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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분석] 보수 통합 나선 자유한국당의 ‘용들이 나르샤’ 밑그림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우파 ‘드림팀’ 뜬다? 

박성현 월간중앙 기자
황교안, 유승민, 오세훈 등 당외 잠룡 참여하는 통합 전당대회 모색…당내 기득권 인사들의 2선 후퇴와 인적 쇄신 향배가 관건적 변수

▎10월 11일 국회 본청 회의실로 향하는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조직강화특위 위원들. 맨 오른쪽이 조강특위 위원으로 참여한 전원책 변호사.
"만나야죠. 만나서 피 튀기게 얘기를 해야죠.”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위 위원으로 활동하는 전원책 변호사는 최근 월간중앙에 보수 진영의 잠룡으로 평가받는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과 만나 통합 문제를 논의하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전 변호사는 유 의원을 일러 “나름 공부도 열심히 하고 겸손의 미덕을 갖춘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나아가 “훌륭한 정치인이자 보수의 자산임에도 자유한국당 정치인 중 적지 않은 이들이 유 의원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당 안팎에서의 유 의원 입지를 짚기도 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당내 친박(親朴, 친박근혜)계가 제휴를 모색하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 대해선 다소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전 변호사는 “박근혜 정부에서 총리와 대통령권한대행을 지낸 황 전 총리가 탄핵 이후 단 한 번이라도 자기를 희생하는 결단을 보인 적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황 전 총리는 보수 진영의 대선후보로 기대를 모았지만 출마 여부를 저울질하다 간만 보고 접은 정치인으로 보수 유권자들에게 각인돼 있다는 게 전 변호사의 시각이다. 전 변호사는 “결국 정치인의 장단점을 감안해 국민이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황교안 전 총리와 유승민 의원은 보수의 가용자원 중 지지율 1, 2위를 다투는 잠룡들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8월 27~31일 전국 성인 남녀 25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범보수 진영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유 의원과 황 전 총리는 각각 13.5%, 11.9%로 선두권을 형성했다. 같은 기관이 지난 9월 27~2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황 전 총리 13.9%, 유 의원 13.5%로 두 사람은 접전을 벌였다.

이들은 모두 보수의 본류를 자처하는 자유한국당 울타리밖에 있다. 자유한국당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적폐의 본거지라는 오명에다 보수를 대표하지만 유력 대선주자를 갖추지 못한 불임의 정당 이미지까지 겹쳐진 게 제1야당 자유한국당의 현주소다. 자유한국당은 대여(對與) 공동 전선 구축이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존립기반 확보라는 셈법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정치지형이 계속된다면 2020년 총선도 패배하리라는 위기감이 자유한국당 저변에 자욱하다.

황교안 “전당대회에서 이길 수 있다”


