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북한.국제

Home>월간중앙>정치.사회.북한.국제

[연중기획 | ‘同行-고령사회로 가는 길’(8)] 기술·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시니어 창업 

은퇴하면 치킨집? 이제는 옛말이죠! 

문상덕 월간중앙 기자
차량공유·도시민박·건강식품 등 분야도 다양…청년 아이디어에 시니어 ‘관록’ 더하니 성공률은 ‘쑥쑥’

▎2017년 9월 서울시50플러스재단 개최한 ‘50+창업경진대회 모의투자대회’에서 참가자가 자신의 창업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있다. / 사진:서울시
"빌딩 한 채를 짓기 위해 1000명이 동원된다고 합시다. 다 짓고 난 뒤에는 경비원 한 명이면 충분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빌딩을 다 지어놨습니다. 저희 직원이 여덟 명이지만 관리하는 데는 충분합니다.”

하호선(62) ㈜한국카쉐어링 대표가 발주사 관계자들 앞에서 막 프레젠테이션을 마쳤다. 발주사는 국내 자동차 제조사였다. 회사에서 운영하는 시승 차량에 카셰어링 서비스를 접목하는 프로젝트를 발주했다. 소비자가 원하는 차량을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당초 하 대표가 계약을 따내기는 역부족인 듯했다. 경쟁에 참여한 업체들이 대부분 쟁쟁한 대기업이었기 때문이다. 그중 한 곳은 발주사의 계열사였다. 반면 ㈜한국카쉐어링은 연 매출 10억원에 직원 8명이 전부인 작은 회사였다.

그러나 발주사는 파트너를 ㈜한국카쉐어링으로 선택했다. 하 대표는 “목숨을 건다는 각오로 임했더니 사지(死地)에서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규모는 2018년 ㈜한국카쉐어링 매출의 절반에 해당하는 5억원이다. 발주사는 선정한 카셰어링 플랫폼을 다음해에는 25개국, 이듬해는 50개국의 영업장에 적용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하 대표는 “해외 시장에서 기반을 닦은 다음 한국 렌터카 시장을 다시 한번 공략해 볼 작정”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하호선 대표처럼 이순(耳順)의 나이를 넘어 창업에 뛰어드는 시니어 세대가 점점 늘어난다. 중소기업벤처부와 창업진흥원에 따르면 대표자 연령이 60세 이상인 신설 법인 수가 지난해 처음으로 1만 개를 넘어섰다. 단순히 양만 불어난 것이 아니다. 도·소매업은 0.9%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한국카쉐어링과 같은 과학기술서비스업이 10.4% 늘어난 점은 고무적이다. 나머지 세대 그룹에서 도·소매업 창업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시니어 창업의 양과 질이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늦은 나이가 과감한 결단 원동력 돼”


▎하호선 대표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한 ‘2017년 대한민국 ICT 이노베이션 대상’에서 장관 표창(대상)을 받았다. 시상식에 참가한 하수연 한국카쉐어링 CMO와 하호선 대표.(왼쪽부터) / 사진:한국카쉐어링
하호선 대표에게 정보통신기술 분야는 그리 낯설지 않다. 1977년 동국대 공업경영학과(현 산업시스템공학과)에 진학했다. 1984년 학부를 졸업한 뒤 미국 텍사스주립대에서 산업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리고 1986년 삼성그룹 공채에 합격해 공채연수를 거쳐 삼성SDS 자동화 사업부에 입사했다. 당시 하 대표는 “앞으로는 제조업보다 소프트웨어가 뜰 것이라고 예상해 삼성SDS를 선택했다”며 “그때 다른 계열사를 선택했으면 임원까지 버텼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첫 직장을 2년 만에 그만뒀다. 왜 그랬을까. 미국에서 지켜본 IT기업 성공사례를 한국에 이식해 보고 싶은 마음이 앞섰기 때문이다. 그는 1988년 공장 자동화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제공하는 오토웨어시스템㈜을 세웠다. [매일경제]는 1996년 1월 8일자 지면에서 오토웨어시스템㈜을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화 및 제조업체를 목표로 자체 기술 개발, 국산화를 통해 제조업계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전문 중소기업”이라고 소개했다. 같은 해 4월 매출 1조원 규모의 수산중공업 그룹이 그의 회사를 인수합병하면서 첫 번째 벤처 도전기를 마무리 지었다.

