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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풍향] 8·25 민주당 전당대회 당권 향배는? 

당대표 누가 되든 靑과 각 세우긴 어려울 듯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송영길 젊음, 김진표 경제, 이해찬 단결 내세우며 지지 호소…최근 당 선거 좌지우지했던 70만 권리당원 표심이 관건

▎이해찬·김진표·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왼쪽부터)가 8월 12일 경북 안동시 성곡동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경북도당 정기대의원대회 및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연설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3철' 이 한자리에 모인 건 8월 3일 오후.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고락을 함께했던 3철(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이날 서울 인사동 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오랜만에 자리를 만든 셋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회포를 풀었다.

이 자리에서 3철은 새 당대표를 뽑는 8·25 민주당 전당대회와 관련해 거리를 두기로 의견을 모았다. 당권 주자들이 친문(친 문재인)과 비문(비 문재인)으로 나뉘는 등 계파 갈등에 대한 부담이 컸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갈등이 증폭될 경우 그 후유증은 오롯이 문재인 정부에 전가될 수 있다. 양정철 전 비서관은 회동 다음 날인 8월 4일 미국으로 떠났다. 이호철 전 수석도 조만간 중국 베이징대로 1년간 연수를 떠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역 의원인 전해철 의원은 입장이 조금 다르다. 8·25 전당대회 당권 도전 의사를 비쳤다가 “문재인 정부의 성공에 걸림돌이 될 여지가 있다면 다른 역할을 찾겠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던 전 의원이다. 여권 관계자는 “6·13 지방선거 때 경기지사 당내 경선에서 패한 데 이어 8·25 전당대회 출마도 무산된 전 의원으로서는 향후 자신의 역할을 깊이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대통령 복심’의 특정 후보 지지의 함의(含意)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후 생각에 잠겨 있는 문재인 대통령. /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침묵하던 전 의원이 입을 연 건 8월 12일 오후.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군림하지 않는 민주적 소통의 리더십을 가지고, 당 혁신의 방향과 실천 의지가 명확하며, 체감할 수 있는 경제 정책 등을 실현해 국정 성공을 확실하게 뒷받침할 수 있는 당대표가 선출돼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게 됐다”고 적었다.

전 의원이 게재한 문구 어디에도 당대표 후보들의 이름은 명시돼 있지 않았다. 그러나 행간(行間)을 읽어보면 그가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지 금세 알 수 있다. ‘군림하지 않는 리더십’ ‘경제 정책 등을 실현’ 등의 표현에서 전 의원이 참여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진표 후보를 지지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송영길 후보는 ‘젊음’, 김진표 후보는 ‘경제’, 이해찬 후보는 ‘단결’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전 의원은 두말할 것 없는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腹心)이다. 2년 전 총선 당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칼자루를 쥐고 있을 때도 전 의원은 살아남았다. 김 위원장이 정청래 전 의원 등 친노·친문 의원 상당수를 낙천시켰지만 전 의원만은 공천을 받을 수 있었다. 공천 결과 발표 직전 살생부를 입수한 당시 문재인 전 대표가 ‘전해철 구명(救命)’에 나선 덕분이었다는 후문이다.

문 대통령과는 특수관계에 있는 전 의원이기에 그의 ‘김진표 후보 지지’ 입장 표명을 가볍게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친문 성향이 짙은 70만 권리당원(6개월 이상 당비 납부)이 최근 당내 선거를 쥐락펴락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2년 전 전당대회 때도 권리당원의 파워는 여실히 입증됐다. 최고위원 선거에서 ‘문재인 키즈’인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와 김병관 의원이 최고위원으로 선출됐다. 두 사람은 무명에 가까웠지만 권리당원으로부터 60%대의 지지를 받은 덕분에 일약 당 지도부로 부상했다.

