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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인터뷰(2)] ‘경제 해결사’ 자처하는 김진표 후보 

“경제 살리기 원하는 민심, 당심에도 잘 전달될 것” 

글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진정한’ 정권교체 이루려면 내후년 총선 승리해야… 소통·확장성 면에서도 다른 후보들보다 비교우위 자신

▎김진표 민주당 의원이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소신과 비전을 밝히고 있다. 그는 “경제를 살리려면 경제 전문가인 김진표가 당대표가 돼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경제 관료 출신인 김진표(71) 민주당 4선 의원. 그는 2002년 12월 대선 직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으며 참여정부에 동참했다. 이어 2003년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 임명됐다.

그해 가을 열린우리당이 창당하면서 김 의원에게는 큰 고민이 생겼다. 당시 당을 이끌던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현 민주평화당 대표)이 김 의원에게 2004년 17대 총선 출마를 권유한 것이다.

“정치 안 하려고 여러 번 거절했습니다. 그런데 정 의장이 참여정부가 성공하려면 총선에서 승리해야 하고, 승리하려면 제가 출마해야 한다고 강조하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17대 총선 때 수원에서 출마했는데 어느덧 4선 의원이 됐네요.”

김 의원은 초선 때 정책위의장, 재선 때 최고위원, 3선 때 원내대표를 지냈다. 당대표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내후년 총선에서 승리해야 하고, 승리하려면 경제가 살아나야 한다. 경제 전문가인 김진표가 당대표가 돼야 하는 이유”라고 힘줘 말했다.

왜 당대표가 되려 하는가?

“문재인 대선캠프의 선대위원장으로서, 일자리위원장으로서 문 대통령과 토론을 많이 했다. 또 국정 설계를 맡은 국정기획자문위원장도 지냈다. (지난 6월 지방선거 압승 직후) 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회의에서 ‘등골이 서늘할 정도로 두려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경제가 많이 침체돼 있고, 민생 경제를 살려내는 것이 굉장히 힘들기 때문에 (대통령이)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같은 두려움을 느낀다. 1년8개월 뒤 총선을 치른다. 총선에서 압승해야 의회 권력을 교체하고 진정한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문재인 정부 성공도, 차기 정권 창출도 힘들다. 하지만 1년8개월 만에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제 성과를 내기란 매우 어렵다.

나는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계획을 설계한 사람으로 문재인 정부와는 운명 공동체다. 1년8개월 뒤 위기가 예상되는데 뒷짐지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나? 모든 것을 던져서 위기를 막아야 하지 않겠나? 노무현 정부도 처음에는 152석으로 출발했지만 당내 분열이 일어나는 바람에 나중에 선거에서 잇따라 패했고 결국 정권을 잃지 않았는가? 그로 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죽음에까지 이르지 않았는가? 지금 대통령과 내가 느끼는 이 두려움을 해결해야 내 정치 인생도 실패로 끝나지 않는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출마했다.”

여당답게 당 운영에 참여 폭 확대해야


▎지난해 5월 22일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현판식이 열렸다. 왼쪽부터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김진표 위원장,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 윤호중 민주당 의원. /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진표 후보는 어떤 관계인가?

“내가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을 할 때 문재인 대통령은 노 대통령의 비서 격으로 일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맑고 선한 눈빛을 갖고 있으며 기본적으로 인성이 선하다. 거짓을 꾸미는 것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느꼈다. 청와대에서도 업무 때문에 자주 만났다. (2015년 문 대통령이) 당 대표를 할 때 (나에게) 자주 조언을 구했다. 그런 인연으로 지난해 대선 때 일자리위원장을 맡아달라고 했다. 그때 자주 토론했던 내용이 ‘지금 대한민국 경제는 왜 이렇게 침체되고 있는가’였다.

우리나라 성장률은 세계 평균에 못 미친다. 이런 상황에서 성장동력은 중소·벤처기업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재벌은 너무 덩치가 커져 혁신 동력을 찾기 힘들다. 혁신은 작지만 다양한 영역에서, 융합의 분야에서 만들어진다. 문화·언론·관광 등 이윤이 나는 모든 분야에서 혁신해야 하고 활발하게 창업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당대표가 된다면 어떻게 당을 이끌어 나갈 것인가?

