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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리포트] 일본 정부의 ‘2018 골태 방침’과 인구 정책의 향배 

마지막 이민 쇄국(鎖國)의 소멸인가 

콘도 다이스케 일본 주간현대 특별편집위원
이민 터부시하는 국민 정서 불구, 정부는 사실상 이민 허용으로 전환 중...노동력 한계점에 도달한 초초고령 사회의 마지막 탈출구는 외국인 근로자

▎일본 의회에서 야당 대표로부터 질문을 받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 사진:연합뉴스
6월 15일, 전문 72쪽에 달하는 일본 정부의 ‘경제 재정 운영과 개혁의 기본방침 2018’이 결정됐다. 일본에서 말하는 통칭 ‘골태(骨太) 방침’이다. 이른바 ‘국가의 골격을 정하는 방침’이라는 뜻이다.

이 공식문건의 역사는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4월 출범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 純一郎) 내각은 그 전까지 재무성에 맡겨져 있던 예산편성권을 총리관저로 이전 할 목적으로, 고이즈미 총리 자신을 의장으로 하는 ‘경제재정자문회의’를 총리실 내에 발족시켰다. 이 경제재정자문회의가 그해 6월에 일본 경제재정의 기본정책 방향을 총리에게 보고한 문건이 내각 검토를 거쳐, 각의에서 결정됐다. 정식 명칭은 ‘경제 재정 운영 및 경제사회의 구조개혁에 관한 기본방침’이라는 긴 이름이었지만, 복잡한 정식 명칭 대신 ‘골태 방침’이란 약칭을 사용했다.

이후 매년 6월 역대 내각은 ‘골태 방침’을 정하고 이를 국가의 기본 방침으로 삼아 왔다. 물론 문서상의 정책들이 모두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그중에는 훌륭한 ‘골태 방침’을 정한 지 불과 몇 달만에 퇴진한 단명 내각도 있었다. 그러나 적어도 ‘골태 방침’을 숙독하면 그 내각이 무엇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일본을 어디로 이끌어 갈지 가늠할 수 있다. 그래서 필자도 매년 ‘골태 방침’이 결정돼 공표가 되면 전문을 훑어본다.

올해 2018년의 골태 방침에서 가장 주목하는 것은 제 2장 ‘강력한 경제성장 실현을 향한 중점적인 대응’의 제 4항 ‘새로운 외국 인재 유치’다. 거기에는 모두(冒頭)에 이렇게 적혀 있다.

“중소 규모 사업자를 비롯한 산업현장의 심각한 일손 부족은 우리나라의 경제적·사회적 기반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이에 따라 설비 투자, 기술 혁신, 근로 방식 개혁 등에 의한 생산성 향상과 국내 인재의 확보를 계속적으로 강력히 추진하는 한편, 기존의 전문적 기술분야의 외국 인력에 한정하지 않고, 일정한 전문성과 기능을 보유해 산업 현장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외국 인재를 폭넓게 받아들이는 구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실제로 외국 인력이 반드시 필요한 분야에 이민 정책과는 별도로 외국 인력의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새로운 체류 자격을 창설한다. 또한 외국인 유학생의 국내 취업을 더욱 원활하게 하는 등, 종래의 전문 기술분야의 외국 인재 유치의 대응을 더욱 활발히 추진하고, 외국인이 원만하게 공생할 수 있는 사회실현에 위해 노력한다. 유엔 및 WHO(국제보건기구)에서는 65세 이상의 국민이 전체의 7%를 넘어선 사회를 ‘고령화 사회’, 14%를 넘어선 사회를 ‘고령 사회’, 21%를 넘어서면 ‘초고령 사회’라고 명명한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고령자 비율이 높은 사회에 대한 호칭은 정해지지 않았다. 그것은 세계 전체를 보면서 65세 이상의 고령자가 21%를 넘는 나라는 일반적이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은 1970년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고, 1995년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07년에는 ‘초고령 사회’가 돌아섰다.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 사회로 바뀌는 데 걸린 시간은 프랑스 116년, 미국 73년, 영국 46년, 독일 38년이다. 반면 일본은 불과 25년이었다. 또 고령 사회에서 초고령 사회로 바뀌는 데 필요한 시간은 프랑스가 40년, 영국이 55년, 독일이 45년이다. 반면 일본은 불과 12년이었다. 이처럼 일본은 선진국에 견주면 비정상적인 빠른 속도로 초고령 사회를 맞은 것이다.