그 뒤로 하 대표는 여러 기업에서 전문경영인으로 활동했다. 2007년에는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동양미래대학 경영학부 겸임교수에 임용됐다. 그런데 기업 현장과 공공기관, 대학을 종횡무진하면서도 창업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하 대표는 “우리나라는 과거나 지금이나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너무 낮잡아본다”면서 “한동안 개인사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마음을 바꾼 것은 ‘4차 산업혁명’ 열풍 때문이었다. 2008년 애플이 ‘아이폰3G(3세대 이동통신)’를 출시하면서 사람들이 휴대전화로 인터넷을 하기 시작했다. 이후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같은 개념이 쏟아졌다. 다시 한번 소프트웨어가 인정받을 수 있는 시기가 왔다고 그는 판단했다.

마침 모교인 동국대를 찾아가 보니 학교 산학협력단 내에 방치된 회사가 있었다. ㈜한국카쉐어링이었다. 무선인식(RFID)에 기초한 카셰어링 사용자 인증기술과 위치정보 관련 기술 등 특허 10여 개를 보유한 ‘알짜’ 회사였다. 잠재성이 있다는 판단 아래 2012년 12월 동국기술지주회사가 보유한 지분 100%에서 70%를 인수했다. 하 대표는 “(인수 결정 당시) 57세인데 도전하지 않고 머무르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며 “결정적으로 아내가 ‘실패해도 좋으니 도전하라’고 격려해 줘 인수를 결심했다”고 돌이켰다.

하지만 회사 운영이 생각만큼 순조롭지는 못했다. 하 대표는 1000여 개에 가까운 중소 렌터카 업체를 모아 단기 차량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려 했다. 소비자가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시간만큼만 차량을 사용하도록 하자는 발상이었다. 이미 있는 렌터카 업체들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묶는 것이기 때문에 차량을 새로 구입하지 않아도 됐다. 그러나 렌터카 업체들은 수익성을 의심했다. 국내 1위 차량공유 업체인 ‘쏘카(SOCAR)’부터 적자행진을 하는 상황이었다. 열악한 경영사정 탓에 하 대표는 사재 5억원을 털어 회사에 투입했다.

그럼에도 하 대표는 “아직은 실패가 아니다”고 말했다. 중소 렌터카 업체가 살길은 플랫폼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하 대표는 “대형 렌터카 업체와 경쟁하려면 출발지가 아닌 목적지에서 차량을 반납하는 ‘원웨이’ 시스템이 필수”라면서 “렌터카 업체들이 한 플랫폼에서 움직여야 원웨이에 필요한 차량과 주차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늦은 나이에 기업을 경영하는 게 두렵지는 않을까. 하 대표는 오히려 늦은 나이기 때문에 과감하게 결단을 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나이가 드니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고민하게 됩니다. 모아둔 돈이 언제 바닥 날까 걱정만 하다가 가는 삶은 허무해요. 죽을 때 가져갈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삶이란 주변에 어떤 기억을 남겼는지를 두고 평가받는 것이거든요. 또래들도 보다 과감하게 도전하는 삶을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도시민박, 빈방을 창업 아이템으로 만들다


▎고양시가 2017년 7월 한국을 방문한 아제르바이잔 청소년 대표단을 초청한 자리에 배홍숙 대표(가운데)도 함께했다. / 사진:고양시
창업하는 데 반드시 큰돈이 드는 건 아니다. 지난해 6월 숙박업에 뛰어든 배홍숙(57·여) 더스토리하우스 대표는 창업비용이 거의 들지 않았다. 배 대표가 거주하는 경기도 일산의 집을 영업장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두 딸이 출가한 뒤로 비어 있는 방에 손님을 받았다. 따로 홍보를 할 필요도 없었다. 숙박 공유 플랫폼인 에어비앤비(Airbnb)에 방을 올리면 손님들이 알아서 찾아왔다. 1인당 숙박비는 하루 2만5000~2만7000원으로, 매달 30만원 안팎의 수익이 나온다.

