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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2018 연속기획] 安全 대한민국(7) | 서울서부녹번여성자율방범대 

이름은 ‘녹번’, 활동은 은평구 ‘곳곳’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17년 역사 자랑하는 서울 지역 유일의 여성자율방범대…먹자골목·유흥가·주택가 등지에서 범죄예방 활동 펼쳐와

▎서울서부녹번 여성자율방범대 대원들이 시민들의 왕래가 많은 등산로 입구에서 안전 점검과 함께 범죄예방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 사진:서울서부경찰서
서울 북서부에 위치한 은평구. 약 50만 명이 모여 사는 이곳은 16개 행정동으로 이뤄진 서울의 대표적인 서민 주거지역이다.

1979년 서대문구에서 분구(分區)된 이후 점차 인구가 늘면서 치안 수요도 증가했다. 특히 여성 대상 성범죄 취약지역은 늘 경찰의 손길이 아쉬웠다. 서울 지역 유일의 여성자율방범대인 서울서부녹번여성자율방범대는 2001년 서울서부경찰서(서장 고평기)의 도움을 받아 깃발을 치켜들었다.

서울서부경찰서 생활안전계 백경열 순경은 “녹번여성자율방범대는 녹번동뿐 아니라 인근 동네에서도 범죄예방 활동을 벌이는 자원봉사단체”라며 “경찰과의 협업을 통해 공동체 치안 문화가 정착되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출범 당시만 해도 녹번여성자율방범대 대원은 40명이었다. 대원은 남녀 반반이었지만 활동의 중심이 여성인 만큼 ‘여성자율방범대’로 이름 붙였다. 17년이 지난 지금 대원은 10여 명으로 줄었다. 영리가 목적이 아닌 순수 봉사단체인데다 특성상 야간 순찰이 많기 때문에 참여가 쉽진 않다.

대원 수는 줄었지만 활동은 여전히 활발하다. 매주 주야간 1회씩 경찰과 합동으로 관내를 순찰한다. 주민들이 많이 찾는 등산로·먹자골목 등을 순찰하고 범죄예방 캠페인도 벌인다. 심야에는 여성 사업주 및 아르바이트 업장(業場)을 방문해 범죄 발생 가능성 여부를 점검하고 예방의 중요성도 알린다.

서울경찰청 선정 ‘BEST 자율방범대’에도 선정


▎공원에서 지역 주민을 상대로 범죄예방을 홍보하고 있는 서울서부녹번 여성자율방범대 대원들. / 사진:서울서부경찰서
이름은 녹번여성자율방범대이지만 은평구 관내 곳곳(행정동 기준 8곳)에서 범죄예방 활동을 벌이고 있다. 서울서부경찰서도 ‘여성자율방범대’라는 특성을 감안해 여성 대상 범죄 발생이 잦은 지역의 순찰을 당부한다.

실제로 응암3동의 경우 5대 범죄[살인·강도·강간(강제추행)·절도·폭행] 발생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이 지역은 인근에 서울기독대·명지대·명지전문대 등이 있다 보니 1인 가구 비율이 높다. 또 다세대주택이 많고 건물과 건물 사이 이격(離隔)이 부족하다. 좁은 골목이 많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 비해 치안 사각지대가 많다고 할 수 있다. 먹자골목의 경우 일부 주취자들의 폭행·강제추행 사건이 발생한다.

녹번여성자율방범대는 이런 지역을 자주 찾는다. 편의점·식당·술집 등에 들어가 범죄예방 홍보를 하고, 여자화장실에 들어가 범죄 발생 가능성을 점검한다. 문제가 발견되면 경찰과 구청에 알린다.


▎서울서부녹번 여성자율방범대는 경찰과 함께 매주 1회 주야간 관내를 순찰하고 있다.
녹번여성자율방범대는 서울서부경찰서와 손잡고 범죄 데이터 분석·수집을 통해 CCTV·비상벨 등을 활용한 범죄 예방시설 사업에도 적극 참여해 왔다. 녹번여성자율방범대는 지난해 7월 ‘2018년도 서울시 지역형 주민참여예산’ 대상으로 최종 선정돼 예산 6000만원을 확보했다. 녹번여성자율방범대는 또 2분기 서울경찰청 ‘BEST 자율방범대’에도 선정되는 경사를 맞았다.