일본, 10명 중 4명이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40%에 육박하는 일본 사이타마현 하토야마 뉴타운은 거리에서 젊은이를 찾아보기조차 힘들다.
총무부 통계국의 발표에 따르면 일본의 총인구는 2011년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으며, 2017년 10월 1일 현재 1억2671만 명(전년 대비 21만 명 감소)이다. 반면 65세 이상 고령자의 비율은 1950년 이후 줄곧 증가했으며, 3514만 명(전년 대비 57만 명 증가)이다.

고령자를 성별로 살펴보면, 남성이 1525만 명, 여성이 1988만 명이다. 고령자의 비율을 성별로 보면 남성이 24.7%, 여성이 30.6%이며, 일본 총인구의 27.7%에 이른다. 즉 일본은 10명 중 4명이 넘는 사람이 65세 이상이라고 하는, 세계에서도 유례없는 ‘초초고령 사회’를 맞는 것이다.

이처럼 초고속으로 다가오는 심각한 고령화는 일본이라는 국가를 뿌리부터 변화시키고 있다.

예컨대 소비 중심이 젊은이부터 노인으로 옮아 가고 있다. 동네 수퍼마켓에 가보면, 이미 손님의 대부분이 노인이며, 계산대를 지키고 있는 종업원도 노인이다. 영화관도, 서점도, 다방도 노인의 휴식처 역할을 하고 있고, 헬스클럽에 가도 수영장에 가도, 땀을 흘리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노인이다.

도쿄 시내에서 버스를 타면 경로석이 의미를 잃어 가고 있음을 깨닫는다. 승객 대부분이 노인이기 때문이다. 편의점 도시락이나 과자들도 이제 노인이 씹기 쉽도록 부드러운 재료가 사용되고 있다. 약국에 가면 노인용 기저귀가 태산같이 쌓여 있다.

이런 사회에서는 당연히 파워의 상실도 심하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인은 “옆 나라 중국에 지지 않겠다!”며 결의를 다졌다, 그러나 이제 그런 목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다. 대신 “이제는 중국을 이길 수는 없을 거야”라는 체념 무드가 감돌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노동 인구가 급격히 감소한 것이다. 총무부 통계국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1월 현재, 15세에서 64세까지 생산연령인구는 7580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만 명이나 감소했다. 일본인 전체의 59.9%로 마침내 60%를 밑도는 수준으로 떨어져 버렸다. 이러한 생산 연령 인구의 감소는 선진국에 공통된 현상이지만 일본은 특히 심각한 것이다.

외국인 유학생의 불법 아르바이트 묵인


▎졸업식에서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하는 일본 고교 졸업생들.
일반적으로 노동력 부족을 커버하기 위한 정부의 시책은 두 가지 밖에 없다. 하나는 기술 혁신으로 커버하는 것이다. 공장을 자동화하거나 집안 청소를 자동 청소기에게 맡기는 것 등이다.

그러나 기술 혁신은 오랜 세월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다. 전국의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에 AI(인공 지능)를 도입하고 무인화한다는 계획은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5년 후, 10년 후의 이야기다. 그래서 또 다른 해결책이 주목된다. 그것은 해외에서 이민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선진국에서 이민 정책을 일찍부터 적극적으로 도입한 것은 서구사회다. 미국은 멕시코와 중남미의 이른바 히스패닉 이민, 유럽은 중동과 아프리카로부터의 이민 및 난민을 수용했다. 최근 불거진 문제들은 이러한 이민 정책에 대한 반동이다. 반(反)글로벌리즘의 조류와 다름없다. 이민 정책의 단점인 치안의 악화, 인종 분쟁 같은 사회 문제가 부각됐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2016년 가을, 이민 추방을 주장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됐으며, 영국에서도 그해 여름에 이민 추방을 호소하는 사회의 목소리에 의해 브렉시트(Brexit)가 통과됐다. EU에서 이민옹호파의 대표격이었던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이제 완전히 궁지에 몰리고 있다.

이민을 꺼리는 나라 중에서도 일본처럼 격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민족은 드물다. 세계를 보더라도 단일민족 국가일수록, 섬나라일수록 이민에 대해서 거부감이 강한 경향이 있다. 일본은 이 어느 쪽에도 해당된다.

필자도 어린 시절부터 일본에서 조총련에 대한 차별을 비롯한 숱한 민족 차별의 광경을 목격해 왔다. 중학교 동창으로 일본인 아버지와 흑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여학생이 있었지만, 너무 심한 따돌림으로 인해 학교에도 제대로 오지 못했다.

