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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기동헬기 ‘마린온’ 추락, 실수인가 결함인가 

‘원형 모델’ 슈퍼 푸마도 9년 전 똑같은 사고 있었다 

박용한 중앙일보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사고 전 심한 진동 발견으로 설계 결함 쪽에 무게…방산 수출 ‘조급증’ 한국 무기 신뢰성에 독(毒) 될 것

해병대 기동헬기 ‘마린온’ 2호기는 30m 공중에서 수직 낙하했다. 회전날개 네 개 모두 날아가 버린 탓이다. 진동 문제에 주목한 전문가들은 “메인 로터 설계변경 과정에서 결함이 있었을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수리온의 원형 모델인 에어버스의 ‘슈퍼 푸마’도 메인 로터 결함으로 수차례 추락한 바 있다.


▎해병대 상륙기동 헬기 ‘마린온’이 7월 17일 경북 포항시 남구 해군 제6항공전단 안 비행장에서 추락해 5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강습상륙함 ‘독도함’에서 이륙하고 있는 마린온.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7월 17일 해병대 헬기 마린온(MUH-1)이 이륙 직후 날개 없이 떨어졌다. 헬기에 달린 주 로터가 분리돼 버려 동체가 지상 30여m에서 그대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탑승 승무원 6명 중 5명이 순직했다. 울산대병원으로 후송된 김모(42) 상사는 고관절과 척추, 흉부 관련 수술과 폐에 박힌 뼈 조각 제거 등 복합적인 수술을 마치고 회복하고 있다. 그야말로 ‘어이없는’ 사고는 왜 일어났을까.

해병대는 지난 1월 10일 포항 해병 1사단에서 국산 수리온 헬기를 상륙기동용으로 개조한 마린온(Marineon) 두 대를 받는 인수식을 열었다. 전진구 해병대 사령관은 “날개 잃은 해병대가 다시 날개를 달았다”고 말했다. 해병대는 2023년까지 마린온 28대를 확보할 계획이다. 2026년까지 공격헬기도 18대 도입한다. 해병대는 최종적으로 상륙기동헬기 36대와 공격헬기 24대를 갖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2021년엔 항공단을 창설할 계획이다. 추락한 마리온은 이날 인수받은 두 대 중 하나, 2호기였다.

당장 해병대가 정비 능력이 부족해 정비 결함을 일으켰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사고 기체는 지난해 말 해병대에서 인수했고, 비행시간은 153시간에 불과한 신제품이다. 그동안 KAI 소속 직원 16명이 정비를 맡아 왔다.

사고 직후 육·해·공군 합동으로 항공기 운용 및 사고조사 분야 전문가를 모았다. 사고조사위원회(비행·정비·일반 등 3개 분야)를 구성해 조사에 나섰다. 사고 조사위는 단계별 조사계획을 수립했다. 7월 18일 현장조사와 목격자 진술 확인을 시작으로 폐쇄회로TV(CCTV) 등 관련 자료들을 확보하는 한편 항공기에 탑재됐던 비행기록장치를 회수해 복원하고 있다.

‘재조립에서 과실’ vs ‘부품·설계 결함’


사고 원인을 추정케 하는 단서는 나왔다. 관계자에 따르면 사고 헬기는 사고 전날인 7월 16일 핵심 부품을 교체했다. ‘프로펠러’로 불리는 로터 블레이드(회전날개)를 통째로 분리했다가 다시 조립했다. 마린온 추락사고 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는 이때 회전날개에 균열이 생겼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7월 16일 진동을 잡는 댐퍼(회전날개와 날개를 돌리는 축 사이에 끼는 부품)를 교체하면서 회전날개 전체를 탈·부착했다는 증언이 있다”며 “당시 외부 충격으로 회전날개 한 개의 이음부에 균열이 생겼고 이륙 뒤 이 균열이 문제를 일으켜 사고가 났을 수 있다고 보고 조사 중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병대는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며 해명에 나섰다.

그러나 정비를 맡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군 관계자는 구체적인 증언을 내놨다. 로터 분리 작업 다음 날인 7월 17일 오전, 항공기용 실시간 안전진단시스템(HUMS)으로 회전날개 균형 수치를 확인하고 계측장비로 진동 수준도 측정했다. 그리고 같은 날 오후 시험비행에 나선 뒤 사고가 났다. 마린온은 이륙 직후 회전날개 4개 중 1개가 떨어져 나간 뒤 바로 추락했다.

