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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북한관광, 돈줄 막힌 김정은 ‘틈새시장’ 될까 

‘집단체조·헬기관광’ 돈 되면 다 상품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9·9절 이후 중국 단체여행 재개, 홍색(紅色) 이념 향수 찾아 방북…미국인 웜비어 사망처럼 위험, ‘아우슈비츠 산책’에 비견되기도

▎지난 8월 열린 태국 최대 관광박람회에 북한 여행 상품이 등장했다. ‘북한을 연다’는 테마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실물 크기 사진을 담은 간판을 세워놓고 홍보를 펼쳤다. / 사진:연합뉴스
올봄부터 재개된 중국인들의 북한 관광은 트럼프·김정은, 김정은·시진핑 정상회담을 계기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중국은 한국에 대해선 ‘사드 보복’ 차원으로 지난해 3월 단체관광을 전면 금지한 이후 여전히 전세기 취항이나 단체관광 상품의 온라인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중국인들의 한국 관광이 전면적 재개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오히려 북한 관광이 우선적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관광에 나서는 중국인들 중에는 랴오닝(遼寧)성 내 선양(瀋陽), 다롄(大連) 등 한반도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돼 있는 동북3성에 거주하는 사람이 많다. 베이징 및 상하이 등 원거리 지역에서도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 중국이 항미원조전쟁(抗美援助戰爭)이라고 부르는 한국전쟁에 참전한 노병들도 자신들의 젊은 날을 추억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한다. 일부 노병들은 1950년 11월 한국전쟁에서 사망한 마오쩌둥의 아들 마오안잉의 묘소가 있는 평안북도 회창군을 방문하기도 한다.

주말에 평균 40인승 버스 10대 이상이 출발하는 신의주 당일 관광은 소득수준이 올라간 중국인들에게 비용 측면에서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오전 8시에 출발해 압록강을 건너 신의주 시내 관광을 하고 오후 5시쯤 단둥으로 돌아오는 당일 관광 평균 비용은 790위안(약 15만원)이나 실제 관광 기념품을 구매하는 등 옵션 품목까지 계산하면 20만원 정도다. 북한 관광에 나서지 못하는 단둥(丹東) 방문 한국인 관광객을 위한 북·중 변경 관광 비용은 100위안(약 1만7000원)이다. 오전 8시30분 마오쩌둥 동상이 있는 단둥역에서 모여 항미원조기념관, 월량도, 어적도, 구리도, 통군정, 여자병영, 발전탑, 장군별장, 하구경구, 호산장성, 일보과를 보고 단둥으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압록강변에서 배를 타고 북한 측을 관람하는 상품이다. 강은 국제법상 국경이 없기 때문에 여름철에는 북측 연안 쪽으로 바짝 배를 대고 담배 등을 북측 경비병에게 던져 주기도 한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신의주에 도착하면 체류하는 관광원구는 2015년 여름 단둥중국국제여행사가 5000만 위안(약 89억원)을 투자해 압록강대교 인근 연안에 조성했다. ‘북한 신의주상륙관광원구(朝鮮新義州登岸遊園區)’는 쇼핑과 식사 등 부족한 신의주 관광 인프라를 확충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압록강 일부를 메워 만든 간척지 위에 건립됐으며 ‘신의주상륙관광원구’는 ‘신의주압록강안관광지’를 일컫는 중국 측 명칭이다. 북한의 노동신문은 당시 “조선묘향산여행사와 단둥중국국제여행사 간의 협력으로 압록강 연안에 건설된 관광봉사구역에 현대적인 종합봉사기지가 꾸려져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개장식에는 이응철 북한 국가관광 총국 부총국장을 비롯한 관계 일꾼과 중국 측 관계자와 관광객들이 참석했다. 대지면적 총 13만㎡ 중 1단계로 건립된 8000㎡ 규모의 건물엔 북한별미식당, 불고기집, 북한농수산물판매장, 국제면세점, 커피숍 등이 들어섰다. 단둥중국국제여행사 측은 “단둥과 가까운 동북3성 지역을 중심으로 관광객을 모집해 신의주 관광을 활성화하겠다. 북한에 호기심을 가진 중국인이 예상외로 많다”고 밝혔다.