지난 6·13 지방선거 때도 전국 주요 선거구 대부분 지역에서 친문 후보가 민주당 후보로 결정됐다. 여기에도 친문 성향 권리당원들의 힘이 컸다는 데 이견을 다는 이는 별로 없다.

특히 경쟁이 치열했던 인천의 경우 ‘여성 구청장’ 홍미영 후보, 조직력의 김교흥 전 의원, 친문 박남춘 의원이 일반 여론조사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박 의원이 57.7%를 얻는 싱거운 한 판이었다. 박 의원은 결선투표 없이 본선이 진출했고, 인천시장에 당선됐다.

8·25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의 입김은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표경선 투표 반영비율은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일반국민 10%, 일반당원 5%다. 권리당원 비율이 2년 전 전당대회와 비교해 10%포인트 높아졌다. 후보들과 밀접한 대의원의 표심(票心)은 잘 움직이지 않는다지만, 권리당원의 표심은 바람을 타고 한쪽으로 쏠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세 후보 모두 권리당원 표심 공략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민주당 소식통은 “전국에서 셋째(18만7000명 호남 27%, 14만5000명 서울 21%)로 권리당원이 많은 경기(14만 명, 20%)지역 당 조직을 전해철 의원이 쥐락펴락한다. 지방선거 당내 경선 패배에 이어 8·25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못한 전 의원으로서는 승부수를 던졌다고 봐야 한다”며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전 의원의 지지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원하는 방향과 다르게 나온다면 전 의원은 물론이고 청와대의 타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 의원이 김진표 후보 지지 입장을 밝히기 전까지 상황을 종합해 보면 이해찬 후보가 가장 앞서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후보 측은 “시간이 흐를수록 1위 후보로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기대하는 반면 김·송 후보는 “기막힌 역전 드라마가 탄생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앞서는 李, 쏠림 현상 강화? 역전 드라마?


▎민주당 당권에 도전하는 송영길·김진표·이해찬 후보(왼쪽부터)가 8월 8일 부산MBC 사옥에서 열린 생방송 합동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8월 10일 공개한 당 대표 지지도 조사 결과도 주목할 만하다. 민주당 지지층 지지도의 경우 이해찬 후보 39%, 송영길 후보 22%, 김진표 후보 21% 순이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8월 정례조사의 당대표 적합도에서는 이해찬 후보 17.5%, 김진표 후보 13.2%, 송영길 후보 12.2% 순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전체 응답자 중 ‘적합한 후보가 없다’는 응답이 35.3%,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28.4%에 이르렀다.

리얼미터 조사 결과와 관련해 김 후보는 8월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전당대회 규칙에 따라 권리당원과 일반 여론조사 비율 등을 적용하면 내가 18.0%로 이 후보(20.6%)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며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에 강력한 대응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해찬 대세론은 허구이며 오히려 ‘김진표 대세론’이 점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후보 측은 “송영길·김진표 후보가 누구를 집중 공격하는지 살펴보면 대세가 누구인지 알 수 있다”고 맞불을 놓았다. 송 후보 측은 “대세를 언급하는 것은 오만”이라고 비판했다.

가열되고 있는 당권 경쟁과 관련해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여론조사 등 여러 지표와 상황을 종합해 보면 이해찬 후보가 가장 앞서고 있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역대로 당내 경선을 보면 막판으로 갈수록 1위 후보에 대한 쏠림 현상이 심화됐음을 알 수 있다. 이 후보가 의외로 낙승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반면 익명을 원한 민주당 관계자는 “지지율 조사에서도 나타났듯이 이 후보가 앞선다고는 하지만 대세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 역전 드라마가 쓰이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주장했다.

당권을 놓고 일합을 겨루고 있는 세 후보는 8월 2일 ‘당의 심장’이라는 광주광역시에서 자리를 함께했다. 과열을 염려한 듯 이해찬 후보는 광주MBC 주최 TV토론에서 “우리는 한 팀입니다”고 강조했다. 두 후보도 이 후보 발언 취지에는 공감했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이날 TV토론회에서도 첨예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김 후보는 “이 후보는 보수 궤멸, 20년 연속 집권 등의 발언으로 야당의 반발을 샀다”며 “이런 식의 불필요한 공세와 논란은 소통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돌직구를 날렸다.

