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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패트롤] 작지만 알찬 충남의 ‘알토란’ 

2003년 시로 승격한 뒤 비약적인 발전 이룬 계룡시…10월 5일부터 5일간 군문화축제·지상군페스티벌 개최 

김방현 중앙일보 기자

▎계룡시의 대표적인 행사는 군문화축제다. 시가지 전투를 재현하는 생동감과 스릴이 넘치는 리인액트 칼러 파우더. / 사진:계룡시
계룡시는 2003년 9월 계룡출장소에서 시로 승격됐다. 출범 당시 인구는 3만1000명으로 대도시의 큰 동(洞)보다 적었다. 행정구역도 1개 동에 2개 면으로 전국 시 단위 지자체 가운데 가장 작았다. 계룡시는 1989년 7월 육군과 공군본부가 들어서면서 도시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여기에 충남도가 90년 2월 계룡출장소를 설치하면서 국내 최고의 군사중심지가 됐다.

계룡시의 인구는 올해 8월 현재 4만4000명으로 출범 당시 보다 1만3000여명이 늘었다. 시 연간 예산도 개청 당시 300억원에서 130억원으로 증가했다.

계룡시의 대표적인 행사는 군문화축제다. 이 행사는 2007년부터 매년 시행되는 대한민국의 대표적 군 관련 축제로 성장했다. 올해는 10월 5일부터 9일까지 5일간 계룡시 금암동 주공연장을 비롯해 엄사리 원형광장, 계룡대 활주로에서 육군의 ‘지상군페스티벌’과 함께 개최된다.

‘계룡군문화축제’는 2013년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로부터 전국 유일의 ‘지역발전 연계협력 우수행사’로 선정됐다. 2016년 ‘올해의 공감경영 대상’, 2017년 ‘대한민국 축제 컨텐트 대상’,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대상’, 2018년 ‘대한민국 축제컨텐트 대상’을 연속 수상했다.

축제는 국군 장병과의 만남, 소통, 체험, 화합 등의 콘셉트로 준비됐다. 최홍묵 계룡시장은 “온 국민이 군문화를 체험하고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이벤트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축제 프로그램은 군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게 많다. 군사보호구역이어서 평소 가볼 수 없는 계룡산 등산코스가 축제기간에 한해 일반인에게 개방된다.

등산로는 계룡대 활주로에서 암용추 계곡을 거쳐 계룡산 정상인 천황봉 근처까지 올라가는 코스다. 왕복 5시간이 걸리는 이 코스에서는 암용추 비경을 감상할 수 있다. 축제기간 중 10월 6일부터 9일까지 4일 동안 하루 100명씩 제한적으로 등반을 허용한다. 계룡시 민준식 축제팀장은 “계룡산의 색다른 모습을 감상하며 가을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행사장에서는 군대리아 햄버거, 튀긴건빵 등 군대 음식을 관람객이 직접 만들어 먹는 행사도 열린다. 뽀글이라 불리는 볶음면은 군대에서 가장 인기 있는 라면 종류로 알려져 있다.

아버지와 함께 텐트를 치고 1박2일간 머물며 외줄타기, 서바이벌 게임 등을 즐기는 병영체험 행사도 있다. 이 행사는 모두 70여 개 팀이 참가할 수 있다.

또 모형시설에서 지뢰제거, 박격포 발사, 수색침투 등의 미션을 수행하는 ‘나도 진짜사나이’ 체험, 실감나는 시가지 전투를 재연하는 ‘리인액트칼러파우더’, 소화기 사용법, 환자후송 체험 등도 마련돼 있다.

관람객은 장병들의 의·식·주와 첨단무기, 기동시범 등을 구경하고 훈련체험도 한다. 탱크, 장갑차 등 무기에 직접 탑승해 간단한 조작을 해보는 기회도 갖는다. 안일선 계룡시 부시장은 “군문화를 이해하고 나라 사랑의 중요성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했다.

계룡산 자락의 명물 암용추, 숫용추


▎병영훈련 체험장을 찾은 초등학생들이 기초 장애물인 그물 타고 오르기 체험을 하고 있다. / 사진:계룡시
함께 열리는 지상군페스티벌은 계룡대 활주로 일대에서 펼쳐진다. 육군본부가 주최하는 이 행사는 드론봇 경연대회, 첨단무기 전시, 병영생활과 사격체험 등의 프로그램이 있다.

