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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文 정부 국정지지율 급락 원인은? 

2년차 징크스 못 벗어 ‘경·북·공(경제·북한·공약)’ 잘 못 굴렸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역대 대통령 2년차 지지율 하락 주원인은 ‘경제’…공약 이행 기대하는 30대 지지층 30% 이상 지지 철회

▎2017년 8월 17일 취임 100일을 맞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변하기에 앞서 생각에 잠겨 있는 문재인 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에게 징크스가 있을까. 있다면 왜 생기는 걸까.

한국 정치에서 대통령은 당선된 직후 시작되는 임기 1년차에 많은 관심을 끌어모은다. 높은 관심은 기대감으로 연결되고 고공행진 지지율로 이어진다. 대통령 제도가 우리보다 뿌리 깊은 미국에서는 대통령 임기 1년차를 허니문 랠리(Honeymoon Rally)라고 한다. 결혼한 커플의 신혼 때처럼 달콤한 시기를 일컫는다. 대부분의 언론은 이 기간 동안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있더라도 호의적인 표현으로 배려한다.

임기 2년차부터는 달라진다. 5년 임기의 대통령은 임기 2년차부터 본격적인 리더십을 보여줘야 하고 일정상 성과를 거둬야 한다. 그러나 많은 대통령은 거의 예외 없이 2년차 징크스에 빠져든다. 이른바 소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다. 프로야구를 비롯해 각 분야에서 두 번째 해에 나타나는 다양한 문제를 꼬집는 표현이다.

프로 1년차는 물불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 그러다 보니 예상보다 더 뛰어난 성적을 올리는 깜짝 스타가 배출된다. 그러나 아무것도 모르고 배트만 휘둘러댄 첫해와는 다른 2년차가 기다리고 있다. 상대 투수는 타자에 대한 분석이 철저하게 이뤄지고 더 이상 치기에 좋은 볼을 건네지도 않는다. 달라진 2년차를 제대로 직시한다면 빨리 적응하는 것이 가능하다. 자신감만 가득할 뿐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2년차 징크스를 피하는 건 불가능해진다. 슬럼프에서 영영 헤어 나오지 못하는 상황도 빈번하다. 예능계의 스타 강호동도 천하장사 씨름왕 시절 2년차 징크스가 있었다고 한다. 두려움 없는 1년차 강호동은 이만기를 뛰어넘었지만 균형이 무너진 2년차 때는 이만기 장사를 두려워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2년차 징크스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2년차 징크스를 피해 가고 있는가. 아니다. 호된 2년차 징크스를 앓고 있다. 문 대통령을 포함해 역대 모든 대통령은 높은 지지율로 임기를 시작한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지지율 고공행진을 1년여 가까이 이어간 대통령도 있지만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처럼 허니문 랠리가 길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文 지지율, 석 달 새 기록적 등락


▎2018년 8월 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전국 소상공인 최저임금 제도개선 촉구 국민대회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는 참가자들. /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의 지지율은 근본적으로 세 가지 변수에 지배받는다. 경제, 북한 그리고 공약이다. 머리글자를 따 ‘경·북·공’으로 부른다. 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과 비교할 때 가장 극적으로 당선된 사례다. 1987년 직선제 개헌으로 국민들은 대통령을 직접 뽑기 시작했다. 해마다 12월에 대통령 선거가 실시됐다. 그리고 대통령직 인수위를 거친 다음 이듬해 2월 25일을 전후로 해 대통령 취임식이 거행됐다.

문 대통령은 예외적인 경우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전직 대통령이 탄핵당한 상태에서 12월이 아닌 5월에 대통령 선거가 실시됐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당선을 예상했고, 이변은 없었다. 전직 대통령의 탄핵과 성난 촛불 민심이 당선의 결정적 이유였다. 문 대통령의 임기는 당선된 다음 날 시작됐고 폭발적인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파격 소통, 적폐 청산을 등에 업고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끌었다. 취임 1년이 되는 시점에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80%대를 넘나들었다. 높은 대통령 지지율은 북·미 정상회담 직후 실시된 제 7회 지방선거에서 여당 압승을 견인했다. 문 대통령의 후광 효과였다. 선거의 여왕은 가고 선거의 황제가 등장한 격이다.