당시 비행에 앞서 측정한 진동 수치는 비행금지 수준까지는 도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만약 진동이 심했다면 시험비행 자체가 취소되기 때문이다. 헬기 진동 수치가 ‘3’이면 비행금지, ‘2’면 조종사 판단 아래 비행이 가능하다. 소식통은 “레벨 3에 비행을 시도했을 리 없다”며 “결국 직접적 사고 원인은 과도한 진동보다는 부품 결함 쪽에 무게가 실린다”고 말했다.

항공기 전문가들도 부품 결함에 주목한다. 열십자(十) 모양으로 있는 메인 로터를 가운데서 지탱하는 중심축을 ‘메인샤프트(주축)’라고 한다. 메인샤프트는 어른 주먹만 한 굵기의 고정핀으로 동체에 연결돼 있다. 고정핀은 헬기가 부서질 정도가 아니면 강제로 빠질 수 없다. 그러나 사고 당시 순간을 담은 동영상을 보면 회전날개 네 개 중 한 개가 떨어졌다. 이어서 순식간에 메인 로터가 통째로 동체에서 떨어져 나가면서 지상에 추락했다.

확인 결과, 회전 구동축과 회전날개를 연결하는 슬리브가 칼로 잘린 듯 절단돼 있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당초 슬리브에 금이 가 있었다면 이런 절단면이 가능하다”며 “이륙한 뒤 충격을 받았다면 슬리브는 뜯겨나가면서 절단면이 울퉁불퉁하게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이륙 전부터 금이 가 있던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온다. 결국 사고 전날 회전날개를 뜯어낸 뒤 다시 조립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것이다. 재조립한 직후 이뤄진 시험비행에서 사고가 났기 때문이다. 조사위 역시 사고 전날 이뤄진 작업 과정에서 슬리브에 균열이 난 것이 아닌지 조사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군 관계자는 “망치로 때려도 흠이 생기기 어려울 정도로 견고한 부품”이라며 “사고 직후 심하게 훼손된 부분을 보면 외력에 의한 손상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메인 로터나 메인 로터에 동력을 전달하는 기어박스 등 관련 구성품에 결함이 있지는 않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결국 조립 과정에 과실이 있었는지 아니면 부품 자체 또는 설계부터 문제가 있었는지 둘 중 하나로 초점이 좁혀진다.

마린온 설계 변경에 걸린 기간 ‘31개월’


▎마린온이 포항시 남구 포항 비행장 활주로에서 추락하고 있다. 메인 로터를 포함한 회전날개가 동체에서 분리된 모습이다. / 사진:해병대사령부
마린온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된 기동헬기인 ‘수리온’을 해병대 작전에 맞게 변형시킨 모델이다. 먼 바다에서 비행하기 때문에 보조연료 탱크를 달아 체공 시간을 늘리고 바다에 추락하는 경우에 대비해 비상부주장비를 장착했다. 수중으로 가라앉는 데 걸리는 시간을 지연시켜 탈출 기회를 제공한다. 수리온에는 없는 윈드쉴드 세척액 분사장치도 달았다. 해상 오염 물질이 조종석 앞 유리에 묻어도 쉽게 제거해 시야를 확보한다.

이런 세세한 변형보다 중요한 부분은 바로 ‘주 로터 접힘 장치’다. 헬기 회전날개를 접도록 해 공간이 좁은 상륙함이나 구축함에도 탑재할 수 있도록 했다. 날개 4개 중 한 개만 제외하고 모두 접을 수 있다. 비행에 나설 때는 접혀 있던 날개를 펴고 열십자 모양으로 만든 뒤 회전시킨다.

그런데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더라도 진동 문제를 제대로 짚어볼 필요가 있다. 수리온에서도 마찬가지 문제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수리온은 지난해 11월 경남 고성에서도 시험비행 중 진동 이상으로 불시착한 사례가 있다. 이번에 추락한 마린온 2호기는 유독 진동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진동 원인은 다양하다. 다양한 부품이 제대로 조립되지 못한 경우, 특히 엔진 떨림으로 만들어진 경우도 있다. 또는 날개가 비정상적으로 회전해 진동이 커지는데 무게중심이 맞지 않을 때 발생하는 현상일 수도 있다.