▎9월 11일 서울 마포구 극동방송 아트홀에서 열린 극동포럼에 참석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오른쪽). / 사진:연합뉴스
야권의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자유한국당에 ‘이지 고잉(easy going)’ 문화가 뿌리 깊어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개탄했다. 이 소식통은 “자유한국당 각 계파가 공유하는 정서 중 하나가 당분간 큰 무리수를 두지 말고 같이 살자는 것”이라며 “당 외부에서 보는 교과서적 시각과 당내 실제 흐름은 따로 논다”고 꼬집었다. 김병준 비대위 체제의 지지율이 답보 상태에 머물러도 당내 여론이 잠잠한 것도 이런 배경을 갖고 있다는 것. 이 소식통은 “당분간 시간을 끌면서 부분적 개선을 통해 이미지를 개선하고 국민적 지지를 끌어내는 기조에 당내 각 세력이 동조하는 게 자유한국당의 민낯”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자유한국당이 거물급 보수 인사들의 입당을 추진하는 데 이어 바른미래당과의 결합에 군불을 때는 등 보수 통합의 분위기 띄우기에 나선 것도 이런 배경과 맞닿아 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10월 15일 기자들과 만나 “협력해서 국정을 바로잡는 게 중요하지 않느냐는 맥락에서 이런저런 분을 접촉해 보려 애쓰고 있다”고 외부 인사 영입작업이 진행 중임을 밝혔다. 그는 또 “이번 국정감사에서 장관 답변을 봐도 국정수행 능력이 상당히 떨어지는 것 같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야권이 제각각 분열돼 움직이는 게 맞느냐”고 보수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원책 변호사는 아예 양당제로의 복원을 주장했다. 그는 10월 4일 기자 간담회에서 “양당제가 우리에게 바른 제도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전제, “지금처럼 절박한 때 보수가 분열돼서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며 보수 단일대오 구축이 양당제로 귀착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처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2년 가까이 ‘혼돈’과 ‘무질서’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던 자유한국당이 야권 연대를 통한 보수의 외연 확장을 시도한다. 야권의 합종연횡 과정에서 주도권에 연연해하지 않는다는 입장도 밝혔다. 김용태 사무총장은 야권 통합을 위해 한국당은 당명 개정, 지도 체제 변경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자유한국당이 이렇듯 범보수 통합이라는 군불을 지피자 영입과 연대 대상으로 거론되는 거물급 인사들과 정당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황 전 총리는 자유한국당 의원들과의 접촉면을 넓혀가리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으며,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경우 보수대통합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현실 정치로의 복귀를 서두르는 모양새다. 자유한국당을 떠나 무소속으로 재선에 성공한 원희룡 제주지사,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경기지사에 출마해 고배를 마신 남경필 전 경기지사도 보수 통합 논의에 한걸음 더 다가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먼저 황 전 총리는 지난 9월 자유한국당 내 유기준·정용기·윤상직 등 6명의 의원과 오찬을 함께했다. 이때 그는 “결심이 서면 상처 입을 각오를 하고서라도 도전하겠지만 지금은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게 우선”이라는 취지의 원론적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찬에 함께한 자유한국당의 한 의원은 “황 전 총리는 돌아선 국민의 마음을 어떻게 되돌릴 수 있는가라는 말은 여러 번 하더라”고 전하면서 “그가 대선에 꿈이 있다는 느낌도 받았다”고 월간중앙에 말했다. 이 의원은 “황 전 총리가 ‘결심이 서면 전당대회에서 이길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도 덧붙였다. 이날 참석자들은 황 전 총리에게 “앞으로 꽃가마는 없다. 정치를 하려면 본인이 강력한 권력의지를 갖고 덤벼야 한다”고 당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황 전 총리는 정기국회 국정감사가 끝나는 11월 초 자유한국당 의원 10여 명과 회동을 할 것이라고 유기준 의원이 예고했다.

당 안팎에서는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국정을 이끈 황 전 총리의 거취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그가 입당 및 전당대회 출마를 결심한다면 대통령 탄핵 이후 구심점을 상실한 친박계에 대안적 당권 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내 세력 분포에서는 비박(非朴, 비박근혜)계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황 전 대표를 업으려는 친박계 내부에서는 당권 주자가 난립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황 전 총리가 입당을 결행할지, 나아가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무성 “친박계가 누굴 민다고 당선이 되겠나”


▎지난 3월 자유한국당 중앙당사에서 당 대표와 사회주의 개헌저지 투쟁본부 위원장으로 만난 홍준표 전 대표와 김무성 의원.
“친박계가 황교안 전 총리를 내년 전당대회 후보로 미는가? 친박이야 그렇게라도 해야겠지만 황 전 총리가 그런 결심을 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최근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은 황교안 전 총리가 당내 친박계 의원들과 접촉한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이렇게 반응했다. 황 전 총리가 이르면 내년 2월로 예상되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출마 결심을 하기 어렵다고 보는 이유에 대해선 이런 설명이 따른다.

“내년 전대에서 기본적으로 친박계가 누굴 민다고 당선이 되겠나. 게다가 친박계 후보로 나올 이들은 여럿인데 후보단일화도 될는지 모를 일이다.”

실제로 자유한국당에서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 정우택·김진태 의원,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이 내년 전대 출마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당내에서 우파 성향 내지는 친박 성향으로 분류된다. 친박계가 당권을 장악하자면 주자들 간의 단일화를 해야 하고, 또 전당대회에서 비박계와 결전을 벌어야 하는 등 갈 길이 험하다는 점에서 김 의원은 이렇게 진단한 것으로 보인다.

