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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J노믹스’ 핵심정책, 거시 경제학자 31명에게 묻다 

“한국경제 저력 믿지만, 소득주도성장엔 비판적”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 “소득주도성장 정책 방향전환 시급”, 8명은 “낙제점”(12명)
■ ‘혁신성장’의 기본 요건은 “규제완화와 기업 기(氣) 살리기”
■ “공공부문 일자리는 장기적으로 득(得)보다 실(失)”(27명)
■ “한국 경제, 기초체력 탄탄… 베네수엘라처럼 가지 않을 것”(17명)


▎문재인 대통령이 7월 26일 서울 종로구의 한 호프집에서 ‘퇴근길 국민과의 대화’를 열었다. 이 자리엔 청년 구직자와 경력단절 여성 구직자, 최저임금 적용 아파트경비원, 중소기업 대표, 편의점 점주, 음식점 주인, 서점 운영자, 도시락업체 사장, 인근 직장인 등이 참석했다. / 사진:연합뉴스
"경제의 영역에 속하는 시장은 그 자체가 정치의 산물이다. 시장을 지탱하는 모든 소유권과 기타 권리들은 정치적인 기원을 가진다는 점에서 시장 역시 정치의 산물인 것이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에 나오는 문장이다.

정치의 사전적 의미는 ‘가치의 권위적 배분’(데이비드 이스턴)을 둘러싼 권력투쟁이다. 여기서 ‘가치’의 핵심은 경제적 생산을 어떻게 나누느냐다. 투표에 의해 이 권한을 위임받은 권력이 어떤 경제 정책을 취할 것인가는 곧 정치적, 이념적 선택이기도 하다.

지난해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로 압축된다. 이를 ‘J노믹스’로 통칭한다. ‘J’가 문재인 대통령의 이름 이니셜을 딴 것인지, 일자리(Job)의 약자인지 그 어원은 불분명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J노믹스의 유래가 아니라 그 취지와 결과다.

암울한 경제, 지지율을 흔들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오른쪽)은 소득주도성장론의 상징적 존재다. / 사진:연합뉴스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설비투자는 18년 만에 4개월 연속 감소세였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17개월 만에 최저치였다. 소비자 심리지수도 15개월 만에 바닥이었다. 나라 밖에서도 적신호가 켜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측정한 한국 경기 선행지수는 15개월 연속 하락해 4개월 연속 100 미만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심리적으로 얼어붙었으니, 정책의 최대 목표라 할 일자리가 늘어날 수 없다. 고용절벽, 소비절벽, 투자 절벽이 겹치는 ‘합병증’이 우려되는 실정이다.

기획재정부는 8월 10일 내놓은 ‘경제동향(그린북)’에서 “수출 중심의 회복세”를 말하고 있다. 실제 7월 수출은 518억8000만 달러로 월간 기준 역대 2위에 해당한다. 5개월 연속 수출 500억 달러를 돌파했다. 그러나 산업자원통상부 자료에 따르면 반도체 등 장치산업의 수출 의존도(20.5%)가 높다. 또 중국(34.9%)과 베트남(18.2%)에 판로가 편중돼 있다. 미·중 보호무역 전쟁, 미국의 금리인상, 중국의 반도체 굴기 등은 언제든 수출에 직격탄을 가할 위협이다. 실제로 미국 투자은행의 보고서 몇 장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조세 부담률은 역대 최고를 기록할 전망이다. 올해 총 365조원의 조세를 거둬들이면 부담률은 추정 국내총생산(1799조6144억원) 대비 20%를 넘는다. 지난해 시행된 8·2 부동산대책은 ‘집값만 양극화시키고, 건설업 일자리를 놓쳤다’(중앙일보 8월 3일자 사설)는 평가를 받는다. 서민과 자영업자의 경제고통지수(체감실업률+체감물가)는 올라가고 있다. 경제·민생 문제는 문 대통령의 8월 여론조사 지지율이 50%대(58.1%, 리얼미터)로 떨어진 원인으로 꼽힌다. 결국 경제는 정치의 문제다.

