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생활

Home>월간중앙>문화. 생활

[레저정보] 팔도 모두의 ‘이웃’ 충청도 가을여행 

부드럽고 느리다고요? 사람이 자연을 닮았지유~^^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경기·경상·전라·강원 모두와 맞닿아 있어 접근성 우수해… 올여름 유례없는 폭염에 지친 심신 달래기에 안성맞춤

가을이다. 가을은 그리움과 여행의 계절이다. 그리움을 안고 여행을 떠날 수 있다면 이 가을이 더없이 행복해질 것이다. 지난 여름 사상 유례없었던 폭염에 지친 심신을 달래는 데도 여행만큼 좋은 일은 없다. 월간중앙이 가족과 함께할 만한 충청 지역의 ‘대표 여행지’를 선별해 월간중앙 9월호 별책부록으로 발간했다.


▎선선한 가을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는 처서(處暑)를 하루 앞둔 지난해 8월 22일, 충남 부여의 한 들녘에서 메뚜기 한 마리가 누렇게 익어가는 벼 위에 앉아 있다.
안온한 산, 다정한 벌판, 유순한 물줄기. 충청의 자연은 사람들의 부드럽고 느린 말씨를 닮았다. 아니 충청도 사람들의 그 말씨가 자연을 닮았는지 모르겠다.

지리적으로 충청은 국토의 중앙이다. 충청도는 전라도와 경기도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서쪽은 바다와 동쪽은 경상도와 남쪽은 전라도와 북쪽은 경기도와 맞닿아 있다. 동북쪽 모퉁이는 강원도와 만난다. 남쪽은 전라도와 북쪽은 경기도와 동쪽은 경상도와 동북쪽은 강원도와 ‘이웃’이다. 충청도는 팔도 모두의 ‘이웃’인 셈이다. 전국 어느 곳에서도 가기에 큰 부담 없는 충청도다.

대전: 정부대전청사와 엑스포과학공원의 중앙에 위치한 한밭수목원은 ‘도심 속의 허파’다. 시립미술관 등이 있어 자연과 예술을 함께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전국 최대 규모의 도심 속 인공 수목원인 한밭수목원은 청소년들에게는 자연체험학습의 장이고 시민들에게는 편한 휴식 공간이다.

수목원을 걷느라 땀을 흘렸다면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해도 좋다. 국내 110여 개 온천지구 가운데 가장 오래된 유성온천은 수질이 뛰어나 치유(治癒) 효과도 만점이다. 특히 피부병·위장병·관절염·신경통 등에 좋다. 밤 늦게까지 개방되는 족욕체험장은 무료다.

논산: 100년 전 강경은 나라 안에서 가장 시끌벅적했던 곳이다. 강경장이 평양장·대구장과 함께 전국 3대 시장 가운데 하나로 꼽혔기 때문이다. 강경은 한국 기독교 성지를 둘러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한국 침례교회의 최초 예배지인 강경침례교회 등이 있다.

대둔산의 물줄기를 담아낸 탑정호는 논산의 랜드마크다. 물이 맑고 깨끗해 잉어·쏘가리 등 어족(魚族)이 풍부하다. 2.94㎞를 걷는 탑정호 수변데크길은 도보 명소로 유명하다. 지친 심신을 추스르기에 이만한 곳도 흔치 않다.

천안: 독립기념관으로 유명한 천안은 우리나라 대표적 독립운동가인 유관순 열사를 비롯해 석오 이동녕 선생, 유석 조병옥 박사 등을 배출한 충절의 고장이다. 천안시는 선열들의 애국혼을 기리기 위해 ▷홍대용 과학관 ▷유관순 열사 사적지와 생가 ▷석오 이동녕 선생 기념관 등을 건립·운영하고 있다.

가곡 ‘성불사의 밤’으로 잘 알려진 성불사도 들러볼 만하다. 백학(白鶴)이 성불사 암벽에 불상을 만들려다 완성하지 못하고 날아가자 이를 본 사람들이 성불사로 불렀다는 전설이 서려 있다.