인간에게는 원래 ‘이물질을 배제한다’는 생존 본능이 있다. 단일민족 국가인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외모나 말, 식사, 풍습 등이 같기 때문에, 자신들과 다른 사람들에 대한 차별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2012년 말에 출범한 아베 신조 내각은 보수적인 우파의 중장년층을 주요 지지 기반으로 한 정권이었기 때문에, 출범 초부터 일관되게 이민 정책에는 반대해 왔다. 아무리 노동력이 감소한다고 해도 “이민을 받아들이겠다”고 선언한 순간, 지지 기반인 보수층이 빠져나갈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래는 불확실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이민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 아베 내각의 기본원칙이었다.

그런데 이처럼 노동력 부족이 심각해지면서, 이제는 당면 문제 해결 차원에서도 더 이상 외국인의 유입을 외면할 수만은 없게 된 것이다. 그래서 올해의 골태 방침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분야에 주목해 이민 정책과는 별도로 외국 인재 유치를 확대하기 위하여 새로운 체류 자격을 창설하겠다’고 한 것이다.

사실 이미 외국인이 일본 산업계를 떠받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주로 외국인 유학생들이다. 외국인 유학생은 일본 방문 목적인 취학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주 28시간(하루 4시간) 이내의 아르바이트가 인정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일주일에 40시간이나 50시간씩 일하는 유학생이 보통이다. 당국도 그렇게 엄격하게 단속하려 하지 않았다. 외국인 유학생들의 불법 아르바이트를 엄격하게 단속하면 일본인의 쾌적한 생활이 훼손되는 것이 자명했기 때문이다.

외국 인력 가족 동반 허용도 검토


▎일본 삿포로 쇼핑몰 방문객들. 각종 서비스 분야에 외국인 노동 인력 투입이 증가한다.
예를 들면, 도쿄 도내의 편의점 점원은 대부분 외국인 유학생이 맡고 있다. 일본 최대의 편의점인 세븐일레븐은 연간 18억 개의 삼각김밥을 생산하고 있는데, 그것들의 대부분은 외국인의 손으로 만들어 지고 있다. 선술집의 점원 역시 외국인 유학생이 많다. 편의점에서 거스름돈을 잘못 받거나, 술집에서 정종을 주문했는데 소주가 나오거나 해도 일본인은 화를 내지 않게 됐다. 무엇보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부족한 노동력을 떠맡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치 연못의 물이 조금씩 말라 가듯이, 일본의 노동력 부족도 외국인 유학생이 대행하는 정도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왔다. 그래서 이번에 어디까지나 이민이 아닌 ‘일정한 전문과 기능을 지닌 외국 인재를 받아들이는 새로운 체류 자격의 창설’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골태 방침에는 다음과 같이 씌어 있다. 다소 길어지지만 그대로 인용해 본다.

“현행 전문적, 기술적인 외국 인력의 수용 제도를 확충하고 다음의 방향에서 일정한 전문성과 기능을 보유해 산업현장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외국 인력에 관한 취업을 목적으로 한 새로운 체류 자격을 창조 설립한다.

① 수용업종의 선정

새로운 체류 자격에 의한 외국 인재의 수용은 생산성 향상과 국내 인재 확보를 위한 노력(여성 및 고령자의 취업 촉진, 일손 부족을 감안한 처우 개선 등)이 있음에도, 해당 업종의 존속과 발전을 위해서는 외국 인재 유치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업종으로 한다.

② 정부 기본 방침 및 업종별 수용 방침

전 업종에서 통용되는 수용방침을 미리 정부의 기본 방침으로서 각의 결정하는 동시에, 해당 방안을 근거로 법무부 등의 제도 소관 부처와 업무 소관 부처에서 업종 특성을 고려한 업종별 수용 방침을 결정하고 이에 근거하는 외국 인재를 받아들인다.

③ 외국 인재에게 요구하는 기능 수준 및 일본어 능력 수준

체류 자격 취득을 위해 외국 인재에게 요구하는 기능 수준은 해당 업종에서 적절하게 일하는 데 필요한 지식 및 기능으로 하고, 업무 소관 부처가 정하는 시험 등에 의해서 확인한다. 또 일본어 능력 수준은 일본어 능력시험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일상 대화가 가능하고 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의 능력을 갖추었음을 확인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면서, 수용 업종별로 업무상 필요한 일본어 능력 수준을 고려해 정한다. 단, 기능 실습(3년)을 수료한 자에 대해서는 상기 시험 등을 면제하고 필요한 기능 수준 및 일본어 능력 수준을 충족하고 있는 것으로 한다.