청와대와 그 지지층에선 J노믹스의 시대적 당위성을 역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한국사회는 1997년 말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의 영향권에 편입된 이래 양극화가 심화돼 왔다. 이를 교정하려는 정부의 노력은 진보정권에선 무력화됐고, 보수정권에선 거의 시도조차 되지 않았다. 최근 10년의 보수정권이 그렇게 흘러갔다. 이런 관점에서 J노믹스는 ‘그동안 방치돼 왔던, 누군가 해야 할 일(경제적 정의 추구)을 단기간에 몰아서 하다 보니 급진적인 면이 있었다’고 봐줄 수 있다.

J노믹스는 한국 경제의 체질을 바꾸려는 실험이기도 하다. 한국 경제의 기반은 수출 위주다. 우리의 역량과 무관하게 외부 변동성에 극심한 영향을 받는다. 그렇다고 세계경제가 회복되길 마냥 기다릴 순 없는 노릇이다. J노믹스는 정부 주도로 ‘내수 경제’라는 카드를 빼내 든 것이다. 경제적 약자들의 소득을 늘려 내수를 키워서 중산층을 두텁게 해야 근본적 사회통합이 이뤄진다는 정책 목표라 할 수 있다.

‘J노믹스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청와대의 생각이다. 일례로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1년 만에 표류할 낌새가 포착되면 설령 소득이 증대돼도 저소득층은 돈을 쓰지 않고 저축할 것이다. 이러면 기대했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J노믹스는 수혜 계층이 정책의 일관성에 신뢰를 가질 때 (방향이 옳았다면) 비로소 효험이 나타날 텐데, 현 시점에서 경제부진과 비판에 흔들리면 핵심 지지층마저 잃을 수 있다.

여기까지가 J노믹스 1년여의 궤적이 빚은 ‘팩트’와 ‘선의’라 할 수 있다. 사실에 발을 디디고 가치판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 임박한 것이다.

J노믹스는 지금이라도 전환(폐기)돼야 마땅한 것인가, 아니면 궤도를 수정해 정책적 유연성을 확보해야 할 것인가, 혹은 전략적 인내심을 갖고 일관되게 추진해야 될 것인가.

그 갈림길에서, 월간중앙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거시경제학자들을 중심으로 J노믹스의 길을 물었다. 학자적 양심과 지식인의 사회적 책임에 충실하려는 31명의 경제학 석학들이 J노믹스와 한국 경제를 향한 소신을 보내왔다.

1. 소득주도성장의 성과와 시효는? - 응답자 3분의 2 ‘부정적’ 의견


▎서울시 지방공무원 임용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상경한 지방 수험생들이 KTX 서울역을 가득 메웠다. / 사진:연합뉴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월간중앙 7월호에서 J노믹스를 ▷정부 주도(정부가 민간부문에 적극 개입해 시장 실패를 치유) ▷분배 우선(복지정책 확대로 사회 양극화 해소) ▷가계 중심(공급자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시장 주도권 이동) ▷경제 민주화(중소기업 경영 개선 및 대기업 규제 강화) ▷내수 중심(소비가 성장을 견인하는 구조 구축)으로 요약했다. 이런 맥락에서 소득주도 성장은 J노믹스의 핫이슈다. 실질임금 증가가 소비와 투자로 이어지고, 경제성장으로 이어진다는 개념이다.

이에 대해 8명의 경제학자가 ‘점수를 줄 수 없다’고 답했다. 0점 혹은 낙제라는 뜻이다. ‘정책방향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견해가 12명이었다. 즉 조사 대상 31명 중 20명의 경제학자가 부정적 평가를 내린 것이다.

“소득주도성장은 가능하지 않다”(박상수 고려대), “취업자 증가가 정체 혹은 감소하는 상황에서 올해까지가 시효”(김태주 동덕여대), “일자리 정권이 아니라 일자리 파괴정권으로 끝날 가능성이 농후”(조장옥 서강대), “소득주도성장을 혁신성장이나 포용적 성장으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신세돈 숙명여대), “근본적으로 검증된 바 없는 정책”(신동천 연세대), “소득은 기업이 창출하는 것”(백승관 홍익대) 등의 비판적 견해가 나왔다.

