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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통화(通貨)전쟁으로 비화하는 미·중 무역전쟁 

트럼프, 궁극의 무기 환율-안보 카드 ‘만지작’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미국, 달러화 내려 일본 무력화한 ‘제2의 플라자합의’에 눈길...중국, 비관세 장벽 등 비대칭 수단 동원해도 막강 달러화에 역부족

▎양국간의 무역전쟁을 선두에서 이끄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일본의 재무장관들이 1985년 9월 22일 미국 뉴욕의 플라자호텔에 모여 각국 통화의 환율 문제를 논의했다. 이들은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의 통화가치 상승을 유도하고, 이 조치가 통하지 않을 경우 각국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해서라도 이를 실현시킬 것이라고 결정했다. 당시 결정은 회의 개최 장소의 이름을 따 플라자합의(Plaza Accord)라는 명칭이 붙었다. 플라자합의는 강력한 정치·군사 파워를 행사하던 미국의 주도로 이뤄진 것으로, 당시 쌍둥이 적자(재정과 무역 적자)에 허덕이던 미국이 자국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무역수지 적자를 개선하기 위해 달러화 가치를 하락시키려는 목적에서 비롯됐다.

플라자합의 체결 일주일 만에 일본 엔화는 8%, 독일 마르크화는 7% 평가절상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또 플라자합의 직전 달러당 240엔대였던 엔화는 1985년 말 200엔, 1988년에는 120엔대까지 평가절상되면서 3년 만에 100% 상승했다. 반면 미국 달러화의 가치는 2년 만에 30% 이상 평가절하됐다. 플라자합의 이후 미국은 불황에서 탈출해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회복했고, 1990년대 들어서도 성장을 지속했다.

하지만 일본은 이로부터 오랫동안 경제 불황을 겪었다. 특히 1980년대 초·중반까지 4~5%의 안정적 성장을 지속했던 일본은 플라자합의 이후 엔고 현상으로 인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이 급감했다. 내수 부양과 수출경쟁력 향상을 위해 정부가 시행한 저금리 정책은 부동산 투자로 이어졌다. 일본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금리를 인상했지만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고 기업과 은행이 무더기로 도산하는 등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당시 플라자합의에 서명했던 다케시타 노보루 대장상은 “미국이 일본에 항복했다”고 밝혔다. 이후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장기 침체에 빠져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 정부를 더욱 압박하기 위해 앞으로 어떤 카드를 꺼내 들 것인가. 미국 정부의 향후 카드와 관련해 친중파인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총리가 상당히 의미심장한 언급을 했다. 후쿠다 전 총리는 “일본은 1985년 미국의 강요로 플라자합의에 서명한 뒤 엔화가 급속도로 평가절상됐으며 이 때문에 일본의 시장과 산업, 경제 등 각 방면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면서 “중국은 일본의 쓰라린 교훈을 받아들여 경계심을 높이고 신중히 행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중 유세를 통해 “중국이 수출에 도움이 되도록 위안화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작하고 있다”며 “집권하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후쿠다 전 일본 총리의 대(對)중국 훈수