범보수층 지지율 1위라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황 전 총리이지만 당내 비주류인 친박계, 그것도 단일화 여부가 불투명한 소수파의 대표로 전당대회에 나서는 게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황 전 총리와 만나는 등 동향을 잘 아는 한 현역 의원도 당대 세력판도에서 친박계가 열세에 있음을 시인했다. “앞으로 자유한국당의 권력은 올 12월 실시되는 원내대표 경선과 내년 2월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판가름 난다. 지금으로선 당내 다수파를 이루는 복당파들이 둘 다 먹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전당대회에서 김무성 의원 등 복당파들이 당권을 쥐어도 골수 우파들이 당을 이탈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자유한국당의 핵심 기반이라 할 대구·경북 의원들이 새 지도체제에 붙는다면 당권파는 안착하게 될 것이다. 이 경우 친박계는 달리 어찌해 볼 도리가 없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정치 재개도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범보수 통합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면서 “내년 2월로 예정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국면이 가장 바람직한 시점”이라는 의견을 보탰다. 나아가 “전대가 치러지고 나면 보수 대통합이 힘들어진다”며 “선거가 다가올수록 원심력이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정국 동향에 관심을 보였다. 오 전 시장 또한 자유한국당 입당 후 당권 도전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10월 20일 지지자 모임인 오름산악회 산행을 갖는 등 현실정치 복귀를 앞두고 몸 풀기에 나선다. 그의 한 측근 인사는 “합리적이고 상식이 통하는 정치를 희구하는 국민들의 정서에 부합하는 새 정치 모델을 제시하는 게 보수 진영의 한 숙제”라고 언급했다.

이문열 “홍준표, 김무성 배제는 이미지 조작의 산물”


▎지난해 6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장을 찾은 당원·대의원들.
이와 관련해 이상일 입소스코리아 본부장은 “보수 진영 차기 주자들이 내년 전당대회에 모두 출마할 경우 당에 신선함을 불어넣어 자유한국당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일 수 있고 보수통합 역시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내년 전당대회 김무성·홍준표 전 대표의 출마에 대해 “본인이 큰 그릇이라면 빠질 것이고, 끝까지 고집을 하면 스스로 무덤을 파는 일”이라던 전원책 변호사의 언급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고 이 본부장은 덧붙였다.

전당대회는 많은 표를 얻는 쪽이 당권을 차지하는 게 게임의 법칙이다. 당내 세력분포에서는 친박계가 아닌 비박계(복당파+중도파)가 다수를 점한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비박계를 상징하는 김무성 의원이나 대표 재임 시절 상당수 원외 당협위원장 물갈이를 주도한 홍준표 전 대표가 마음먹기 따라서는 경선의 판도가 바뀔 수 있다.

게다가 보수 진영 일각에서는 김무성·홍준표 배제론에 이의를 제기한다. 보수 성향의 논객이자 소설가인 이문열 작가는 최근 월간중앙 인터뷰에서 “여론을 가장한 낙인찍기, 인상 조작에 자유한국당의 리더들이 희화화되고 말살된다”면서 “자유한국당은 그런 못난 짓을 그만해야 한다”고 나무랐다. 이 작가는 홍 전 대표나 김 의원의 인기가 많이 떨어진 건 사실이지만 그건 진보 진영의 집요한 공격에 따른 이미지 조작의 결과라고 반박했다. 정치인의 막말(홍준표)이나 옥새 파동(김무성)도 다 나름의 배경과 이유가 있는 것임에도 기회마저 박탈하는 건 과하다는 게 이 작가의 시각이다.

