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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 인터뷰] ‘양손잡이 민주주의자’ 최장집의 문재인 정부 진단 

“적폐청산 치중하느라 민생 문제 소홀했다”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 지지율이 정부 평가의 절대 지표 아닌데 신경 쓸 이유 뭔가
■ 靑 비서진 동류화가 문제… 큰 개혁하려면 야당과의 타협 필수
■ 보수는 합리적으로 거듭나지 않으면 한국 사회에서 존립 불가
■ 北을 남한식으로 바꾸는 건 곤란… 남한이 모범 되는 게 중요해
■ 5년 단임제 부정적 효과 커… 의회중심제 개헌이 가장 좋을 듯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를 다각도로 진단했다. 최 교수는 “적폐청산에 너무 치중하다 보니 민생 등 다른 문제에 소홀했다”고 평가했다.
최장집(75) 고려대 명예교수(정치학)는 민주주의 연구에 평생을 바쳤다. 그는 정당정치에 기반한 대의제(代議制)를 가장 이상적인 민주주의라 믿는다. 직접민주주의나 광장민주주의도 필요할 때가 있지만 어디까지나 한시적이어야 한다는 게 최 교수의 지론이다. 대표성·책임성·지속가능성이 담보되지 않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특정 의견이나 가치만 옳다는 주장도 단호히 배격한다. 그런 독단은 ‘민주주의 언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른손(보수)과 왼손(진보)이 경쟁하면서 국회 내에서 협력·타협이 이뤄질 때 비로소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있다는 게 최 교수의 신념이다. 최 교수를 ‘양손잡이 민주주의자’라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월간중앙이 최장집 교수를 만나 임기 중반에 접어드는 문재인 정부를 비롯해 국가적 주요 현안에 대한 ‘진단’을 들었다. 최 교수는 “적폐청산에 치중하느라 민생 등 다른 문제에는 소홀했다”며 “큰 개혁을 하려면 야당과의 타협은 기본”이라고 조언했다. 인터뷰는 9월 9일 서울 내수동 최 교수의 집무실에서 3시간 동안 진행됐다.

01. 文정부 평가 | “중요한 개혁일수록 사회적 동의 필요”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의 역작으로 평가되는 [양손잡이 민주주의].
문재인 정부 출범 1년4개월이 지났다. 전반적으로 평가한다면?

“문재인 정부의 출범은 촛불시위의 결과다. 한국 정치의 큰 전환점이라 할 이 사건 이후 한국 민주주의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하나는 정부·여당이었던 보수정당도 민주주의의 원칙과 규범을 수용해서 탄핵에 동참했던 만큼, 민주당과 협력을 통해 주요 개혁에 동참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듦으로써 한국 정치의 지형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이다. 나는 그런 상황을 ‘양손잡이 민주주의’라는 말로 표현한 바 있다. 다른 하나는 현재 문재인 정부가 나아가고 있는 방향이다. 문 대통령과 핵심 집권세력은 이를 혁명적 계기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적폐청산, 권위주의 시대 유산 척결을 정책 목표로 삼고 나아가는 것이다. 개혁의 슬로건이라 할 ‘적폐청산’은 개혁의 대상을 전제(前提)하는 말로, 민주주의를 개혁의 언어로 표현하는 도덕적 언어다. 그러나 민주주의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여당과 야당, 승자인 다수와 패자인 소수가 싸우고 경쟁하면서도 협력하는 정치가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개혁은 선거에서 승리한 자가 주도한다 하더라도 소수도 자신들의 목소리를 가지고 이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청산 중심의 개혁은 개혁 그 자체를 어렵게 한다. 왜냐하면 중요한 개혁일수록 광범한 사회적 동의와 정치권에서 야당, 반대세력들의 동의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되돌아보면 촛불시위 이전에 노동·농민 문제를 중심으로 한 사회·경제적 불만이 대규모 집회로 분출됐다. 촛불시위 속에는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에 대한 저항도 있었고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한 개혁 요구도 있었다. 적폐청산을 앞세운 개혁은 ‘민생’이라는 말로 표현되지만 사회·경제적 문제를 부차적인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적폐청산에 치중하다 보니 민생 등 다른 문제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해졌다. 문재인 정부의 1년4개월을 회고해 본다면 개혁에 대한 방향과 방식, 그리고 의제설정, 우선순위가 빗나간 것 같은 인상을 받게 된다. 나로서는 기대했던 방향이 아니다.”