오정근 건국대 교수는 “6개월 연속 10만여 개의 일자리밖에 창출하지 못했다. 반면 상반기 도소매·음식·숙박업에서 46만 개, 제조업에서 26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일용 임시직이 많은 건설업까지 포함하면 상반기 중 100만 개의 일자리가 날아가는 ‘고용참사’가 발생했다. 자영업자는 하루 3500개씩 폐업하고 있다. 이런데도 정책 전환을 하지 않고 포용적 성장이란 다른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도 “국제노동기구(ILO)가 제시한 임금주도성장 정책을 이름만 바꾼 것이다. 자영업자가 취업자의 25%를 차지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임금의 급격한 상승이 가져올 부작용을 고려해야 했다. 기껏해야 케인지언식 단기 경기부양책 이상을 할 수 없는 정책을 장기 성장정책으로 포장한 것은 매우 문제”라고 주장했다.

“내수확대는 다른 정책과 보완해 대규모로 시행해야 효과적”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고용시장을 중심으로 경기가 악화된 데에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저소득층 지원을 하나의 ‘성장정책’으로 간주해 시장과 경제 시스템에 무리가 갈 정도로 급격하고 경직적으로 정책을 추진한 것과 관련된다. 우리나라는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개방경제여서 기업들이 국제경쟁에 노출돼 있다. 또 영세자영업 비중이 상당하다. 따라서 소득주도성장은 궤도 수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혜미 한양대 교수는 “소득 재분배를 통해 저소득층의 소득을 높여주면 총소비지출이 늘고 이런 수요증대가 경제를 견인하는 한편 노동 비용이 높아진 상황에서 비용 감축을 위해 기업이 혁신성장을 이룬다는 것은 꿈의 시나리오다. ‘one time effect’일 뿐 지속적 총수요 확대는 일어나지 않는다. 노동비용이 높아진 기업은 혁신성장에 집중하기 전, 노동수요를 줄이고 기계화를 추진해 생산성 낮은 저소득층의 소득을 낮출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반대로 소득주도성장에 긍정적 시각을 나타낸 학자는 6명이었다. 점수로 표출하면 80점 이상도 4명이었다. 소득주도성장의 중간결과보다 그 ‘의도’에 온정적 시선을 보냈다. 이 밖에 유보적 입장은 5표를 얻었다.

박복영 경희대 교수는 “소득주도 성장은 분배의 개선과 이를 통한 내수확대가 목적이다. 최저임금 인상 외에 다른 정책으로 뒷받침되지 못했다. 내수확대는 다른 정책과 보완을 이뤄 대규모로 시행될 때, 시차를 두고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밝혔다. 홍기석 이화여대 교수는 “소득주도성장은 기본적으로 성장정책이라기보다는 분배정책”이라고 정의했다. 조용준 수원시 연구원은 “현재는 과도기. 소득 누수 현상을 막아야 소비로 이어져 경제 활성화가 성공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익명을 요청한 한 교수는 “IMF가 지나친 수출 중심 경제에서 내수 중심으로 전환하라고 권고했었다. 내수 중심으로의 전환 등을 반영한 성장 전략으로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이다. 저소득층의 한계소비성향이 고소득층보다 높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최저임금 인상 등의 정책은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2. 최저임금인상과 주52시간근무 효과 얻을까 - “서두르면 부작용 커져…탄력적, 단계적 접근 필요해”


▎8월 6일 수원역 앞 광장에서 소상공인들이 최저임금 협상안 재논의를 촉구하는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내년(2019년) 시간당 최저임금은 8350원으로 책정됐다. 최저임금인상과 주52시간 근무는 소득주도성장의 바퀴와 같은 기능을 맡는다. 결국 소득주도성장에 관한 우호도와 맞물릴 수밖에 없다.

