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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한강변 아파트 주민들이 바라보는 文 정부 부동산 정책 

“평당 1억이 높다고요? 앞으로 2억까지 갈 걸요” 

글 문상덕 월간중앙 기자
치솟는 가격에 거래 실종, 강남 중개업소에는 매물 찾는 전화 하루 수십 통 ... 반포주공·압구정현대 재건축 되면 ‘한강변 초고가 벨트’ 형성 가능성 커져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아파트 단지인 아크로리버파크가 ‘평당 1억원’이란 천장을 뚫었다. 가격이 한번 뚫리자 인근 아파트도 속속 1억원을 향해 호가를 올리고 있다. 서울 주요 지역의 아파트값이 고공행진을 계속하자 정부는 ‘9·13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반포동 아파트 주민들은 “세금이 100만원 오르면 집값은 1억원 넘게 뛴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이다. 한 도시학자의 진단처럼 ‘공적 냉소와 사적 열정이 지배하는’ 서울 한강변의 아파트값 폭등 현장을 찾아갔다.


▎서울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는 8월 말 24평형이 24억5000만원에 매매되면서 ‘대한민국 아파트 1번지’로 떠올랐다.
"세금이 100만~200만원 오른다고 해서 집을 팔겠나. 오히려 ‘똘똘한 한 채’를 사려는 부자들만 더 몰려들 것이다.”

정부가 고강도 처방이라며 내놓은 9·13 주택시장 안정 대책에 대해 중견 운수업체 대표 A씨는 코웃음을 쳤다. 서울 강남의 요지 ‘래미안퍼스티지’에 거주하는 그는 “부동산 시장은 절대로 안정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다음과 같은 이유를 댔다.

“2010년 22억6000만원을 내고 72평짜리 집을 샀다. 지금은 37억~38억원을 오간다. 매년 1억7000만원가량 오른 거다. 세금이 무서워 집을 내놓는다고? 돈 있는 이들은 이번 기회에 집 한 채 더 사자는 마음을 굳힐 것이다.” 종합부동산세를 올리고 대출을 막는 정부의 고강도 처방전에도 그는 전혀 위축되지 않은 표정이다.

인근의 반포 아크로리버파크에 사는 외국계 회사 임원인 B씨도 비슷한 입장이다. 이번 정부 정책 발표에 대해 “큰 부담이 없다”며 무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평소 재산세 등을 은행 자동 이체로 돌려놓아서 사실 얼마 내는지도 잘모른다”고 어깨를 으쓱했다.

40억원대 아파트를 1채 보유한 B씨의 경우 종합부동산세가 기존 1.0%에서 1.4%로 늘어나게 된다. 이 경우 금융권 관계자는 B씨가 부담해야 할 종합부동산세가 현재 250만원 수준에서 두 배 가까이 늘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B씨는 “크게 부담되는 수준 아니다”면서도 “나도 쉽게 돈 벌지 않았는데 강남아파트에 사는 게 죄악인 양 타깃으로 삼는 건 불쾌하다”고 불편해했다.

9·13 대책 방아쇠 당긴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B씨처럼 전문직 종사자, 대기업 임원, 자영업자들이 목돈을 쥐게 되면 강남에 아파트를 구입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는 얘기는 어제오늘만의 얘기가 아니다. 현실적으로 온 가족이 생활하기에 편리하고 자녀 교육에도 유리해 구입한 아파트인데 값이 오른다고 해서 “문제 될 게 뭐냐”는 대답이다. 이들에게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안정화 대책은 무관심한 이야기로 들릴 뿐이다.

B씨가 사는 아크로리버파크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3.3㎡(1평)당 1억원’을 돌파했다고 해서 유명세를 탔다. ‘가격이 천장을 뚫은 아파트’로 떠오르면서 9·13 대책으로 이어지는 부동산 이슈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전용면적 59㎡(24평형) 매물이 24억5000만원으로, 평당 1억208만원에 팔렸다고 8월 21일 언론에 보도됐다. 불과 7개월 사이 6억원이나 오르면서 “실제 거래가가 맞느냐”는 반응이 뒤따르기도 했다.