靑 비대화, 정당·내각 역할 위축시켜

“문재인 정부에서 내각은 보이지 않고 청와대 비서들만 보인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보이는 그대로다. 문재인 정부는 어떤 정부보다도 대통령 중심의 국정운영이 특징적이다. 대통령 자신도 그렇고, 정부의 중심적인 지지세력도 대통령을 개혁자로 인식한 결과다. 개혁이 강조되는 것만큼 개혁자로서 대통령의 역할이 강조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그리고 그것은 대통령 권력과 청와대의 비대화를 불러오게 된다. 그것만큼 대의제민주주의의 중심 제도들, 즉 내각·국회·정당의 역할은 주변화된다. 이 점에 대해서는 민주주의 교육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발전소’의 박상훈 박사가 최근 [청와대 정부]라는 책을 통해 구체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나 역시 국가의 조직과 규모가 팽창하고, 그에 따라 대통령 권력도 강화되는 것이 대통령의 리더십이나 국가의 능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지 않는다. 권력은 제도적으로 작동하고 하향 분산되고 하위 단계의 관료·공직자들에게 책임이 분산되며 그들로 하여금 책임지도록 할 때 효과적이지, 정점으로 집중되면 비능률이 커진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대통령으로 권력 집중은 법의 지배를 벗어나 전제정(專制政)화, 권위주의화할 수 있는 위험을 안는다.”

청와대는 청원제도를 통해 여론을 수렴하려 한다. 이런 행위가 정당·내각·국회를 위축시킨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헌법에도 시민들의 청원권을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청원제도 자체에 대한 문제라기보다 청와대가 국민청원 방식으로 직접 여론을 청취하고, 대통령의 정책에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 팽만해 있는 분노, 감정의 분출구로 작용할 수 있다. 20만 명 이상의 의견은 모이기도 하지만 동원되는 측면도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이런 방식이 대통령의 의사와 정책 결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허무는 데 저를 바치겠다”며 우회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했다. 문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일까?

“제왕적 대통령이란 표현은 일반적으로 쓰는 말이기도 하지만 대통령에 권력이 집중된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권력)이 정말 제왕적인가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제왕적인 것 못지않게 그렇지 않은 면도 많다. 지금 우리처럼 5년 단임 대통령제하에서는 임기 중반이 지나면 누구든 레임덕을 맞을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권력이 청와대만이 아닌 제도·정당을 통해 더 많이 작용하고 행사된다면 레임덕은 늦게 찾아올 수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청와대 중심의 대통령 권력은 급격한 레임덕을 피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도 임기 후반 급격한 레임덕을 맞게 될 것이다. 요컨대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말은 야당이 정부를 비판하기 위한 것이라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9월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사상 최초의 당·정·청 전원회의에서 ‘적폐청산’을 강조했다. 야당은 경제 실패를 적폐청산 카드로 막으려는 시도라고 비판한다. 집권 2년차 적폐청산 드라이브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권위주의적인 유산·폐습을 개혁한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없다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법에 맡겨서, 제도 안에서 해결하면 된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은 그동안 진보가 약했기 때문에 차제에 보수세력을 약화시켜 경쟁의 틀을 바꾸는 계기로 삼으려는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힘의 관계 변화는 지금과 같은 네거티브 방식보다 사회·경제적인 실체적 개혁 정책의 성공을 통해 사회 균열·갈등의 구조가 진보적인 방향으로 변할 때 보다 지속적일 수 있다.”