“취지는 의미 있지만 탄력적, 단계적 접근”(구정모 강원대), “업종별·지역별 차등화 고민해야”(이대식 부산대, 김정식 연세대) 등 중립적 발언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정책의 의도와 결과는 별개라는 비관론도 나왔다.

“실업자만 증가시킬 것이고, 취업 상태에 있는 이들도 물가상승 때문에 실질소득은 하락할 것”(박상수 고려대), “기계화 촉진, 해외로의 생산기지 탈출, 영세사업자의 포기, 저임금 근로자 실직, 물가인상 등을 가져와 오히려 부정적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이다. 우리 사회의 취약계층인 저임금 근로자와 영세사업자들을 힘들게 한다는 측면에서 정의롭지 못하다”(최창규 명지대), “너무 급하게 추진해서 부작용이 너무 크다”(김완진 서울대), “최저임금 인상이 실업률을 증가시킨다는 것은 경제학과 학생도 아는 결과”(김성현 성균관대), “노동시장 혼란만 가중, 취업과 경영 포기자 양산할 것”(신세돈 숙명여대), “최저임금인상은 청년이나 노년층 실업률을 높일 것. 주52시간 근무는 대기업보다 영세중소기업에 타격”(유혜미 한양대), “고용 감소와 물가상승을 동반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가져올 수도”(백승관 홍익대), “단기적으론 즐겁겠지만 여가를 즐길 만한 돈이 없을 것”(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등의 답변이 그렇다.

남성일 서강대 교수는 “목표했던 효과는 부분적으로만 나타나는 반면, 부정적 효과는 전반적으로 나타난다. 최저임금인상의 혜택층은 잘리지 않고 고용을 유지하는 근로자뿐이다. 주52시간 근무의 혜택은 대기업 사무관리직 정도일 것이다. 사용자는 생산비 상승으로 경영 수익 악화에 시달리고, 근로자는 추가 근무를 통해 소득을 더 벌 기회를 박탈당함으로써 여가의 즐거움보다 소비 감소의 고통이 더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을’들의 갈등 커져 사회통합 저해할 우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도 “최저임금 증가 속도와 증가율이 너무 빠르고 높다. 물가상승률이 연 1.5%인 경제에서 최저임금을 16.4%, 10.9% 연속 상승시킨 것은 사업주들에게 업소의 문을 닫으라고 국가가 명령하는 것과 다름없다. ‘을’들의 갈등이 커져 사회통합이 멀어지는 부작용이 예상된다. 주 52시간 근무도 저임금 직장은 부족한 임금을 연장근로와 휴일근로로 메워왔는데 상당한 부작용이 예상된다. 회사 주변 식당의 매출이 현저히 감소해 자영업자들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동천 연세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의 목적이 소득분배 개선이라면 부작용은 고용 감소란 것은 경제학의 기본이다. 소득분배가 정책목표라면 최저임금 인상이 아닌, 저소득층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노동시장을 교란하지 않는 최적의 정책이었다”고 지적했다. 홍기석 이화여대 교수도 “최저임금의 직접적 수혜자는 빈곤층이 아니다. 고용 감소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빈곤층 소득증대 효과는 명확하지 않다”고 봤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무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반론도 제기됐다. 박복영 경희대 교수는 “지난 7~8년간 저임금 근로자 임금이 꾸준히 상승했다. 단기적으로는 고용에 일부 부작용이 있을 수 있겠지만 최근 일자리 감소의 주원인이 최저임금이라는 분석에 동의하기 어렵다. 제조업 및 건설업 경기침체, 자동화의 가속화, 산업 구조조정,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근로시간 단축에 관해서도 일부 혼란이 있다고 이런 조정비용을 두려워한다면 어떤 개혁도 할 수 없다. 일자리 나누기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정용국 서울시립대 교수도 “생산성 향상의 과실은 노동자들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주52시간 근무에 관한 온건론을 꼽자면 “단기적으로 기업경쟁력 약화를 초래해도, 장기적으론 근무시간 내 업무강도가 높아져 근무문화의 선진화를 유도할 것. 대체근로자가 필요할 경우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다”(이영훈 서강대), “장기적으로 삶의 질 향상에 기여”(최인 서강대, 김소영 서울대), “여가에 대한 수요확대 반영”(홍기석 이화여대) 등의 의견이 있었다. FRB(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허찬국 충남대 교수도 “한국 직장의 불필요한 야근, 회식 등 업무강도가 이완되고 긴 시간 근무하는 관행을 고치는 데 기여한다면 생산성 증대에 긍정적이다. 중장기적으론 저출산 문제 완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봤다.

