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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이슈] 김동연-윤종원 경제팀에 거는 재계(財界)의 기대 

서민 삶의 질 높이는 늘공의 저력 절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소득주도 성장, 공정경제 정책 전면 재검토하는 용기 보여 주길…독점하고자 하는 열망을 사전 차단하면 발전 동기 말살돼

▎7월 12일 경제현안간담회에 자리를 함께 한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왼쪽)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내우외환이란 우리 경제를 두고 하는 말인 듯하다. 모든 경제지표가 경쟁이라도 하듯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취업자 수의 증가 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청년실업률과 실업률은 2000년 이후 최고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제조업 가동률도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소득 상위 20%의 소득이 소득 하위 20%의 소득보다 5.95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나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후 가장 큰 소득 격차를 보이고 있다. 소득재분배가 질적으로 나빠지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과거에는 모든 계층의 소득이 증가하는 가운데 소득재분배가 악화되는 선진국형이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를 두고 국민들에게 분노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지금은 저소득층의 소득이 감소하는 후진국형에 속한다. 이를 두고는 침묵하고 있다.

현실 경제가 기대와 다른 결과를 보이자 청와대의 초조감은 극에 달하고 있는 듯하다.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제대로 된 처방을 내놓아도 모자랄 판에 통계 조작을 통해 사실을 호도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 효과가 90%”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자 급기야 “장하성 정책실장과 홍장표 경제수석을 경질해야 한다”는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결국 홍장표 경제수석이 경질되고 윤종원 수석이 임명되면서 제2기의 경제팀이 새롭게 출범하고 있다.

경제 상황이 엄중한 만큼 윤종원 신임 경제수석에 대한 관심도 이례적으로 높다. 대기업은 적폐로 몰릴까 전전긍긍하고 있고, 일자리에서 내몰린 저소득 근로자와 최저임금을 감당하지 못하고 폐업한 자영업자는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시장의 목소리에는 귀를 열지 않는다. 노조의 요구를 관철하는 데는 적극적이다. 그러자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는 국민이 늘어나고 있다. 기업들도 탈출 러시에 동참하고 있다. 이러다 베네수엘라·아르헨티나·그리스의 위기가 우리의 현실이 될 거라는 두려움이 경제수석 교체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표출된 듯하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월 31일 국가전략 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소신 발언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통계 조작을 해서라도 최저임금 효과를 부각하려는 청와대 참모들과 마찰을 빚고 ‘최저임금 긍정 효과 90%’라는 대통령 발언에 반하는 말을 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실패할 정책인 줄 알면서도 괜히 나섰다가 집권세력과 마찰을 빚느니 ‘영혼이 없다’는 비난을 받는 쪽을 택하는 게 우리가 기억하는 공무원의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그래서 김 부총리의 소신 발언이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면서 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강성노조에 끌려가는 모습은 줄어들 듯


▎지난 5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최저임금법 개정 관련 집회를 벌이고 있는 민노총 소속 조합원들.
이런 김 부총리와 팀을 이룰 윤종원 신임 경제수석은 재무부, 재정경제원, 기획예산처를 두루 거친 정통 관료 출신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를 지내면서 국제적 경험도 풍부하다는 평가다. 김 부총리의 한 기수 아래로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 왔다는 점도 지금까지 보아왔던 정책결정자 간의 불협화음을 끊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드림팀’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불러오고 있다. 명분과 이념에 치우친 대선캠프 출신 ‘어공(어쩌다 공무원)’과는 달리 실물경제 상황에 맞춰 현실성 있는 정책을 펼치는 ‘늘공(직업 공무원)’들의 진짜 저력을 보여줄 절호의 기회다.

김 부총리의 정책기조는 잘 알려져 있지만 윤종원의 정책 기조는 아직까지는 베일에 싸여 있는 듯하다. 과거 발언이나 칼럼 등을 통해 윤 수석의 정책기조를 진단해 보고 김동현-윤종원 경제팀의 경제정책 방향을 가늠해 보기로 하자.

