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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 인터뷰] ‘청년 보수 아이콘’ 떠오른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보수 살아나려면 안보·경제·교육 가치 재설계해야” 

글 허인회 월간중앙 기자
전당대회에서 손학규·하태경 이어 3위로 당 지도부 입성…“한국당, 국회의원 253명의 인적 쇄신 이룰 여력 없어”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소신과 비전을 밝히고 있다. 그는 “정치는 자기 목소리를 내기 위해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공손해지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2011년 연말, 한나라당은 ‘디도스 사건’과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한다. 당내 유력한 대선주자였던 당시 박근혜 의원이 구원투수로 나섰고 그가 당의 변화를 이끌 인물로 발탁한 이는 26세의 젊은 사업가, 이준석이었다.

영입 당시 그가 당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내건 조건은 하나였다. “할 말은 해도 된다는 약속만 지켜 달라.”

‘이준석’의 등장은 신선했고 박 비대위원장에게 요구했던 대로 거침없는 언행을 이어가며 이듬해 4월 19대 총선과 같은 해 12월 18대 대선 승리에 일조했다.

그랬던 이준석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집권 정당의 중심에서 멀어졌다. 이후 2016년 총선 낙선, 2018년 재·보선 낙선 등 부침을 겪었지만 9·2 바른미래당 전당대회에서 손학규·하태경 후보에 이어 3위를 기록하며 정치 전면에 다시 섰다. 정치권에서 보기 드문 이 30대 정치인은 원외(院外) 인사라는 약점을 극복하고 최고위원에 선출됐다.

당 지도부에 입성한 이준석 최고위원은 변함이 없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 이상 정치 경력의 인물이 즐비한 최고위원회에서 7년 전 정치권에 처음 몸담았을 때처럼 소신 있는 발언들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9월 7일 국회 본청에서 월간중앙과 만난 그는 “정치는 자기 목소리를 내기 위해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공손해지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한다. 버릇없다는 세간의 지적을 일축한 것이다.

그는 “보수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안보·경제·교육이라는 보수의 가치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힘줘 말한다. 시대 변화상에 맞는 어젠다를 선점하는 것도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동시에 전문직 엘리트가 아닌 평범한 젊은 인재들도 정치권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청년 보수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1. 바른미래당 새 지도부 출범 | “(손 대표의) 연립정부론은 뜬금없다”


▎6월 노원구 마들역 인근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바른미래당 이준석 후보. / 사진:연합뉴스
9·2 전당대회를 돌아본다면?

“결과가 조금 아쉽다. 절반의 성공이라고 본다. 젊음과 개혁을 모토로 내세웠던 하태경 후보와 내가 상당한 득표를 했다는 것은 위안이 된다. 그나마 젊은 당원이 많았기 때문에 이 정도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여전히 정치 영역에서 더 이상 경험과 경륜만 내세우면 안 된다는 생각에는 변함없다. 대한민국 정치 실패의 원인은 경험에 따른 타성에 젖은 움직임이 이끌어 왔다. 물론 경험과 경륜은 존중하지만 그것이 모든 판단의 잣대가 되는 상황은 막아야겠다는 생각이다.”

새 지도부 출범 이후 손학규 대표와 엇박자를 내는 모습이 보이던데.