3. ‘혁신성장’은 어디서부터? | “규제완화부터(13명)…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어야(11명)”


▎수출이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지만 나머지 경제지표는 악화일로다.
혁신성장에 관해 중간평가와 더불어 요건을 물었다. 국민연금의 경영참여(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의견도 구했다. 복수응답을 허용한 결과, 혁신성장을 위한 조언으로 ‘규제완화’가 가장 많이(13표) 거론됐다. ‘기업하는 분위기 형성’(11표)이 그 뒤를 이었다. 스튜어드십 코드에 관한 재검토 등 관치금융 해소가 9표였다. 이어 혁신에 관한 개념 설정(5표), 기존 산업의 혁신(2표), 창의적 인재양성 교육(2표)이 나왔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에게 전권을 실어주자’(1표), ‘노동시장부터 개혁하자’(1표)는 소수 의견도 있었다.

스튜어트십 코드 강화, 관치금융 우려하기도

혁신성장에 관한 점수도 받았는데 평균을 내 보니 소득주도성장과 비슷했다. 다만 결정적 차이는 존재 자체가 논란인 소득주도성장과 달리, 혁신성장은 성과가 미흡했다, 그만큼 과제가 많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경제학자들의 발언 톤은 전반적으로 소득주도성장보다 호의적이었다. 혁신성장은 J노믹스에서 예외적으로 분배가 아니라 성장에 방점이 찍혀 있기 때문이다.

박복영 경희대 교수는 “미래 산업 육성을 위한 혁신을 어떻게 이룰 것인지에 대한 방법론적 고민이 부족하다. ‘혁신=규제완화’로 좁게 이해되는 현실은 바람직하지 않다. 규제완화 정책은 정권의 성격을 떠나 지난 20년간 꾸준히 이뤄졌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 단순히 이를 반복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장기 경제성장을 위해선 특정 산업이나 분야를 지정해 지원하는 것보다 교육, R&D 투자, 인프라 투자, 제도 개선, 경쟁환경 개선 등 전반적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혁신성장이 가능한 특정 산업·분야를 미리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창규 명지대 교수는 “혁신성장의 선결 과제는 규제완화와 기업경영의 자율성 확대다.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는 창조적 기업가 정신을 훼손해 혁신성장을 저해할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연금도 일본 공적연금(GPIF)처럼 국내 주식의 100%를 위탁 운용하고, 의결권도 위탁운용사에 일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투명성 강화가 필요한 곳은 대기업이 아니라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 기구다. 본래 목적과 전혀 맞지 않게 ‘기업 길들이기’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남성일 서강대), “기업경영 개입의 통로가 되면서 수익률 극대화가 아니라 국가주의의 극대화 수단이 될 수 있다”(윤창현 서울시립대), “각 사업 영역에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국민연금이 800여 개 기업의 주주로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 혁신성장에 무슨 도움이 될까?”(유혜미 한양대) 같은 말들이 나왔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혁신성장은 우리 경제가 보유한 각종 자원과 능력을 제대로 엮어야 실행 가능한 목표다. 그러나 ‘최순실 트라우마’에 사로잡혀서 대기업을 적대시하는 접근으로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이외에 “공정경제란 명분으로 기업할 의욕을 꺾어선 안 된다”(김영익 서강대), “법인세 인상은 적절하지 않다”(최인 서강대), “정부 주도 철학을 시장주도로 바꿔야”(김성현 성균관대), “중소기업·영세자영업자·서비스업 등 취약 부문에 대한 보호만으로는 혁신성장에 필요한 구조조정에 어려움”(홍기석 이화여대) 등 친(親)기업 마인드 주문이 있었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창업혁신이 아니고 기존 사업의 경쟁력 혁신이 필요하다”고 개념의 정립을 촉구했다. 연세대 김정식 교수도 “단기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서비스나 문화보다 제조업의 기술력 향상에 주력해야 한다. 중국의 추격으로 빚어진 주력 산업의 경쟁력 약화가 혁신성장이 나온 주된 배경”이라고 진단했다.