소득주도 성장 정책, 혁신성장, 공정경제가 ‘J노믹스’(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를 구성하는 3대 핵심 축이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복지 확대,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통해 가계소득을 늘리고 소비와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하는 데 목표를 두고 추진되고 있다. 혁신성장 정책은 규제개혁을 통해 중소기업 육성과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자는 정책이다. 공정경제는 대기업의 갑질 횡포 근절과 재벌 개혁을 비롯한 경제적폐 청산을 통해 경쟁이 공정한 정의로운 사회를 추구하자는 것이다. 소득주도 성장은 장하성 실장, 혁신성장은 김동연 부총리, 공정경제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주도하에 추진되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의 세부 정책들이 상충되고 모순되는 정책이 많다 보니 충돌이 잦았던 만큼 윤종원 수석은 이를 조율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수석은 포용성장을 강조한다. 포용성장과 소득주도 성장론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지만 표면적으로는 문재인 대통력의 ‘J노믹스’와 궁합이 맞아 보인다. 윤 수석은 “성장을 추구하면서도 성장의 과실의 고른 분배로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신문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또한 대기업의 지배력 남용을 막아 기회 균등을 보장하고 조세와 사회 안전망을 통해 공정한 분배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정책 기조와도 맥을 같이한다. 따라서 소득주도 성장을 추진하는 장하성 실장과 공정경제를 추구하는 김상조 위원장과 큰 틀에서의 갈등은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UCLA에서 박사를 받은 경제 전공자로서 오랜 전통 관료의 경험을 살려 실제 정책은 소득주도 성장이나 공정경제와는 다르게 현실적이고 유연하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서도 현 정부의 정책기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일보]에 기고한 그의 칼럼을 보면 불필요하게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문화를 개선해 생산성과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이 계획대로 추진될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한국경제신문]의 기고에서는 “지금과 같은 후진적 근로관행, 전투적 노조, 양극화된 노동시장, 미흡한 고용 안전망으로는 다가오는 미래에 대응할 수 없다”며 교육시스템과 고용법제, 사회안전망을 새롭게 정비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또한 “장기실업 청년, 임시직 경제(gig economy) 하의 근로자들이 보호의 사각지대로 밀려나고 경제의 주변인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도 했다. 이러한 점에 비춰볼 때 실업을 대비한 사회 안전망은 강화될 것으로 보이며 강성노조에 끌려가는 그간의 모습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의 자율적인 규율의 중요성 강조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교육·노동·금융·공공 등 4대 부문 구조개혁을 강조한다.
윤 수석은 구조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한 재계의 기대감이 크다, 윤 수석은 교육·노동·금융·공공 등 우리의 4대 부문에 대한 구조개혁은 경제혁신을 위한 출발점이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혀 진전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전문 인력이 외국보다 턱없이 적은 법률·의료 분야 등의 진입장벽을 터서 젊은이들이 꿈을 키우고 가치를 창출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좀비기업의 퇴출 길을 열고 새로운 피가 수혈되게 해야 혁신이 일어난다”고도 했다. 특히 “사람과 돈이 생산적인 곳으로 흐르게 하려면 진입 규제를 트고 공정한 경쟁과 혁신을 확산하고 시스템의 비효율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간의 윤 수석의 말을 종합해 보면 말은 많은데 가시적인 성과가 없었던 혁신성장이 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될 전망이다.