02. 보수 재건 여부 | “보수의 권력 독점이 보수 위기 불러”


▎2016년 11월 15일 서울대에서 ‘헌정 위기, 누가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란 주제로 시국 대토론회가 열렸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왼쪽)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기조연설을 했다.
보수의 위기는 어디에서 비롯됐다고 보는가?

“보수의 위기는 오래된 일이다. 알다시피 우리나라의 국가 건설은 냉전의 결과물이다. 냉전체제하에서 분단국가 건설을 주도했고, 그 위에 집권세력으로 등장했다. 분단국가의 역할이 그러했던 것처럼 보수의 역할도 밖으로부터 주어졌다고 할 수 있다. 스스로의 이념·노력의 결과물은 아니다. 이 안일함이 보수의 도덕적 퇴폐성을 낳았다. 민주화 이후에는 야당(현 여권)이 강력해졌다. 그럼에도 보수의 헤게모니는 계속됐다. 기본 틀 자체가 냉전·분단이었고 60~70년대 권위주의적 방식의 산업화를 통해 경제발전까지 이뤘으니 보수의 권력기반은 그만큼 견고했다. 보수의 권력 독점이 아이러니컬하게 보수의 위기를 불렀다.

과거 보수는 1990년 3당 합당을 통해 김영삼의 민주화 세력을 흡수했다. 그로써 권위주의를 기반으로 형성된 전통적인 보수와 민주적 가치를 수용하는 온건·합리적 보수의 결합을 통해 더 큰 헤게모니를 갖게 됐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실패 이후 등장한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그러지 못했다. 이들은 권위주의적 요소를 크게 부활시키는 방식을 도입해 극보수의 길을 가게 됐다. 달라진 시대 변화에 부응하는 보수로서 비전이나 가치는 제쳐둔 채 오로지 선거 승리를 위해 후보를 찾았다. 그 결과가 오늘날 보수정당의 상황이다.”

보수의 재건 가능성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보수 재건을 위한 조언이 있다면?

“보수는 박근혜 정부의 실패로 인해 말 그대로 재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보수 재건은 한국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중요한 과제다. 그렇다면 어떤 보수로 재건할 건가? 당연히 계몽적·합리적 보수로 거듭나야 한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냉전이 해체됐다. 보수도 평화 지향적 비전을 발전시키는 게 필요하다. 둘째, 민주주의적 가치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 3당 통합 경험을 잘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나라 보수 내에도 개혁적·민주주의적 보수세력이 있기에 잠재성은 풍부하다고 생각한다. 셋째, 경제 운영방식에서 박정희 패러다임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관치경제의 수명은 끝났다. 박정희 모델로 대변되는 국가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시장의 자율성이 강조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 제한국가와 자유주의적 가치를 적극 수용하는 것이 보수가 차지할 수 있는 빈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에서 자유주의적 시장경제 원리는 박정희 성장 모델로 그 자리를 잃어 버렸다. 서구사회에서 볼 수 있는 보편적인 보수 본연의 경제 운영 원리를 불러오고, 그것을 대변하는 정치세력이 한국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적폐청산이 검찰 중심의 사법기능 과도하게 키워