▎1985년 일본 엔화가치를 끌어올린 플라자합의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불러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책사이자 중국과 무역전쟁을 강하게 주장해 온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도 그동안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무역적자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환율조작국이란 자국 수출을 늘리고 자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자 정부가 인위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해 다른 나라의 통화와 자국 통화 간 환율을 조작하는 국가를 말한다.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경우 ▷미국 기업 투자 시 금융 지원 금지 ▷중국 기업의 미국 정부 조달시장 진입 금지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한 중국 환율정책 감시 강화 등의 제재를 받게 된다. 특히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미국은 중국에 다른 통상관계법을 발동해 무역 보복을 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통상법은 심각한 국제수지 적자가 생길 경우 또는 불공정 무역 행위가 있는 경우 관세를 높이거나 수입물량을 제한하는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월 19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강한 달러는 미국을 불리하게 만든다”며 “중국 위안화는 바위처럼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7월 20일 자신의 트위터에 “중국과 유럽연합(EU)이 그들의 통화 가치를 조작하고 금리를 낮추고 있다”면서 “반면에 미국은 금리를 올리면서 달러화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은 불법적인 환율 조작이나 나쁜 무역협정 개정을 통해 잃어버린 것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도 “위안화 약세가 중국에 불공정한 이득을 주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며 “우리는 위안화 환율이 조작된 것인지 면밀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재무부는 교역촉진법에 따라 4월과 10월 두 차례 의회에 주요 교역상대국의 환율조작 여부를 조사한 보고서를 제출한다. 중국의 경우 미 재무부는 지난 4월 반기 환율보고서에서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고,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했었다. 미국이 특정 국가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려면 ▷대미 무역수지 흑자 200억 달러 초과 ▷경상수지 흑자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초과 ▷환율시장의 한 방향 개입 여부 GDP 대비 순매수 비중 2% 초과 등 세 가지에 해당해야 한다. 이 중 2개 항목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면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돼 조사를 받는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4월 한국·중국·일본·독일·스위스·인도 등 6개국을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었다. 므누신 장관은 “중국이 의미 있는 변화에 성실히 임할 경우 미국 정부는 중국과의 무역 협상을 타결할 준비가 돼 있다”며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타결하려면 미국의 지식재산권 보호, 기술이전과 합작벤처 강요 중단, 미국 기업이 중국 기업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기회 제공 등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발언으로 볼 때 중국 정부가 미국 정부의 요구 조건을 들어주지 않으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추가 관세 부과 조치를 경고하면서 중국에 대한 압박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8월 1일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유감스럽게도 중국 정부는 해로운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 대신 불법적으로 미국 노동자와 농민, 목축업자, 기업 등에 보복을 가했다”고 지적했다. 백악관의 한 고위 관리는 7월 30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 주재로 중국과의 무역전쟁과 관련한 회의가 있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10% 관세는 약하다면서 라이트하이저 대표에게 25%로 올리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80년대 일본 연상시키는 중국의 도전


▎중국 상하이의 루자쭈이(陸家嘴) 금융가 마천루 사이로 해가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율 인상 검토 지시는 더욱 강한 압박을 통해 무역전쟁을 벌이는 중국으로부터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의도라고 볼 수 있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도 8월 2일 폭스비즈니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 압박을 더 가해야 할 때라고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말 그대로 중국이 어느 정도까지 버틸 수 있는지 보기 위해 계속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9월 5일까지 업계의 의견 등을 수렴한 뒤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25%로 상향 조정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앞서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들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면서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선언했었다. 이에 따라 USTR은 7월 6일 1단계로 340억 달러어치의 818개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 부과 조치를 내렸다. USTR은 이어 8월 23일 2단계로 160억 달러어치 279개 제품에 대해 동일한 조치를 내렸다. 관세 대상 품목들을 보면 전기자동차, 반도체 및 장비, 배터리, 의료기기, 로봇, 항공우주 기자재, 바이오 신약, 해양 엔지니어링 설비, 발광다이오드, 철도 장비, 플라스틱 등이다.