▎사고가 발생한 비행장에서 언론에 공개된 메인 로터 잔해. / 사진:하태경의원실
사고 원인을 두고 메인 로터의 무게중심 문제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무게중심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 메인 로터 내부에 무게추를 넣어 조정한다. 설계할 때 지정된 포인트는 제작 과정에 한 번 더 최적화를 거친다. 단순하게 비교하면 자동차 바퀴 휠 무게 균형을 맞추는 작업을 생각하면 된다. 선진국 헬기 제작업체는 경험을 갖추고 있다. 고도로 숙련된 인력이 작업을 한다. 무게중심을 맞추기 위해 정밀기계를 사용하고 정확한 포인트를 찾아낸다. 국내 제작업체도 충분한 능력과 경험을 갖췄는지를 두고선 논란이 있었다.

더구나 마린온은 수리온의 메인 로터 설계를 변경했다. 접히는 구조로 만들면서 설계 변화가 필요했다. 이 과정에 수리온과 비교할 때 메인 로터 무게중심과 균형점이 달라졌을 수 있다. 이를 과소평가하거나 무게중심을 잘못 설정하면 로터가 회전할 때 기체 진동이 증가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조사위는 KAI가 메인 로터 설계를 변경하면서 기술적 검증을 제대로 거쳤는지 확인해야 한다. 수리온을 마린온으로 개조하는 데 31개월이 소요됐다. 시험평가만 3년 동안 진행하는 선진국 개발 과정과 비교하면 짧은 시간이다.

사고조사위원회는 조사 범위를 단순히 이번 사고 조사뿐 아니라 더 넓게 펼쳐야 한다. 기체 자체에 문제점이 있다면 수리온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 더구나 이번 사고에서 회전하던 로터 중 떨어져 나간 최초의 날개는 접히지 않는 날개였다. 만약 접히는 부분이라면 마린온에서만 발견되는 문제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4개 중 유일하게 안 접히는 날개가 분리된 사실이 드러나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수리온 원형 ‘슈퍼 푸마’도 사고 잇따라


▎마린온 회전날개에서 떨어진 날개는 구동축과 연결되는 슬리브가 칼로 잘려나간 듯 부러져 있다. 사진은 헬기 본체에서 떨어져 나간 회전날개.
사실 수리온 개발 과정을 보면 국내에서 독자적인 헬기 생산은 처음이었다. KAI는 2006년 개발에 나서 2012년 6월 완성품을 선보였다. 헬기 독자 개발 국가로는 세계에서 11번째다. 방사청이 투입한 개발비는 1조3000억원. 이전에 500MD나 UH-60을 제작했지만 면허 생산이라 차이가 있다. 수리온 개발에는 KAI를 비롯해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등 국내외 180여 개 업체와 연구기관이 참여했다.

개발에 허락된 시간은 짧고 조건은 많다 보니 공동 개발에 협조할 파트너 선정이 어려웠다. 슈퍼 푸마·쿠거를 생산했던 에어버스가 선정된 이유다. 수리온 개발에서 슈퍼 푸마(AS332)를 원형으로 제시했다. 슈퍼 푸마는 군사용과 민수용으로 동시에 생산됐다. 이후 군사용과 민수용 기체를 구분해 민수용 기체는 AS332 명칭을 그대로 사용했다. 군사용은 AS532 쿠거(Cougar)라는 제식 명칭을 붙여 차별화했다.

한국은 과거에도 슈퍼 푸마를 운용했던 경험이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대통령 전용기로 사용하던 VH-1N을 대체하면서 1988년부터 슈퍼 푸마(AS332L1) 3대를 도입했다. 슈퍼 푸마는 10년 동안 대통령 전용헬기로 비행했다. 그러다 1999년 1월 착륙하던 중 동체 파손사고가 일어나자 같은 해 3월 VIP 수송 임무에서 배제됐다. 당시 관계당국이 밝힌 교체 사유는 10년 주기로 대통령 전용헬기를 바꿔야 한다는 이유였다. 결코 기체 자체 문제 때문에 이뤄진 교체가 아니라는 점이 강조됐다.

