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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 ‘同行-고령사회로 가는 길’(10) 인터뷰] 이명수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 말하는 맞춤형 서비스 

“노인 문제 논의에 노인 빠져서야… 선택적 복지에 무게중심 둬라” 

글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복지부 노인국이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노인복지청 신설 필요…지나치게 양적·보편적 복지, 정치성 많이 띤 복지는 자제해야

▎이명수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노인 문제를 진단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국회 본청 653호 보건복지위원장실 소파 한편에는 백팩(backpack)이 놓여 있다. 가방의 주인은 이명수 보건복지위원장(자유한국당 3선 의원). 이 위원장은 서울에 별도의 거처를 마련하지 않았다. 지역구인 충남 아산에서 서울까지 KTX나 지하철을 이용해 출퇴근한다. “출퇴근하는 데 굳이 승용차나 비서가 필요할까요? 소지품은 가방에 넣어서 등에 메고 다니면 됩니다.”

이 위원장은 서울에서는 좀처럼 승용차를 이용하지 않는다. 어지간하면 지하철·버스·택시로 오간다. “서울 교통문제가 좀 심각한가요? 지하철로 다니면 저렴하고, 빠르고…. 충남 부지사를 할 때도 지자체장 회의가 열리면 저 혼자 가곤 했어요. 필요한 게 있으면 제 손으로 메모하면 되죠.”

월간중앙이 ‘뚜벅이 국회의원’ 이명수 보건복지위원장을 만나 노인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 위원장은 “부모님 두 분을 일찍 여의고 조부모님 밑에서 자랐다. 개인적으로 노인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며 운을 뗐다.

20대 국회 후반기 보건복지위원장을 맡았다. 각오 한 말씀 부탁한다.

“보건복지가 굉장히 중요하게 인식되는 시기에 이 직책을 맡아 책임이 막중하다. 중요한 만큼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다. 우리나라 국정의 우선순위를 봤을 때 보건복지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019년 나라 예산의 3분의 1인 160조원이 복지 분야에 투자된다. 중요성에 걸맞게 보건복지 전반에 대한 조정·통합 기능이 강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노인 정책은 ‘동서양적’ 요소 잘 배합해야


▎20대 국회 후반기 보건복지위원장으로 선출된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7월 16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충남도 부지사 등을 지낸 행정관료 출신의 정치인이다. 평소 노인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가?

“보건복지위원회에 들어오기 전부터 노인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 어릴 때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조부모 밑에서 자랐기에 더 그렇다. 우리나라가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결국 복지로 그 문제들을 극복해야 하는데 우리 나름대로의 중장기적 프레임이 세워져 있지 않다. 정치적으로 제기되는 단기 현안에 너무 매달리는 것 아닌가 싶다. 노인의 건강·일자리 문제 등 하나하나의 과제를 살펴보고 새로운 비전을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7년 8월을 기점으로 한국도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전문가들은 너무 빠른 진입 속도 탓에 국가적·사회적으로 준비가 부족했던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된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예측 가능했던 문제였다. 우리가 대비를 했느냐 못했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앞으로 고령화가 더 빨리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잘 대비해야 한다. 그런데 어떤 수단으로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 구체적인 콘텐트가 없다. ‘노인 문제가 중요하다’고들 하지만 막상 살펴보면 알맹이가 없다. 노인의 건강관리 문제, 여가 활용 문제, 사회에서 존중을 받는 문제 등에 있어 구체적인 방안이 미흡하다.”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 노인 정책은 어떤 수준인가?

“우리나라 노인 문제는 동양적인 사고를 기반으로 접근해야 된다. 서양적인 사고와는 다른 점이 있다. 동양적인 관점에서 본다 하더라도 일본과 비교하면 노인 정책이 많이 미흡하다. 가장 큰 문제는 노인 문제에 노인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정부나 행정 공무원 위주로 설계된다. 노인들의 목소리를 잘 듣고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 대한노인회를 통해 일부 내용을 (전달)받기는 하지만, 그런 것들이 제대로 수렴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정책이 노인 맞춤형이 아니라 행정 서비스 공급형으로 열거·나열된다. 그리고 너무 중앙 위주로 돼 있다 보니 돈과 인력이 중앙으로 몰린다. 너무 물질적인 부분에 치우치는 것도 문제다. ‘국민 세금으로 노인들에게 나눠주면 욕구가 충족될 것’이라는 생각은 고쳐야 한다.