기업을 바라보는 윤 수석의 시각도 주목해 볼 만하다. 지난해 3월 [한국경제신문]에 기고한 칼럼을 보면 “그간의 발전 과정에서 기업은 일자리·세금 등 개인과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지만 이익 추구에 몰두하다 해악을 끼치는 경우도 많아지면서 반기업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동반성장, 상생협력 등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합리성보다 국민 정서적 당위성을 앞세워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대기업의 경제력 남용을 우려하면서도 기업에 과도한 책임을 부과하는 것도 옳지 않다는 지적이다. 기업에 윤리적 의무를 강요해서도 안 되며 근거 없이 사적 자치 영역을 침범하는 규제의 위험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윤 수석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기준은 법령으로 사전에 명확히 정해 예측 가능한 규제를 만든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5월 [한국일보] 칼럼에서는 기업의 자율적인 규율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경쟁이 불공정하고 반칙이 횡행하는 시장에서는 정부 개입이 과도해지기 쉽고 경쟁력을 키우기도 어렵다”며 “대기업 스스로 무분별한 사업 진출과 지배력 남용을 경계하는 기업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수석은 공정 경쟁을 강조하면서도 중소기업 적합업종과 같은 진입 규제가 중소기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 윤 수석은 [한국일보] 칼럼을 통해 “대기업 집단 지배력 억제, 우월적 지위 남용 규제 등 상생 대책은 대기업 횡포를 막고 경기장을 평평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면서도 진입 규제가 단기적 보호 효과는 있지만 자생력을 저해하고 소비자 선택을 제한하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윤 수석의 이 같은 경제성장론은 J노믹스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다. 그러나 노동개혁이나 중소기업 육성 방법론에 있어서는 현 정부의 기조보다 전향적인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그동안 정부가 나서서 대기업을 적폐로 몰고 반기업을 조장하는 분위기는 한층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소득주도 성장, 공정경제 등 현 정부의 경제 기조에 대한 비판이 높은 가운데 취임한 윤 수석이 자신의 구상과 현실을 어떻게 조율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검증되지 않는 이론을 바탕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위험을 무릅쓰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은 기업가가 할 일이지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정부 정책은 가장 확실하고 다른 나라에서 성공한 정책만 선택해도 부족하다. 지금이라도 김동연-윤종원 경제팀은 소득주도 성장 정책과 공정경제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는 용기를 보여주길 바란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임금주도 성장(wage-led growth) 모형에 복지 및 소득분배 요소를 가미한 것으로 홍장표 전 수석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임금주도 성장론은 국제노동기구(ILO)의 몇몇 경제학자가 주장하는 것으로 아직 검증되지 않은 어설픈 이론에 불과하다. ILO 보고서(Minimum wage policies to boost inclusive growth, 2013)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포용적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금주도 성장론은 임금 상승이 소비, 총수요를 증가시키고 이는 다시 투자 촉진, 고용 창출을 통해 성장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노동배분율이 낮아지는 불평등을 경제를 장기침체로 몰아가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주류경제학자의 비판은 가혹하다. 임금주도 성장론과 이에 근간을 두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론은 검증되지 않은 가설이며 비현실적 가정에 지나치게 낙관적인 희망을 섞은 허구적인 이론이라는 것이다.

이윤에 관심이 없는 정부가 임금 결정


▎7월 4일 수원시 장안구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일자리 품는 수원시 채용박람회’가 구직자들로 붐비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임금이 상승하면 노동 생산성이 향상되고 성장이 가능하다는 임금주도 성장은 임금 인상과 생산성 향상 메커니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짜깁기 이론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른바 ‘효율임금이론’은 근로자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고용주가 임금 인상을 통해 이윤이 극대화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보여주고 있다. 이 이론은 이윤극대화 원리에 따라 고용주가 자율적으로 임금을 시장가격보다 높게 책정할 때 근로자의 노력과 생산성을 높여 이윤이 증가하는 구조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소득주도 성장론에서는 고용주의 이윤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정부가 임금을 결정하고 있다. 정부가 임금을 결정하더라도 고용주는 근로자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력을 할 것이라는 희망 섞인 가정에서 출발하고 있다. 노동비용이 상승하고 이윤이 줄어들면 고용을 줄일 것이라는 현실은 이론에서 배제돼 있다.