‘양손잡이 민주주의’ 관점에서 보면 보수의 몰락은 곧 진보의 위기라고 할 수도 있다. 향후 한국 정치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문 정부가 촛불시위의 결과로 탄생했기에 개혁적 정책 추진은 필연적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적폐청산에 집중되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도덕적 관점을 정치의 중심에 놓게 되고, 검찰을 중심으로 한 사법 기능을 과도하게 확대함에 따라 정치의 역할을 축소시키게 된다. 그것은 개혁 그 자체의 성공을 어렵게 할 것이다. 보수를 배제하는 것뿐 아니라 진보 그 자체의 기반을 무척 협애(狹隘)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중심세력은 극히 동질적이다. 그러한 특징은 진보를 스스로 좁은 틀에 가두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큰 개혁은 광범한 사회적 동의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실패할 위험성이 커진다. 민주주의는 혁명이 아니라는 사실을 염두에 뒀으면 한다. 정치에는 너무나 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에 예측적인 말은 (이 인터뷰에서)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다만 문재인 정부의 개혁이 실패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정치 경쟁의 다른 축인 보수가 재정비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현 정부가 잘하지 않으면 큰 혼란에 빠질 수 있고 갈등과 불신은 사회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 개혁의 성공을 위해서도 ‘양손잡이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지속적인 하락세에 있다. 원인은 어디에 있으며 반등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지지율 하락은) 필연적이고, 신경 쓸 이유도 없다. 지지율은 정부를 평가하는 절대 지표가 될 수 없다. 참고사항으로 봤으면 좋겠다. 생각보다 빨리 떨어진다고 하지만 문 정부 스스로 여기에 집착하면 안 된다. 여론(지지율)이라는 것은 단기적인 시점에서 즉흥적인 시민들의 평가일 뿐이다. 변덕도 많다. 그래서 여론이 정책 효과를 장기적으로 측정하는 지표가 될 수 없다. 그럼에도 여론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게 민주주의의 취약점이라고 본다. 문재인 정부뿐 아니라 공통적인 문제다. 문재인 정부는 여론이 전부인 것처럼 에너지를 소모한다. 중요한 개혁을 준비하고 입안하고 관철시키는 데 (에너지를) 집중해야 하지 않겠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03. 남북 간 평화공존 가능성 | “北 비핵화 가능… 다시 돌아갈 수 없을 것”


▎새누리당 혁신 모임이 제20대 총선 직후인 2016년 4월 25일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를 국회로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김영우 의원, 최 교수, 황영철 의원.
문 정부의 대북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좋다고 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북은 전쟁 일보 직전까지 가는 적대관계였다. 냉전은 전 세계적으로 80년대 말 이미 끝났는데 유일하게 남아 있는 지역이 한반도다. 남아 있는 정도가 아니라 핵전쟁 위험까지 갔는데 그걸 데탕트, 평화공존 관계로 전환했으니 높게 평가하고 싶다.”

일각에서는 “북한에 끌려 다닌다” “대북 문제로 국내의 비판적 시선을 돌리려 한다”는 지적도 있는데.

“‘북한에 끌려 다닌다’는 비판에는 동의할 수 없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미국의 정책 범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건 김대중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정해진 범위 내에서 한국이 할 수 있는 남북 평화공존, 미국과 북한의 협상을 통한 핵 위기의 해소, 북한 체제 인정과 종전선언을 이끌어내려는 점을 높게 평가한다. 냉전체제가 허물어지는 것은 불가역적(不可逆的)이다. 남북관계는 냉전이 최고조인 상태에서 평화공존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냉전이 해체되기 시작했는데 다시 돌아갈 수는 없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가능할까?

“가능하다고 본다. 북한의 핵무장화는 북한의 체제 인정과 직결된 문제다. 이제 북한도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체제를 인정받아야 하고 경제성장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이중적이다. 북한에 중국은 배후세력이자 의존의 대상이면서도 독립의 대상이기도 하다. 북한 외교의 핵심 목표는 미국으로부터 체제 인정을 받으면서 중국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핵 포기와 체제 인정을 맞바꾸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교묘하게 줄타기를 해야 하는 것이 북한의 처지다.”

남북 이슈, 경제 이슈 해결에 보수 동의 꼭 필요

남북 간 평화가 공존하려면 어떤 조건이 선행돼야 할까?