배 대표의 사업은 정확히 말하자면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이하 ‘도시민박’)으로 불린다. 공중위생관리법에서 규정한 ‘숙박업’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덕분에 위생·안전 등 규정이 까다롭지 않다. 대신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230㎡(약 69평) 미만’인 집이어야 한다. 민박업인 만큼 사업을 크게 벌리지는 못하게끔 법으로 규정한 것이다. 외국인만 손님으로 받을 수 있게 한 것도 도시민박의 한계다. 농어촌 지역의 민박이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러나 배 대표의 집은 항상 만원이다. 관광이 아니라 비즈니스 목적으로 도시민박을 찾는 외국인이 적지 않다는 것이 홍 대표의 설명이다. “호텔은 비싸고 모텔은 불편하다고들 해요. 여러 날 묵겠다고 해도 오후 9시가 넘어야 들어갈 수 있거든요. 매일 짐을 다 싸서 나갔다가 들어가길 반복해야 하는 거죠. 반면에 도시민박은 저렴한 가격에 에어비앤비라는 플랫폼이 있으니 예전에 묵고 간 사람들이 남긴 평도 미리 볼 수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필리핀 외과 의사가 5일 동안 묵고 갔어요. 한국에 암센터 연수차 왔던 분이에요. 근처 물가가 너무 비싸다고 판단해 에어비앤비를 찾게 됐다고 하더군요.”


▎배홍숙 대표는 도시민박과 도시해설사를 융합한 관광 서비스를 제공하는 협동조합 ‘50+여행공감’을 지인들과 함께 만들었다. ‘도시해설사 길라잡이’ 수강생들이 실습에 나서 관광객을 안내하고 있다. / 사진:서울시
다른 사업처럼 큰돈을 벌기는 어려울 것이다. 대신 홍 대표는 “민박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경험하게 돼 생활에 활력이 넘친다”고 말했다. 최근에 그의 민박집을 다녀간 외국 청년 사업가의 이야기를 그는 들려줬다.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화장품하고 다이어트 식품을 수출입하는 청년인데 홍보를 위해 직접 모델로도 활동하는 친구였어요. 이제 겨물우 스세 살 나이인데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 진학보다는 창업에 관심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 친구가 한국에 출장 와서 가족을 느껴보고 싶어서 일부로 우리 집을 찾아왔대요. 그가 도미니카로 돌아간 뒤 페이스북에 ‘You’re the best aunt!(당신은 최고의 이모였어요!)’하고 써 놓은 글을 보고는 너무 기쁘고 뿌듯했어요.”

배 대표는 2016년 가을 서울시 은평구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에서 도시민박을 처음 접하게 됐다고 한다. ‘도시민박창업 길라잡이’ 수업을 들으면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시장분석 방법 등을 배웠다. 에어비앤비 한국지부 관계자도 방문해서 예약시스템을 설명했다. 무자본 창업이다 보니 수강생들의 관심이 대단히 높았다. 그러나 서른 명의 수강생 가운데 창업까지 간 사람은 배 대표가 유일했다. 그는 “남자 수강생의 경우 아내의 반대로 창업을 포기한 사람이 많다”고도 했다. 사생활이 공개되는 것을 꺼려하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오정민 서울시50플러스재단 매니저는 “중요한 건 나이가 아니라 열린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배 대표 역시 창업은 아니지만 모임을 조직해 본 경험이 여러 번 있었다. 20여 년 전 동네 학부모 5명을 규합해 ‘품앗이 유치원’을 만든 게 처음이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못 입는 와이셔츠로 장난감을 만들거나 순두부를 직접 만들어 보는 활동도 했다고 한다. 소규모 모임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당시 ‘독수리 5인방’ 아이들은 지금까지도 친구로 가깝게 지내는 사이다. 배 대표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진학하자 ‘세발자전거’라는 문화체험 모임을 조직하기도 했다.