친노·친문의 분화?


▎송영길 민주당 당대표 후보(앞줄 가운데)가 8월 13일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 개성공단 기업인과의 간담회에서 기업인들과 함께 ‘우리는 개성공단에 가고 싶다’를 외치고 있다. / 사진:송영길 의원실
송 후보도 이 후보를 겨냥해 “언론 소통과 당 내부 의원들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다는 평이 있다”면서 “저도 4선인데 전화 드리기가 부담된다”고 말했다. 이에 이 후보는 “소통을 많이 못한 사실을 인정한다”며 “당내 의원들 간에 정책 토론도 많이 하고 당무위원회를 잘 구성해서 소통을 활발히 해나가겠다”고 응수했다.

김진표 후보는 참여정부 경제부총리·교육부총리에 이어 문재인 정부 초기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을 지낸 친문 인사다. 그럼에도 최근에는 같은 친문 진영의 일부 인사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

이해찬 후보 지지를 공개 선언한 정청래 전 의원은 8월 1일 트위터에 ‘한 번 맞혀 보실래요? 다음 중 최순실 은닉재산 몰수 특별법 발의에 동참하지 않고 완강히 거부한 사람은? 1. 김진표 2. 송영길 3. 이해찬’이란 내용의 글을 올렸다. 법안에 서명하지 않은 김 의원을 비판한 발언이었다.

전해철 의원과 함께 친문 실세로 분류되는 김경수 경남지사는 이 후보 편에 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7월 28일 이 후보는 컷오프 통과 후 첫 행보로 봉하마을을 찾았고, 이 자리에서 김 지사 등과 오찬을 함께했다. 이 후보 캠프 대변인인 황창화 전 국회도서관장은 “세 후보 중 김 지사와 가장 가까운 건 우리”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엄밀히 말하면 친노와 친문은 결이 다르다. 송영길 후보는 친노는 아니지만 친문이다. 선거 과정에서 원조 친노와 신문(신 문재인) 등 친노·친문의 분화 조짐이 보인다”면서 “각종 여론조사, 그중에서도 특히 민주당 지지층을 대상으로 하는 조사에서는 이해찬 후보의 지지율이 가장 높다. 그러나 결국 승패는 친문이 중심이 된 권리당원의 표심에서 갈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전당대회는 최근 수년 동안 민주당의 당내 선거 가운데 가장 김빠진 선거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당대표 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최고위원 선거에는 누가 나왔는지조차 잘 알려지지 않았다. 컨벤션 효과(이벤트 직후 지지율 상승 효과)는커녕 예비경선 때보다 흥행이 저조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이해찬 캠프에서는 대세론이라고 하지만 대세라고 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다른 후보들이 판세를 확 뒤집을 만한 동력을 갖고 있지도 않는 듯하다”면서 “한 마디로 미지근한 전당대회가 돼가고 있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런 가운데 김용옥 한신대 석좌교수가 세 후보에 대해 날카로운 평가를 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8월 15일 tbs라디오에 출연해 “(이해찬 후보는) 젊을 때 이해찬의 카리스마가 느껴지지 않는다. (김진표 후보는) 민주당의 아이덴티티(정체성)를 본질적으로 갖지 못한 분”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송영길 후보에 대해서는 “인적 관계를 쌓는 데 부족해 선거에서 아직 빛을 못 봐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당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도 악재다. 통상적으로 전당대회가 열리면 여론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당 지지율이 오르는 컨벤션 효과가 발생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거꾸로 가고 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8월 10일 기준으로 40%를 기록했다. 6월 지방선거 승리 직후 민주당 지지율은 57%(리얼미터 기준)를 찍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해 대선 이후 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에 업혀서 여기까지 왔다. 그 결과 지방선거도 손쉽게 승리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최근 들어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당 지지율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당·청 관계 재정립, 민생경제 살리기 등 총체적으로 되돌아보고 추스를 것은 추슬러야 할 때”라고 말했다.