계룡시는 10여년 에 걸쳐 쌓아 온 군문화축제 노하우를 활용해 ‘2020계룡세계군문화엑스포(군문화엑스포)’를 준비하고 있다. 계룡시는 2016년 정부로부터 군문화엑스포를 국제 행사로 승인받았다. 이어 충남도와 함께 조직위원회를 만들어 운영중이다. 이 행사는 한국전쟁 70주년인 2020년 9월 18일부터 27일까지 10일간 계룡대 활주로 일원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국비 28억원, 도비 20억원 등 총 98억원을 투입하는 군문화엑스포는 평화관, 미래관, 세계군문화체험관 등 국방산업 관련 5개 주제관을 운영한다. 엑스포 주제는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개최하는 만큼 ‘평화로 하나되는 월드 밀리터리(World Military)’로 정했다. 또 세계 군악대 배틀과 밀리터리 패션쇼, UN평화캠프 체험과 군 의식주생활체험, 육·해·공군 첨단무기·장비 전시 등의 프로그램도 있다.

대형 군문화 행사를 치르는 계룡시에는 자연경관 등 관광 인프라도 많다. 사계솔바람길이 대표적이다. 사계(沙溪)는 조선중기 학자 김장생(1548~1631)의 호이다. 사계솔바람길은 사계고택에서 출발해서 왕대산 입구, 모원재와 정상 갈림길, 왕대산 정상, 쉼터바위, 두계사 입구를 지나 출발 지점인 사계고택으로 돌아오는 약 3㎞ 코스다. 사계고택을 나와서 큰 도로를 따라 오른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사계솔바람길 입구를 알리는 안내판이 나온다. 안내판 이정표를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이라고 하지만 가파른 오르막이나 험한 바윗길이 아니다.

계룡시는 태조 이성계가 조선의 도읍으로 점 찍었던 곳이기도 하다. 계룡산 자락인 신도안 지역이 그곳이다. 신도안에는 과거 조선 왕궁의 공사가 진행됐음을 보여 주는 초석들이 남아 있다. 94개의 초석 가운데 파손된 2개를 뺀 나머지가 보존돼 있다.

현재 그 부지에는 계룡대가 들어서 있다. 태조 이성계와 함께 조선 건국을 계획하던 무학대사는 신도안을 도읍이 될만한 풍수지리 명당이라 했다. 하지만 하륜 등의 반대에 부딪혀 도읍으로 결정되지 못했다. 계룡대에 미리 신청하면 이곳을 견학할 수 있다.

계룡산 자락에 있는 연못인 암용추, 숫용추는 대표적인 자연 경관이다. 암용추와 숫용추라 불리는 이유는 연못의 생김새 때문이다. 암용추와 숫용추는 직선거리로 약 1㎞ 정도 떨어져 있지만 계룡산 정상에서 보면 같은 능선 상에 있다. 또 두 용추는 수심이 4~5m정도이며 이곳을 제외하고는 계룡산 어느 바위에도 이런 웅덩이가 없다.

암용추는 직경 12m, 깊이 2.5m의 맑은 연못이다. 숫용추보다 더 넓은 바위에 웅덩이가 패여 있는 모양이 마치 여자의 생식기를 연상케 한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10m 길이의 폭포가 장관을 이루는 숫용추는 웅덩이 모양이 마치 남자의 성기를 닮았다고 한다.

암용추와 숫용추는 예로부터 성기숭배사상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아들을 낳고 싶은 아낙네는 숫용추에서, 딸을 원하는 부부는 암용추에서 기도했다고 전해진다. 특히 숫용추에는 여자들이, 암용추에는 남자들이 북새통을 이뤘다. 지금은 군사보호구역이어서 마음대로 출입할 수 없다.