“국내적으로 한국 보수의 변화가 굉장히 중요하다. 평화공존을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보수의 협력·이해의 정도가 훨씬 높아져야 한다. 흔히 남남갈등이란 표현을 쓰지 않나. 남남갈등이야말로 남북 평화공존을 이루는 데 가장 큰 과제다. 대통령 주변의 소수만이 정책을 주도하는 현재의 틀에서 벗어나 정책 협력·이해를 도모하려는 노력, 보수를 존중하고 협조를 얻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남북 이슈와 경제 이슈를 해결하는 데는 반드시 보수의 동의가 필요하다. 남북 문제를 푸는 데 동·서독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서독이 전 세계에서 민주주의 제도의 실천뿐 아니라 복지정책이나 노동문제에 관한 모범적 모델을 보여줬기 때문에 동독 사람들이 결국 통일을 선택한 것이다. 현재 한국 사회는 굉장히 배타적이다. 중국 동포가 한국 사회에 들어와서 차별받는 게 단적인 예다. 개방적인 가치를 수용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중요한 것은 북한 사회를 한국식으로 바꾸려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북한이 자기 식대로 사는 데 관여해서도 안 된다. 그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개헌은 왜 필요한가?

“5년 단임제는 한국 민주주의에, 특히 초기 민주화 과정에서 의미가 있었다. 누구든 대통령이 됐을 때는 권력이 대단히 크게 느껴지기 때문에 임기 연장이나 권력 연장을 시도할 가능성이 분명하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완전히 차단한 게 5년 단임제다. 그래서 민주화에 크게 기여했다고 본다. 그렇지만 이제는 부정적 효과가 분명히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대안을 우선순위에 따라 말한다면 ▷비례대표제에 기초한 의회중심제 ▷결선투표(대선의 경우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상위 득표자 2인이 최종 경쟁)와 프랑스식 대통령제 ▷의회에서 총리 선출을 포함해 의회중심제적 요소를 크게 수용하는 4년 중임의 대통령제다. 우리나라의 대통령중심제 정부 형태는 제헌헌법 이래 헌법에 포함돼 있는 총리의 역할을 통한 의회중심제적 요소를 결합한 것이다. 그리고 사법부의 정치적 독립성을 강화하는 것을 비롯해 3권 분립의 원리를 통해 대통령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보강하는 내용이다.”

개헌이 가능할까?

“(웃음) 그건 모르겠다. 4년 중임제가 가능할까? 약화된 보수가 동의해줄까? 보수가 선거제도를 바꾸는 데는 동의할 수 있다고 본다.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경우 독일을 모델로 한 제도를 가져온다면 세가 약해진 보수당에 유리하다. 독일이 주(州) 단위로 결산하듯 우리는 도 단위로 결산한다면 보수당이 지금보다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할 수 있다. 반대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04. 최저임금과 52시간 근무제 | “의미 크지만, 방법이 좋지 않다면 역효과 불러”