그러나 지방선거 이후부터 대통령 지지율은 브레이크 없는 미끄럼을 타고 있다. 제동장치조차 말을 듣지 않는 모습이다. 한국갤럽이 자체 조사로 9월 4~6일 실시한 조사(전국1000명, 휴대전화 RDD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성·연령·지역 가중치, 응답률 15%,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지 잘 못 수행하고 있는지’ 물어본 결과 ‘잘하고 있다’는 긍정평가는 49%, ‘잘 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42%였다.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한 것도 문제지만 긍정과 부정의 차이가 7%포인트에 불과했다. 표본오차를 감안하면 ‘잘하고 있다’와 ‘잘 못하고 있다’에 큰 차이가 없었다.

석 달 새 지지율 하락 폭은 기록적이다. 같은 조사기관의 지방선거 직후(6월 14일) 조사에서 79%까지 치솟았던 지지율은 30%나 허공으로 사라졌다. 반면에 12%에 머물렀던 부정평가는 30%포인트 더 늘어났다. ‘잘하고 있다’는 평가의 상당부분이 ‘잘 못하고 있다’는 비판으로 돌아선 것이다.

임기 중·후반부터나 나타날 법한 극단적 긍정과 부정 평가 양상이 임기 초반에 발생하고 있다. 이유는 오롯이 경제다. 역대 대통령의 발목을 잡았던 2년차 징크스를 못 벗어났다. 역대 대통령 대부분은 경제 징크스에 울었고 공공개혁(공약)을 통해 반전을 시도했다. 남북관계가 대통령 지지율에 미치는 영향은 치명적이지만 대통령이 지배하는 변수가 되지 못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지지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경제·북한·공공개혁(경북공)을 가장 균형 있게 관리한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었다. 보는 시각에 따라 호불호가 엇갈리지만 성과가 이를 입증한다. 경제는 IMF 외환위기를 극복했고, 남북관계는 2000년 정상회담이 열렸고, 노벨평화상으로 국제적 평가를 받았다. 공공개혁(공약)은 임기 내내 일관되게 추진하면서 핵심 지지층을 잃지 않았다. 김영삼·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중 어느 누구도 경제, 북한, 공공개혁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만큼 균형 있는 관리를 한 이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경제 방향 공감하는 국민, 운용에는 낙제 평가


▎한국갤럽(자체조사) 2018년 8월 28~30일 전국1000명 휴대전화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3%(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 확인가능)
문 대통령이 2년차 징크스에 빠진 첫째 이유는 경제다. 문 대통령을 비롯해 당선된 대부분의 대통령은 ‘개혁’을 전면에 내걸게 된다. 군부 종식을 슬로건으로 내건 김영삼 전 대통령은 전두환과 노태우 전 대통령이 집권한 군부 통치를 적폐로 몰았다. 이것만으로도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은 하늘을 찔렀다. 임기 시작한 6개월 시점에는 지지율이 90%에 육박할 정도였다.

데자뷔처럼 이전 정부를 향한 ‘적폐청산’은 문 대통령 지지율 고공행진의 일등공신이었다. 그러나 지난 6·13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국민들의 정치적 적폐청산은 일단락된 상태로 나타난다. 유권자인 국민들은 선거를 통해 정치적 심판을 한다. 지난 지방선거는 보수 지도자와 정치인들에 대한 심판이었다. 지방선거를 계기로 과거에 대한 심판이 이뤄졌다면 지방선거 이후부터 국민들은 경기회복을 정부에 주문하고 있다.