“우리는 여당이니 좀 더 많은 사람이 당 운영에 참여하도록 폭을 넓혀야 된다. 특히 추미애 대표 체제하의 당은 극소수의 사람만 참여하는 정당이었다. 그래서는 안 된다. 최고회의·당회의·중앙위원회 이 구조로는 전체 구성원의 100분의 1도 참여하지 못한다. 우리 당 소속 국회의원 전원이 자신이 관심 있는 영역에 참여해 전문성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경제혁신본부와 정당혁신본부 두 축으로 움직여야 한다. 한 본부에는 9개의 위원회가 있다. 기초자치단체장 등이 전부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곳에서 활발한 논의를 통해 형성된 정책들이 당론 결정 과정을 거쳐 빠르게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능한 정당이 되려면 현장의 소리가 즉각 반영돼야 한다. 기초자치단체장이 (지역의 실정을) 가장 잘 아니까 그중 한 명은 반드시 최고위원으로 선임하고, 권역별 대표 10명을 추가로 당무위원에 선임해야 한다. 또 우리 당에는 권리당원이 매우 많다. 그들의 목소리가 당에 잘 반영돼야 한다. 당원이 주인인 정당으로 개혁하겠다. 권리당원들 전속 청원제도를 만들겠다. 인터넷 토론도 활발하게 만들어 정책에 반영되도록 하겠다.”

당·정·청 관계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당·정·청이 삼위일체의 일체감을 갖도록 당정협의를 강화해 나갈 것이다. 지금까지는 당정협의도 정책위의장을 중심으로 소수만 참여했다. 하지만 상임위원회별로 소관 부처 장차관과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씩 당내 협의를 하도록 정례화할 것이다. 이처럼 당정협의가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세 축의 대표인 당대표·국무총리·청와대비서실장이 일주일에 한 번은 만나야 한다.”

지난 1년여 동안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을 어떻게 평가하나?

“지난 1년은 촛불민심을 받들기 위해 적폐 청산을 강력하게 추진해 온 시기였다. (정부가) 전쟁 일보 직전까지 갔던 남북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함으로써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이끌어냈고, 핵 폐기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 않나. 이런 점들은 국민들로부터 높이 평가받고 있다. 다만 경제 문제 개선 성과는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 여건 개선되면 文 지지율 반등 가능


▎2003년 5월 청와대에서 열린 국정과제회의에 참석한 김진표 경제부총리가 권기홍 노동부 장관, 문재인 민정수석과 대화하고 있다.
한국 경제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 정책에 대한 진단(평가)과 대안(대책)을 듣고 싶다.

“전문가들이 우리나라에 꾸준히 권고해 온 것이 포용적 성장이고, 정부는 그것을 받아들인 것이다. 포용적 성장은 공정 경제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경제의 소비 면에 소득주도 성장을, 공급 면에 혁신성장을 만들었다.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 내용은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이다. 이 정책들의 성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 적어도 3년은 필요하다. 지난 1년은 부작용이 드러난 기간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나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그것만 가지고는 국민들에게 문재인 정부가 경제를 살렸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 어렵다. 혁신성장의 성과가 너무 느리게 나타나고 있어서 그렇다. 혁신성장의 핵심이 무엇인가? 경제의 성장동력인 중소·벤처기업이 활발하게 꽃피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가로막히는 이유는 금융이 투자가 아닌 융자 위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정기국회가 골든타임이 될 것이다. 금융 개혁을 하면 내년 하반기에 가서 성공적인 지표들이 나타나고, 국민들이 긍정적 평가를 해줄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 들어 은산(銀産)분리 완화 등을 통해 안주하고 있는 금융권에 ‘메기효과’를 일으키려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대통령 지지율이 계속 하락한다. 원인은 무엇이며 반등 대책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경제 때문에 그렇다. 경제를 개선하면 해결될 것이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국가주의’라며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고 나섰는데.

“민주당은 촛불 시민의 염원을 담아 출범한 정권이다. 문재인 정부의 국가 비전이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 아닌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만들 때도 국민으로부터 직접 제안을 받아 정책을 만들었고, 국민 청원 제도도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김병준 위원장이 직접적인 공권력 행사와 관련 없는 ‘먹방 규제’ 등을 문제 삼아 국가주의라고 하는 것은 전형적인 침소봉대다.”