4.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어떻게 볼까? | “장기적으론 부정적…기업이 일자리 늘리는 주체돼야”


▎‘투자 구걸’ 논란 속에서 혁신성장론자인 김동연 경제부총리(왼쪽)가 8월 8일 삼성전자를 방문해 이재용 부회장을 만났다. / 사진:연합뉴스
공공부문 일자리는 경제학자 31명 중 27명이라는 압도적 수가 “장기적으로 부정적”이라고 응답했다. “장기 긍정”이라고 본 학자는 3명이었다. 단기적 관점에서도 “민간부문의 여력이 없는 상태에서 한시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긍정 답변과 그마저도 비관적이라고 바라본 부정 답변이 5명 대 5명으로 맞섰다.

“최저임금상승과 결합된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은 명목임금상승과 민간부문의 노동공급 감소만 초래할 것”(박상수 고려대), “지속적으로 확대하기 어려울 것”(김태준 동덕여대), “공공부문 일자리는 오히려 감축돼야. 가장 손쉬운 방법이지만 중장기적으로 국가부채 증가로 재정건전성 악화와 민간 기업 활동의 침체를 가져올 것”(최창규 명지대, 이두원 연세대), “공공부문 일자리는 지금도 많다”(조장옥 서강대), “일자리를 만드는 주체는 기업”(김정식·신동천 연세대), “세금이 오르면 소비 여력을 악화시킬 수 있는 부분이 있다. 특히 공무원 채용 확대는 정년 보장과 연금과 관련된 정부 재정지출 부담을 상당히 늘린다”(성태윤 연세대) 등이 부정적 전망의 근거들이었다.

오정근 건국대 교수는 “공무원 17만 개, 공공기관 64만 개 일자리 창출은 재정 악화를 초래한다. 경제 효율성을 높이고 600조원 이상의 공공기관 부채를 줄이기 위해 민영화를 해야 할 마당에 공영화로 가니 경제 비효율”이라고 주장했다.

남성일 서강대 교수 역시 “공공부문 일자리는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창출하는 가치를 관리 또는 배분하는 일자리에 불과하다. 공공부문이 비대해지면 관리를 명분으로 결국 민간시장에 간섭하는 일만 늘어난다. 현재도 공공부문은 생선성에 비해 임금이 높다. 재수, 삼수까지 하며 대졸자가 공무원시험에 매달리는 것이 근거다. 현 정부는 공무원 수를 늘리기 어려우니 국회의 규제를 받지 않는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려 한다. 나중에 막강한 공공부문 노조로 인해 줄이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홍기석 이화여대 교수와 백승관 홍익대 교수도 “민간부문 우수 인력을 공공부문으로 이전시키는 점에서 ‘crowding-out(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적당한 규모의 공무원 증원은 가능하겠지만 81만 명은 규모가 과다하다. 현재 중앙부처 공무원과 군인 약 120만 명의 연금충당금 부채만 현재가치로 대략 850조원이다. 이 상황에서 17만 명의 공무원을 더 충원하면 단순계산으로도 정부 연금 부채가 120조원 이상 더 늘어난다. 현재의 저성장·저출산 추세에서 이 부담이 추가되면 미래 세대의 세금부담은 엄청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소수파였지만 옹호론 혹은 불가피론도 존재한다. 박복영 경희대, 이대식 부산대, 정용국 서울시립대 교수는 “일자리 창출이 정책목표라면 남은 대안은 공공서비스 분야다. 환경, 보건, 안전, 보육 등 국민의 삶과 직결된 공공서비스 분야 중 인력이 부족하고 서비스 질이 떨어지는 분야를 탐색해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다만 어떤 형태로든 경쟁 유도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허찬국 충남대 교수, 조용준 수원시 연구원은 “어떤 종류의 일자리를 늘리느냐가 중요하다”는 원론적 스탠스를 취했다.