한국의 기업 생태계는 선진국과 달리 중소·영세 사업체에 편중돼 있고 최저임금 근로자의 대부분이 여기에서 일하고 있다. 임금의 고용탄력성을 고려하면 해고된 근로자의 소득 손실이 고용을 유지한 근로자의 소득 증가보다 항상 클 수밖에 없다. 또한 우리나라의 임금체계가 기본급이 적고 수당이 많은 체계로 이뤄져 있다 보니 연봉이 5000만원인 근로자도 최저임금 대상자에 속하고 있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이들의 임금이 인상되고 차상위에 있던 근로자의 임금도 인상되는 도미노 현상이 발생한다.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와 고소득층 소득 증가라는 최악의 소득재분배가 이래서 발생하는 것이다. 또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영세사업의 생존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한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높은 경직성 때문에 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조정이 원활하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임금 인상은 기업경쟁력 약화와 일자리 창출 여력의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실제 이러한 현상이 지난 6개월간 고용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서민을 위하는 정부가 아니라 노조를 위하는 정부라는 비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최저임금이 지금과 같이 급격하게 일률적으로 인상되면 노동시장에서 퇴출된 단순근로자는 다른 직업을 구할 길이 사라지게 된다. 이들이 가계를 책임지는 가장이라면 생존이 위태롭게 된다. 재정을 풀어 이들을 도와준다고 해도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해 주지는 못한다. 그래서 일자리가 최선의 복지인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당분간 동결하고 업종별·지역별로 차등 적용해야 한다. 그래야 고용주의 수용성이 높아지고 최저임금으로 퇴출된 단순 근로자도 다른 곳에서 새로운 직장을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핵심인 근로시간 단축도 생산성 향상과 제도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최저임금과 동일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삶의 질을 개선하고 일자리를 나누어 고용을 확대하겠다는 것이 근로시간 단축의 취지다. 그러나 노동생산성이 향상되지 않고 자본 가동률이 늘어나지 않는다면 고용은 감소하고, 소득재분배는 악화되고 소득 격차는 확대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해고가 어렵고 임금체계가 호봉제로 돼 있어 고용에 따른 고정비용이 매우 높다. 더욱이 줄어든 급여를 보존해야 한다는 노조의 요구가 거세질 전망이다.

근로시간 단축이 서민 고통 가중시켜


▎주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정시 퇴근하는 전자상거래 기업 위메프 본사 직원들. / 사진:연합뉴스
따라서 근로시간 단축은 큰 폭의 인금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기업은 제품가격을 올려 추가 노동비용과 줄어든 수입을 보존하려고 하겠지만 가격의 수요 탄력성을 고려하면 판매 수입은 감소할 전망이다. 결국 임금상승률이 가격상승률보다 높아 생산이 줄고 고용이 감소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최소한 고용이 감소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과 자본 가동률을 최적화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우선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임금 상승 압력을 최소화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임금체계 개편을 통해 고정비용을 낮춰야 하며, 파업을 통해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조의 관행이 사라져야 한다. 또한 생산성 향상은 물론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확대해 자본 가동률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규제개혁을 통한 투자 환경을 개선해 최신 장비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고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 기간을 현행 2주~3개월에서 3개월~1년으로 확대해 자본 가동률을 최적화하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생산성 향상과 자본 가동률이 확대되지 않는 한 고용 감소는 물론 모든 계층의 소득이 감소하는 가운데 저소득층의 소득이 더 크게 감소하는 방향으로 소득재분배가 악화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최저임금에 이어 근로시간 단축도 서민들의 고통을 더 가중시키는 실패한 정책으로 기록될 수 있다.

현 정부의 대기업 정책은 재벌과 지배주주의 견제에 효과가 있다고 믿는 모든 메뉴를 망라하고 있다. 현재까지 제시된 모든 정책 메뉴를 그대로 다 채택한다면 아마도 한국에서 기업을 하지 말라는 말과 같은 말이 된다. 윤 수석이 지적했듯이 대기업이 경제력을 남용해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아래 상대방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탈하는 행위, 그리고 계열사 간 거래 과정에서 외부 주주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고 지배주주가 사익을 편취하는 행위 등은 당연히 막아야 하고 엄중하게 제재할 수 있어야 한다.