청주: 청주 고(古)인쇄박물관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직지(直指)를 주제로 제1전시관, 제2전시관, 제3전시관으로 구성돼 있다. 제1전시관은 직지의 탄생과 여정, 활자로 태어난 직지, 유네스코 직지상 등 총 7개의 구역이 있다. 또 제2전시관은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인쇄문화 소개, 제3전시관은 동서양의 인쇄문화 비교가 마련돼 있다.

박물관에서 ‘공부’를 했다면 청주랜드 어린이회관, 청주동물원에 들러 재미를 만끽해도 좋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테마들이 많아 가족 나들이 장소로 제격이다.

금산: 대둔산은 금산의 자랑이다. 대둔산을 3일간 둘러본 뒤 떠나게 된 원효대사가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며 아쉬워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그만큼 대둔산은 사람을 잡아 끄는 매력이 있다.

인삼 고을 오토캠핑장 한국관광공사 선정, ‘전국 베스트 7캠핑장’에 선정됐을 만큼 유명한 곳이다. 캠핑장 앞으로는 금빛 물결이 흐르고, 뒤로는 병풍 같은 산이 받쳐주는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이다. 맑은 날 한밤중에 하늘을 쳐다보면 별이 쏟아진다.

부여: 백제의 수도였던 부여에 가면 꼭 들러야 할 곳이 국립부여박물관이다. 700년 백제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어서 아이들의 교육에 정말 좋다. 국보 제287호 백제금동대향로와 마주하는 순간, 백제인들의 숭고한 예술혼에 빠져든다.

박물관에서 나와 백마강으로 가면 원형을 복원한 황포돛배를 탈 수 있다. 백제의 슬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부소산성·고란사·낙화암 등에도 가볼 수 있다. 어르신들이라면 전통가요 ‘꿈꾸는 백마강’ 한 소절이 절로 나온다.


▎지난해 10월 하순 충남 서천군 한산면 신성리 갈대밭을 찾은 관람객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사진·김성태
서천: 깊어가는 가을, 서해의 낙조(落照)를 감상하고 싶다면 서천으로 가라. 그리고 마량리 동백나무숲을 찾아라. 마량리 동백나무숲은 천연기념물 제169호로 지정된 서천의 명소다. 서해바다와 낙조 그리고 동백나무가 어우러진 이곳은 그 자체로 동양화다.

기왕 서천에 갔다면 이곳에도 들러야 후회가 남지 않는다. 4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문헌서원은 도시의 불빛과 열기에 지친 이들에게 안식을 준다. 문헌서원에는 고려 말 충신인 가정 이곡 선생과 그의 아들 목은 이색 선생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예산: ‘수덕사의 여승’이라는 전통가요로 유명한 수덕사가 있다. 이곳에는 현존하는 최고(最古) 목조건물인 대웅전(국보 제49호)이 있다. 국내 최초의 불교 미술관인 선미술관까지 있어 볼거리가 풍성하다. 덕숭산 자락에 자리한 만큼 특히 가을의 경치가 예술이다.

추사고택에는 조선 후기 최고의 서예가인 추사 김정희 선생의 묵향(墨香)이 은은하다. 한옥의 정취에 추사의 글씨와 그림이 멋을 더해 준다. 수선화부터 모란까지 철마다 피는 꽃들은 사진작가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일반인이라도 휴대폰 카메라를 안 열 수 없다.

청양: 칠갑산도립공원에 자리한 칠갑산 자연휴양림은 숙박시설·야영장·자연학습장 등 각종 편의시설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물과 산이 어우러진 최상의 경관을 뽐낸다. 산림 휴양이나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가족여행은 물론, 단체 행사 장소로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칠갑산 자연휴양림에서 에너지를 충전했다면 천장호 출렁다리로 가보자. 국내 최장인 207m를 자랑하는 천장호 출렁다리를 걷노라면 심장이 ‘쫄짓해지는’ 스릴을 느낄 수 있다. 다리 중간의 구멍 사이로 천장호의 은빛 물결이 한눈에 들어온다. 호수 위를 걷는 착각마저 든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201809호 (2018.08.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