배홍숙 대표는 최근 ‘50+여행공감’이라는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도시민박을 찾는 외국인에게 더 풍부한 여행 콘텐트를 기획해 제공하자는 취지에서다. 기존 여행상품이 아니라 도시 뒷골목 같은 숨은 ‘날것’을 보여주자는 것이다. 그래서 6월 말에는 50플러스캠퍼스 관계자와 예전 수강생들이 모여서 시범적으로 ‘창신동 투어’를 시도해 보았다. 홍 대표는 “일단 해보고 안 돼도 손해 볼 건 없지 않느냐”며 “나이에 갇히지 않고 활기차게 생활한다면 더 좋겠다”고 또래들에게 격려의 말을 전했다.

세대융합 창업의 성공열쇠는 ‘관계성’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에 문을 연 세대융합 창업캠퍼스의 개소식에서 김형영 서울중소벤처기업청 청장(왼쪽)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캠퍼스를 둘러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030세대 청년 창업가들은 자금 조달과 판로를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는다. 투자나 대출을 받아본 적이 없으니 사업자금 마련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초기 판로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맡는 인적 네트워크도 촘촘하지 못하다. 그러다 보니 법인 설립 이후 2~3년이 지나도 ‘개점휴업’ 상태인 벤처기업이 부지기수다. 반면 ‘베이비붐 세대’는 정년은퇴와 구조조정에 떠밀려 노동시장으로 쏟아져 나온다. 직장인 평균 퇴직 연령이 만 49.1세(2016년 기준)인 데 비해 국민연금은 만 62세(1957~1960년생 기준)부터 수령하다 보니 소득 절벽이 생기게 마련이다.

중소기업벤처부는 이런 점에 착안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세대융합 창업캠퍼스’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기술·경력·네트워크를 보유한 시니어와 청년의 아이디어를 결합해 청년 창업의 성공률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전국의 세대융합 창업캠퍼스 6곳에서 130개 세대융합 창업팀을 선발해서 운영 중이다. 선정된 창업팀은 최대 1억원에 이르는 시제품 개발, 마케팅 등 사업비와 창업 공간을 6개월간 무상으로 제공받고 있다. 또한 우수 창업팀에는 최대 3000만원의 후속 창업자금과 글로벌 진출 지원이 이뤄지기도 한다.

‘장년인재 서포터즈’로 창업팀에 참여하는 시니어는 매달 최대 200만원의 활동비를 지급받는다. 만 40세 이상으로 특정 분야에서 10년 이상 경력을 가진 숙련된 퇴직 인력이 서포터즈로 참여할 수 있다. 국책은행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해온 손경석(62)씨는 올해 2월부터 서포터즈로 활동 중이다.

“제가 일했던 은행에서 외환위기 직후 ‘벤처팀’이란 걸 처음 만들었습니다. 그때 저는 기업 구조조정 팀장을 맡았죠. 바로 옆 부서여서 벤처팀 업무를 자주 보게 됐는데 무척 다이내믹하다고 느꼈습니다. 파견 업무로 직접 회사 설립에 참여해 봤는데, 그때 자금 조달이 얼마나 어려운지 절감했어요. 자금만 확보되면 창업의 70%는 끝난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제가 도움을 주고 있는 분도 초기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쩔쩔맸는데 도움을 줄 수 있어 다행입니다.”

손씨가 서포터스로 지원한 회사인 ‘요구설’은 플레인 요구르트 제품을 만든다. 시중에 판매되는 요구르트들에 통상 첨가물이 지나치게 많다는 자각에서 만들어낸 ‘건강식’ 요구르트다. 통상 식품사들은 플레인 요구르트의 신맛을 잡기 위해 화학 첨가물을 넣고, 첨가물의 독성을 중화하기 위해 또 다른 첨가물을 넣다 보니 요구르트의 본래의 의미가 퇴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요구설’은 순수하게 유산균만을 이용해 발효 시간 조절을 통해 깨끗한 플레인 요구르트를 만들어낸다. 이 회사는 우수 창업팀으로 선정돼 추가 지원도 받게 됐다. 최근 손씨는 이 회사의 동업자로 활동하게 됐다. 손씨는 “오랜 직장생활 경험이 청년사업가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게 돼 흐뭇하다”고 말했다.