“엇박자라 표현되는 부분마저도 누군가의 정치 공작의 일환이 아닌가 생각된다. 지도부가 새로 들어서고 나서 공교롭게도 잠잠했던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의 발언이 잦아졌다. ‘손 대표가 낮은 득표율로 당선됐다’고 말하는가 하면 ‘정계 개편은 손학규가 이끈다’는 등 손 대표를 들었다 놨다 하는 저의를 모르겠다. 민평당이 정의당과의 국회교섭단체도 깨지고 세력이 위축되다 보니 정계개편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대중은 이미 박 의원이 주도하는 정계개편은 퇴행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민평당은 전적으로 박 의원 기획으로 탄생했는데 대중에게 신뢰를 받았는가. 적어도 지지기반이라 얘기하는 호남에서 지지를 받고 있나. 더 이상 정치공학으로 국민들을 힘들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손 대표가 언급한 ‘연립정부’ ‘선거구제 개편’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연립정부론은 뜬금없다. 지금 시점에서 바른미래당이 주장할 만한 어젠다가 아니다. 다만 연립정부 혹은 제7공화국을 거론하는 것이 손 대표 본인의 정치적 야망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대통령을 꿈꾸는 정치인은 끊임없이 자기 관리를 한다. 그렇지 않은 정치인은 내각제 등 권력구조 개편을 통해 한자리 차지하려고 모든 사안을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한다. 손 대표가 여타 정치인과 다른 점은 자신의 가치와 비전으로 대통령을 꿈꿀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 정치 비전을 얘기한 것이라면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북한 주장 거드는 민주당 제안, 동조할 필요 없어”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동의안을 놓고 당내 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민주당이 비준 동의를 요구하는 이유를 살펴보자. 최근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라디오에 나와 비준동의안을 처리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로 ‘남북교류 관련 여러 선언이 있는데 정권이 바뀌니 남북 간 합의가 다 무산되고 중단된 게 있었기 때문에 지속적인 안정성을 위해 북에 신뢰감을 주기 위해 빨리 처리해야 된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는 지난 5월 7일자 북한 노동신문의 주장과 아주 비슷하다. 당시 노동신문은 ‘6·15, 10·4선언의 남북기본합의가 잘 지켜지지 않은 것은 대한민국에 정권교체가 일어나면서 보수정권이 이전의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아서다’라는 관점을 명확히 드러냈다.

이는 근본부터 잘못된 주장이다. 북핵 위기가 온 것은 보수 정권에서 북한을 자극했던 것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북한이 핵을 개발했던 것이다. 1차 핵실험은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6년 발생했다. 대북 유화정책이 최고로 달했던 김대중 정부 때는 연평해전이 일어나 참수리 357정 용사들이 사망했고 급기야 보수 정권이 들어섰을 때는 우리 영토가 포격당했던 연평도 사건이 터졌다. 인과관계에 있어서 북한이 주장하는 프로파간다를 그대로 수용해 민주당이 나서고 있다면 그 주장의 옳고 그름과 관계없이 바른미래당이 적극 동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북핵 위기, 남북관계 경색이 보수 정권 때문이라는 북한의 주장을 민주당이 거들고 있는데 왜 우리가 반복해야 하는가. 그런 관점에서 비준동의안 문제와 관련해 당 지도부의 개인 자격 발언은 성급했다고 본다.”

2. 보수의 미래 | “안보·경제·교육에서 믿음 줘야”


▎8월 9일 9·2 전당대회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국회 정론관에 들어서고 있는 이준석 전 바른미래당 노원병 당협위원장. / 사진:연합뉴스
보수는 살아날 수 있나. 어떻게 재건해야 하나?

“보수는 세 가지 관점에서 재정립해야 한다. 1980~90년대를 지나오면서 그래도 보수가 낫다고 평가받은 지점은 안보·경제·교육이었다. 보수가 집권하면 안보가 굳건해지고, 경제가 잘 돌아가고, 교육은 안정적인 제도로 운영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고도성장에서 벗어나면서 안보·경제·교육에 대한 믿음이 약해지게 됐다. 보수가 집권해도 경제는 악화됐고, 상호주의에 입각한 대북 강경책은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공정한 입시경쟁, 학업성취도 향상, 인재 양성 등 교육의 본질적 이슈를 선점하지 못한 채무상급식 등 교육복지에 끌려다니다 보니 전장 자체를 상실했다.

이 때문에 세 가지 기둥을 다시 세우는 것이 관건이다. 안보에 있어 한미동맹 공조의 틀은 트럼프라는 이질적 존재로 인해 많이 흐트러지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봤을 때 지역 내 패권을 추구하는 중국에 비해 한미동맹을 통해 우리가 얻을 것이 많다. 지금까지의 안보시스템이 한미동맹 아래 짜여 왔기 때문에 그 틀을 유지하면서 안보를 구축할 어젠다를 만들어내야 한다.

새로운 경제관도 내세워야 한다. 그간 경제는 낙수 경제에 대한 심리적 반발을 의식해 모호한 정책들이 나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여러 가치를 추구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중도좌파적인 정책인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대형마트 휴업과 같은 조치는 실익이 나지 않는 상황이고, 철도공사 노조와의 대립관계에서 보여준 단호한 대응은 나중에 흐지부지됐다. 과거에 대처 전 총리는 규제 완화와 경쟁 촉진 등 우파적 경제 관념을 내세워 1960~70년대 ‘영국병’을 극복했다. 보수가 집권한다면 어떤 새로운 경제관을 내세울 것인가에 대한 부분을 재정립해야 한다.