이런 품목들은 중국 정부가 2025년까지 추진하는 산업 고도화 전략인 ‘중국제조 2025’ 계획에 해당하는 제품들이다. ‘중국제조 2025’ 계획은 중국 정부가 자국을 제조업 강국으로 만들기 위해 10개 핵심 산업을 오는 2025년까지 세계 1~3위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을 말한다. 10개 핵심 산업은 5G 통신 등 차세대 정보기술(IT), 로봇 및 첨단 공작기계, 항공우주, 해양엔지니어 및 하이테크 선박, 선진 궤도교통, 신에너지 자동차, 전력장비, 농기계 장비, 신소재, 바이오 의약 및 고성능 의료기기 등이다. 중국 정부의 목표는 이 계획을 바탕으로 2050년까지 세계 제조업을 선도하는 국가가 되겠다는 것이다. 중국의 의도는 앞으로 첨단 기술 산업을 적극 육성함으로써 미국의 경제패권을 뛰어넘겠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야심 찬 도전이 1980년대 일본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당시 상황을 보면 세계 반도체 시장은 1984년까지만 해도 미국이 주도했었다. 인텔이나 모토로라, 마이크론 등 쟁쟁한 미국 기업이 반도체 시장을 장악했다. 그러던 중 일본 기업들이 메모리 반도체를 기반으로 저가 공세를 펼치면서 미국의 시장 점유율을 공략했다. 미국 언론은 일본의 반도체 공세를 ‘제2의 진주만 공습’이라고 불렀다. 일본이 반도체를 장악하면 세계경제 패권을 거머쥘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일본은 1965년 미국을 상대로 첫 무역흑자를 기록한 이래 흑자 규모를 불려 1987년 2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주요 기업을 글로벌 대기업으로 육성시키고 미국의 선진 기술을 도입하면서 고도성장을 통해 세계 최강국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야심을 보였다. 이를 간파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1985년 무역대표부에 일본 반도체 기업에 대한 반(反)덤핑 혐의를 조사하라고 지시했고, 1987년 통상법 제301조에 따라 반도체 등 모든 일본 전자제품에 100%의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레이건 대통령의 강력한 조치에 일본 정부와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는 손을 들었다. 일본 정부는 반도체 생산원가를 공개하고, 생산설비와 R&D 투자를 자제하고, 미국산 반도체의 자국 시장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잘 알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레이건 전 대통령이 일본의 도전에 대처했듯이 중국의 의도를 절대 용인할 수 없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각국을 상대로 무역적자 해소를 천명해 왔던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대규모 흑자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명분을 앞세워 고율 관세 부과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지난해 3752억 달러로, 전체 무역적자 5660억 달러의 66.3%에 달했다. 중국이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것도 대규모 대미 무역흑자를 내왔기 때문이다. 미국은 앞으로 중국이 첨단 기술 산업을 주도할 경우 더 많은 흑자를 낼 것이 분명하고, 자칫하면 세계 1위 경제대국에서 밀려날 것을 우려하게 됐다.

미국은 ‘중국제조 2025’ 계획에 명시된 10대 첨단 기술 제품 분야에서 지난해 중국에 1354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미·중 무역전쟁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나친 보호무역주의 정책 때문이 아니라 중국의 첨단 기술력이 급성장하면서 미국을 위협하기 시작하자 이를 제어하지 않으면 중국에 밀릴 수도 있다는 미국의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바로 국장도 “레이건 전 대통령은 일본 반도체에 100% 관세를 매긴 바 있다”며 “사람들은 사기 행위에 보호관세를 부과하는 자유무역주의자(레이건, 트럼프)와 중국이 자행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의 차이를 명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첨단 기술에서 밀린다는 미국의 조바심


▎미국은 최근 중국을 겨냥한 관세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압박하고자 또 다른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구사하는 비책은 ‘안보 카드’다. 어떻게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레이건 전 대통령보다 더욱 강력한 무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상무부는 8월 1일 수출 통제 대상(export control list)에 중국 기업과 연구소 44곳을 올렸다. 수출 통제 대상은 중국 최대의 미사일 시스템 개발 기업인 중국항천과공집단(CASIC) 산하 연구소, 통신 시스템 제조업체인 허베이극동커뮤니케이션시스템(HBFEC), 반도체와 레이더 기술을 개발하는 중국전자과기집단공사(CETC) 산하 연구소 등이다.