‘빛나는 조국’은 인기 관광 콘텐트


▎북한의 정신이 담겨있다는 집단체조 ‘빛나는 조국’도 외국인을 위한 관광 상품으로 판매된다. / 사진:연합뉴스
최근 정권 수립 70주년 9·9절 기념행사를 마친 북한은 국제사회 제재 압박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관광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해 가을부터 국제사회가 최대한의 제재와 압박을 가함에 따라 전 세계 130개 지역에서 영업하던 북한 식당들이 어려움을 겪고 해외 송출 근로자도 축소되기 시작했다. 중동 지역에 대한 무기와 광물자원의 수출도 여의치 않음에 따라 북한의 달러 기근은 올해 들어 악화되기 시작했다. 북한으로선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북한은 관광을 통한 틈새시장 공략으로 본격적인 외화벌이의 물꼬를 열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대북제재 항목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난 6월 3차 북·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중국인들의 북한 관광카드를 강력하게 요청했다. 중국은 북한의 요청을 수용해 지난 9월 16일부터 중국인의 단체관광을 허용하기로 했다. 중국 공산당 서열 3위인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이 시진핑 주석의 특별대표로 방북해 김정은 위원장과 회담한 후 발표된 전향적인 조치다. 대내외적 여건을 고려해 9·9절에는 리 상무위원장이 시 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방북해 김 위원장을 만나며 북·중 우호를 다졌다. 중국은 리 상무 위원장의 방북을 계기로 북한에 대한 경제건설 지원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이후 중국이 유엔 대북제재의 ‘회색지대’인 관광 분야를 통해 일차적으로 북한 지원에 나서는 분위기가 현장에서 감지되기 시작했다. 중국 고위층의 지시에 중국인 관광객들의 단체 방북이 시작된 것이다. 중국인 관광 수익이 북한 경제 회복의 마중물이 되고 있는 만큼 관광이 선두에 서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압박을 돌파하고 있는 상황이다. 강력한 대북제재와 압박을 받는 북한이 현실적으로 외화를 벌 방법은 관광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속에서도 북한이 ‘틈새시장’을 뚫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북한 전문 여행사인 INDPRK를 포함한 관련 업체들도 북한 단체관광 상품의 예약을 시작했다. 앞서 북한은 중국의 북한 전문 여행사들에 호텔 보수 등 국가적인 조치 때문에 8월 11일부터 9월 5일까지 단체 여행객을 받지 않겠다고 전격적으로 통지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시진핑 주석의 방북 추진 때문이란 말이 나돌았다. 지난해 중국에서 평양으로 들어가는 관광객이 매일 2000여 명에 달해 북한의 외화 기근 해소에 큰 도움을 줬다.

중국은 리잔수 상무위원장 방북을 계기로 중국인의 북한 관광을 독려할 것으로 보여 ‘북한 관광 특수’가 예상되고 있다. 북한은 중국인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여행 홍보에 나서고 있다. 북한은 9·9절에 최대 10만여 명이 동원되는 ‘빛나는 조국’이라는 제목의 집단체조(매스게임)와 예술 공연을 선보인 이후 9월 말까지 공연했다. 2013년 9월 공연을 마지막으로 집단체조 공연을 하지 않은 데다 9·9절 행사가 대내외에 크게 알려지면서 이 상품은 거의 매진 수준이었다. 북한의 최대 국제전시회인 ‘평양 국제상품 전람회’와 ‘평양 국제영화제’ ‘평양 가을 마라톤’ 등 외국인 관광객을 대거 끌어올 수 있는 대형 이벤트 행사도 9월부터 준비해 여행 상품으로 팔고 있다.