대기업 정책과 관련해서는 기업지배연구원 황인학 박사의 제안을 귀담아 들어볼 필요가 있다. 황 박사는 경제력의 부당한 남용을 제재해야 하지만 경제력의 형성 과정을 막으려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시장을 창출하고 독점하고자 하는 열망을 사전 차단하는 것은 발전의 동기를 말살하겠다는 발상과 같다”며 “이러한 이유로 경제력 집중을 사전에 막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이스라엘 외에는 거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경제력 집중을 구조적으로 막는 정책이 대기업의 사업 확장이나 사업 다각화를 막는 형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는 경쟁을 통해 소비자후생이 증대될 수 있는 기회를 봉쇄하는 효과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성장의 기회를 막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규제가 지주회사 그룹의 참호 더 강화

또한 황 박사는 규제의 취지와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규제는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회에 계류 중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자·손회사의 최소 의무 지분율을 상장회사 기준으로 현행 20%에서 30%로 올리고 지주회사의 부채 비율을 현행 200%에서 100%로 내리겠다는 내용이 있다. 법안 발의 취지는 자·손회사의 설립과 취득을 어렵게 함으로써 개별 기업집단의 범위를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이 규제안을 수용해 지주회사 그룹들이 자·손회사 지분을 추가 매입하고 100% 이상의 부채를 상환하는 데 필요한 자금이 약 10조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규제 강화가 없다면 이 10조원은 투자자금으로 활용되거나 주주에게 배분됐을 것이다. 그러나 규제 때문에 이 돈을 지분매입과 부채상환에 사용해야 한다면 지주회사 그룹의 내부 지배권은 더욱 강화되고, 해당 회사에 대한 외부 주주와 채권자의 영향력은 감소할 것이다. 규제 때문에 지주회사 그룹의 참호(entrenchment)가 더욱 공고해지는 셈이다.

재벌은 순기능이나 장점은 없고 경제력 집중의 화신이자, 지배주주의 사익편취 수단으로 치부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는 게 황 박사의 주장이다. 현 정부는 지배주주를 견제하고 제약하기 위한 온갖 수단을 동원하는 반면에 장기 투자의 토대가 되는 경영권 안정화에 대해서는 언급이 전혀 없다. 그는 “기업이 발전하고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지속적으로 기여하게 하려면 경영권에 대한 공격과 방어가 서로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공격 수단이 방어 수단을 압도하면 기업 경영진은 외부 주주, 특히 기관투자가의 요구에 따라 장기투자를 피하고 단기 이익의 실현을 우선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단기주의는 OECD 기업지배구조 지침에서도 성장의 장애 요인으로 언급할 만큼 심각한 문제다.

최근에는 단기 투자자와 장기 투자자를 차별해 의결권을 달리하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경영권 방어 장치에 별다른 제약이 없는 미국에서는 알파벳(구글)을 비롯한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은 차등의결권을 바탕으로 기관투자가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장기투자·혁신에 매진하고 있다는 황 박사의 지적을 새로운 경제팀이 귀담아 들어볼 만한 대목이다.

정부의 선한 의도가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역사적 경험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성장·고용·복지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현 정부의 의지를 비판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정부가 하루빨리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조바심이 커지고 정부 개입이 늘어날수록 정부의 좋은 의도와 달리 국민의 삶의 질은 나빠지기 십상이다. 자원이 시장원리에 따라 가장 생산적인 곳으로 흘러갈 때 새로운 부가 창출되고 일자리가 생기는 것이다.

현 정부는 국정철학과 비전을 실현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치우쳐 부작용이 예견된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문제가 생기면 재정으로 해결하면 된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잘못된 정책을 수정하면 막대한 국민 혈세를 아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현 정부가 자주 언급하는 청산해야 할 적폐에 해당된다. 그런 식으로 세금이 쓰이길 바라는 국민은 없다. 이런 것이 반복되면 조세저항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명심하고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는 데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경제가 엄중한 만큼 김동연-윤종원 경제팀에 거는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다. 아무쪼록 좋은 정책으로 국민경제 발전과 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 존경받는 ‘늘공’으로 남길 기대해 본다.

-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1808호 (2018.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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