“어린 나이에 창업을 하는 분들은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지요.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복잡한 과정을 이해하는 데는 직장생활을 경험한 사람들이 큰 도움을 줄 수 있지요. 저도 은행원 경험이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막상 해보니 서류 작성부터 자금 조달, 판로 확보까지 창업자들을 도울 수 있는 것들이 아주 많았어요.”

김정하 시니어벤처협회 부회장은 정부에 세대융합 창업을 처음 제안한 주인공이다. 김 부회장은 세대융합 창업을 설명하면서 ‘관계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칫 시니어 연령층의 배려가 청년층에 ‘잔소리’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위탁기관에서 담당하는 20개 창업팀 가운데 3개 팀은 중도에 사업을 포기했다고 한다. 김 부회장은 “동의하지 않은 배려는 오히려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주관 기관에서 정기적으로 ‘네트워킹 데이’를 열어 여러 창업팀이 교류를 통해 상호 이해를 높이는 것도 좋다”고 제안했다.

“기술창업 관련해, 지나친 리스크 우려도 경계해야”


▎지난해 4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창업박람회에서 예비 창업자들이 프랜차이즈 업체가 마련한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시니어 세대들이 창업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바뀌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무엇보다도 음식점이나 카페 같은 소매업이 기술창업보다 리스크가 적다는 것은 선입견이라는 설명이다. 박무일 유한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창업의 실패 요인은 적은 경험, 전문성 부족, 그리고 기대수익에 대한 조급함으로 인한 준비 부족”이라며 “생계를 위해 창업은 이들 요인을 공통적으로 품고 있다”고 경고했다. 박 교수는 이어 “기술창업의 경우에는 창업 준비부터 창업 후 초기 정착까지 도울 수 있는 인프라가 마련돼 있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벤처부 산하 창업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시니어기술창업센터’가 대표적이다. 시니어 예비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전국 25개소에서 창업·취업 상담과 창업교육을 운영한다. 본격적인 창업 단계에 진입한 이들에게는 창업 공간과 경영·마케팅 지원도 병행한다. 만 40세 이상이면 누구든지 센터에서 운영하는 기술창업교육에 참여할 수 있다. 시니어기술창업센터를 거쳐 간 창업기업 수는 2016년 한 해에만 546개에 이른다. 매출액 규모로는 402억원에 달한다.

창업교육은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만 참여할 수 있다는 생각도 오해다. 적지 않은 수료생이 재취업에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박무일 교수가 이끌어 온 ‘유한대학교 시니어 기술창업스쿨’은 2015년부터 2년간 210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수료생 가운데 38명은 창업을, 41명은 재취업을 선택했다. ‘3D프린터 방과후학교 강사양성 과정’을 운영하며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지원한 게 주효했다. 재취업자 가운데 3D프린터 교육강사로 임용된 수료생만 27명에 달했다.

이미 가게를 운영하는 소상공인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실시하는 ‘소상공인 재창업패키지’에 지원하는 것도 방법이다. 특화형이나 비생계형으로 업종을 전환하려는 소상공인에게 교육·컨설팅 등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신청한 소상공인은 60시간의 교육을 받고 일대일 멘토링 서비스를 받으며 재창업의 방향을 모색한다. 교육 수료생은 창업 규모에 따라 최대 1억원까지 소상공인정책자금을 융자받을 수 있다.

한편 지원사업을 늘리는 것과 함께 창업의 내실을 기해야 할 때라는 지적도 나온다. 창업을 할 경우 실제 어느 정도의 부가가치를 내는지도 따져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김정하 부회장은 “단적으로 세대융합 창업캠퍼스의 경우 퇴직한 중·장년들이 용돈을 벌어가는 용도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관 기관이 아니라 창업팀이 자율적으로 장년 서포터즈를 섭외할 수 있어 발생하는 허점이다. 김 부회장은 “서포터즈로 참여할 때 일정 금액을 사업에 투자하도록 하는 등으로 장치를 마련해 도덕적 해이를 막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문상덕 월간중앙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images/sph164x220.jpg
201808호 (2018.07.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