극적인 전환이다. 임기 1년여 되는 시점까지 대통령 지지율을 지배한 이슈가 남북관계였다면 문재인 정부 2기는 체감 경기에 지배받는다. 임기 5년을 관통하는 경제 운영 철학뿐만 아니라 집권 초 자신만만했던 일자리 정책에 일정한 성과가 나와야 하는 시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핵심 경제 철학으로 ‘소득주도 성장’을 전면에 내걸었다. 현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철학에 대해 국민들은 공감하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여야 공방이 치열했던 지난 8월 여론조사 결과가 국민들의 생각을 확인해준다. 한국갤럽이 자체 조사로 8월 28~30일 실시한 조사(전국1000명, 휴대전화 RDD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성·연령·지역 가중치, 응답률 13%,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방향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물어본 결과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60%로 압도적이었다. 반대 응답은 26%에 그쳤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자영업층에서도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찬성 의견은 54%였고 가정주부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경제정책에 대한 방향이 문제가 아니라 운영능력에 대한 불신과 불확실성이 문제의 핵심이다. 같은 조사에서 문재인 정부의 주요 분야별 평가를 시도했다. 경제·고용노동·복지·교육·북한·외교··공직자 인사 등 7개 분야다. 이 중에서 경제는 26%로 만족도가 가장 낮았다.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공감은 높지만 정부의 경제 운영 능력에 대한 평가는 바닥 수준이다. 이른바 김동연 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 실장의 ‘김&장’ 투톱이 국민들에게 그렇게 믿음을 주진 못하고 있다.

역대 대통령의 2년차 아킬레스건 | 대부분 경제에 발목 잡혀 내리막길


▎2018년 9월 1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발달장애인 평생케어 종합대책 발표 및 초청 간담회’에서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역대 정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개혁 대통령으로 큰 걸음을 내디뎠지만 임기 1년여가 지나는 시점에 물가상승 징크스를 이겨내지 못하고 지지율 하락의 늪에 빠졌다. 군부 기득권 세력인 ‘하나회’ 척결은 국민들의 대환영을 이끌어냈지만 임기 2년차 징크스를 넘지 못했다. 90%에 육박했던 지지율은 고꾸라져 50%대 초반까지 주저앉았고 2년차 후반기에 30%대로 추락했다.(한국갤럽 분기별 지지율)

노무현 전 대통령은 2년차에 접어들면서 야당의 탄핵 시도에 직면했지만 국민경제 사정이 발목을 잡았다. 부동산 정책을 중심으로 혼선을 빚었고 국민들의 평가는 혹독했다. 임기 1년차 60%로 시작한 지지율이 2년차 접어들면서 20%대로 폭락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광우병 파동으로 지지율이 폭락했고 미국발 금융위기로 좀처럼 지지율을 회복하지 못했다. 미국에서 시작된 경제 문제지만 경제 대통령을 표방한 이 전 대통령에게는 시련이었다. 2년차가 시작하면서 지지율은 20%대로 낮아졌다. 그러나 금융위기를 빠른 속도로 탈출하고 ‘친서민 중도실용’ 정책을 내세우면서 2년차 후반부터 3년차가 끝나는 시점까지 40%대 중·후반의 양호한 지지율로 올라섰었다.


▎2012년 11월 신규 순환출자 금지, 금산분리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경제 민주화 정책을 발표를 하고 있는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박근혜 전 대통령은 경제에 큰 문제점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경제민주화’ 정책을 비롯해 많은 경제 현안에 대해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엇갈렸다. 역대 대통령 중 임기 2년차 긍정과 부정의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 지지율 추세로 나타났다. 심지어 2년차 하반기에는 부정평가가 더 높았다. 약속했던 경제민주화 정책은 제대로 실현되지 않았다.

역대 대통령과 다른 2년차를 보낸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71%의 지지율(임기 1년차 1분기)로 시작한 김 전 대통령은 임기 2년차 지지율이 가장 높은 편이다. 특히 다른 대통령에 비해 부정평가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IMF 외환위기를 잘 극복한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인수합병에 따른 대량 실업으로 지지율 주름살이 완전히 다 펴지지는 않았다. 결국 역대 대통령 모두 임기 2년차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징크스를 비켜가지 못했다. 징크스의 가장 큰 원인은 경제 문제였고 국민들에게 비친 모습은 ‘경제 혼선’이었다.

실질적 대북관계 진전 원하는 국민


▎국민일보(극동조사연구소) 1993년 2월 (당시 조사개요 표시 의무사항아니므로 소개되지 않음)(자세한 사항은 국민일보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 ※임기 1년 시점의 조사
대통령의 2년차 징크스의 또 다른 원인은 ‘북한 변수’다. 경제만큼 결정적인 징크스는 아니지만 분단국가의 특수 상황은 모든 대통령들에게 숙명적 과제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임기 시작하자마자 남북관계 개선에 공을 들였다. 많은 이가 김 전 대통령을 ‘개혁 대통령’으로 기억하지만 임기 초반 국민들이 기억하는 다른 모습은 ‘밥 잘 먹는 예쁜 누나’가 아니라 ‘남북관계 잘하는 개혁 대통령’이었다.