④ 유능한 외국 인재 확보 방안

유능한 외국 인력이 우리나라에서 활동하기 위해서, 앞으로 외국 인재들에게 보증금을 징수하는 등의 악질적인 소개업자의 개입을 방지하기 위한 방책을 강구하는 것과 동시에, 국외의 유능한 외국 인력 공급원을 확보하기 위해 수용 제도의 고지 및 홍보, 해외에 있어서의 일본어 교육의 충실, 필요시 정부 차원의 신청 등을 실시한다.

⑤ 외국 인력의 지원과 재류 관리 등

새롭게 받아들이는 외국 인재의 보호와 원활한 수용을 위해 정확한 체류 관리와 고용 관리를 실시한다. 인수 기업, 또는 법무장관이 인정한 등록 지원 기관이 지원의 실제 주체가 돼 외국 인력에 대한 생활 가이던스의 실시, 주택 확보, 생활을 위한 일본어 습득, 상담의 분쟁 대응, 각종 행정 절차에 관한 정보 제공 등의 지원을 실시하는 시스템을 도입한다. 또한, 입국 및 체류 심사, 다른 취업 목적의 체류 자격과 마찬가지로 일본인과의 동등 이상의 보수가 확보됐는지 등을 점검한다. 더불어 노동 행정적 대응으로서 노동 법령에 근거한 적정 고용 관리, 상담 지도 등을 실시한다. 이상에 대응하기 위해서 세심하고 기능적인 체류 관리, 고용 관리를 실시하는 입국관리국 등의 체제를 강화한다.

⑥ 가족의 동반 및 체류 기간의 상한

이상의 정책 방침은 이민 정책과는 다른 것이며, 외국 인력의 체류 기간의 상한을 통산 5년으로 하되, 가족 동반은 기본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다만 체류 중에 일정 시험에 합격하는 등 보다 높은 전문성을 가졌다고 인정된 사람에 대해서는, 현행의 전문적 기술 분야의 체류 자격으로의 이행을 인정해 체류 기간의 상한을 붙이지 않고 가족 동반을 허용하는 등의 취급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체류 자격상의 조치를 검토한다.”

‘현대판 노예무역’은 더 이상 설 땅 없어


▎저출산의 여파로 일본 인구는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더 심각한 건 노동 인구의 급감이다.
이상이다. 나는 문서를 꼼꼼히 읽으면서도 ‘이민 정책과는 다르다’는 정부는 주장에 대해 과연 어디서 이민과 다른지 이해하지 못했다. 서구 사회의 통칙에서는 유학과 기업 파견 이외에, 1년 이상 그 나라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이민’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이런 의문에 대해 일본 정부 관계자에게 물어 봤더니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서구 사회에서 말하는 ‘이민’과 아베 내각의 정책에 의한 외국인의 ‘일본 체류’는 적어도 세 가지가 다르다. 첫째, 일본에서는 수용 기관(기업 등)이 특정돼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 파견 근로자는 일본 내에서 자유롭게 취업하는 게 아니라, 일하는 기업과 그 기업의 사원 기숙사 등 주거지가 지정되고 있다. 어디까지나 노동 장소와 거주지를 특정한 노동 허가다.

둘째, 수용 기간이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일정의 체류 기간이 끝나면 강제로 귀국하게 된다.

셋째, 가족 동반을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일정 기간 특정 기술을 연수하기 위해서 일본에 머무는 것이니 가족의 동반은 불허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런 방침에 대해서, ‘현대판 노예무역’이라는 비난이 선진국에서 거론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이번 골태 방침에서는 가족의 동반을 예외 규정으로서 인정하고 있다.

올해의 골태 방침에서는 ‘유학생을 일본 국내에서 취업시키겠다’는 정책도 내놓고 있다. 유학생은 지능 수준이 높고 일본어가 유창하고, 일본의 풍습에도 이미 익숙하다는 점에서, 다른 외국인 수용보다 일본의 국익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현재 일본에서 노동자 부족이 가장 심각한 곳은 전국의 요양시설과 양로원이다. 일본은 2000년 간병 보험법을 도입, 요양시설과 양로원의 수를 늘리고 있지만, 그런 시설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극단적으로 부족한 형편이다. 급여가 낮고, 일은 힘들고 시간이 불규칙적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양로원을 신설해도 직원이 부족해서 개업을 할 수 없다거나, 당초 계획보다 규모를 축소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골태 방침에서는 간병 노동에 관련해서 특별히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간병 수준에도 주의를 기울이면서 상대국의 인력 송출 상황을 토대로 기능 실습생이 입국 1년 후에 일본어 요건을 채우지 못한 경우에도 계속 체류할 수 있는 장치와, 일본어 연수를 필요로 하지 않고 일정의 일본어 능력을 가진 EPA 간병사 후보자를 원활하고 적절하게 수용할 수 있도록 수용 인원 한도를 설정하는 것에 대해서 검토한다.”