김무성 의원도 때가 되면 2016년 총선 당시의 ‘옥새 파동’에 대해서도 진실을 명백히 밝히는 기회를 갖겠다는 입장이다. 당시 새누리당 대표였던 김 의원은 여섯 군데 지역구 공천장에 당인(黨印)을 찍지 않고 부산으로 내려가 버렸다. 이는 당시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였던 김 의원의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에 대한 항명과 도전으로 읽혀지면서 ‘옥새 들고 나르샤’라는 별칭이 따라붙는 계기가 됐다. 이는 집권당 사상 초유의 일로 대통령과의 관계 파탄을 각오하지 않는 이상 어려운 선택이었다는 분석도 따랐다.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참패하면서 당 대표이자 옥새 파동의 당사자였던 김 의원에게 온갖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었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은 최근 월간중앙에 “만약 당시 내가 하자는 대로 상향식 공천을 했다면 170석은 나왔을 것”이라며 “누가 정신 나간 짓을 했는지는 나중에 때가 되면 다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어쨌거나 자유한국당은 안팎의 유력주자들이 오랜 기간의 칩거와 침묵을 깨고 정치의 전면에 등장할 때를 노리는 상황인 건 분명해 보인다. 덩달아 자유한국당에서 넘어온 의원이 9명이나 되는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바른미래당의 존립 방식이 정치권의 관심사로 등장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는 대북정책과 관련해 바른미래당 안에서 단일한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질문에 “대부분의 당이 (일치된 목소리가 나오기 어려운) 비슷한 상황”이라며 “우리 당은 (외부에서) 깨지느냐, 안 깨지느냐는 문제로 바라본다”고 최근의 당 안팎 기류를 설명했다. 그는 나아가 “자유한국당은 인적 청산부터 하고 통합의 ‘판’을 까는 게 맞는다”면서 “인적 쇄신은 어떻게 할지 모르는데 통합을 얘기하면 되나”고 되묻기도 했다.

당의 통합성을 유지해야 하는 손학규 대표는 자유한국당의 통합 압박에 맞서는 한편으로 집안 단속에 나서야 할 처지에 내몰렸다. 먼저 자유한국당의 통합 제의를 일축했다. 그는 10월 12일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한국당은 다음 총선에서는 없어져야 할 정당”이라고 험담을 퍼부었다. 나아가 “지금 보수 개혁을 한다고 하지만 수구보수로 한쪽으로 밀려 나갈 것”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거듭 드러냈다. 또 10월 15일에는 “내부 쇄신부터 해야 할 한국당은 야권통합을 말할 자격이 없다. 웃기는 얘기”라고 자유한국당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다. 이와 함께 손 대표는 “(우리 당에서) 나갈 사람들은 나가라. 수구보수로 가라”고 배수진을 치는 모습도 보였다.

손학규의 절규, 유승민의 침묵


▎지난 6월 13일 바른미래당 유승민 당시 공동대표와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이 여의도 당사에서 지방선거 개표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손 대표가 말한 ‘내부 쇄신부터 해야 할 한국당’이라는 표현은 자유한국당이 처한 이중적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다시 말해 범보수 통합과 당내 인적쇄신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내부 물갈이를 향한 인적쇄신은 필연적으로 당내 저항에 직면하게 된다. 예컨대 친박계 의원들이 당협위원장 교체 대상이 될 경우 계파 갈등으로 비화하면서 당이 아수라장으로 빠져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방점을 당내 인적쇄신보다 보수 대통합에 두면 일이 한결 수월해진다. 연대와 통합을 통한 보수 결집은 대여 투쟁을 강화하는 방편이기도 하지만 당내 물갈이를 촉진하는 요인인 까닭이다. 범보수 통합, 보수 대연합의 명분 아래 인적쇄신을 추진한다면 당내 반발 등 저항력을 줄일 수 있다. 보수 진영의 한 분석가는 “조강특위가 당 혁신의 일환으로 인적 물갈이에 나설 경우 친박계 등 타깃이 되는 쪽에서 강력한 저항에 나설 것”이라며 “보수 대통합 명분은 이런 반발에 방패막이 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상일 입소스코리아 본부장도 “(물갈이에 따르는) 당내 반발을 조강특위가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거스를 수 없는 ‘명분’과 ‘국민적 지지’가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전원책 조강특위 위원은 물론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당내 기반이 전혀 없는 인물로 당내 반발이 거셀 경우 이를 제어할 힘이 없다. 이에 조강특위가 당협위원장 교체를 위한 명분용으로 보수 대통합과 통합전대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도 범보수 통합에는 자유한국당의 환골탈태가 선 결과제로 인식된다. 유승민 의원 등 바른미래당 인사들뿐 아니라 개별적으로 탈당해 외부에 머무는 인사들이 보수 단일 대오에 합류하자면 ‘자유한국당이 변했다’는 명분이 확고히 서야 한다. 자유한국당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기존의 인사들이 다 버티고 있는 자유한국당에 유승민 의원 등 탈당 인사들이 무슨 수로 들어올 수 있겠나”면서 “대폭의 물갈이 없는 외연 확장은 보수 대통합은커녕 자유한국당의 침몰을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서성교 바른정책연구원장은 “스스로 혁신하지 못하는 조직은 죽은 조직과 같다”며 “외부에서 초빙해 온 혁신가의 역량이 떨어지면 당은 망하는 길로 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유승민 의원이 침묵모드를 유지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자유한국당의 구애 공세에 불에 덴 듯 반응하는 손학규 대표와 달리 유 의원은 이렇다 할 입장 표명을 보인 게 없다. 언론 인터뷰도 마다했다. 이와 관련해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유 의원이 말이 없다는 것은 결국 극렬하게 반대하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당신네들이 하는 걸 지켜보겠다는 시그널”로 풀이했다. “유 의원도 자유한국당이 환골탈태를 통해 개혁 보수정당으로 거듭난다면 21대 총선, 20대 대선 승리를 명분으로 하나로 뭉칠 길을 찾을 계기가 생긴다.”