임기 1년여 시점에 국민일보의 극동조사연구소가 실시한 취임 1년 평가 여론조사(당시 조사 개요 발표가 의무사항이 아니므로 자세한 내용은 국민일보 검색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무엇을 잘했는지 물어봤다. ‘북한 문제’의 긍정평가 비율이 31.7%로 가장 높았다. 그다음으로 환경·교육·농촌·물가 문제 순이었다. 그러나 임기 2년차에 접어들면서 북한의 태도가 돌변했다. 북한이 핵 사찰을 거부하고 핵확산 방지협약(NPT)을 일방적으로 탈퇴하면서 남북관계는 극도로 경색됐다.

정권 초반 북한과 힘겨루기는 다른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광우병 파동으로 홍역을 치렀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일사불란하게 미국발 금융위기를 잘 극복해 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기 2년차 지지율의 극적인 반전은 없었다.

임기 2년차 징크스로 북한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의 남북관계 방향은 포용정책이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고 정상국가의 길을 선택한다면 각종 경제 지원을 해준다는 취지였다.

임기 1년차 6개월여 만에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2008년 7월 11일 금강산으로 여행을 떠난 대한민국 국적의 여성 관광객이 북한군의 총격을 받아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금강산 사고 이후 이 전 대통령의 임기 2년차 남북관계는 꽁꽁 얼어붙었다. 역대 대통령 대부분은 임기 2년차 대북 관계에 있어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2년차 징크스가 되는 모습이었다.

변덕스러운 북한 변수 | 文, 2년차 국정운영 버팀목


▎한국갤럽(자체평가) 2018년 8월 28~30일 전국1000명 휴대전화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3%(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 확인가능)
문 대통령은 아직까지 사뭇 다른 양상이다. 임기 초반 북한의 연속적인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임기 2년차에 막 접어든 최근까지 남북관계는 최상의 수준이다.

올해 들어 극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평창 겨울올림픽을 지렛대로 남북관계가 급진전됐다. 성공적인 남북관계는 임기 1년차를 마무리하는 시점의 문 대통령 지지율 고공행진으로 이어졌다. 한국갤럽이 8월 28~30일 실시한 자체 조사에서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를 물어본 결과 취임 직후 약 100일 되는 시점(2017년 8월 16~17일)은 ‘잘하고 있다’는 긍정평가가 53%, 부정평가가 25%였다.

임기 6개월여 지난 후(2017년 10월 31일~11월 2일)는 긍정평가 45%, 부정평가 32%로 남북관계 평가는 후퇴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임기 1년 평가(2018년 5월 2~3일)에서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한 긍정평가는 80%를 넘었다. 대통령 지지율 역시 동반 상승했다. 남북 정상회담 결과가 극적인 반전을 만든 셈이다.

하지만 임기 2년차에 접어들면서 ‘북한 변수’는 1년차처럼 호락호락하지 않아 보인다. 전통적으로 역대 대통령은 임기 초반 북한과 힘든 줄다리기를 하는 징크스에 시달려 왔다. 북한의 정교한 전술로 볼 수도 있겠고, 미국과 중국 변수까지 감수해야 하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운명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임기 2년차 4개월이 흐른 시점의 지난 8월 조사(28~30일)에서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 평가는 53%가 긍정적이고 30%가 부정적이었다. 부정평가 비율이 고작 7%밖에 되지 않았던 지난 5월과는 전혀 다른 평가다. 판문점 선언과 북·미 정상회담으로 시작은 창대했지만 과정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대북 문제는 물 흐르듯 전개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평양에서 열리는 3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반전의 계기가 만들어질 수 있겠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북한 변수’ 징크스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비핵화에 한 걸음 더 내딛는 성과가 있어야 하고 우리 국민의 의심을 믿음으로 바꾸는 북한의 진정성 있는 태도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임기 2년차, 남북관계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이벤트보다 실질적인 진전이 있었는지 여부를 더 묻게 된다. 리서치앤리서치가 바른정책연구소의 의뢰로 9월 3~4일 실시한 조사(전국 1005명, 유·무선 RDD전화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 포인트, 성·연령·지역 가중치, 응답률12.6%,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한반도 종전 선언’과 ‘북한의 비핵화’ 중 어느 쪽이 더 먼저 실행돼야 하는지 물어본 결과 ‘북한의 비핵화’가 56.6%, ‘한반도 종전 선언’은 35%였다. 4월의 판문점 선언 이후 북한의 비핵화에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는지 여부를 물어본 결과 ‘가시적 성과가 있는 편’이라는 응답이 45.1%였고,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편’이라는 의견이 44%였다. 임기 1년차 대북정책이 대통령 지지율에 ‘대박’이었다면 임기 2년차는 ‘북한 변수’가 지지율 징크스가 될 공산이 크다.