관광상품은 돈 되는 것이면 무엇이든 다한다는 입장으로 시내 항공(헬기)관광, 평양국제마라톤대회, 대동강 불꽃놀이 상품 등 과연 사회주의 북한에서 가능한가란 의문이 드는 특이한 상품도 부지기수다. 예를 들어 헬기 등을 이용한 40분간의 평양 저고도 비행 프로그램에는 Mi-17은 195유로, 자이로콥은 90유로의 요금을 받는다. 북한 전역 일주 프로그램인 An-24(또는 IL-18)은 495유로다. 1시간짜리 평양~원산 간 왕복 프로그램은 IL-18과 Tu-134 기준으로 175유로, IL-62와 Tu-154는 300유로다. 1인당 요금을 명시하곤 있지만 최소 10명은 돼야 탑승이 가능할 것 같다. 누가 저런 비싼 요금을 내고 구닥다리 고려항공을 탈까 의심이 들지만 소련제 항공기에 로망이 있는 유럽 지역에서 평양을 방문한 ‘항공기 덕후들’을 상대로 한 상품으로 추정된다. 2012년에는 마식령스키장에서 스키타기 관광도 출시됐다. 낡은 이념을 내세운 관광상품에 대한 홍보도 강화하고 있다. 코리아콘술트는 2012년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 기념 관광상품’, 영파이어니어투어스는 2011년 ‘주체사상을 배우는 관광상품’ 등을 각각 판매했다. 2012년에는 평양아마추어 골프 관광상품도 판매됐다. 2016년엔 원산국제공항에서 에어쇼를 관람하는 상품도 출시됐다.

한국 관광상품보다 2배 비싼 北 여행


▎북한이 공들여 개발하고 있는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현장 전경.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곳을 시찰하기도 했다.
세계에는 20여 개의 북한 전문 관광여행사가 있다. 그중 가장 큰 여행사를 꼽는다면 중국 베이징에 본부를 둔 고려여행사와 미국의 아시아태평양여행사, 스웨덴의 코리아 콘술트 등이다. 대략적인 관광비용은 중국 베이징까지 오가는 항공료를 제외하고 13박14일에 4000달러(약 434만원), 9박10일에 3000달러(약 326만원), 5박6일에 2300달러(약 250만원)로 한국 관광상품보다 두 배 가까이 비싸다. 한국처럼 덤핑 관광이 없고 희귀성 관광상품을 통제함에 따라 한국 관광상품보다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다. 북한여행상품은 국제관광박람회에도 등장했다. 지난 8월 태국 국제관광박람회(TITF)가 열리는 방콕 퀸시리킷 컨벤션센터 1층 전시장에 북한여행 상품을 홍보하는 태국 여행사의 홍보 부스가 자리 잡았다. 북한 만수대 김일성·김정일 동상을 배경으로, 지난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악수하는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실물 크기 사진이 부스 앞을 장식했다. 북한여행 상품을 26년간 취급했다는 이 여행사는 홍보 부스와 여행 상품 전단에 ‘처음 만나는 북한’ ‘북한 세상을 연다’ 같은 문구를 사용했다. 외부 세계에 잘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관광지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여행사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4만9900바트(약 170만원)짜리 4박6일 상품부터, 7만2900바트(약 248만원)짜리 7박9일 상품까지 모두 다섯 가지 북한여행 상품이 판매되고 있었다. 주로 방콕에서 중국 베이징이나 선양까지는 태국 국적 항공사인 타이항공이나 저가 항공사인 녹-스쿠트 항공편을, 중국~평양 간 이동에는 고려항공 여객기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아시아권 관광업계의 격전장인 TITF에 북한 상품이 판매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다만 ‘북한 상품을 전면에 내세운 대대적인 홍보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여행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북한은 정권수립 70주년을 맞아 중국뿐 아니라 서방세계를 대상으로도 해외 관광객을 모집했다. 최근엔 이탈리아 여행사인 미스트랄 여행사(Mistral Tour)와 15일 동안 중국~북한~한국을 관광하는 상품 계약을 하고 내년 3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북한의 관광객 유치는 남한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 여행사가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북한 관광상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선우항공여행사는 지난 9월 서울 용산 본사에서 개최된 북한 관광상품 설명회에서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및 한국을 거쳐 출발하는 외국인의 북한 관광 및 방문에 관한 독점 대리 자격을 (북한으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여행사 측은 한국인과 미 국무부의 대북 여행 금지 조치로 발이 묶인 미국인, 그리고 중국인을 제외한 외국인이 상품 판매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선우항공여행사 컨설팅을 맡아온 박세진 엠앤피지코리아 이사는 “금강산국제여행사가 중국 요녕오중국제여행사에 주한 외국인의 북한 관광사업 추진을 위임하고, 요녕오중국제여행사가 선우항공여행사에 독점 대리 자격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계약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박 이사는 “대북제재 탓에 중국 여행사를 통한 우회 계약 방식을 택했다”고 덧붙였다. 박 이사는 “사업 파트너인 금강산국제여행사 관계자를 중국에서 만나려고 통일부에 북한 주민 접촉신고를 했다”고 밝혔다. 선우항공여행사는 “해당 관광상품을 다음달부터 판매할 계획”이라면서 “부산·대구·광주·울산·창원·여수 등 지방의 여행사 10곳과 연계해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관광은 서울·부산 등에 있는 공항에서 출발해 중국 선양(瀋陽)을 거쳐 북한에 가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관광상품은 4박5일, 5박6일, 8박9일짜리가 있다. 여행사 측은 “지금은 대북제재 때문에 주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북한 관광사업을 시작하지만 앞으로 대북제재가 해제되면 우리 국민의 북한 관광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강산·원산 지역에 8조5000억원 투자계획