최근 10년 동안 아시아의 노동력 시장은 크게 변화했다. 과거에는 노동력 수용국인 일본과 한국·홍콩·대만 등 아시아의 선진국이 우위에 있었다. 개발도상국과는 압도적인 급여 격차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에 오고 싶다면 우선 일본어를 공부하라”고 요구하는 등 ‘갑’의 입장에서 많은 조건을 내걸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 노동력 공급국인 아시아의 가난한 나라가 유리한 ‘판매자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아시아 최대의 인구 대국인 중국이 급속한 경제 성장으로 인해 노동력을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지금까지의 ‘갑’의 위치에서 까다로운 조건을 내건다면, 외국인 노동자들은 중국 등지로 발길을 돌릴 수 있다.

지금의 일본은 5년 후의 한국

또 지금까지 일본은 아시아에서 유독 높은 급여 수준을 유지했지만 지금은 아시아의 도시들 간 평준화가 진행되면서 상황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하겠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같은 월급을 준다면, 예를 들면 인도네시아인이라면 일본보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생활환경 면에서도 고향과 비슷한 싱가포르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그런 여러 가지 이유로 일본의 우위는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아베 내각은 외국인 노동력을 적극적으로 허용한 것이다. 이 일본 정부 관계자는 한숨을 쉬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앞으로 2년 후에는 도쿄여름올림픽이 열리겠지만, 많은 외국인 노동자가 건설 현장에 투입되지 못하면 2년 뒤까지 여러 건물이 완공되지 못할 것이다. 또한, 2017년 일본을 찾은 외국인 여행자 수는 전년 대비 19.3%가 증가한 약 2869만 명으로, 5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다. 정부는 2020년에 방일(訪日) 외국 손님들을 4000만 명으로 늘리는 목표를 내걸고 있지만,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시설과 인력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앞으로는 지방의 여관 등에서도 많은 외국인 종업원을 고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본 정부에 낭보도 있다. 그것은 체류 외국인의 수가 최근 들어 증가일로를 걷고 있다는 점이다. 2017년 말 시점의 중장기 외국인 체류자 수는 223만2026명, 특별 영주자 수는 32만9822명으로 이들을 합한 체류 외국인 수는 256만1848명이다. 전년 말 대비 17만9026명(7.5%)이 증가하는 등 최고치를 기록했다. 남녀별로는 여성이 132만8025명(구성비 51.8%), 남성이 123만3823명(비중 48.2%)으로 모두 증가하는 중이다. 외국인들의 국가별 ‘베스트 5’는 다음과 같다.

중국이 73만890명으로 전체의 28.5%로 가장 많다. 다음이 한국 45만663명(17.6%), 베트남 26만2405명(10.2%), 필리핀 26만553명(10.2%), 브라질 19만1362명(7.5%) 순이다.

역시 2018년에 중국인 비율은 체류 외국인의 30%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확실히 도쿄에서 생활하면서 중국어를 듣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이다. 도쿄 도내에 사는 필자는 매일 아침 30분을 걸어서 회사로 통근한다. 회사까지의 출근길에서 신호 대기 중이나. 편의점 앞을 지나칠 때에 중국어를 듣지 않는 날이 없다. 최근엔 같은 중국어라도 ‘저건 저장 지역 억양인 것 같은데?’ ‘이 사람들은 쓰촨인 같네’ 등등 출신 지역까지 상상하게 됐다. 그만큼 중국인을 많이 볼 수 있다. 전차를 타 보면 한 차량에 한 쌍 이상의 중국인이 있다. 여행자 뿐만 아니라 도쿄에 거주하는 주민 속에도 급속히 중국인이 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도 중국인 종업원이 근무하는 것이 보통이다.

일본에 ‘이민 사회의 도래’는 우선 중국인의 증가를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는 ‘지금의 일본은 5년 후의 한국’이다.

- 콘도 다이스케 일본 [주간현대] 특별편집위원

201809호 (2018.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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