‘공약 상실’ 징크스로 2년차 지지율 하락


▎한국갤럽(자체조사) 2014년 3월 4~6일 전국1000명 휴대전화RDD조사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5%(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 확인가능)
임기 2년차 대통령 지지율 징크스의 또 다른 원인은 공공개혁이다. 바로 대통령의 공약 이행이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많은 약속을 공약이라는 이름으로 국민들에게 밝힌다. 임기 1년차는 인사·소통 등으로 바쁜 시간을 보낸다. 국정운영을 설계하고 첫 단추를 끼는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므로 국민들의 요구사항이 많지 않다. 그래서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정도 국민과 언론은 대통령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허니문랠리)을 보인다.

임기 2년차는 다르다. 약속에 대한 실천을 요구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기 2년차에 가장 많이 받은 지적 사항은 공약 불이행이었다. 한국갤럽이 2014년 3월 4~6일 실시한 자체 조사(전국 1017명, 휴대전화 RDD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성·연령·지역 가중치, 응답률 15%,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대통령 직무 수행 부정평가 이유’를 물어본 결과 ‘공약실천 미흡/공약에 대한 입장 바뀜’이 23%로 가장 높았다. 그다음은 ‘소통 미흡/ 너무 비공개/ 투명하지 않다’ ‘경제정책’ ‘복지/서민 위한 정책 미흡’ 등의 순으로 나타난다.

역대 대통령은 대선 승리를 위해 숱한 공약을 쏟아낸다. 하지만 임기 2년차 본격적인 국정운영이 진행되는 시점까지 로드맵조차 내놓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박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이유 중의 하나는 ‘경제민주화’였다. 보수 정당의 후보가 경제민주화 이슈를 선점하면서 선거 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정작 대통령이 된 이후 경제민주화가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국민은 많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청문회 스타’로 인지도를 넓혔다. 개혁과 혁신의 아이콘으로 통했다. 대통령 선거에서 많은 개혁 공약을 내걸었다. 지방분권과 국가 균형발전,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경제 확립,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 참여복지와 삶의 질 향상, 국민 통합과 양성평등의 구현,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구축 등이다.

집권 2년차가 돼서도 공약은 제대로 실천되지 않았다. 수도 이전은 행복도시로 위축됐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은 지지층으로부터 신자유주의자라는 비판을 감수해야만 했다. 과학기술 중심 사회 구축은 황우석 사태로 기초부터 흔들렸다. 국정운영에 토론을 강조했지만 대통령 본인의 발언이 구설이 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분기별 지지율 조사(갤럽)를 보면 노 전 대통령은 임기 1년차 상반기 이후부터 임기 마지막 순간까지 10~30%대 지지율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임기 2년차에 과감하게 공약을 실천하지 못한 점이 징크스로 작동했다. ‘공약 상실’ 징크스다.

지지율 반등 해법 | 국정 과제 무게중심 잡기


▎한국갤럽 역대 대통령 지지율(문재인 대통령 2년차 2분기 지지율은 2018년 9월 4~6일 조사결과)
역대 대통령 지지율을 분석해 보면 공통점이 있다. 임기 1년차는 매우 높은 기대감으로 고공행진 지지율을 보인다. 그렇지만 임기 2년차로 접어드는 길목에 지지율 하락 폭이 커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아무리 잘나가는 프로선수일지라도 2년차에서 고전하는 사례가 많다. 선수 스스로도 슬럼프에 빠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몰라 고통스러워한다. 2년차 슬럼프를 이기지 못해 제대로 꽃피우지도 못하고 무대에서 사라지는 일도 허다하다.