세간의 관심은 수치로도 엿볼 수 있다. 빅데이터 조사업체인 다음소프트는 이 기사가 나온 직후인 8월 5주차(24~30일) 동안 가장 뜨거운 이슈가 ‘부동산’이었다고 분석했다. 아시안게임 축구 금메달의 주역인 ‘김학범 축구대표팀 감독’과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취소’를 모두 제쳤을 정도다. 이들의 뒤를 이어 ‘아파트’ 키워드가 4위를 차지해 주택 가격 동향에 쏠린 국민의 관심사를 짐작하게 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아크로리버파크는 도대체 어떤 아파트이기에 평당 단가가 1억원을 웃돌고 정부의 부동산 억제책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것일까?

입지나 주변 환경이 일단 매력적이다. 강북에서 강남 방면으로 가는 반포대교에 오르자마자 오른쪽에 은백색 건물이 한눈에 들어왔다. 한강을 해자로 두른 성채 모습을 한 아크로리버파크다. 이 아파트는 38층으로, 6~12층인 인근의 오래된 아파트와 선명하게 대조를 이룬다. 2014년 6월 서울시가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한 덕이다. 한강변 아파트의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해 온 서울시는 단지 내 주민 시설을 외부에 개방하는 조건으로 예외를 인정했다. 아크로리버파크가 사상 초유의 평당 1억원 돌파의 신기록을 세우는 발판이 된 셈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아파트가 뜬 이유로 편리한 교통과 대치동에도 뒤지지 않는 좋은 교육 여건을 꼽았다. 서울지하철 9호선 신반포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고 강남고속버스터미널을 지척에 뒀다. 1600여 세대로 이뤄진 이 단지에 ‘해·달·별’로 이름 붙여진 구립 어린이집만 세 곳이 있다. 단지 바로 옆에 있는 사립 외국인 학교는 유치원부터 초·중·고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아크로리버파크 어귀에 자리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 밖에도 계성초, 세화중·고 등 우수한 학교들이 몰려 있어 대치동에도 뒤지지 않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도심과 곧바로 연결, 입주민 커뮤니티도 활발


▎아크로리버파크 102동에 위치한 주민시설인 ‘하늘도서관’에서 촬영한 서울 반포동 일대. 동작대교와 용산구 이촌동의 ‘래미안 첼리투스’가 보인다. / 사진:문상덕
이 아파트뿐 아니라 인근의 래미안퍼스티지, 반포자이, 신반포아크로리버뷰 등 한강을 끼고 있는 강남권 신축 고층 아파트 단지들의 아파트값도 들썩인다. 입지 조건에다 이른바 한강 조망권 등 전망도 좋아 가격 상승 잠재력이 높은 까닭이다.

서민들은 꿈도 꾸지 못할 이들 초고가 아파트의 소유자, 또는 거주자들은 누구일까? 부동산 중개업자들에 따르면 직업을 일률적으로 특정할 수는 없지만 여의도동·삼성동에서 사업하는 기업가나 외국계 회사 임원, 유명 연예인 등 재력가들이 주로 매입하거나 전세로 들어온다고 한다. 청와대 인사 가운데선 주영훈 청와대 경호실장이 반포자이 전용면적 84㎡에 산다고 알려졌다. 지난해 5월 이전까지만 해도 16억원 선이었으나 9월 초 23억원까지 올랐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강남·북, 여의도 접근성이 뛰어나 지리적인 이점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며 “8월 말 유명 격투기 선수가 아파트 매입을 위해 부인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고 귀띔했다.

여의도에서 잘나가는 광고회사를 운영하는 C씨는 이 일대 아파트 34평형에 거주한다. 2016년 11월 10억원에 2년 전세로 들어왔다. C씨는 편리한 교통을 가장 만족스러워했다. “차가 안 막힐 때는 여의도 사무실까지 10분 안에 갈 수 있다. 그리고 집 앞에 신반포역이 있으니 아무리 술을 먹고 난 뒤에도 못 갈 곳이 없다. 그래선지 굳이 고급차를 탈 이유를 느끼지 못한다.”

여의도와 거리로 따지자면 동작구 흑석동이나 영등포구 문래동·신길동이 더 유리할 수 있다. C씨는 “물론 그렇지만 그런 동네는 대단지 아파트가 아니라 연립주택이 훨씬 많다”며 “강남만 놓고 보면 여의도와 가장 접근성이 좋은 지역은 반포동이다”고 단언했다.