동양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한 노인 정책과 함께 일부 서양적인 요소 첨가도 필요하다. 노인의 사회 활동 참여, 노인에 대한 존중은 받아들일 만하다. 예를 들어 스웨덴의 경우 노인들의 경험을 정부 기능에 참여하는 데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연금의 경우도 노인들의 생활을 안정적으로 만들 수단이 될 수도 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정도에 이르지 못한다. 우리나라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과 노인 자살률이 1위다. 노인 복지에 투자하는 돈은 엄청나게 많은데 노인들의 욕구를 실질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노인 문제 중 가장 심각한 것은 무엇이며, 그 대책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최저생활 수준 이하 노인들의 생활 안정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 지금은 노인연금을 월 25만원, 내년에는 30만원(하위 20% 기준) 지급한다. 이게 자그마치 10조원이 넘는다. 이렇게 투자했는데도 노인 빈곤율에 큰 도움이 안 된다. 보편적 복지로만 가다 보니 생활이 어려운 노인들에게는 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노인들도 양극화가 심하다. 저소득층의 생활 환경을 끌어올리는 것이 필요하다. (큰 틀에서는) 보편적 복지로 가더라도 선택적 복지로 끌고 갈 만한 시책들을 개발해서 그 사람들에 대한 지원 규모나 내역을 바꿔야 한다.

노인 일자리도 문제다. 굉장히 한정돼 있다. 청년 취업 문제와는 양적·질적인 측면에서 많이 다르다. 일본이나 스웨덴처럼 좀 더 다양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고급스러운 일도 파트타임으로 할 수 있지 않겠나. 예를 들어 퇴직 공무원은 자신의 전문 기술을 썩히지 않고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케어’를 통해 건강보험 보장률을 80%까지 높이겠다는 취지는 이해한다. 그런데 양적 팽창만 중시하다 보니 정작 수술이 필요한 사람이 병원에서 제대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우리 지역(아산)의 경우 아침에 병원에 가보면 노인들로 가득 차 있다. 급한 환자인데도 밖에서 기다려야 한다. 문재인 케어의 재원도 문제지만 그 방식도 달리해야 한다.

노인 장애인 문제도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 전체적인 복지의 양적 팽창에서 질적 강화로 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혼자 사는 노인 장애인의 경우 매우 힘들다.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을 보완하려 하고 있다. 노인 복지 관리를 질적으로 체계화하겠다는 생각이다.”

일각에서는 노인 문제를 전담할 기구, 이를테면 노인청 같은 곳의 신설을 주장하기도 하던데.

“기구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겠으나, 노인 문제가 워낙 커지다 보니 현재 보건복지부의 노인국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들다. 문제는 노인 문제가 정부 전체 부처에 걸쳐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통합하는 노인복지청 같은 곳을 따로 두는게 실질적 대응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나는 19대 국회 때부터 노인 문제를 다루는 곳을 독립적으로 두자고 주장해 왔다.”

평소 복지의 양적 팽창보다 맞춤형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데 어떤 의미인가?

“복지에 정답은 없다. 초심으로 돌아가면 복지는 빈곤 구제부터 시작됐다. 다수의 국민을 잘살게 하는 것이 복지의 방향이다. 어려운 사람들을 잘살게 하는 것이 복지의 최종 목표는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을 봤을 때는 지금은 보편적 복지를 지향하되 선택적 복지에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는 생각이다. 지나치게 보편적 복지에만 신경 쓰다 보면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고 양극화가 일어난다. 지금은 그런 단계가 아니다.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면서 국민들에게 제대로 질적 관리가 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면 곤란하다.”