수출 통제 대상에 오르면 핵물질·통신장비·레이저·센서 등 민수용과 군수용으로 모두 쓰일 수 있는 핵심 부품을 미국 기업에서 구매할 수 없다. 미국 상무부는 이번 조치의 이유로 중국 기업과 연구소들이 미국의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중국 기업들이 미국에서 핵심 부품을 수입할 수 없게 되면 자칫하면 중싱통신(ZTE)처럼 심각한 경영난을 겪을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 4월 중국 2위 통신장비 업체이자 미국 내 스마트폰 판매 4위를 기록했던 ZTE에 대해 이란 및 북한 제재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7년간 금지하는 제재 조치를 내렸다. 이 조치로 ZTE는 문을 닫을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안보 카드’를 꺼내든 것은 첨단 기술 산업 분야에서 중국의 급속한 성장이 자체 혁신 노력보다는 국가 차원의 지원과 기술 탈취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함으로써 시장을 개방하는 척했지만 국가적 산업 육성과 해외 기업 규제, 지식재산권 침해, 산업 스파이 활동, 사이버 해킹 등으로 불공정하고 불법적인 경쟁을 했다고 트럼프 정부는 지적하고 있다. USTR은 중국이 불법으로 미국 기업의 컴퓨터 네트워크에 침투해 지식재산권이나 기업의 영업비밀을 캐내고 있으며, 중국 정부가 과학기술 진보와 군 현대화 등을 위해 이를 뒤에서 지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바로 국장도 지난 6월 19일 ‘중국의 경제적 침략은 어떻게 미국과 세계의 기술과 지적재산권을 위협하는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중국이 자본력을 앞세워 미국의 첨단 기업을 통째로 사들이거나, 지분 투자하는 과정에서 부당하게 기업의 기밀을 빼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중국은 사이버 해킹을 통해서도 미국의 기술과 지식재산권을 훔쳐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바로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첨단 기술 산업 발전에 성공하면 미국 경제의 장래는 없고 국가 안보는 심히 훼손되리라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면서 “미국 정부는 첨단 기술과 지식재산권을 몰래 훔쳐 간 중국에 대해 강경한 조치를 내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우리의 기술과 지식재산권을 잃는 일을 더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CIA, 3만여 미국 체류 중국 유학생 뒷조사


▎산업 스파이 의혹을 받는 화웨이가 포르셰와 손잡고 스마트폰으로 작동하는 자율주행차를 선보였다. /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방침에 따라 미국연방수사국(FBI)은 미국 대학의 이공계 분야에서 박사 학위를 밟고 있는 3만여 명의 중국 유학생이 미국의 국가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했는지 여부를 은밀하게 조사하고 있다. 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은 “중국은 우리가 직면한 가장 광범위하고, 가장 도전적이며, 가장 중대한 위협”이라면서 “중국은 전통적 스파이 행위뿐 아니라 경제적 스파이 행위를 국가적 차원에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클 그리핀 국방부 차관(연구 담당)은 “수많은 중국 유학생이 미국 대학의 과학기술, 공학, 수학 분야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데 이들이 미국의 국가 이익에 위험을 가져올지 자세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는 또 로봇·항공 등 특정 분야를 공부하는 중국 유학생의 비자 기한도 1년으로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미래의 싹’조차 일찌감치 자르겠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국무부는 중국의 자국 첨단 기술 접근을 봉쇄하기 위해 중국 과학자의 미국 비자 신청도 거부하고 있다. 국무부는 7월 15∼16일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제42회 국제우주과학위원회(COSPAR) 학술총회에 참석하려던 중국 지진예측 위성 장헝-1호 프로젝트팀의 수석과학자 선쉬후이 등이 신청한 비자를 발급하지 않았다.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중국은 현재 미국의 최대 위협”이라면서 “미국의 산업 기밀과 학술연구를 훔치는 중국의 도둑질에 강하게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미국 의회는 중국을 강력하게 견제할 수 있는 2019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을 통과시키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원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무엇보다 중국이 남중국해에 대한 군사 기지화를 중단할 때까지 환태평양군사훈련(림팩)에 참가를 금지하는 조항이 들어 있다. 림팩은 미 해군 주도로 하와이 인근에서 2년마다 열리는 세계 최대의 다국적 해상연합훈련이다. 2014년과 2016년에 참가했던 중국은 지난 6월 열렸던 올해 림팩엔 미국의 초청 취소로 참가하지 못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대만과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전략 수립을 요구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와 함께 행정부가 중국의 미국 내 투자 억제 등 중국에 대한 강경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행정부가 화웨이 등 중국 통신기업들의 기술을 이용하는 것을 금지할 뿐만 아니라 이들 기업의 기술을 이용하는 다른 사업체와의 거래도 금지한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를 강화하고 심사 대상 범위도 확대한다는 조항도 있다. CFIUS는 외국인 투자가 미국의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지를 심사해 정부에 찬반 의견을 건의하는 기구다. 미국 대학 내 중국연구소에 대한 국방부의 자금 지원 제한 등도 담겼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의회가 역사상 가장 강력한 대중 제재라고 볼 수 있는 국방수권법을 통과시켰다”고 평가했다.

