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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사람이 깃든 공간이 명당이다 

 

문상덕 기자

▎운을 만드는 집 / 신기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1만5000원
풍수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한 건물이 있다. 종로구 서린동에 위치한 S사 사옥이다. 신령한 거북이가 물을 마시는 형상인 영구음수형(靈龜飮水形) 터라고 알려진 곳이다. 장수와 부귀를 누리는 터라고 지관(地官)들은 말한다. 그러나 정작 회장은 수차례 구속되고 스캔들에 휩싸이는 등 숱한 풍파를 겪어야 했다. 손꼽는 명당에서 왜 흉사(凶事)가 반복되는 걸까.

저자는 풍수를 따질 때 왜 자연과 사람을 구분하는지 묻는다. 자연이 만들어낸 터의 생명력을 인정한다면, 자연의 일부인 사람의 생명력도 고려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더욱이 ‘장소’가 아닌 ‘공간’은 사람이 필요에 따라 재조직한 산물(産物)이 아닌가. 저자가 책의 제목으로 [운을 부르는 집]이 아닌 [운을 만드는 집]이라고 이름 붙인 이유다.

사람과 공간이 함께 운을 만든다면, 공간의 한계에 매몰될 이유가 없다. 저자는 ‘여섯 평짜리 원룸에도(길흉화복의) 관상이 있다’고 말한다. 유행이 아닌 내 스스로의 철학이 온전히 공간에 반영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자기의 철학이 서지 않으면 공간도 어지러울 수밖에 없다. 저자는 한 평 공간이라도 구획해 ‘정서적 화장실’이나 몰입 공간을 마련하라고 제안한다.

저자는 스스로를 ‘직관의 철학자’라고 소개한다. 그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상념을 글로 옮긴다는 뜻이 아니다. 현장에서 취재한 내용을 책에 담은 덕택에, 현실에 단단하게 발을 딛고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트렌드만을 좇아 집을 꾸며온 사람에게, 비좁은 집을 구속이라 생각했던 사람에게 ‘발상의 전환’이 될 법한 책이다.

- 문상덕 기자

201809호 (2018.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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