그러나 당시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공군에서 쓰이던 HH-60P 헬기를 개조해 VH-60P 명칭을 붙여 대통령 수송 임무에 투입했다. 청와대에서 쓰던 슈퍼 푸마는 공군에 넘겨졌다. 그러나 공군으로 자리를 옮긴 헬기는 2002년 3월 14일 충북 괴산군 보광산에 추락했다. 당시 탑승자 5명이 모두 사망하고, 추락한 헬기는 모두 불탔다. 회전날개 4개 중 하나가 정상 회전 범위를 벗어나 기체 뒷부분을 때려 사고가 났다고 추정됐다. 사고 헬기 대부분이 불에 타 정확한 결함 원인을 규명하기는 어려웠다.

슈퍼 푸마는 이후에도 빈번히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마린온 사고와 유사한 경우도 있었다. 2009년 4월 1일 스코틀랜드 BP 시추선에서 엔지니어를 포함해 16명이 탑승한 슈퍼 푸마(AS332L2) 헬기가 바다에 추락해 탑승자 16명 전원이 사망했다. 사고 원인은 메인 로터에 엔진 힘을 전달하는 기어박스 결함 때문에 메인 로터가 통째로 헬기와 분리된 데 있다. 당시 헬기는 해상에 추락해 헬기 잔해를 모두 수거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사고 원인을 확증할 결정적 증거는 사라졌다.

2016년 북해 해양플랜트에서 엔지니어 11명과 승무원 2명을 태우고 복귀하던 CHC 헬기서비스 241편도 추락했다. 이때도 슈퍼푸마(EC225LP)가 추락했다. 비행 도중 동체에서 메인 로터가 분리된 과정이 같았다. 헬기는 600m 상공에서 추락했다. 기체는 암초에 추락한 뒤 폭발했다. 헬기에서 떨어져 나간 메인 로터는 수초간 돌면서 비행한 뒤 인근 육지에 떨어졌다. 헬기에 탑승했던 13명 모두 사망했다.

감사원 “수리온 비행 성능에 문제”


▎7월 23일 오전 경북 포항 해병대1사단 도솔관에서 마린온 헬기 사고로 순직한 해병대 장병 5명에 대한 합동 영결식이 해병대장으로 열렸다.
사고 원인이 최근 밝혀졌다. 노르웨이 정부가 2년 동안 사고 조사를 벌인 결과다. 2018년에 나온 사고 결과 보고서는 메인 로터 기어박스를 사고 원인으로 지목했다. 메인 로터에 동력을 전달하는 기어박스(KGB) 기어 8개 중 1개가 피로 균열로 파괴됐다는 분석이다. 사고 원인을 바탕으로 제작사에 기어박스 설계를 변경할 것을 권고했다. 로터가 분리되면서 사고가 났던 마린온 사례와 매우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어박스 문제는 수리온 계열 전체에 해당한다. 슈퍼푸마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고 기어박스 부분은 특히 유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마린온 사고도 설계상 결함에 무게가 실린다.

국산 무기 개발에는 우여곡절이 따른다. 수리온은 방풍창 문제로 비행이 정지된 적도 있다. 방풍창 얼음 제거는 개발 단계에서는 충족했었다. 조종석 유리 위에 헬기가 전선에 걸렸을 때 끊어내는 절단기가 달려 있다. 이 부분이 결빙된 뒤 얼음이 깨지면서 엔진 흡입구로 들어가는 것을 막으려 전선 절단기에 열선을 넣었다. 이런 보완 조치는 수개월에 걸쳐 미국 미시간주에서 수행된 2차 체계결빙시험에서 성능을 확인했다. 현재는 감항당국의 감항(인증) 영향성 검토를 마치고 개선된 형상에 대한 설계변경을 승인받는 과정이다.

지난해 7월 감사원은 수리온 비행 성능에 문제가 있다는 감사 결과를 내놓았다. 그러나 비행 안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났다. 지난해 11월 열린 방위사업추진위원회는 납품 재개를 결정했다. KAI는 12월 소방용 헬기를 공개했고, 9일에는 상륙기동헬기 2대를 해병대에 인도하며 불명예를 벗어나고 있던 중 다시 한번 위기를 맞았다.

무기 개발은 다양한 경험과 실패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개발에 투입되는 시간이 얼마나 필요한지 쉽게 판단하기도 어렵다. 때로는 개발 기간을 넘기기도 해 실전배치된 무기라도 개발이 끝났다고 볼 수 없다.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문제를 발견해 보완한다. 정비 및 부품 불량, 설계 결함 등 구조적 문제가 여러 차례 발견돼 다양한 검토가 필요하다.