▎최장집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2008년 6월 20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고별강연을 열고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대한 불만도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현 정부의 전체적인 개혁 방향이 무엇을 지향하는지 읽을 수 없다. 정책의 전체적인 틀과 집행하는 방식 모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예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노동시간 단축을 시행하고 있다. 이 법안은 바람직하고 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에 들어가는 나라치고 한국처럼 임금 수준이 낮고 노동시간이 긴 나라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왜, 무엇을 위해 성장을 지향하나? 성장 그 자체를 위한 것이 아니라면 사회 구성원들에 대한 균형적 배분은 성장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 목표는 의미가 크더라도, 그것을 시행하는 방법이 좋지 않다면 역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지금 그 실례(實例)를 보고 있다. 산업 전체의 틀 내지 구조를 발전시키는 생산체제와 시장경제 운영 원리를 중심으로 한 전체적인 경제 운영의 틀이 안 보인다. 재벌·대기업 중심 생산체제하에서는 중소기업이 발전할 수 없다 보니 고용을 흡수할 능력이 원천적으로 제약된 상태다. 대기업·중소기업에서 고용돼야 할 인력들이 대거 넘쳐흐른 결과 자영업이 서구 선진국가의 2배가 훨씬 넘게 팽창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이 이처럼 열악한 자영업의 경제 조건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지금의 문제는 전체적인 경제의 구조 개혁과 병행하지 않는 상태에서 부분적인 개혁이 가져오는 역효과라는 측면이 강하다. 전체적인 큰 틀 없이 각자 추진하다 보니 부작용이 나올 수밖에 없다. 역설적으로 피해는 자영업자에게로 돌아간다. 노동시간 단축도 그렇다. 이윤이 많이 나올 때는 노동시간을 줄여서 일자리를 쪼갤 수 있지만 지금이 그런 상황인지는 잘 모르겠다. 전체적인 경제 운영 방향과 비전이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았고, 책임 있는 설명도 없는 상황에서 저임금에 익숙해져 있던 사람들이 충격을 받게 된 것이다. 또 경제 개혁을 주도하는 사령탑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 문재인 정부의 개혁 방향과는 다른 내용이지만, 2000년대 초 독일의 슈뢰더 사민당 정부가 추진했던 하르츠 개혁이나 현재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이 추진하는 개혁을 보자.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우리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목표와 방법이 뚜렷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제 개혁은 개혁 방향이 무엇인지도 알기 어렵다. 미국의 저명한 민주주의 이론가이자 정치학자인 애덤 셰보르스키는 정부가 분배, 사회복지 정책을 추진한다면 ‘전환의 계곡(Valley of transition)’을 통과하게 된다고 말한다. 큰 개혁은 기존의 경제와 시장에 변화의 충격을 가하기 때문에 이전보다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는 어려운 기간을 경과한다고 본다. 그 다음에야 비로서 성장률이 이전보다 높아진다는 것이다. 단기적인 여론 추이에 몰두하다 보면 지지율 하락에 당황할 수 있다. 그때 ‘우리의 비전은 이거다’라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이 9월 3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5회 방송의 날 기념식에서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노웅래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장,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정훈 한국방송협회 회장, 문 대통령,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 사진:청와대
“의회에서 야당 설득하고 동의 구해야”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 의미가 뭔지 잘 모르겠다. 동어 반복 같기도 하고…. 용어에 대한 명쾌한 설명부터 있었으면 좋겠다.”

참여정부에서 ‘노무현 브레인’ 역할을 했던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문재인 정부를 국가주의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가 개혁을 추구한다는 것은 두루 아는 사실이다. 개혁은 기본적으로 국가 중심을 의미하는 것이고, 문재인 정부를 떠받치는 진보는 국가주의적인 가치가 굉장히 강하다. 보수도 국가주의가 강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 보수 진영에서 국가주의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 것은 새로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보수는 자유주의와 자유주의적 시장경제를 중심적인 이념과 정책목표로 삼겠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실제로 그런 것인가? ‘그럼 국가주의가 아닌 당신(보수)들은 뭐냐’고 물었을 때 사회적 다원주의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에서는 불쑥 말만 꺼낼 게 아니라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야 한다. 김 위원장이 말하는 국가주의에 반대되는 말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조언이 있다면?

“대의민주주의·정당·의회 이런 것들의 역할을 뛰어넘어서 직접민주주의적 방식을 선호하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웠으면 좋겠다. 지방정부 수준에서는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체 국정을 총괄하는 중앙정부 수준에서는 다른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 정부의 엘리트 충원 범위가 너무 좁다. 지나치게 동질(동류)적 집단으로만 충원하고 있다. 스스로 권력 기반을 좁게 만들면 큰 개혁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여론에 따라가면서 모든 것을 거는 듯한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가 여론에 즉응적(卽應的)으로 반응한다면 ‘대통령과 개혁자들의 철학·비전은 무엇인가’라고 묻게 된다. 한 사회의 전체적이고 장기적이고 구조적으로 개혁하는 비전과 사회의 운영 원리를 찾아나가는 것은 여론에 대응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개혁을 하겠다는 것은 좋다. 하되 우선순위를 두고 치밀하게 기획하고 그 과정에서 제도의 힘을 통해 하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의도, 좋은 개혁이 스스로를 정당화한다고 생각하기보다 의회에서 상대방을 설득하고 동의를 구하고 서로 협력해 나가는 과정을 중시했으면 좋겠다.”


▎사진:김현동
- 글 최경호·문상덕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 사진 김현동 기자 kim.h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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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호 (2018.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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