민주당 소속의 두 도지사, 이재명 경기지사와 김경수 경남지사 관련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둘은 매우 다르다. 김경수 지사는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위해 자유로운 인터넷을 이용해 선거운동을 한 것이다. 나는 김 지사를 오래전부터 잘 알고 있다. 선하고 곧은 사람이다. 위법한 부분을 알았다면 절대 그런 것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정치 재판’ 비슷하게 진행되면서 ‘대선 때도 여론조작 행위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 아닌가. 당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면 이재명 지사는 처음부터 철저히 사생활과 관련한 문제였다. 정치 활동과 관련된 문제가 아니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도 (여비서 성폭행 논란이 불거지고 나서) 곧바로 출당시키지 않았나. 그런데도 우리는 (지방선거 후보 때부터) 이 지사를 감쌌다. 문제는 당선되고 나서 사생활 문제가 더 확산될 뿐만 아니라 조폭 문제 등이 추가되면서 당에 너무 부담을 준다는 점이다. 매일 10명 이상의 당원이 문제 제기를 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탈당하겠다고 한다. 당 지지율 하락에 분명히 영향을 주지 않겠나. 책임 있는 당원이라면 직접 나서서 책임져야 한다. 더 이상 당에서 해결해 줄 방법이 없다. 지나친 온정주의는 당대표로서 (적합한) 자질이 아니다. ‘읍참마속(泣斬馬謖)’이라는 말처럼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엄정하게 대해야 하지 않겠나. 당이 분열돼서는 안 된다.”

공격만 해서는 야당과 협치 이룰 수 없어

당대표가 된다면 야당과 협치 문제는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국회의 의석 분포상 제2당인 자유한국당과 상황별로 전략적 협치를 하지 않으면 어떠한 안건도 통과시킬 수 없다. 연정이니 통합이니 얘기가 나오지만 그런(민주당에 우호적인) 정당들을 다 합쳐봐야 150석이 안 된다. 답은 전략적 협치다. 전략적 협치는 사안마다 다르다. 긴밀한 협의를 통해 당·정·청이 삼위일체로 나아가면서 대외 협상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여당 대표의 자세가 중요하다. (이해찬 후보처럼) 보수 궤멸론을 거론하며 야당을 계속 공격하면 어떻게 협치가 되겠나. (다음 총선까지) 1년8개월 안에 성과를 내 정부를 뒷받침해 줘야 한다. 야당을 경제 살리기의 경쟁적 동반자로 봐야 한다는 적극적 자세를 가지고 자주 만나야 한다. 나는 일주일에 한 번씩 야당 대표를 만나겠다고 했다. 한 달에 한 번은 5당 대표가 모두 만나 협의하도록 하자.”

송영길 후보는 세대교체론을 펴고 있는데.

“예전에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레이건이 세대교체론과 관련해 ‘나는 상대 후보가 경험·경륜이 부족하다고 비난하지는 않겠다’고 말한 일화가 있다. 세대교체는 필요하다. 당을 젊게 만들려면 젊은 정치인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만 말이 아닌 실천으로 해야 한다. 나는 세대교체에 앞장서 왔고, 그 결과 우리 지역(수원무) 시·구의원 9명 중 5명이 여성이다. 그리고 9명 중 3명은 청년이다. 나만큼 청년과 여성의 당선을 도운 국회의원이 우리 당에 있으면 나와보라고 하라. 송영길 후보는 어떤가. (송 후보의 지역구에) 청년은 없고 여성은 딱 한 명뿐이다.

당을 위기에서 구하고 총선에서 승리할 리더십을 가진 사람을 뽑는 게 중요하다. 경제를 살리는 것이 중요한데 여기에는 젊음이 아닌 경험이 필요하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언급하는, 지금 가장 필요한 금융 개혁은 해본 사람이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나는 재벌 개혁과 금융 개혁을 해본 경험이 있다. 그런 경험이 있는 사람이 경제 살리기에 더 적합하다.”

김진표 후보만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자부하는가?

“차기 당대표의 임기는 내후년 총선까지다. 또 총선 승리가 최대 과제인 만큼 경제 살리기가 중요하다. 거기에서 내가 앞선다. 당의 소통과 단합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지금까지 정치 활동을 하면서 소통 측면에서도 인정을 받아 왔다고 자부한다. 그리고 총선 목표인 180석을 만들려면 전통적 진보세력만으로는 안 된다. 중도 세력까지 확장해야 한다. 그것도 내가 가장 앞선다.”

당대표로서 포부와 비전은 무엇인가?

“유능한 경제 정당을 만들어 다음 총선에서 승리를 이끄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 당선을 자신한다. 경제 살리기를 원하는 민심이 당심(黨心)에도 잘 전달될 것이라 생각한다.”

- 글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 사진 박종근 기자 park.jongkeun@joongang.co.kr

201809호 (2018.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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