▎북한 원산 인근에 위치한 마식령스키장 전경. 북한은 2014년 평양에 관광대학도 설립했다. / 사진:연합뉴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0월 10일 외교부 국감에서 강경화 장관에게 북한 관광 자체가 제재 대상인지를 질의했다. 강 장관은 “관광은 아니다. (다만) 그것을 위해 자금이 유입되는 것이 제재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또 개별 관광객의 물품 구입이나 음식점 이용이 제재 대상이냐는 물음에도 마찬가지로 “아니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평양에 가 보니 호텔에 중국인이 많더라. 우리가 금강산관광을 못하는 것이 (유엔) 제재 대상이라서가 아니라 5·24 조치 때문이 맞는가”라고 묻자 강 장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정부가 종전선언만 이끌어 내면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명분으로 관광과 5·24조치와 유엔 제재의 상관관계 등을 정교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는 부분이다.

사실 관광은 유엔 안보리의 제재 대상 분야가 아니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이후 각종 유엔 제재로 북한에 가는 중국의 물적·인적 자원이 대폭 축소됐다. 중국은 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전방위적 압력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으며 중국인의 북한 관광을 불허했다. 오후 10시가 넘어 ‘평북(平北)’ 간판을 단 8t 트럭이 하루에만 수십 대가 단둥 세관을 통과해 압록강대교를 지나 신의주로 들어간다. 중국산 각종 물자는 그동안 북한 경제의 버팀목이었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각종 무기 개발에 사용될 군수물자는 물론 외화벌이 수단으로 전용될 수 있는 광물자원에 대해 중국의 대북 수출입을 전격 차단했다. 이와 같은 촘촘한 그물망식 압박 속에서 가장 먼저 숨통이 트기 시작한 분야가 중국인의 북한 관광이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 선포로 이제는 더 이상 미국의 대북제재 올인에 동참하지 않는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사실 북한 관광의 역사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북한은 일부 사회주의 국가를 대상으로 체제 홍보 차원에서 한국전쟁이 휴전되고 3년이 지난 1956년부터 관광사업을 시작했다. 1970년대까지도 주민의 해외 관광이나 외국인의 북한 여행을 자본주의의 타락한 형태로 백안시했다. 1980년대 들어 경제난이 심해지자 외화 수입 증대 수단으로 대외 관광사업에 관심을 두고 관광객 유치와 관광자원 개발 및 관련 시설 확충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북한 관광 정책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시대로 구분할 수 있으며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시기별로 구분할 수 있다. 제1기(1950년 7월~91년 12월)는 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북한은 1953년 8월 여행관리국 및 조선국제 여행사를 설립하고, 87년 9월에는 유엔관광기구(UNWTO)에 가입하면서 국제관광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같은 해에 비로소 일본인에 대해서 북한 관광을 처음으로 허용했으며 91년 5월에는 북·일 간 전세기를 운행했다. 이어서 88년 금강산국제관광회사를 설립하고 91년에는 나진·선봉을 자유경제무역지대로 선정하면서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선언했다.