5. GM 사태 등 외국자본 대응은 적절한가? | “불가피한 결정(13명)… 부적절했다(8명)”

GM 사태 등 정부의 외국자본 대응 평가에 관해선 복수응답을 허용했다. 불가피했다(김태준 동덕여대, 신세돈 숙명여대 등) 혹은 긍정적(박복영 경희대 등)이라고 판단한 답변이 13명이었다. 적절하지 못했다는 8명으로 집계됐다. “악순환의 고리 되풀이”(강원대 구정모), “고용을 염려해 외국기업에 끌려가다시피 했다. 한국 부담만 증가”(건국대 오정근), “경제논리에 합당하지 않아”(서강대 김영익), “GM은 내보내는 것이 나았다. 같은 사태가 또 일어날 것”(서강대 조장옥), “원칙 없는 대응”(서강대 최인, 홍익대 백승관), “포퓰리즘적 접근”(이화여대 홍기석) 같은 혹평이 뒤따랐다.

6명은 외국자본에 관한 적대적 시선을 거두고 국내 유입을 더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연세대 김정식 교수는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 일자리 창출은 물론 신기술 습득을 위해 외국자본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6. 주식·부동산 등 실물경제의 방향성은? | “주식시장은 부정적(9명)…부동산은 부분적 긍정(8명) 전망”


▎정부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거품은 꺼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 사진:연합뉴스
엄밀히 말하면 경제학자들은 미래를 예측하는 사람이 아니라 과거를 분석하는 편에 선다. 그렇기에 주식, 부동산 등 실물경제의 흐름을 예상하는 항목에 원칙론에 입각한 답변이 주류였다. 그러나 집계 결과, 큰 틀에서의 기류는 읽을 수가 있었다.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대비에 방점을 찍은 발언이 10명이었다. 미국 금리인상의 여파가 정확한 시기가 문제일 뿐, 조만간 한국에도 찾아올 것이란 뜻이다.

주식은 단 1명을 제외하곤 9명이 부정적 예상을 했다. 반면 부동산은 8명이 부분적 긍정(지역에 따른 상승 여력)이었다. 4명은 부동산 전망도 어두웠다. ‘예측불가’ 답신은 7명이었다.

이대식 부산대 교수는 “한국은행 금리인상과 기획재정부 재정투하는 결과적으로 연결된다. 정책적 의도에서 별개의 목표로 움직인다. 금리인상은 투자의 효율성을 높이고, 글로벌 금융시장 움직임에 대한 대응 차원이다. 재정투하는 경기 대응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성현 성균관대 교수는 “외환보유액이나 경상수지 상황을 보건대 내년 초까진 금리를 안 올리고 버틸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이 기간을 잘 활용해서 확대재정을 통한 경기부양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반도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력 산업이 국제경쟁력을 잃으면서 경제의 전체적 활력이 떨어졌다. 노동비용을 높이는 정책이 시행돼 노동시장은 경직돼 있다. 기업들이 향후 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이어서 현재로는 정책의 극적인 변화가 없다면 경기 회복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허찬국 충남대 교수는 “현 정부는 부동산을 경제 문제라기보다 사회문제 시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냉탕온탕’ 부동산 경기 재연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7. 한국 경제가 베네수엘라처럼 몰락할 가능성은? | “한국의 재정건전성 최고 수준…복지지출 여전히 하위 수준”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자국 화폐가치 폭락 탓에 돈을 인출하려면 한참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 사진:CNN홈페이지
베네수엘라와 같은 극단적 예를 든 것은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에 관한 신뢰도를 측정할 목적이었다. 이에 관해서 17명이 한국 경제는 (J노믹스의 방향성과 무관하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긍정론을 펼쳤다. 반면 13명은 방심하면 어떤 상황이 올지 모른다는 경계론을 드러냈다. 1명은 무응답.

