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이 되자 수위가 낮아진 임진강. 수면 위로 드러난 모래톱이 고래를 닮았다. / 사진·박종근 |
|
파란 새벽이 채색된 강 앞에 서서너를 향한 짙은 그리움을 강 위에 풀어놓는다.한 때 너에게 가는 길은 없을 거라고 단념했던 적이 있었다.네가 침묵할수록 너와 나 사이의 벽은 견고해졌다.강의 우듬지마다 하지 못한 말들이 출렁거렸다.얼마를 더 기다려야, 가 닿을 수 있을까.불면의 밤마다 떠오른 별빛은 강기슭을 희미하게 비추었다.막이 내린 연극처럼 강이 수위를 낮추자새파란 언어들이 수면위로 떠올랐다.강은 그 어떤 경계가 없이 한줄기라는 걸,강의 하류만 바라봐서는 강을 알 수 없는 법물살은 직진이 아니라 굽이치고 에둘러 흘러간다는 것을.아직 남아 있는 어둠이 썰물처럼 빠지고 눈부신 동이 트면너의 손 꼭 잡으리라다시 맞잡은 두 손 이제는 놓지 않으리라비바람이 후두둑 몰아치고 파문을 일으켜도결코 스러지지 않으리라아직 피어나지 못한 푸른 숨결, 지저귀는 새소리에 귀 기울이리라.남과 북을 가로지르는 임진강, 그 평화의 기항지에서너의 가슴에 가 닿을 편지를 강물에 실어 부친다.
※ 김태형 - 2012년 중앙신인문학상 시조 부문에 ‘바람의 각도’가 당선돼 등단했다. 2014년 개천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