▎북한 고려여행사가 광고 목적으로 페이스북에 올린 대동강변 풍경. 고려여행사는 중국 베이징에 본부를 둔 대표적 북한 전문 관광여행사다.
제2기(1991년 12월~2011년 12월)는 90년대 이후다. 1996년부터 원산·해주·청진 등을 중심으로 외국인 단체 여행자를 위한 관광 코스를 개발했으며, 98년에 대한민국 국민이 해로를 통해 북한 관광을 할 수 있는 상품을 판매했다. 2003년에는 육로를 통한 금강산관광이 실현되었을 뿐만 아니라 2007년에는 개성관광이 시행됐다. 2008년 금강산에서 발생한 박왕자씨 피살사건으로 인해 현재까지 금강산·개성 관광은 중단되고 있다. 2010년 4월엔 중국인 단체의 북한 관광이 공식적으로 시작됐으며 평양~상하이(2011년 7월), 평양~쿠알라룸푸르(2011년 8월) 항공 노선이 개설되는 등 타국과의 관광교류를 시작했다.

제3기(2011년 12월~현재)는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다. 2012년부터 중국인 관광객은 여권 없이 방북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으며, 2013년엔 평안남도 평성시, 평안북도 동림군, 신의주와 회령 등이 외국인에게 개방됐다. 2014년에는 평양에 관광대학을 설립해 인력 양성 등 교육적 노력과 함께 마식령스키장·문수물놀이장(2013년 개장), 갈마비행장 리모델링 등 신규 관광 인프라에 대한 투자도 지속하고 있다. 북한은 2014년 13개의 지방특구를 지정하면서 평안북도 삭주군 청수지구, 황해북도 신평군지구, 함경북도 온성섬지구 등 3개 지구를 관광특구로 선포했다. 김정은은 “원산지구와 칠보산지구를 비롯한 나라의 여러 곳에 관광지구를 잘 꾸리고 관광을 활발히 벌리며 각 도들이 자체 실정에 맞게 경제개발구를 내오고 특색 있게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북한이 주력하는 관광지역은 금강산·원산 국제관광지대로 2025년까지 우리 돈 8조5000억원(약 78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통해 연간 100만 명 수준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목표를 밝히고 개발에 착수했다. 북한이 주목하는 해당 지역은 140여 개의 역사유적, 10개의 백사장과 호수, 680여 개의 관광명소, 4개의 광천자원과 330만t의 감탕(온천)자원이 있다.

‘거대 수용소’에서 관광의 즐거움 찾다니?


▎오토 웜비어는 식물인간 상태로 미국에 돌아왔다. 웜비어는 끝내 숨을 거뒀고, 북한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를 실감하게 해줬다.
비공식 통계에 따르면 북한 방문객은 2011년에 중국인이 19만4000명, 서구세계가 6000명, 2012년에 중국인이 23만7000명, 서구세계가 2200명, 2013년에 중국인이 20만7000명, 서구세계가 6134명, 2015년에 중국인이 10만 명, 서구세계가 4934명, 2016년에도 유사한 수치를 보였다. 2017년엔 제재로 인해 급감했다.

북한 관광엔 양면성이 있다. 새롭고 독특한 체험을 하려고 영파이어니어투어스 여행사를 통해 2016년 초 북한에 여행을 갔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북한에서 풀려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집으로 돌아온 지 엿새 만에 사망한 사건은 북한 여행의 불안정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미국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세상에 호기심이 많았던 22세 젊은이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사주를 받아 호텔에 붙은 정치선전물을 훔쳤다는 죄목으로 1년6개월간 구금된 상태에서 각종 고문을 받았고 결국 사망했다. 평양과학기술대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친 경험으로 [평양의 영어 선생님(원제 Without You, There Is No Us: Undercover Among the Sons of North Korea’s Elite)]을 펴낸 한국계 미국 작가 수키 김은 [워싱턴포스트]에 다음과 같은 글을 기고했다.