새로 지은 아파트에 딸린 최첨단 편의시설도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매력 포인트로 작용한다. C씨의 안내로 들어간 단지 내 커뮤니티센터에는 헬스장부터 스크린골프, 수영장 등 운동시설과 게스트하우스, 스카이라운지 같은 부대시설이 망라돼 있었다. C씨는 “주로 월 2만원만 내면 커뮤니티센터 내 헬스장과 사우나를 풀로 이용할 수 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여기서는 커뮤니티센터를 중심으로 결성된 취미 동호회에 참여하는 기회도 잡을 수 있다. 매달 한 차례 라운딩을 하는 골프 동호회의 경우 고객을 유치하려는 인근 은행에서 후원해줄 때도 있다고 그는 전했다. C씨는 “밖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네트워크에 가까이 간다는 느낌을 갖는 것도 아파트 주민들이 누리는 이점”이라고 자랑했다.

앞서 언급한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는 외국계 회사의 임원인 B씨도 같은 생각이다. 그는 이 일대 전용 129㎡(52평형) 아파트에 살고 있다. 30년간 부은 청약통장을 활용해 2014년 10월 분양 때 당첨됐다. 당시 분양가격이 21억원이었는데 평당 가격을 계산해 보면 현재 시세의 절반 수준인 4038만원이다. 현재 B씨가 거주하는 집은 40억원을 호가한다. B씨는 “이곳으로 오기 전에도 반포동에 살았기 때문에 익숙함이 좋았다”면서 “집에서 압구정동 사무실까지 차로 10분밖에 안 걸린다”고 말했다.

시세차익을 노려 매각하라는 부동산 업자들의 권유에도 지역 주민들은 느긋해하는 편이다. 지역의 한 주민은 “동네 주민들도 평당 1억원을 돌파했다는 이야기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다”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정말 그런 아파트가 있는지 반신반의하기도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럼에도 자기 집을 당장 팔 생각은 없어 보인다. ‘실제로 1억원을 돌파했다면 시세차익을 볼 마음이 없느냐’는 질문에 B씨는 “그럴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에 중개업소에서 팔 생각이 없느냐는 전화가 많이 온다. 급전이 필요하다면 모를까 지금 상황에서는 그럴 필요성을 못 느낀다.” 당장의 차익보단 이곳에 거주하면서 얻는 만족감이 크다는 말이다.

반포지구에서 ‘한강 1억원 벨트’ 동진(東進) 중


▎2012년 7월 신반포1차아파트 (현 아크로리버파크) 재건축사업 설명회에 재건축 조합원들이 참석해 설명을 듣고 있다. 현재도 입주민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30~40년 거주한 원주민으로 파악된다.
이튿날 다시 방문한 아크로리버파크 맞은편 상가에서 중개업자 D씨를 만났다. D씨는 1977년 신반포1차 아파트가 지어진 때부터 중개업소를 운영해 온 이 지역 토박이다. 그는 “8월 중순부터 보름 사이 호가만 4억원이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8월 15일 34평형(84㎡)을 27억5000만원에 팔았다. 당시 시세가 26억원 내외라 중개업소 직원끼리 ‘너무 비싸게 팔았다’고 미안해할 정도였다”며 “그런데도 매도인들이 27일 월요일에 28억원을 말하고 금요일엔 30억원까지 부르더라”고 했다. 매수 문의는 계속해서 쏟아져 들어왔다. D씨는 “하루에 열 통 이상 전화가 온다. 이제껏 이런 적이 없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이렇게 수요와 공급이 미스매치되는 경우는 부동산 중개 인생 40년 동안 경험하지 못한 이상 현상이다.”

이처럼 귀한 대접을 받는 반포지구도 처음엔 한강변에 제방을 쌓아올려 만든 매립지에서 출발했다. 이 지역에 호화 맨션과 아파트 3300가구를 짓겠다는 1971년 7월 주택공사의 발표가 반포지구 개발의 신호탄이었다. 1973년에 전용면적 72~205㎡(22~62평형) 3590가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분양 당시엔 ‘남서울 아파트’로 불렸던 반포주공1단지(구반포)는 가장 먼저 한강 남쪽에 건설된 대단지 아파트였다. ‘강남 아파트 신화’의 서막을 열어젖힌 셈이다.

