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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 특별기획] 대회 흥행의 히든카드 ‘온라인·모바일 게임’ 

中 넘으면 金 보이는 한국팀 ... ‘e스포츠 종주국’ 위상 빛낼까 

이동엽 월간중앙 인턴기자
‘리그 오브 레전드’ ‘스타크래프트2’ 종목에서 금메달 유력…메가 스포츠 이벤트 통해 게임에 대한 긍정적 인식 제고 기대

‘e스포츠’라는 종목의 등장으로 올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이 벌써부터 뜨겁다. 국제 온라인·모바일게임 (이하 게임) 대회가 있지만 2018 아시안게임을 통해 e스포츠가 주류 문화의 반열에 올라섰음을 인정받게 된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e스포츠가 아시안게임 시범종목으로 채택된 의미와 대회에서 만날 수 있는 게임의 세부 종목들을 알아본다.


▎지난해 11월 4일 중국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2017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이 열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올해 아시안게임에서 첫선을 보이는 경기가 있다. 온라인 게임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시범 종목으로 채택됐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서 e스포츠는 총 6개 세부 종목의 경기가 펼쳐진다. 각국 선수가 여섯 개의 금메달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신체활동이 적어 전통 스포츠의 격렬함이 주는 흥미는 맛보지 못하겠지만 규칙만 숙지하면 또 다른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두뇌활동으로 승부를 겨루는 e스포츠가 어떻게 아시안게임 시범종목으로 채택됐는지 궁금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의문을 풀기 위해서는 먼저 현재 게임의 위상을 알아야 한다. 많은 사람이 취미 삼아 즐기던 놀이에서 출발한 온라인 게임이 다른 사람과의 소통 매개로 진화해 지금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몇몇 국가에 한정된 것이 아닌 전 세계적 현상이다. 이를 바탕으로 게임 산업은 급속히 발전하고 있으며 경제적 파급 효과도 매우 크다.

이에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기존 종목만으로는 아시안게임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도를 높이기 어렵다고 판단해 e스포츠라는 카드를 꺼냈다. 많은 젊은이의 관심을 이끌어내면 대회의 성공적 개최와 함께 수익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는 ‘왜 바둑이나 체스는 안 되고 게임은 되냐’는 질문에 신체활동의 유무가 시범종목 채택의 이유가 되지 않았다는 것을 답해준다.

예선 가볍게 통과한 ‘세계 최강’ 한국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 선수들. 왼쪽부터 김기인·한왕호· 고동빈·이상혁· 박재혁·조용인. / 사진:한국e스포츠협회
아시안게임에 채택된 6개 종목은 4개 온라인 게임과 2개 모바일 게임으로 구성돼 있다. 먼저 온라인 게임에는 상대 캐릭터들을 제거하고 본진을 부수면 승리하는 공성전의 일종인 MOBA(Multiplayer Online Battle Arena) 장르 ‘리그 오브 레전드’와 우리에게 친숙한 실시간전략게임 ‘스타크래프트1’의 후속작인 ‘스타크래프트2’ ‘피파’ 시리즈와 양대 산맥을 이루는 축구 게임 ‘PES2018’, 마지막으로 30장의 카드로 덱을 구성해 상대와 대결하는 ‘하스스톤’이 있다. 모바일게임에는 ‘리그 오브 레전드’와 같은 MOBA장르인 ‘아레나오브 발러(펜타스톰)’와 자원을 소모해 사용한 카드들로 상대의 ‘킹 타워’ 파괴를 목표로 하는 ‘클래시 로얄’이 있다. 이중 ‘리그 오브 레전드’와 ‘아레나 오브 발러’는 양 팀에서 5명씩 참가하는 단체전으로, ‘PES2018’은 개인전과 2인 단체전으로, 나머지는 모두 개인전으로 진행된다.

지난 6월 22일 발표된 예선전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리그오브 레전드’와 ‘스타크래프트2’ 종목에서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두 종목 모두 한국이 국제대회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냈기 때문에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 획득을 기대하고 있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종목은 ‘리그 오브 레전드’다. ‘리그오브 레전드’는 2011년 말 한국 서버를 정식 개설한 이후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장수 게임이다. 인기를 지속할 수 있었던 비결은 선택 가능한 캐릭터의 수가 많고 계속 추가된다는 점과 해가 바뀔 때마다 거의 다른 게임이 될 정도의 패치가 이루어져 식상함을 줄여 준다는 점이다.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게임인 만큼 국내 ‘리그 오브 레전드’ 리그도 LCK(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매년 스프링·서머·윈터 시즌으로 진행되고 있다. 참가하는 팀들의 수준도 매우 높아 팬들뿐만 아니라 각국 선수와 코치들까지 경기 분석을 통해 플레이를 참고하고 있다.