“여러모로 비극입니다. 매년 5000명가량의 서구 여행객이 북한을 방문하며, 그중 약 5분의 1이 미국인입니다. 웜비어 사건은 북한 정권이 얼마나 인명을 경시하는지 극명하게 보여준 경우입니다. 웜비어의 죽음은 대북 외교의 처절한 실패를 상기시키는 사건이자, 미국 시민을 억류하는 것이 북한에 이득이라는 점을 일깨워 주는 사건입니다. 대학생에 불과한 웜비어는 북한 관광을 떠나면서 자신이 얼마나 위험한 곳으로 향하는지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앞으로 제2, 제3의 웜비어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입니다.”

사실 북한에 비판적인 인사들은 북한 관광이 매우 불편한 개념이라고 주장한다. 외국인들이 북한을 방문하면 소외된 북한 주민에게도 문이 열린다는 주장이 있지만, 평범한 북한 주민이 외국인 관광객에게 노출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평양 관광 자체가 선전용으로 정해진 관광지 몇 군데를 둘러보는 것이고, 안내원 외의 북한 주민과 접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행이 대체로 안전하다고 알려졌지만 모든 것이 통제되는 경찰국가에서의 위험은 감춰져 있고, 예측할 수도 없다. 2500만 명의 주민이 포로처럼 갇혀 있는 거대 수용소 같은 나라에서 누릴 수 있는 ‘관광의 즐거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북한을 관광하는 것은 나치 치하 아우슈비츠를 산책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주장도 있다. 북한 관광의 또 다른 어두운 이면은 관광수입이다. 비판론자들은 “외국인 관광은 매년 북한 정권에 4300만 달러 이상의 외화를 안겨주며, 이 돈은 주민을 탄압하고 군사력을 키우는 데 쓰일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북한 관광에 반대한다. 현재 미국 정부는 북한 여행 금지령을 발동 중이며, 웜비어가 이용했던 북한 전문여행사인 영파이어니어(Young Pioneer)는 미국인 고객을 더 이상 받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 천지 방문은 北 관광 재개 예고편?


▎백두산 장군봉에서 바라본 천지의 전경. 한국 정부는 종전선언이 이뤄지면 북한 관광을 재개할 명분을 얻는다. / 사진:연합뉴스
미지의 세계에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새로운 지역으로의 진출을 시도한다. 북한 관광도 다양한 부작용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호기심과 중국인들의 이념적 측면의 홍색(紅色)관광이 어우러진 결과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말 베이징·산둥에 한해 한국인 단체관광을 부분 허용하면서 동시에 랴오닝·지린성을 뺀 타 지역 거주자의 북한 여행을 금지했다. 당시 미국은 방북 대학생 웜비어 사망 사건을 계기로 미국인의 북한 여행을 금지했고, 프랑스와 영국 등도 북한 여행 자제령을 내린 상황이었다. 중국은 이들 국가가 여전히 북한 여행을 제한하고 있는 가운데 선제적으로 제한을 푼 것이다. 석탄·광물·수산물·섬유 수출 등 외화벌이 수단이 모두 차단된 북한에 숨통을 틔워 준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백두산 천지 동반 방문도 종전선언 이후 추진될 북한 관광의 서막을 예고한 것이다. 북한 관광은 미·중 간 무역전쟁 와중에서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하는 공동전선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면 북한 관광은 또다시 탄력을 받을 것이다. 내년 봄 남한 사람들의 북한 관광 재개가 예상되는 가운데 관광이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개혁·개방을 유도해 비핵화를 촉진시킬지, 아니면 국제사회의 압박과 제재에 틈새를 만들어 비핵화에 소극적인 입장으로 회귀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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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호 (2018.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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