녹번여성자율방범대는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는다. 지역주민의 관심도와 참여를 제고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범죄예방의 중요성을 알릴 계획이다. 아울러 서울서부경찰서·은평구청과 함께 민·경·관 협업 체계를 보다 굳건히 구축할 예정이다.

서울서부경찰서 관계자는 “자율방범대는 지정된 순찰차와 순찰 인원이 미치지 못하는 지역에서 주로 활동한다”며 “밤에 귀가하는 여성들 틈에 방범조끼를 입은 자율방범대원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범죄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스기사] ‘녹번 지킴이’ 강혜자 서울서부녹번여성자율방범대장 - “범죄자 잡진 못해도 예방은 할 수 있죠”


▎2001년부터 서울서부녹번여성자율방범대를 이끌고 있는 강혜자 대장. / 사진:전민규
2001년 창설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산증인…심야 귀가자·사업주·알바생 등 여성 대상 치안 활동에 전력투구

강혜자(67) 서울서부녹번여성자율방범대장은 은평구 토박이다. 1977년부터 이곳에서 살고 있으니 ‘은평구 나이’만 마흔 살이 넘었다. 강 대장은 서울서부녹번 여성자율방범대의 산증인이자 2001년 창설 때부터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유일한 멤버다.

강 대장은 “창설 당시에는 남녀 20명씩 총 40명이 있었지만 지금은 10명뿐이고 대원은 모두 여자”라며 “생업이 중요하고 바쁘겠지만 공동체 치안을 위해 보다 많은 주민이 자율방범대에 참여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녹번여성자율방범대를 소개한다면?

“처음에는 오후 2~4시에 방범 활동을 했었다. 지금은 야간 8~10시 사이에 10명이 함께 활동한다. 녹번동을 중심으로 주변 동네의 상가와 공원을 위주로 순찰한다. 경찰서와 구청 지원으로 제공받은 제복을 입는다. 중간에 들어온 대원들까지 모두 한마음으로 일을 잘하고 있다는 점을 자랑하고 싶다.”

에피소드가 많을 것 같다.

“어떤 분들은 ‘당신들이 범죄자를 잡을 수 있느냐’고 묻기도 한다. 그러면 우리는 ‘잡지는 못해도 예방은 할 수 있다’고 말씀드린다. 또 어떤 분들은 ‘이거 하면 돈을 받느냐’고 물어보신다. 우리는 순수 봉사단체다.”

방범대를 창설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당시) 녹번파출소장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했다. 파출소장이 통장에게 (대장 적임자를) 추천해 달라고 했다. 나는 통장 추천으로 일하게 됐다.”

가장 큰 보람을 느낄 때는?

“우리가 있음으로써 우리 동네가 많이 좋아졌다고 칭찬받을 때 가장 뿌듯하다. 나 스스로도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보람을 느낀다.”

애로사항도 적지 않을 텐데.

“인원 부족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 젊은 사람들은 직장에 나가거나 자녀 때문에 참여를 꺼린다. 그러다 보니 대원 대부분이 자영업자다. 플래카드까지 내걸고 대원을 모집하려 하는데도 잘 안 된다. 대원들 대부분 60대 초반의 고령이다. 대장인 나도 1951년 생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운이 좋았는지 지난해 서울경찰청에서 큰 상도 받았다. 솔직히 우리가 앞장서서 뭔가 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다. 그렇지만 (인터뷰에 배석한 백경열 순경을 가리키며) 이렇게 젊은 경찰들이 많이 도와주면 따라갈 수는 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를 많이 활용해 줬으면 좋겠다.”

주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달라.

“평소에 문 잘 잠그고 다니고, 출타할 때는 이웃집에 말을 하는 등 서로서로 정보를 공유하기 바란다. 자율방범대 문은 언제든 열려 있다. 젊은 분들이 같이했으면 감사하겠다”

관할 경찰서나 구청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관할 경찰서 서장님이 이따금 커피도 사주고 격려해 준다(웃음). 우리는 봉사단체다. 그래도 최소한의 지원금은 필요하다. 은평구청의 지원 얘기가 나온 지 몇 년 됐지만 흐지부지해진 것 같다. 지원금이 조금만 있다면 좋을 것 같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201810호 (2018.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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