“재정 현실 감안하며 보장성 늘려야”


▎어려서 부모를 잃고 조부모 밑에서 자란 이명수 위원장에게 노인 문제는 남다르게 다가온다. 지역구 어르신들을 찾아 안부를 묻고 있는 이 위원장. / 사진:이명수 의원실
건강보험 재원 고갈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보는가?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취지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그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너무 성급하게 가지 않나 싶다. 당장 재원의 고갈 문제가 제기된다. 재원이 고갈되면 정부의 지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부가 내세우는 취지와 실제 이뤄지는 현실 사이의 괴리가 크다. 정부가 지원할 것은 지원운영하되 재정을 튼튼하게 해 나가야 한다. 그런데 이 상태가 지속되면 재원이 고갈될 위기에 처한다. 기금을 안정되게 관리하면서 보장성을 단계적으로 올려 나갔으면 한다. 그런데 80%라고 수치를 제시해놓고 여기에 들어가는 재정에 대한 대책이 없으면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 복지 대상 또한 보편적이 아닌 선택적이 돼야 한다. 어려운 사람에게 힘이 돼야 한다. 모든 대상으로 하면 재정이 쉽게 바닥난다. 재정 전반에 관한 현실성을 감안하면서 보장성을 늘려야 한다.”

文정부 복지정책… 지향성은 ‘OK’, 방법론은 ‘글쎄’


여야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처리를 합의해 논의 중이지만 원격의료와 의료 영리화에 대한 논란이 여전하다. 이에 대한 입장은?

“의료 영리화는 맞지 않는 이야기다. 의료행위를 하다 보면 일부 영리적인 부분이 생기는 것이다. 애당초 영리를 목적으로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안 된다. 원격의료 문제도 지금 뜨거운 감자인데, 방향성은 맞다고 본다. 외국에서도 이미 시행하고 있다. 다만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려면 당사자인 의사들이 충분히 문제를 인지하고 수용해야 하도록 해야 한다. 시범사업도 하고 있는데 정확한 검증이 안 된 것 같다. 일방적으로 밀고 나가는 것은 옳지 않다. 시간을 가지고 추진해야 한다. 원격진료의 수가가 일반진료에 비해 낮은데, 이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또 원격진료에 필요한 장비 문제, 기술적인 문제를 정부가 어떻게 해주느냐 하는 문제도 있다. 이 과정의 속도를 좀 냈으면 좋겠다. 내가 서비스발전기본법을 대표 발의했다. 분명히 말하지만 서비스발전법은 의료 영리화나 원격진료를 담보하는 내용이 없다. 이것은 기본법이고 총론적인 문제다. 얼마 전 국회 법제실에서 서비스발전기본법은 의료 영리화와 관련이 없다는 공식 보고서를 발표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이다. 환자 입장에서 뭐가 필요한지 생각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복지정책에 대해 평가한다면?

“국민의 입장에서 봤을 때 지향성 자체는 바람직하다. 다만 그렇게 하기 위한 방법론과 과정은 좀 더 보완하고 개선해야 한다. 너무 양적이고 보편적 복지, 정치성을 많이 띤 복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질적인 관리 부분과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고려해야 한다. 중장기적이고 단계적인 프레임을 가지고 가야 한다. 너무 단기간에 국민들의 마음을 얻으려, 표를 얻으려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복지는 어떤 정부에든 중요한 문제다. 임기 중에 모든 것을 다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나라 전체의 상황을 고려해서 차곡차곡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국회의원으로서, 정치인으로서 포부가 있다면?

“국민을 생각하는 정치인으로서 어려운 사람에게 힘이 되고 싶다. 보건복지위원장도 그래서 희망했다. 보건복지위에 와보니 정말 중요한 일이고 해야 할 일도 많다고 느꼈다. 나는 25년 동안 공무원을 하다가 (2008년 18대 총선 이후) 정치를 하고 있다. 꼼꼼히 살펴보면 행정도 그렇지만 정치 역시 중장기 전략이 너무 부족하다. 당장 대통령 임기 5년 동안의 이야기만 한다. 그런 점에서 선진국이 되기 위한 준비가 미흡한 것 같다.

그래서 정치부터 개혁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잘 안 된다. 법안을 내봐야 상정도 되지 않을 때가 많다. 외국의 경우 발의 후 60일 지나면 안건이 자동 상정이 되는 시스템이 있어, 이를 도입을 하려 했으나 실질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국회 제도의 개혁 없는 정책 개혁은 없다. 나는 행정을 하다 정치로 길을 바꿨지만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다시 행정 분야에서 국민에게 봉사하고 싶다.”

- 글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 사진 전민규 기자 jeon.minkyu@joongang.co.kr

201810호 (2018.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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