전문가들은 2년차 징크스에 대한 분석을 한 후 이구동성으로 징크스의 원인을 설명하면서 균형(밸런스)이 무너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정신 없이 열심히 하던 1년차 시기를 지나 2년차가 되면 상대팀의 견제는 강해지고 팬들의 기대감은 더욱 치솟는다.

높아진 중압감을 이겨내는 일이 결코 간단하지 않다. 더욱 잘해야지 하는 마음을 갖는 건 자연스러운 일지만 객관적으로 주변을 돌아보는 일이 우선이다. 타자들은 공격·수비·주루의 3박자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공격은 되는데 수비가 형편없다면 꾸준한 실력을 유지하기 힘들다. 공수 조화를 만들어냈지만 주루 플레이가 허술하다면 최상위 선수가 되기는 어렵다. 결국 한쪽만 치우쳐서는 안 되고 공격·수비·주루에서 고루 균형을 이뤄야 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개혁 정부를 내걸었지만 결국 경제를 잡지 못해 외환위기를 초래한 대통령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경제에 능력을 발휘했지만 임기 2년차 ‘북한 변수’에 휘둘리며 지지율 하락 징크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외교 순방 효과를 거두며 임기 1년차 지지율 고공행진을 했지만 임기 2년차 공약을 실천하지 못하면서 징크스 늪에 빠지고 말았다. 역대 대통령마다 조금씩 이유는 다르지만 2년차 징크스를 비켜가지 못했다. 2년차 징크스의 가장 큰 원인은 ‘경제 혼선’이었고 ‘북한 변수’와 ‘공약 상실’이 뒤따랐다.

‘촛불민심’과 ‘적폐청산’으로 대통령 자리에 오른 문 대통령 또한 ‘2년차 징크스’를 호되게 앓고 있다. 9월 11~13일, 한국갤럽이 실시한 자체 조사(전국 1001명, 휴대전화 RDD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성·연령·지역 가중치, 응답률14%,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 확인 가능)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50%로 하락세를 멈췄다. 그러나 ‘경제 혼선’에 예민한 자영업층의 대통령 평가는 부정이 58%로 긍정보다 20%포인트 이상 더 높았다. 여기에 ‘북한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도층의 대통령 지지율은 긍정 47%, 부정 43%로 별반 차이가 없다. 임기 1년 평가를 시도한 조사(2018년 5월 2~3일)와 비교했을 때 4개월 사이 중도층의 대통령 지지율이 34%포인트나 빠졌다.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도 하락 폭이 매우 크다.

‘공약 상실’에 영향 받는 응답자 계층은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다. 대통령의 공약에 힘을 실어주고 빠른 시일 내 실천되기를 바라는 콘크리트 지지층이다. 바로 30대다. 1년 평가 시점에 30대의 대통령 지지율은 무려 90%에 육박했다(89%). 그렇지만 가장 최근 조사에서 30대의 대통령 지지율은 58%였다. 30%포인트 이상 대통령 지지층이 사라졌다. 2년차 징크스는 경제·북한·공약의 균형이 무너져버렸기 때문이다.


▎1997년 12월 19일, 일산 자택을 나서며 마을 주민들과 보도진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는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와 부인 이희호 여사.
역대 대통령 중 임기 2년차를 지지율상으로 가장 잘 관리한 김대중 대통령이었다. 경제는 IMF 위기를 극복했고 북한은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발판을 임기 2년차에 만들었다. 공약은 다 이행하지는 못했지만 임기 내내 지속적인 추진과 성과를 거뒀다. 특히 여성 인권을 진일보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자처하며 동교동 자택 문패에 ‘김대중, 이희호’ 부부 이름을 나란히 써놓은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가족법을 개정했고 여성부를 최초로 신설했으며 한명숙 전 총리를 초대 장관으로 임명했다. 선거 당시 공약이었고, 그 약속을 지켰다. 여기에 2년차 징크스 극복의 ‘신의 한 수’가 담겨 있다. 문 대통령이 2년차 징크스를 헤치고 나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내기 위해 균형은 필수적이다. 문 대통령의 2년차 징크스 탈출은 ‘경북공’의 균형이 답이다.

-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201810호 (2018.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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