교육은 공민교육을 강화하고 국민들이 기초 소양을 어떻게 갖출 수 있게 할 것인지 공정 경쟁을 통해 어떻게 인재를 선발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교육 정책 구호는 ‘꿈과 끼를 살리는 교육’이었다. 요즘 많은 청소년의 장래희망이 연예인과 프로게이머다. 이런 꿈과 끼를 살려주는 것이 정치인이 할 수 있는 것이며 옳은 방향인가를 반문하고 싶다. 과거처럼 무한 입시경쟁으로 가자는 뜻이 아니다. 꿈과 끼를 살리자는 구호가 보수적 가치에 부합했는지 살펴보고 학교가 교육복지 논란의 장이 아닌 가르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보가 노동·환경·인권 등의 영역을 선점하고 있듯 보수도 전통적으로 강세를 갖고 있던 안보·경제·교육 영역에서 진지를 구축할 수 있도록 재설계, 재건축이 필요하다.”

“과거 프레임에서 벗고 새 어젠다 선점해야”

바른미래당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새로운 어젠다를 찾아야 한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합당하면서 꺼낸 얘기가 동서 화합 정당이다. 박정희와 3김 시대에서는 동서 화합이 어젠다가 될 수 있지만, 노무현 이후 동서 화합이라는 가치가 힘을 받는 시대는 지났다. 이미 민주당에서 영남 출신 대통령이 두 명 배출됐고 지지기반이 서로 다른 영호남에서 국회의원도 나오고 있지 않은가.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이 욕이다. 어린 시절 동서 갈등이 존재할 때 지역비하 성격의 ‘거지 깽깽이’란 욕을 들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젠더 이슈 속에서 나온 ‘한남충’ 등의 표현을 한다. 젊은 세대가 비하하는 대상과 갈등의 지점이 달라졌는데 언제까지 과거 속에 있을 것인가. 동서화합을 자꾸 언급하는 세력은 역설적으로 동서 반목 구도에서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주장하는 바가 보수·진보, 영·호남 프레임에서 벗어나 우리가 어떤 경제적 계급을 대변할지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녀 갈등으로 촉발한 젠더 이슈에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합의해야 한다. 새로운 어젠다를 바른미래당이 만들어가겠다.”

‘창업주’인 유승민 전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행보는 어떻게 보는가?

“유승민 전 대표는 정치적으로 방전된 시기에 스스로 조용히 있기를 선택한 것 같다. 당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것이지 의정 활동을 게을리하지는 않는다. 당의 잠룡이기 때문에 향후 대선주자로서의 행보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전 대표는 큰 폭의 변화가 전제된 복귀가 있어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2년 선거 패배 후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딱 한 달 만에 영국으로 출국했다. 두 달 반 동안 무엇을 준비한다고 국내에서 머무셨는지, 상계동에 집이 있는데 굳이 마포에 간 이유를 모르겠다. 국민이 납득하는 행보를 보여줬으면 좋겠다.”

같은 보수를 표방하는 자유한국당의 미래는 어떻게 보는가?

“자유한국당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집권할 수 있었던 것은 두 가지 자신감 때문이었다. 강력한 대통령 후보의 존재로 당내 리더십을 구축할 수 있다는 자신감, 총선에 언제나 출마할 만한 250명가량의 사람을 끌어모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토대로 결정적 순간마다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이러한 혁신이 정권 재창출의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현재 한국당은 모든 당내 분란을 압도할 만한 강력한 대권주자가 없고 현역 국회의원 253명을 인적 쇄신한다고 했을 때 더 나은 253명으로 채울 확신이 없는 상황이다. 강도 높은 혁신이 나오지 못하는 이유다. 인적 쇄신은 기존에 지탄받던 사람들을 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나은 사람들이 들어오는 선순환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려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

한국당과 어떤 차이점을 보여줄 것인가?

“정당 내 연공서열을 없애 나가야 한다. 새 지도부 출범 이후 최고위원회에서 여성위원회를 시대상에 맞게 성평등위원회로 개편하자고 제안했다. 여성위원회는 이미 여성 비례대표를 놓고 경쟁하는 조직으로 전락했다. 상대 당에서 성추행 문제가 발생했을 때 논평하는 정도다. 남성도 참여하는 성평등위원회로 탈바꿈시켜 젠더 이슈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젠더 이슈에 입장을 내면 무조건 손해 본다고 보는 의견도 많다. 그러나 이미 젠더 갈등으로 인한 극한 대립은 동서갈등 못지않은 수준으로 가고 있다. 갈등을 방기하는 것은 정치인의 책무가 아니다.