한국 대표팀은 한국e스포츠협회와 종목사인 라이엇 게임즈, LCK 참가팀 사무국이 모여 구성한 기술위원회에서 선발했다. 김기인·고동빈·한왕호·이상혁·박재혁·조용인이 포함됐다. 각 팀을 대표하는 선수들이자 현재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기량을 보여주는 선수들로, 축구로 비교하자면 호날두와 메시가 같은 팀에서 뛰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세계인의 기대를 받고 있는 팀이며, 아시안게임 예선에서도 8승2패를 거둬 1위로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 받는 선수는 이상혁이다. 그는 2013년 혜성처럼 리그에 등장한 이후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며 수차례 우승을 거머쥔 자타 공인 최고의 선수다. LCK 우승만 6회에 달하며 세계 대회인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에서도 우승 3회, 준우승 1회를 차지했다. 이상혁은 현재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으며, ‘스타크래프트1’으로 한국을 알렸던 임요환 이후 한국 게임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다.

이상혁이 한국 대표팀에 뽑히는 것에 이견을 달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그의 팀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이유로 ‘리그 오브 레전드’ 팬들 사이에서 부정적인 의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7월 2일 현재 총 9팀이 있는 LCK에서 이상혁의 소속 팀인 SKT T1은 7위에 랭크돼 있다. 그러나 그는 개인 점수에서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그가 가진 e스포츠계에서의 상징성은 대표팀 승선에 충분한 이유를 제공한다.

이상혁은 아시안게임 예선을 치르기 위해 출국하는 자리에서 “e스포츠 국가대표로 나가는 것이 처음이라 긴장된다. 기분이 새롭고 출전하게 돼서 영광이다. 잘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시범종목이지만 e스포츠가 채택된 첫 아시안게임이다. 꼭 우승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표팀에 대해 ‘국가대표라는 부담만 가득하고 시범종목인 관계로 병역 면제 등 혜택은 없는 자리’라는 일부 팬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상혁은 첫 아시안게임 출전이라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으며 후배들을 위해 기꺼이 책임 있는 역할을 맡았다.

‘스타크래프트2’ 대표 조성주도 현재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그는 GSL(글로벌 스타크래프트2 리그)에서 2연속 우승을 차지했으며, WESG(세계 e스포츠 게임즈) 2017에서도 우승했다. 아시안게임 예선에서도 5승이라는 압도적 성적으로 1위를 차지해 가볍게 본선에 진출한 그는 대회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스타크래프트1’에 이어 ‘스타크래프트2’에서도 한국이 절대 강자임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아시안게임 통해 주류 문화로 올라설 e스포츠


▎지난해 11월 19일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 게임 전시회 ‘지스타 2017’ 현장을 찾은 사람들.
이번 아시안게임 및 ‘리그 오브 레전드’ 경기와 관련해 더 자세하고 정확한 내용을 알아보기 위해 게임 채널 OGN에서 경기 해설을 하고 있는 김동준·이현우씨에게 물었다. 두 사람 모두 프로게이머 출신 해설가로서 게임과 해설 모두 재능을 인정받았다. 정확한 분석과 재치 있는 입담을 자랑하는 두 사람은 팬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해설진이기도 하다.

김씨는 “e스포츠와 게임이 주류 문화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한다”며 “e스포츠의 아시안게임 시범종목 채택은 큰 상징성을 가진다”고 말했다. “게임이 더 이상 ‘그들만의 문화’가 아닌 주류 문화로 올라서게 된 것”이라고도 했다. 이씨는 “나도 게임을 좋아하고 오랫동안 해 왔지만, 이런 날이 올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며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e스포츠 관계자나 게임을 좋아하는 모든 분들이 기뻐할 소식”이라고 했다.

두 사람 모두 한국의 우승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경쟁을 하게 될 중국과 대만의 전력 또한 상당해 그날의 컨디션이나 상황 등에 따라 다른 결과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전했다.

‘경계할 만한 선수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다른 팀들도 국가대표 자격으로 대회에 나오는 만큼 모든 선수가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한 명을 뽑는다고 하면 중국팀의 지안지하오 선수를 주목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지안지하오는 ‘2018 MSI(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 우승팀인 RNG 소속으로 당시 대회에서 맹활약을 해 한국팀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바 있다.