“정부가 주도적으로 명목임금을 상승시키고, 노동공급을 교란한다면 심각한 위험에 직면”(박상수 고려대), “실물경제는 추락하고 퍼주기식 복지로 재정위기 가능성이 올라가는 경제 상황 속에서 신흥국 위기 재발 시 외국인 투자자금도 빠져나가면 몰락 위험 커질 수도”(오장근 건국대), “실업자 증가, 복지 확대, 해외로의 자본유출 등 전형적 포퓰리즘 국가에서 나타나는 상황으로 갈 수도”(김태준 동덕여대) 등의 발언은 최악의 상황을 환기시켰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건전한 해외자본의 한국 투자 관심도가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그 반면) 단기 투기성 자본이 빠르게 증가하는 현실”이라고 우려했다.

몰락까진 아니더라도 장기침체를 걱정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이영훈 서강대 교수는 “최하위 계층에는 실업의 아픔을 주고, 그 위에 있는 특히 노동조합원인 근로자들은 혜택을 본다. 소득균형의 저해가 작용하면 저성장 국가로 내려갈 수도 있다”고 봤다. 김영익 서강대, 김완진 서울대 교수도 “구조적 저성장의 지속”을 우려했다. 김성현 성균관대 교수는 “북한 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악화되거나 삼성전자의 실적이 악화되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같은 장기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봤다. 허찬국 충남대 교수는 “정체된 일종의 ‘못사는 일본’이 될 위험성”을 경고했다.

반면 한국 경제의 저력을 믿는 목소리도 과반수를 넘겼다. 박복영 경희대 교수는 “한국의 경제 시스템은 이미 안정돼 있다. 재정건전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지난 10여 년간 복지지출이 확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OECD 국가 중 하위 수준이다. 그리고 한국은 강한 제조업과 다변화된 산업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적시했다. “한국 경제는 우수한 노동력과 생산성으로 뒷받침되고 있다”(정용국 서울시립대), “해외에서 역동적으로 활동하는 기업들이 있다”(이두원 연세대), “밉든 곱든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패하면 경제는 망가진다”(백승관 홍익대) 등 노동과 기업을 향한 신뢰 발언도 많았다.

한국 국민의 지성(知性)을 믿는다는 시선도 강렬했다. 남성일 서강대 교수는 “정부가 무턱대고 퍼준다고 내 삶이 나아질 것이란 순진한 기대는 하지 않고 걱정하는 숫자가 늘어날 것이다. 포퓰리즘에 반대하는 사회적 압력이 존재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조장옥 서강대 명예교수는 “한국은 민주주의이고, 한국 국민의 성향으로 볼 때 그렇게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스기사] J노믹스 중간평가, 어떻게 진행했나


월간중앙은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전 한국 경제학회장)의 자문을 받아 J노믹스를 포괄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7개의 질문지를 작성했다.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무 ▷혁신성장 ▷정부의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정부의 외국자본(GM 사태 등) 대응 ▷한국은행(금리인상)과 기획재정부(재정투하)의 행보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 등 7개 화두에 관해서 총평을 구했다.

7월 30일 질문지가 완성됐고, 김 교수의 추천을 받아 대한민국 거시경제학자 35명을 1차로 추렸다. 이후 20명을 추가했다. 이 밖에 필요에 따라 주요 대학 경제학 교수들에게 e메일과 전화 인터뷰를 요청했다.

여론조사 작업은 8월 10일까지 진행됐다. 이 가운데 설문에 응한 경제학자는 총 31명이었다.

교수가 요청하면 익명 답변을 허용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J노믹스에 긍정 혹은 유보적 견해를 피력한 학자들 중에서도 익명 요청이 있었다. J노믹스의 ‘핵심 엔진’이라 할 소득주도성장은 경제학계에서 비주류에 속한 이론이라는 현실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거의 모든 학자는 실명 전제의 설문에 응했다. J노믹스에 어떤 견해를 가졌든 그 발언들이 정책에,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책무가 작동했을 것이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 자료 정리·이동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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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호 (2018.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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