[박스기사] 최홍묵 시장이 말하는 ‘비전 계룡’ - “중부권 최고의 군문화 메카로 격상될 것”


▎최홍묵 계룡시장은 징검다리 재선을 통해 총 네 차례 시장에 오른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최 시장이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계룡시의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0계룡세계군문화엑스포는 여러 나라 다양한 군문화 공유의 장…이케아 유치로 연 400억원 세수 증대, 2000명 고용 창출 효과 기대

최홍묵(70) 계룡시장은 자치단체장으로는 드물게 4선에 성공했다. 2003년 초대 계룡시장에 당선된 최 시장은 재선한 뒤 3선 고지를 밝는 데는 실패했다. 그러다가 2014년 시장 선거에 다시 도전해 당선된 데 이어 지난 6·13지방선거에서 다시 재선(再選)됐다.

계룡시는 올해로 출범 15년을 맞는다. 그만큼 의미가 각별하다. 최 시장은 계룡시 출범에도 크게 기여했다. 출범 전에 논산(두마면) 시의원이던 최 시장은 논산시의회에 ‘계룡시설치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최 시장은 위원회를 이끌고 행자부와 충남도, 계룡대 등을 방문해 계룡시를 특례시로 만들어달라고 건의했다.

당초 논산지역 시민단체와 의원들은 계룡시가 설치되면 논산시 면적이 축소되고 3만 명의 인구가 줄어 든다며 반대했다. 하지만 최 시장은 각 의원을 개별적으로 접촉해 계룡시 설치의 당위성을 설명해 ‘계룡시설치특위’ 구성을 이끌어냈다. 이 특위 활동이 계기가 돼 2003년 ‘계룡시 도농복합형태의 시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최 시장에게 계룡시의 비전을 들어봤다.

2020계룡세계군문화엑스포(군문화 엑스포)의 의미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군문화를 공유하고 교류하는 장이 될 것이다. 군문화의 궁극적 가치인 평화와 화합을 볼 수 있는 행사다. 엑스포를 통해 평화통일의 국제적 공감대를 넓히고 군의 선진화를 촉진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우리 군이 국제사회에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며 선진 일류국가로 우뚝 서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군문화엑스포 정부 승인 과정은 어땠나?

“군문화엑스포는 계룡시 개청 이전부터 최대 숙원 사업이었다. 이 사업을 추진한지 19년 만인 2016년 천신만고 끝에 정부로부터 국제행사 승인을 받았다. 군 당국이 승인에 중요한 역할을 해줬다. 문화체육관광부 등을 지속적으로 방문해 국제행사의 당위성과 6·25전쟁 참전·지원국 초청 등 중앙정부의 지원 협조를 이끌어 낸 끝에 일군 성과다.”

엑스포 개최 효과는?

“다양한 분야에서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먼저 경제적 효과로는 총 생산유발 효과 710억원, 총 부가가치 유발 효과 318억원, 총 고용 유발 효과 1200명, 총 세수 유발 효과로는 43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특히 계룡시를 중부권 최고의 군문화 메카로 격상시키고, 국방 중추 도시로서의 위상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인 가구기업인 ‘이케아(IKEA)’를 유치해 기대가 크다.

“2016년 10월 대실도시개발구역에 이케아(부지 9만7391㎡)를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대실지구는 그동안 사업규모 축소와 사업착수 지연 등으로 개발에 어려움을 겪던 곳이다. 2020년 이케아가 문을 열면 대전·충청권뿐 아니라 세종·호남·영남권까지 상업·문화·관광 등의 복합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연 400억원 규모의 세수 증대와 수백억 원 규모의 지역경제 활성화가 예상된다. 2000여 명의 직·간접 고용을 창출하고 연간 110여만 명이 찾을 것으로 보인다.”

군문화엑스포가 열리는 2020년에는 향적산 ‘치유의 숲’도 개장하는데.

“향적산 치유의 숲은 계룡시에 전무한 산림휴양시설을 조성, 시민 건강관리와 질병 예방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계룡시의 대표 사업가운데 하나다. 구체적 내용은 계룡시 엄사면 향한리 일원(146ha)에 치유센터, 치유숲길, 명상 공간, 치유 공간 등을 만드는 것이다. 그동안 토지를 매입하고 소유권 이전등기를 완료했다. 이어 2017년 기본계획과 실시 설계비도 기획재정부의 최종심사에 통과돼 사업추진에 탄력을 받게 됐다. 2019년에 착공, 2020년에 완료되면 시민들의 휴양욕구 충족은 물론 관광 명소화로 중부권의 새로운 산림휴양시설로서 각광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 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201810호 (2018.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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