K-21 전투장갑차는 수상 도하를 위해 고무 튜브를 설치한 후 하천을 건너게 했다. 그러나 장갑차 무게에 따라 무게중심이 달라져 물속으로 그대로 빨려 들어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설계 과정에서 발견하지 못한 문제였다. 고무 튜브의 바람을 조절하는 장치를 추가로 달았다. 또한 장갑차 앞에 물 넘침을 막아내는 장치에 대한 설계변경이 필요했다.

지난해 사고가 났던 K-9 자주포는 여전히 논란이 이어진다. 약실을 제대로 폐쇄하지 못해 사고가 났다는 조사 결과는 설계 결함을 의미한다. 반면 업체는 운용상 발생된 문제로 평소 고무 패킹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군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을 내놔 충돌하고 있다.

무기 개발에선 솔직한 고백과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사고가 나면 숨기기에 급급하다. ‘빨리빨리 습관’ 때문에 대충 덮고 지나가기도 한다.

사고 다음 날 비행 재개하자는 軍


▎2017년 11월 ‘2017 한국군사과학기술학회 추계학술대회’에 참가한 군인들이 한국형 전투기 ‘KF-X’ 모델을 관람하고 있다. KAI는 2021년까지 시제 1호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수리온 개발 착수 6개월 뒤인 2007년 1월부터 2012년 6월 개발 완료 때까지 참여한 황정선(62) 전 국방과학연구소 수석연구원(기계공학 박사)은 “미국은 어떤 개조를 했고 어떤 사고를 겪었는지 가감 없이 기록한다. 특히 [플라이트 팩스(Flight Fax)] 매거진을 통해 일일이 공개한다”며 “기록을 보면 ‘어느 기지 상공에서 조종석 유리창이 깨졌다. 가까운 비행장에 내려 유리를 갈고 출발했다’는 내용까지 상세히 적혀 있다”고 말했다. 황 박사는 이어 “100% 완벽한 무기체계는 없다. 완벽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이를 위해 사고를 제대로 알리고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7월 17일 사고가 난 뒤 불과 하루 만인 7월 18일 정부는 전면 중지됐던 수리온 비행 재개를 고려했다. 운항 정지는 7월 17일 마린온 추락에 따른 안전조치였다. 해병대는 모든 마린온 운항을 중지했다. 육군도 사실상 각급 부대에서 운용하던 수리온 90여 대를 전면 중단한 상태였다. 의무수송헬기와 즉각 투입전력 약 10여 대만 운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부는 7월 18일 오전 비행 재개 발표를 준비했다. 비행 재개 발표를 앞두고 내부 조율에 들어가 공식 발표를 앞두고 있었다. 당시 성급한 비행 재개를 지적했던 “수리온 헬기 비행금지 오늘 물릴 가능성, 사고 원인은 아직” [중앙일보 7월 18일자] 기사가 나간 뒤 철회했다. 군 당국은 고려만 했다는 해명을 내놓고 발표를 미뤘다. 지금까지 비행 재개는 없던 일이 됐다. 청와대 대변인이 나서 헬기 사고를 설명하고 또한 사고 원인보다는 성능이 뛰어난 방산 수출품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이를 두고선 필리핀 등 국외 수출을 앞두고 기체 논란을 잠재우려는 정치적 의도가 개입됐다는 비난을 받았다.

원인 규명엔 시간이 걸린다. 노르웨이 사고는 2년 만에 사고 원인 발표가 이뤄졌다. 비행 재개를 위해 원인 규명을 서두르지 않을지 우려하는 이유다. 앞으로 국내 무기 개발은 계속될 예정이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6월 KF-X 체계 개발을 위한 기본설계검토(PDR) 회의를 열어 전투기 외형 등 군이 요구하는 기본 성능이 기본 설계에 모두 반영됐음을 확인했다. 앞으로 본격적으로 개발에 착수한다는 얘기다. 당장 상세설계를 시작해 2021년 시제 1호기가 나온다는 목표다. 국산 무기체계가 신뢰성을 갖기 위해서라도 사고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해 또 다른 사고를 막는 노력이 필요하다.

- 박용한 중앙일보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북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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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호 (2018.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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