이번 전대 공약 중 하나였던 청년위원회 해체도 필요하다. 청년위원회는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보던 것처럼 자유당 청년위원회가 지금까지 이어져 온 조직이다. 젊은 사람들은 양복 입고 행사장 뒤에 서 있는 역할을 하거나 인원 동원용 소품에 불과했다. 과거 새누리당에서 이를 탈피하고자 대학생위원회·미래세대위원회를 만들었지만 큰 차이점은 보여주지 못했다. 여성위와 마찬가지로 청년위에서 오랫동안 소속돼 있었다는 사실이 이력으로 인정받으면 안 된다. 연공서열을 없애기 위해서는 이런 위원회들이 없어져야 한다. 바른정당 시절 진행했던 토론배틀과 같은 공개적인 과정을 통해 능력을 검증받아야 한다. ‘공정 경쟁을 통한 선발’이 보수적 어젠다에 더 어울리는 것이 아닌가.”

3. 청년 보수가 가야 할 길 | "청년 인재양성은 반대… 소수 카르텔 만들 우려”


▎9월 2일 바른미래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 및 전국청년위원장 선출대회에서 당 대표 및 최고위원 등 당선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른쪽에서 둘째가 이준석 최고위원. / 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에서 청년과의 접촉면을 늘리고 있다. 무엇 때문이라고 보는가.

“과거 보수정당은 인재 영입, 인재 양성을 고민하지 않았다. 관료·군인·법조인·언론인 등 여러 갈래의 정치 지망생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실력과 능력을 바탕으로 사회적 성공을 거둔 사람들에게 국회의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했던 것이 보수가 지금까지 고수해 온 영입 방식이었다. 여기에 당직자·보좌관 등 정치권 언저리에 있던 사람들도 활용했다. 요즘 정치권의 선출직에 대한 위상이 과거보다 못한 이유도 있지만 보수세력의 어젠다가 상실되면서 더 이상 엘리트들이 자발적으로 정치권으로 들어오는 구조가 아니다. 보수가 가진 인재풀이 줄어든 상황에서 고육지책으로 청년을 찾고 있는 것이다.”

청년 인재 양성 움직임도 있던데.

“부정적으로 본다. 양성 혹은 육성은 필연적으로 소수에게 기회를 몰아줄 여지가 있다. 가령 청년정치학교를 만든다고 했을 때 수도권이라는 시간적·공간적 제약이 발생한다. 생업에 바쁜 일반인은 함께하기 어렵다. 육성 프로그램에 참여한 소수만의 카르텔이 형성될 수 있는 우려가 있다. 또 하나, 대한민국 보수정당에 몸 담고 있는 정치인 가운데 육성된 사람이 얼마나 있는가.”

“정치권 안팎 문화 바뀌어야 젊은 지도자 나올 것”

최고위에서 청년 정치 지망생 영입 기구 설치를 제안했다.

“영국 보수당은 상·하원을 포함해 언제라도 출마 가능한 3000~4000명의 인재풀을 관리한다. 우리가 가야 할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바른정당 시절 토론배틀에 참여했던 120명가량의 대학생 인재 가운데 상위 입상자 상당수는 지금도 당에 남아 활동하고 있다. 지난 6·13 노원병 재·보궐 선거 우리 쪽 캠프에서 사무를 담당했던 직원들의 평균연령이 26세다. 27.2%의 득표율을 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이들의 기여가 컸다. 항상 교육하고 당직을 주자는 의미가 아니다. 행사 들러리로 청년을 동원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다만 인재풀을 확보한 상태에서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도록 당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관리해야 한다. 능력과 열정 있는 젊은 인재들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청년 보수는 가능한가?

“가능하지만 한계도 있다.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강경 보수와 온건 보수의 느슨한 연대 속에서 유지됐다. 지금은 온건 보수가 많이 당을 떠났다. 우경화가 심해지는 상황이다. 최근에 나오는 ‘젊은 보수’라는 사람들도 상당히 의견이 경도된 경우가 많다. 이념적 경도라기보다 모든 사람을 적으로 바라보는, 자신보다 왼쪽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적으로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런 젊은 보수들은 올라와도 독설가 수준 이상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우리 당은 그런 지점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1970년대 김영삼·김대중은 ‘40대 기수론’을 내세워 한국 정치를 이끌어 왔다. 프랑스를 비롯해 오스트리아·뉴질랜드는 30~40대 젊은 지도자가 나라를 이끌고 있다. 우리나라는 왜 그렇지 못한가?

