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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up] ‘2018 아이스버킷 챌린지 런’을 가다 

루게릭 환자 위한 물벼락 행진 “장대비보다 더 상쾌해요!” 

사진·글 박종근 기자
러닝 동호인 500명 빗속에서 한강변 8㎞도 완주… 연예인 팬클럽의 자원봉사와 기부도 줄 이어

한국에는 3000여 명의 루게릭병 환자가 있다. 온 몸의 근육신경이 파괴되다 보니 하루 24시간 간병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들에게 필요한 ‘한국 최초 루게릭 전문 요양병원 건립’을 돕기 위해 500명이 동시에 한강변을 달리고 얼음물을 뒤집어 썼다. 행사에서 체험하는 얼음물 세례도 얼굴에 쏟아지는 장마철 장대비도 이들의 열정을 식히기엔 역부족이었다.


▎노들나루공원에 모인 러닝 동호인 500명이 동시에 얼음물을 뒤집어쓰고 있다. 단일 아이스버킷 챌린지 행사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루게릭 요양병원 건립 기금 모금을 위한 ‘2018 아이스버킷 챌린지 런’ 행사가 6월 30일 서울 동작구 노들나루공원에서 열렸다. 러닝 동호회 ‘미라클365’와 ‘크루고스트’가 주최하고 승일희망재단이 함께한 이날 행사에는 러닝 동호인 500명이 참가했다. 단일 아이스버킷 챌린지 행사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루게릭병 환자를 돕기 위해 2014년 미국에서 시작된 기부 캠페인이다. 참가자는 근육이 수축되는 루게릭병의 고통을 함께 느껴 본다는 취지에서 얼음물을 뒤집어쓴다. 혹은 기부금 100달러를 내면 된다. 그러나 얼음물 세례를 받고 기부금도 내는 참가자가 대다수다. 한국에서는 2011년 설립된 승일희망재단이 루게릭 요양병원 건립을 목표로 기부금을 받고 있다.


▎참가자들이 달리기를 하는 새 노들나루공원에 아이스버킷 500통이 마련됐다.
장맛비도 막지 못한 ‘아이스버킷’ 질주

장맛비가 이어지는 가운데 참가자들은 행사장에서 서울 서초구 반포종합운동장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8㎞ 코스를 함께 달렸다.

달리기를 끝내고 노들나루공원으로 돌아온 참가자들 앞에 아이스버킷 500개가 줄지어 놓였다. 비와 땀으로 흠뻑 젖은 참가자들이 진행자의 신호에 따라 함성을 지르며 아이스버킷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얼음물이 쏟아지자 참가자들은 제자리에서 껑충껑충 뛰며 시원함을 만끽했다. 가수이자 미라클365 대표인 션은 “장대비가 퍼부어도 돌아가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오늘은 기적과도 같은 하루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이스버킷 챌린지가 끝나고 어둠이 깔리자 행사를 자축하는 공연이 막을 올렸다. 양동근과 에픽하이 등 힙합 가수들이 무대에 올라 피로를 잊게 하는 공연을 펼쳤다.

행사에 참가한 엄은정(38)씨는 “달리기를 즐기면서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이 신선했다”면서 “오늘 아이스버킷 챌린지 런에 참여하면서 루게릭 요양병원을 세우는 데 작게나마 보탬이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달리기 참가자뿐 아니라 자원봉사자도 눈에 띄었다. 아이돌 그룹 엑소(EXO)의 멤버인 수호의 팬클럽 회원 20여 명이 행사 살림을 도왔다. 이른 시간부터 나와 아이스버킷을 준비하고, 늦은 밤 공연이 끝난 뒤엔 행사장을 정리하는 일까지 정리까지 도맡았다. 가수 황치열씨의 팬카페 회원들도 앨범 500장과 300만원을 승일희망재단에 기부했다.


▎자원봉사자 할머니가 손자들과 함께 아이스버킷을 옮기고 있다.
캠페인 재개 한 달 만에 기부금 10억원 돌파

2018 아이스버킷 챌린지 런에 참여한 시민은 현재까지 1만여 명. 김연아와 박찬호 등 스타들의 참여가 이어지면서 5월 29일 캠페인이 시작된 후 지금까지 기부금도 10억원을 돌파했다. 이날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도 5000만원을 기부했다.

승일희망재단은 2011년 설립 후 지금까지 목표 금액인 80억원 가운데 약 60%인 50여억 원을 모금했다고 밝혔다. 4월에는 경기도 용인에 1000평 규모의 건립 부지도 마련했다. 승일희망재단 고재춘 실장은 “물가가 꾸준히 오르면서 예전 목표액만으로 병원을 짓기에는 쉽지 않다. 하지만 여러분들의 관심과 도움에 힘입어 루게릭 요양병원을 세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소나기가 그친 뒤 참가자들은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앞서 노들나루공원에서 출발해 반포종합운동장을 돌아오는 8㎞ 코스를 함께 달렸다.



▎달리기 출발에 앞서 러닝동호회 ‘아더스크루’ 회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행사 시작을 앞두고 소나기가 쏟아졌다. 그러나 소나기 때문에 발길을 돌린 참가자는 아무도 없었다.



▎달리기를 마친 참가자들이 얼음봉지를 머리 위에 올린 채 더위를 식히고 있다.



▎아나운서 양한나·탤런트 양정원 자매와 가수 양동근(왼쪽부터)씨가 얼음물을 뒤집어 쓴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가수 션이 행사를 SNS로 생중계하고 있다.



▎4월 21일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제11회 희망콘서트에서 가수 김범수가 기부공연을 펼치고 있다. 스크린에 박승일 승일희망재단 공동대표의 사진이 보인다.



▎늦은 시간까지 행사장을 지킨 참가자들이 가수 양동근의 공연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행사를 주최한 가수 션이 마지막으로 무대에 올랐다. 션은 공연에 앞서 “오늘은 기적과 같은 하루”라며 소감을 밝혔다.
- 사진·글 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201808호 (2018.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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