내년 전당대회가 당내 행사에 그칠지 아니면 범보수 대통합의 이벤트로 갈지에 따라 권력의 판도도 달라진다. 당 외곽의 황교안 전 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 입당하는 선에서 대표 경선이 치러진다면 기존의 ‘친박 대(對) 비박’의 대결구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전당대회가 될 공산이 크다. 그게 아니고 유승민 의원 등 바른미래당과의 통합 내지는 유승민계가 대거 합류하는 헤쳐모여식으로 간다면 자유한국당의 전당대회 역학구도에 근본적인 변화가 올 수도 있다.

결국 친박 대 비박의 싸움으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거푸 패배한 자유한국당은 여의도 당사 시대를 마감하고 영등포로 당사를 이전했다. / 사진:연합뉴스
대규모 합종연횡이나 세력 재편은 현역 의원들의 참여도가 성패를 좌우한다. 의원들은 다음 선거에서 당선시켜 줄 정당이라야 발길을 옮긴다. 그래서 특정 지역, 특정 진영을 장악할 정도의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 주위에 정치인들이 몰려드는 것이다. 2008년 4월 총선에서 ‘친박연대’가 예상 밖의 선전을 한 것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는 스타 정치인이 힘을 실어줬기에 가능했다. 2014년 4월 총선에서도 신생 정당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두각을 보인 것도 호남에서 인기 있던 안철수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선 결과이기도 하다. 지금 범보수 통합을 주도하는 자유한국당은 지지율은 답보 상태이고, 지도부의 리더십 또한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안철수 전 대표의 그것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보수의 통합 작업이 최소한의 수준에 머물거나 파장도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 9월 황 전 총리와의 오찬에 참여한 윤상현 의원은 범보수 통합 전당대회 개최와 관련해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당내 친박과 비박계의 싸움으로 고착되리라는 예상이다. 윤 의원은 당권의 향배에 대해선 “복당파, 즉 비박이 가져간다는 전망이 많지만 그건 모를 일”이라고 여지를 뒀다.

이런저런 사유로 내년 2월로 예상되던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시점이 연기될 수도 있다는 견해가 고개를 든다. 내년 2월은 2020년 4월 총선까지 1년도 더 남은 시점으로 국회의원들이 정치 행보를 결정하기에 너무 이른 감도 있다. 보수 대통합의 대상인 유승민 의원 등 바른미래당 소속 탈당파 의원들은 최대한 시간적 여유를 갖고 자신의 행보를 결정하리라고 정치권에서는 분석한다.

- 박성현 월간중앙 기자 park.su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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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호 (2018.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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