“사람들은 내게 더 배우고 경력을 쌓아서 정치하라고 한다. 이는 조언을 가장해 청년 정치인의 진입을 가로막는 말이다. 모순적으로 경험을 쌓고 나면 신선도가 떨어진다고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정치를 해야 하는 사람의 모습으로 삶의 이력을 강조하는 문화도 강하다. 훌륭한 이력을 가졌다는 사실이 정치를 해야 하는 이유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정치는 나름의 고유 영역이다. 대표적인 예가 안철수 전 대표다. 다른 영역에서 사회적 성공을 거뒀다고 해서 정치적 성공까지 이어지는 건 아니다. 외부에서 성공을 거둬야 정치권에 진입하기 쉽다는 고정관념이 젊은 지도자가 나오지 못하게 막는 걸림돌이 된다. 이 문화를 타파하지 않으면 젊은 사람들은 계속 불리한 전장에서 싸울 수밖에 없다. 한국 정치를 이끈 YS와 DJ가 젊은 시절부터 전업 정치인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4. 이준석의 미래, 그리고 비전 | “정치권 선배에게 잘 보이려는 정치는 않겠다”

정치인 이준석에 대한 호불호가 강하다.

“제가 얘기하는 방식을 놓고 ‘어린 애가 왜 그렇게 싸가지 없게 말을 하냐’고 한다. 젊은 사람이 자신의 의견을 당돌하게 얘기하면서 싸가지 없게 안 보이는 것도 쉽지 않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명패를 집어던졌을 때 당시 국회의원들은 버릇없게 안 보았겠는가. 하물며 70~80년대 40대 기수론을 꺼내 들었던 YS, DJ를 모두 곱게 봤을까. 그런 도전과 행동이 있었기에 그분들이 성공한 것이다. 예의와 버릇을 잣대로 들이대는 것이 ‘꼰대 의식’이다.”

여전히 박근혜 키즈, 하버드 출신 금수저 등의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금수저 논란은 부자 동네에서 자라지 않았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많이 사라졌다. 박근혜 키즈 꼬리표에 대해서 말하자면 노무현 전 대통령과 손학규 대표를 지금도 ‘YS 키즈’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는가. 발탁한 것은 고맙게 생각하겠지만 그 뒤의 정치적 행보는 각자의 개별적 판단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치인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시발점은 3당 합당에 합류하지 않은 판단을 했을 때부터라고 본다. 그때부터 노무현이라는 사람의 정치가 시작됐고 사람들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았나. 나 역시 박 전 대통령 당선을 위해 뛰었지만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임명 때부터 할 말을 했다. 대선 전 찍은 박 전 대통령 사진에 많이 등장했던 이준석이 집권 이후에 왜 멀어졌는가를 보면 된다.”

정치인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젊은 사람들에게 경륜과 경험을 앞세운 강요된 공손함을 의식하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다. 이준석의 대항마라면서 다른 당에서 영입한 청년위원들이 정치적 의견을 제대로 낸 적이 있는가. 그들 가운데 국민들에게 알려진 사람이 얼마나 있으며 고분고분하게 당에 헌신했다고 지금 정치권에 남아 있는가. 정치는 자기 목소리를 내기 위해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공손해지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덧붙여 사회의 잘못된 점, 아픈 곳을 지적하면 적이 생기게 돼 있고 발언의 정도가 세질 수밖에 없다. 그걸 두고 ‘싸가지론’을 들고 나오면 정치하지 말라는 소리다. 예를 들어 유승민이라는 정치인이 4선 의원이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갈등을 생기기 전과 후의 정치적 존재감이 얼마나 달라졌는가. 결국 잘못된 것을 지적할 때 정치인으로서의 가치가 올라가고 사회에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어떤 목표를 가지고 왜 정치를 하느냐가 중요하다.”

- 글 허인회 월간중앙 기자 heo.inhoe@joongang.co.kr / 사진 전민규 기자 jun.minkyu@joongang.co.kr

201810호 (2018.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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