민간 건설회사들도 개발에 뛰어들었다. 대표주자가 반포지구 사업에 첫 삽을 뜬 한신공영이다. 1977년 반포주공1단지 바로 옆 부지에 신반포1차 아파트를 짓기 시작해 1996년까지 19년 동안 28차에 달하는 단지를 조성했다. 전용면적 89~109㎡(27~33평형) 730가구로 출발한 신반포1차 아파트의 분양가격은 3.3㎡당 33만원이었으나 입주를 앞두고 최고 300만원 프리미엄이 붙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2016년 신반포1차 아파트를 헐고 재건축한 단지가 바로 아크로리버파크다. 2013년 분양 당시 3.3㎡당 4130만원을 기록했다. 40여 년 만에 125배로 오른 셈이다. 그리고 5년 뒤 3.3㎡당 1억원을 돌파하면서 세인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어쩌면 아크로리버파크의 사례는 시작에 불과할지 모른다. 반포동 일대는 1만여 세대에 이르는 대규모 재건축을 앞두고 있다. 5400세대를 신축하는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주거구역 단위)는 총사업비가 10조원에 달해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이라고 불린다. 이곳은 아크로리버파크 소식이 알려진 뒤 일주일도 채 안 돼 ‘3.3㎡당 1억원’ 클럽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용면적 140.33㎡(42평)이 42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반포주공은 재건축도 되지 않은 오래된 아파트여서 충격이 더 컸다.

또 신반포로를 사이에 두고 1·2·4주구를 마주 보는 3주구(2000세대)도 이미 시공사 선정까지 끝난 상태다. 반포대로를 끼고 있는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는 11월 30일까지 원주민 이주를 마치고 내년 5월에 3000가구 규모로 착공될 예정이다.

여의도·용산 ‘통째 개발’ 미뤄졌지만 불씨는 여전

반포지구에 이어 강남 아파트 역사를 써내려 간 압구정 현대14차 아파트도 평당 1억원이 유력한 후보다. 전용면적 84㎡ 실거래가가 25억원으로, 아크로리버파크와 2억5000만원 가량 차이가 났다. 1987년 준공된 현대14차는 총 388가구로 동호대교 남단 논현로에 접해 있다. 올림픽대로·강변북로 진·출입은 물론 강남·북 어디로든 이동이 쉬운 입지다.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이 코앞에 있고 맞은편에 현대백화점이 자리하고 있다. 현대14차는 현대 1~7차, 10·13차, 현대·대림빌라트 등과 함께 압구정 3구역으로 묶여 재건축이 추진 중이다.

최근 속도를 내고 있는 용산 재건축 지역도 부동산 투자자들이 눈독을 들이는 곳이다. 지난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한 동부이촌동 한강맨션과 한강삼익은 지난 7월 교통영향평가도 나란히 조건부 통과했다. 두 단지 모두 연내 사업시행인가 신청이 목표다. 특히 한강맨션은 101%라는 낮은 용적률 대비 매매가가 저평가됐다는 의견이 나온다. 용산공원의 경우 그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남산과 연결되고 서울역, 한강까지 아우르는 공원이어서 지금까지의 다른 공원들과는 비교가 불가할 정도로 파급력이 크다.

한강변 아파트는 지역을 가리지 않고 프리미엄이 붙는다. 부동산114의 분석에 따르면 서울 한강변의 아파트 가격은 단지 내 평균 거래가격보다 10%가량 더 비싸다. 지난해 서울 한강변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다. 그래서 아크로리버파크 59㎡가 단숨에 3.3㎡당 1억원을 돌파한 것은 한강 프리미엄 덕이 컸다. 같은 단지라도 한강에서 거리가 있는 매물보다 3억원의 프리미엄이 더 붙었다.

이런 흐름은 한강변에 들어서는 새 아파트가 연일 최고 분양가 기록을 경신하는 것도 피부에 와 닿는다. 지난해 성동구 성수동에 분양한 ‘아크로 서울포레스트’는 3.3㎡당 평균 분양가가 4838만원으로 책정돼 역대 최고 분양가를 경신했다. 또 최근 용산구 한남동에 임대 후 분양 단지로 공급된 ‘나인원 한남’은 임대가 끝나는 시점의 3.3㎡당 분양가격이 6000만원 안팎에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식이라면 조만간 한강변을 따라 좌우로 평당 1억원 아파트가 줄을 서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한강변 일대의 개발 열풍 조짐은 주먹구구식 행정으로 혼선을 자초한 서울시 탓도 없지 않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여의도 및 용산 일대를 신도시에 버금가게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가 주택 시장 안정을 이유로 다시 거둬들인 바 있다.