중국 정부는 일단 500억 달러어치 미국산 659개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의 공세를 맞받아쳤다. 중국 정부로선 첨단 기술 산업 육성에 국가의 미래가 걸려 있는 만큼 절대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강조해 온 중국몽(中國夢)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중국 정부는 첨단 기술 산업을 반드시 육성할 필요가 있다. 특히 중국 정부는 첨단 기술 산업의 핵심인 반도체 산업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 주석은 “반도체는 사람의 심장에 해당된다. 심장이 약하면 아무리 덩치가 커도 강하다 할 수 없다”면서 “중대 기술 돌파를 가속화해 세계 반도체 산업에서 정상에 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굴기’(堀起)를 공격하는 전쟁


▎중국중앙방송(CCTV) 에 출연해 미국의 301조 관세 부과 방침에 항의하는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
하지만 중국 정부는 앞으로는 동일 규모와 동일 세율의 관세 보복 조치로 미국 정부에 대응할 수 없는 입장이다. 미국의 대중 수출은 한 해 1300억 달러 수준으로, 5055억 달러 규모인 중국의 대미 수출에 비해 훨씬 적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8월 3일 미국 정부가 2000억 달러의 자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경우 6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 정부로선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술을 구사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다시 말해 양적으로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미국보다 더욱 높은 관세율을 적용해 강도를 높이고, 질적으로는 미국에 더욱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는 품목을 선정해 보복하는 조치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또 비대칭 카드를 꺼내 들 수도 있다. 중국 정부는 과거에도 비관세 장벽이나 수단을 이용해 무역 상대국들을 괴롭혀 왔다. 대표적인 사례로 세관에서 통관 지연이나 거부, 검역 강화 등의 수법을 들 수 있다. 또 중국 정부가 자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에 대한 규제도 강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와 함께 미국 국채 매각, 미국 기업 불매 운동, 관광객들의 미국 여행 제한, 대북제재 완화 등도 고려하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는 장기전에 대한 대비도 하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 대표인 류허 부총리는 “무역전쟁은 ‘중국 굴기(堀起)’를 공격하는 전쟁”이라며 “누가 끝까지 버틸 수 있을지 지켜보자”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내부적으로 주식·외환 등 금융시장 안정을 유지해 나가면서 대외적으로는 미국을 겨냥해 국제사회와 보호무역주의 반대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가 환율조작국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고 중국과 ‘통화전쟁’을 벌일 경우 중국 정부가 버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달러화 체제’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원유를 포함한 글로벌 무역 거래는 대부분 달러화로 이뤄지고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의 지위는 굳건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위안화 발행을 늘릴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3조 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고가 뒷받침됐기 때문이지만 무역전쟁으로 달러화 값이 급등해 외환보유고가 줄어든다면 미국과의 통화전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미국 경제는 호조를 보이고 있는데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과 무역전쟁에 휴전하면서 중국에만 집중적으로 공세를 펴고 있다. 반면 중국 경제는 7월의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지난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이는 등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무튼 미·중 치킨게임의 승자는 경제 규모가 크고 강력한 달러화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이 될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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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호 (2018.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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