세 후보 중 공식 출마 선언을 하기까지 우여곡절이 가장 많았던 후보가 이해찬 후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던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불출마를 선언하기 전까지는 확실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김 장관의 불출마 결정 직후인 7월 20일 이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고 출마를 선언했다. 이 후보의 출마 소식에 친문 핵심 인사들 중 일부는 떨떠름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출마를 만류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 ‘병마개’와 ‘브리지’ 사이에서


▎지난해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특보단이 8월 7일 국회 정론관에서 김진표 당대표 후보의 지지를 선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는 의미가 각별하다. 1년7개월여 뒤 총선과 2022년 대선의 가늠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차기 당대표는 총선 공천권을 사실상 행사하게 되고 공천 결과에 따라 여야 승패가 갈릴 공산이 크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여든 야든 총선에서 승리하는 쪽은 2년 뒤에 있을 대선 ‘샅바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게 된다.

MB(이명박 전 대통령) 실정(失政)에 대한 반감 등의 영향으로 2012년 4월 19대 총선은 당초 민주당의 승리가 예상됐었다. 그러나 ‘정체성 제일주의 공천’ 등의 후유증 탓에 선거는 새누리당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의회 권력을 움켜준 새누리당은 여세를 몰아 그해 12월 대선에서도 ‘V자’를 그렸다.

여권 소식통은 “19대 총선 때의 실패 경험, 자유한국당 등 야권의 절치부심에 따른 혁신 등을 감안했을 때 문재인 대통령은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 주류 세력의 교체를 강하게 염원하고 있을 것”이라며 “그 과업을 수행할 적임자가 누구인지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당대표 선거와 관련해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문재인 대통령의 스타일이 원래 그렇다. 적어도 뒤로 다른 말을 전하지는 않는다”는 설명으로 청와대 분위기를 요약했다. 그러면서도 대통령과 586(5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참모들 간의 동상이몽 가능성은 지적했다. 대통령이 원하는 당대표와 586참모들이 원하는 당대표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소식통은 “청와대 내 586그룹, 민주당 내 친문이면서 친노는 아닌 사람들은 이해찬 후보의 당선을 꺼릴 수 있다. 반면 대통령은 되레 이 후보를 반길 수도 있을 것”이라며 “586, 일부 친문, 차기 주자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진로를 모색하는 데 이해찬을 걸림돌로 여길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에게는 일사불란한 당 운영을 통해 계파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는 ‘병마개’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반대 해석도 있다. 어쨌든 ‘강성’인 이해찬 후보보다는 ‘온건’인 김진표 후보나 ‘젊음’의 송영길 후보가 청와대와 2인3각 경기를 하는 데 상대적으로 더 적합할 거란 설명이 곁들여진다.

민주당 소식통은 “참여정부 탄생의 공신으로 꼽히는 이해찬 후보로서는 문재인 정부의 탄생에도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자긍심 혹은 채권의식이 강할 것이다. 이 후보의 자긍심이 청와대에는 곧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집권 2년차를 지나 3년차를 앞두고 있는 청와대로서는 국정 안정, 여야 협치(協治), 국민 화합 등을 고려했을 때 ‘브리지(가교)’가 절실한 입장이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이해찬 후보보다는 김진표 후보나 송영길 후보에게 더 매력을 느낄 수 있다”고 주장했다.