서울시의 갈지자 행보와 무관하게 부동산 시장은 이미 가열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신반포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박원순 시장이 용산과 여의도를 통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그 지역 열기가 반포로까지 넘어왔다”고 귀띔했다.

강북 쪽도 웅성거린다. 성동구 성수동의 경우 지난해 삼표레미콘 공장의 이전이 결정되고 그 일대에 대한 개발 계획이 발표된 바 있다. 또한 광진구는 한강변 최대 유망 개발 사업 중 하나인 자양동 일대 재개발 사업이 본격화됐고, 송파구 잠실동 일대 역시 주공아파트들의 재건축이 속도를 내기 시작한 상태다.

“한강변 초고급 아파트, 가격 상승 여력 충분해”


▎9월 13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 둘째부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동연 부총리, 최종구 금융위원장, 한승희 국세청장. / 사진:연합뉴스
이렇게 한강변을 따라 좌우로 펼쳐지는 고층 신축 아파트 단지들은 언젠가 ‘평당 1억원 아파트 벨트’를 형성할지도 모른다. 천정부지로 솟는 한강변 아파트의 가격 상승세의 끝은 어디일까?

한강변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이라는 견해를 보자.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외국의 대도시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지 않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그 근거로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을 제시했다. PIR은 주택가격을 가구당 연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연 소득을 모두 모을 경우 주택을 사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측정하는 지표다. 예를 들어 PIR이 10이면 번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0년을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다는 얘기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정영식 연구위원이 지난 5월 발표한 ‘글로벌 부동산 버블 위험 진단 및 영향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서울의 PIR은 11.2였다. 홍콩(19.4)·베이징(17.1)·상하이(16.4)보다는 낮지만 런던(8.5)·뉴욕(5.7)·도쿄(4.8)보다 높은 수치다. 보고서는 “서울의 PIR은 홍콩·베이징·상하이 등 중국 도시들과 함께 다른 국가 대도시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의 버블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심 교수는 KIEP에서 내놓은 수치에 대해 “통계적인 오류”라고 지적했다. “우리는 서울시고 다른 나라는 ‘뉴욕권’인 식이다. 비교 층위가 맞지 않는다. 서울과 수도권 수치의 중간값 정도가 ‘서울권’ PIR이지 않겠나 생각한다.” 심 교수의 주장에 따라 KB국민은행이 내놓은 2018년 2분기 주택가격 동향을 살펴보면 서울권의 PIR은 8.85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각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를 3.3㎡당 가격으로 비교해 봐도 한국은 높지 않은 수준이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는 3.3㎡당 52만9101달러(2016년 기준)에 달했다. 당시 환율인 1161원을 적용하면 평당 6억원이 넘는다. 심 교수는 “서울의 최고가 아파트는 가격 상승 여력이 있다”면서 “강남 혹은 한강변의 고급 아파트는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해외 대도시와 비교해 볼 때 국내에서도 평당 2억원 아파트가 등장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물론 반대 의견도 많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전 세계 자본이 몰려드는 런던·파리와 서울을 단순 비교하는 건 난센스”라며 “강남 일대 주택가격은 거품”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의 경우 사회적 부담 능력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가격이 폭등했다며 그는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우스갯소리로 ‘한국이 자본주의인 것은 동아시아의 미스터리’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평등주의 문화가 있어서 다른 단지가 3.3㎡당 1억원이라고 하면 ‘우리도 따라가야 한다’고 여긴다. 비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져도 그걸 보편화하고 확산해서 기준 가격으로 만들어버리는 식이다. 그래서 다른 나라보다 더 한국의 부동산 시장이 위험하다고 하는 것이다.”