지안지하오에게 맞설 한국팀의 선수로 이현우씨는 이상혁을 꼽았다. “스타플레이어인 만큼 팬과 관계자들이 관심을 두는 선수”라며 “현재 소속 팀의 리그 성적은 좋지 않지만 아시안게임 예선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 아시안게임을 반등의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준씨는 “중국과 대만 모두 만만치 않은 상대이기 때문에 한국 선수들 모두가 팀플레이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현우씨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바라는 점이자 가장 큰 성과는 게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변화”라며 “게임이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될지 안 될지는 모르지만, 큰 흐름에서 봤을 때 주류 문화에 들어가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동준씨는 “게임의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을 긍정적으로 전망한다”며 “e스포츠가 국가·문화를 가리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기를 바란다”고 했다. 또 “우리가 이런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선입견이나 편견 없이 시대의 흐름과 발전에 의해 탄생한 e스포츠와 게임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고 응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구조적 기반 다져 문제 재발 방지해야

우여곡절도 있었다. 지금은 본선에 진출한 두 종목에서 금메달 획득이 유력하다는 장밋빛 전망을 하지만 한국 대표팀의 아시안게임 출전 여부는 명단 제출 마감 직전까지 안갯속이었다. 국제대회에 출전하려면 대한체육회 가맹단체여야 하는데 당시 한국e스포츠협회는 대한체육회 준가맹단체였다. 설상가상으로 대한체육회가 생활체육과 엘리트스포츠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준가맹단체 기준을 ‘9개 이상 시·도 체육회에 가입한 종목의 단체’로 강화했다.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한국e스포츠협회는 준가맹단체 자격마저 박탈당했다.

이 때문에 올해 아시안게임에 한국 대표팀이 참가할 수 없다는 소식이 들리자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국정감사 질의와 성명 등으로 한국 e스포츠 대표팀의 아시안게임 출전을 위한 노력을 각계에 촉구했다. ‘e스포츠 종주국’이라는 한국이 아시안게임에 출전하지 못하는 불상사는 없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선수들의 출전을 위해 대한체육회와 꾸준히 의견을 조율했고, 대한체육회는 아시안게임 신규 종목에 한해 ‘1개 이상 시·도 체육회 가입’이라는 예외 조건을 제시했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 끝에 지난 5월 28일 대전e스포츠협회가 대전체육회로부터 인정단체 가입을 승인한다는 통보를 받았고, 이틀 뒤인 5월 30일 대한체육회는 규정을 충족한 한국e스포츠협회의 준회원 가입을 승인했다. 이 기준은 내년 등급심의위원회의 조정 전까지만 유효해 한국e스포츠협회가 재심사 전에 규정을 충족하지 못하면 대한체육회에서 탈퇴당할 수 있다.

아시안게임 출전과 관련한 일련의 과정 속에서 한국 e스포츠의 기반이 여전히 취약하며, 게임과 친숙하지 않은 세대의 게임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는 것이 드러났다. 물론 15년 전 ‘스타크래프트1’ 게이머 임요환이 TV 프로그램에 나와 한 패널에게 “(게임을 하다 보면)오프라인에서도 상대를 죽이고 싶을 때가 있냐”는, 지금으로선 너무나 황당한 질문을 받던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인식이 개선되기는 했다. 그러나 아직도 게임은 신체활동이 없어 스포츠로 인정받지 못하는 일부 사람의 놀이문화일 뿐이라고 폄하하는 시각이 남아 있다.

한국e스포츠협회 김철학 사무총장대행은 이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게임도 충분히 스포츠로 취급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e스포츠는 게임을 매개로 스포츠를 하는 것”이라며 “공정한 경기 환경과 규칙을 가지고 전략·전술, 협동심 등을 보여줄 수 있다. 이는 스포츠로서의 요소를 갖추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사람들이 신체활동과 스포츠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스포츠를 신체활동이라는 것으로 좁게 봤을 때는 게임이 포함되지 않을 수 있으나 넓게 보면 게임도 스포츠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스포츠도 시대와 사람에 따라 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 많은 사람이 즐기고 관전하는 게임도 스포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사무총장대행은 게임이 가진 가장 큰 장점으로 접근성을 꼽았다. 다른 스포츠는 일정 공간과 장비가 필요하지만, 게임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컴퓨터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e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된다. 이는 단순히 경기를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하는 스포츠’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젊은 팬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전통스포츠만 고집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IOC가 e스포츠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게임의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을 긍정적으로 생각할 것”이라며 “더불어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게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에 많은 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 협회를 비롯한 e스포츠 관계자들도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 이동엽 월간중앙 인턴기자 ldy20197@naver.com

201808호 (2018.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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