李-균형, 金-조화, 宋-쇄신에 무게중심 둘 듯


▎이해찬 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7월 28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묵념하고 있다. / 사진:이해찬 의원실
싫든 좋든 앞으로 2년 동안 집권여당을 이끌어 나갈 사람은 송영길·김진표·이해찬 후보(기호 순) 가운데 결정된다. 셋 중 누가 당대표가 되든 추미애 대표 때와는 다른 색깔을 드러낼 것은 자명하다. 세 후보 중 가장 온건하다고 평가되는 김진표 후보마저도 월간중앙과 만난 자리에서 “추미애 대표 체제하의 당은 극소수만 참여하는 정당이었다. 그래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채진원 교수는 “이해찬 후보가 당선되면 시민참여형 열린 정당을 지향함으로써 친노·친문 지지자들을 대거 끌어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향후 당내 각종 선거에서 친노·친문 후보들의 득세가 이어지게 될 것”이라며 “야당과의 관계 설정에서는 ‘공격적 방어’ 스탠스를 취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이해찬 후보가 당대표가 된다면 당의 주장이 보다 선명해지면서 당·청 관계가 어느 정도는 균형이 잡히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때로 청와대와 갈등을 빚고 충돌할 수도 있다”며 “야당과의 관계에서도 상대적으로 협치보다는 갈등 심화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당·청 관계와 관련해 반대 전망도 있다. 참여정부 때는 ‘이해찬 총리-문재인 비서실장’이었지만, 지금 권력의 크기를 따져보면 누구도 문재인 대통령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초빙교수는 “여전히 대통령의 지지율이 민주당 지지율보다 높다는 점, 갖고 있는 권력의 크기 자체가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점 등에서 이 후보가 예전처럼 마냥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거나 각을 세우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그렇지만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과는 이슈별로 맞서는 등 스파크가 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진표 후보의 당선을 전제로 했을 때도 전망은 엇갈린다. 안정적 당 운영, 야당과의 협치 등은 기대가 되지만 당·청 관계에서 ‘기울어진 시소’는 여전할 거란 부정적 예상도 있다.

채진원 교수는 “김진표 후보가 당선되려면 친문의 절대적 협조가 필수다. 따라서 향후 친문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며 “그러나 야당과의 관계에서는 온건한 방어 내지 협력이 큰 기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차재원 교수는 청와대 참모들과의 엇박자 가능성을 우려했다. 차 교수는 “김진표 후보로서는 한국당과 통 큰 협치를 모색하게 될 텐데 그 과정에서 청와대 참모들의 반대에 직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계완 평론가는 “김진표 후보는 야당과는 새로운 협치 모델을 만드는 한편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에도 적극적으로 협력하려 할 것”이라며 “정국 안정, 국정 운영 측면에서 보면 청와대에 도움이 될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그렇기 때문에 당·청 관계는 지금과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선을 전제로 이해찬·김진표 후보에 대한 전망이 다소 엇갈리는 데 반해 송영길 후보에 대해서는 대체로 일치했다. 세 후보 중 가장 젊은 후보이자 유일한 차기 대권주자 중 한 명이라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채진원 교수는 “다소 무리수를 두더라도 많은 것을 바꾸려 할 것”이라며 “원래는 한 뿌리인 청와대 586과도 경쟁자 관계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갈등을 빚을 수 있다”고 점쳤다. 전계완 평론가도 “송 후보의 당선은 노무현·문재인 정부 탄생에 공이 큰 원로들의 퇴장으로 이어질 것이며, 대야 관계에서도 소장그룹과 소통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을 만들었던 노장들의 퇴장을 유도하게 될 것이다. 한마디로 신진보 대 신보수의 구도를 만들어 나가게 될 것”이라고 점쳤다.

민주당 소식통은 “이해찬·김진표 후보와 달리 송영길 후보는 용꿈을 꾸는 사람이기 때문에 당·청 관계, 대야 관계에서 역동성을 추구하려 할 것”이라며 “송 후보 자체가 중도 성향인 만큼 야당과의 협치는 잘 이뤄질 수 있다. 오히려 청와대 내 586들과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201809호 (2018.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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