불탄 집, 헐고 새로 지어야

▎황병직 경북도의원은 다음 총선에서도 자유한국당이 고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 사진:한국애드
6월 13일 지방선거에서 영주시 유권자들은 광역의원비례대표 선거에서 자유한국당에게 51.1%의 표를 몰아줬다. 하지만 영주시 도의원 제1선거구에서는 자유한국당 후보의 득표율이 41.3%에 그친 반면, 무소속 후보는 58.7%의 득표율로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광역의원비례대표 선거에서 자유한국당에 표를 준 영주 유권자들 중 10%가까이가 도의원 지역 선거에서는 무소속 후보를 지지한 셈이다. 그가 바로 무소속 재선에 성공한 황병직(54) 경북도 의원이다.

황 의원은 정원 60명의 경북도의회 의원 중 2014년 이후 줄곧 무소속을 고집한 유일한 의원이기도 하다. 2014년 제10대 경북 도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6명의 무소속 후보 중 황병직 의원을 제외한 5명이 자유한국당에 입당했다. 황 의원은 “주변에서는 자유한국당 입당을 권유했지만 정당에 가입할 명분을 찾지 못했다”면서 “보수 색채가 강한 경북에서도 무소속 외길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6월 지방선거 결과 제11대 경북도의회도 자유한국당 독점 구조가 깨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60명의 정원 중 자유한국당 소속이 41명으로 3분의 2를 차지했지만 더불어민주당(9명)과 무소속 의원(9명)도 약진을 거듭했고, 바른미래당도 1명의 의원을 배출하는 등 다당제의 틀을 갖췄다는 게 현지의 반응이다. 7월 12일 경북도의회 사무실에서 만난 황 의원은 “결국 자유한국당은 자신들이 가진 기득권을 내려놓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0대 경북도의회에서 4년간 혼자 무소속으로 남아 이번 선거에서도 무소속 당선됐다. 정당에 속하지 않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

“저는 기초의원 2번, 도의원 2번에 당선되는 동안 한 번도 정당에 가입하지 않았다. 정당 후보가 되면 선거는 쉬워진다. 하지만 공천권자의 눈치를 봐야 하고 의정활동도 유권자보다는 정당을 의식해야 하므로 제대로 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정당 정치의 맹점이다. 이번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서 정당 공천 제의가 있었지만 거절했다.”

선거에서는 편하지만 의정활동에는 걸림돌이 된다는 건가?

“정치인은 무엇보다 소신과 명분을 따라야 한다. 개인적으로 정당에 가입해야 할 명분을 찾지 못했다. ”

지지자들이 정당 가입을 권유하진 않던가?

“무소속 의원으로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겠느냐고 염려하는 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 4년간 경북도의회 의정활동 성과를 보면 그게 기우라는 걸 알 수 있다. 지역구 예산 확보나 경북도의 정책 사업에서 영주시가 거둔 성과가 말해 준다. 실적과 성과는 의정활동에 좌우되는 것이지 정당 가입 여부에 연동되는 것은 아니다.”

“대구·경북 다시 보수 깃발로 결집할 듯”


▎황병직 경북도 의원은 영주 베어링 산업 클러스터 조성을 주요 숙원 사업으로 꼽는다. / 사진:한국애드
이번 영주시 도의원 선거에서 자유한국당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광역의원비례대표 선거에서 영주 유권자들이 자유한국당에 50% 넘는 지지를 줬는데도 말이다.

“영주에서 자유한국당의 지지는 여전한 편이다. 비록 더불어민주당과 무소속 바람이 불기는 했지만 자유한국당 정당 지지율에는 못 미친다. 그럼에도 주민들이 저를 선택한 건 정당보다는 영주시민이 우선이라는 약속을 지켰고, 무소속으로도 의정활동에 성과를 냈다는 점을 높이 사주시고 저를 믿어주셨기에 가능했다.”

황 의원이 우선적으로 꼽는 영주시의 숙원사업이 있다면?

“단연 첨단 베어링 산업 클러스터 조성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대선공약에도 포함된 지역의 숙원사업이다. 그리고 중앙선 전철 복선화 사업, 죽령터널 구간 관광자원화 등을 시급한 현안으로 들 수 있다. ”

영주를 비롯한 경북에서 한국당에 대한 애착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도 있다.

“이번에 민주당과 무소속 바람이 좀 분 것은 남북대화, 북·미 대화 등 선거국면에서의 변수가 발생했기에 가능했다. 앞으로 그런 특단의 변수가 없다면 대구·경북은 다시 보수의 깃발 아래 결집하리라 예상된다.”

그 보수의 깃발을 한국당이 아닌 제3의 정당이 들 수도 있는 건가?

“자유한국당 혁신이 실패해서 정계 개편이 온다면 대안 정당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지역 민심도 새로 등장할 보수정당으로 이동할 여지는 있지만 여전히 자유한국당으로 대변되는 보수정당의 뿌리가 깊은 곳이 대구·경북이라는 사실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바른미래당 등 보수정당이 등장하더라도 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적통을 잇는 정당이 간판을 새로 달고 나오면 지지층이 그쪽으로 몰릴 것 같다.”

요즘의 자유한국당은 대구·경북 주민들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데도 그런가?

“다 망해가는 자유한국당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다고 안타까워하는 분이 많다. 그렇지만 대구·경북의 고령층 중에는 원초적 보수인 분들이 적지 않다. 다른 대안의 보수정당이 나오더라도 선뜻 그쪽으로 마음을 주기는 어렵지 않겠나.”

자유한국당이 자기 혁신에 성공하리라 보나?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지만 대구·경북은 뉘앙스가 다르다. 대구·경북 의원들은 당명이 바뀌든 어떻든 공천만 받으면 이 지역에서는 무난히 당선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혁신을 위한 혁신이 아닌, 다음 공천권을 붙잡기 위한 계파싸움에 매달리는 것이다. 저 개인적으로는 자유한국당이 다음 총선에서 아주 폭망했으면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보수정당이 나와서 보수와 진보의 양 날개로 나라를 이끌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이미 절반 이상 불탄 집과도 같다. 그걸 리모델링하는 것보다는 새로 짓는 게 낫지 않을까.”

대구·경북 의원들은 어떤 경우에도 자신들은 당선될 걸로 본다고 하지 않았나?

“이런 식으로 가도 자유한국당은 대구·경북에서 당선자를 낼 수는 있다. 그렇지만 그게 지역정당이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당이라고 하겠나?”

- 박성현 월간중앙 기자 park.sunghyun@joongang.co.kr

201808호 (2018.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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