이렇게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망은 전문가에 따라서도 제각각이다. 분명한 점은 춤추는 평당 1억원을 오가는 강남의 부동산 시장은 전국의 ‘큰손’들을 끌어들이고 주변 지역까지 부동산 거품을 번지게 할 여지가 많다는 지적이다. 현장에서 만난 아파트 보유자, 부동산 중개업자, 전문가들은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탐욕과 속성을 충분히 통찰하는 심도 있는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규제 후 상승이라는 악순환을 되풀이할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박철수 서울 시립대 건축학과 교수도 “시장이 불안정할수록 강남 부동산으로 돈이 몰리는 건 이제 불변의 진리”라면서 “‘공시지가 현실화, 거래세 인하, 보유세 인상’ 등 총론을 먼저 잡고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정책 당국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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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부동산 중개업소 단속을 강화하면서 반포동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는 대부분 불을 켜둔 채 문을 닫아놓은 모습이었다.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 직후 찾은 서울 잠실동의 중개업소 모습.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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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에는 음과 양이 있는 법. 부동산 폭등을 참지 못한 정부가 칼을 빼 들었다. 9·13 주택시장 안정 대책에 앞서 8월 31일 국토교통부는 “아크로리버파크가 3.3㎡당 1억원에 거래됐다는 보도가 있어 실제 계약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며 포문을 열었다. 과열된 아파트 단지의 부동산 중개업 시장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비정상적 가격 급등을 부추기는 세력에 대한 엄단하겠다는 신호다. 거짓 계약 정보를 흘려 호가를 끌어올리진 않았는지 의심하는 것이다. 높은 가격에 가계약을 맺었다가 며칠 내 계약을 취소해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도 단속 대상이다.

이 일대 부동산 시장은 외견상 순식간에 얼어붙는 듯한 양상이다. 정부의 단속 소식에 부동산 중개업자 상당수가 가게 문을 걸어 잠그고 자리를 비웠다. 가게 불을 켜놓는 걸로 봐서는 아예 문을 닫았다기보다 잠시 몸을 피하는 것처럼 보인다. 아크로리버파크 맞은편 상가가 그랬다. 9월 6일 이 상가를 찾았을 때 부동산 중개업소 13곳 중 문을 연 곳은 한 군데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문을 열고 들어가 신분을 밝히자 “나가 달라”는 반응만 돌아왔다.

이날 만난 상가 관리인은 “구청에서 단속이 나온다는 소식이 돌아 모두 몸을 피한 것 같다”며 “사무실 유선 번호로 전화가 오면 휴대전화로 연결되게 해둬 굳이 자리를 지킬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상가 한편에 있는 카페는 비교적 한산한 오후 시간대에도 손님들로 붐볐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아파트 평면도를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훑어보는 일행이 눈에 들어왔다. 한쪽에서 평면도가 그려진 팸플릿에 무엇인가 그려가며 설명을 하면 상대방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다.

아크로리버파크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다른 상가의 부동산 중개업소들도 개점휴업을 방불케 했다. 중개업소 13곳 가운데 10곳이 문을 닫았다. 잠깐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중개업자 A씨를 붙잡아 ‘당당하면 단속이 와도 문을 닫고 있을 이유가 없지 않나’고 물었다. A씨는 “지금도 매물이 씨가 말라 호가가 천정부지로 오르는 상황”이라며 “집값 담합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문했다. “그렇지만 정부 눈 밖에 나서 좋을 일은 없다”며 몸을 사렸다.

숨바꼭질은 비단 정부와 중개업소 사이에만 있는 게 아니다. 주민하고 업소도 치열한 신경전을 벌인다. 높은 가격을 인위적으로 유지하려는 일부 아파트 소유자와 매매 성사에 목마른 일부 부동산 중개업소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부동산 업자는 통상 매물을 통상 포털 사이트 부동산 정보 코너에 올린다. 올라온 매물의 가격이 너무 낮다고 판단한 같은 아파트의 주민 중에서 일종의 응징 차원에서 ‘허위매물’로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정부기관)에 신고할 때도 있다. 그러면 정부는 이를 토대로 해당 부동산업소를 상대로 현장 조사를 벌이게 된다. 반포 지역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사는 “지역 부동산 카페에서 정해 놓은 가격 아래로 매물이 나오면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에 신고가 밀려든다”며 “그래서 어떤 때는 포털 사이트에 올린 매물을 아예 내려버리곤 한다”고 쓴맛을 다셨다. 이 인근에서 활동하는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최근 강남 일대 부동산 가격 폭등은 부동산 업자들 간의 단합뿐 아니라 주민들의 과도한 욕구에 의한 담합도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한다.

- 글 문상덕 월간중앙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 사진 김현동 기자 kim.h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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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호 (2018.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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