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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임대료·최저임금·가맹본사 횡포… 670만 자영업자들의 분노 

꺾일 줄 모르는 임대료, 임차인은 힘이 없다...본사만 배 불리는 프랜차이즈… 해결책은? 진입장벽 높이고 경쟁력 갖춰야 

허인회 월간중앙 기자

▎세종시에 있는 한 아파트 앞 상가 모습. 점포 대부분이 임차인을 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6%. 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그 수는 557만 명으로 무급 가족종사자까지 포함하면 670만 명에 달한다. 지난 9월 국회에서 열린 ‘한국의 자영업: 현황, 대책, 발전방향’ 토론회에 참석한 건국대 전수민·주상영 교수는 지난해 임금근로자 한 사람당 평균 소득은 3840만원이지만 자영업자는 2240만원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월 186만원 남짓 벌었다는 뜻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들의 신음이 깊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자영업이 위기가 아니었던 적은 없었다. 현재 자영업의 위기는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물이다.

자영업자들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원인은 크게 ▷임대료 상승 ▷최저임금 인상 ▷프랜차이즈 본사의 횡포 ▷불공평한 카드수수료 ▷인력난 등 5가지로 나눌 수 있다. 자영업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우성치는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현장을 찾아갔다.

1. 장사가 안 돼도 치솟는 임대료 | “공실 생겨도 내리는 법 없어”

“자영업자를 가장 힘들게 하는 1순위는 아마 임대료와 권리금일 것이다. 장사가 안 돼서 문을 닫는 경우도 많지만 장사가 잘되는데도 임대료, 권리금 때문에 문을 닫아야 하는 사례를 우리는 흔히 본다.”

김도균 외 5인이 쓴 [자신에게 고용된 사람들]에 나온 구절이다. 자영업자에게 임대인은 저승사자나 다름없다. 임대료 20~30% 인상 요구는 다반사고, 두 배 이상 올려 달라는 임대인도 적지 않다. 임대료 인하는 언감생심이다.

한국감정원의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올 2분기 서울의 중대형 상가 평균 임대료는 ㎡당 5만8600원, 소규모 상가는 5만2300원이다. ㎡당 2만2400원인 오피스빌딩 내 점포 평균 임대료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비싸다.

이 자료에 따르면 서울 도심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은 5.4%로 1분기보다 높아졌지만 임대료 추세 변화를 나타내는 임대가격지수는 100.1을 기록했다. 공실은 더 생겼지만 임대료는 떨어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서울 도심 중대형 상가의 평균 임대료는 ㎡당 9만5400원이었다.

서울의 주요 상권 중 한 곳인 광화문·종로를 찾았다. 대형 주상복합빌딩이 즐비한 대로변을 벗어나 피맛골로 불리던 골목으로 들어가면 ‘임대 문의’를 내건 빌딩을 여럿 볼 수 있다. 한 빌딩에 들어갔다. 로비 안내판에 따르면 1층엔 30곳의 점포가 있다. 그중 7곳이 빈 가게였다. 영업 중인 점포 가운데 5곳은 공인중개사무소로, 음식업과 부동산 외 서비스업 가게는 1층 전체 점포의 60% 수준이었다.

종로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는 “지난여름을 기점으로 돈의 흐름이 꽉 막혔다. 그나마 이쪽은 직장인 등 유동인구가 많아 나은 편이다. 을지로나 종로구 관철동 상황은 훨씬 나쁘다”고 말했다.

인근 또 다른 공인중개사무소의 이모씨는 “자영업자가 진짜 힘든 이유는 임대료 때문이다. 1층이 아니어도 임대인들은 월 400만~500만원의 임대료를 부른다. 공실이 나와도 가격을 내리지 않는다. 장사가 잘되거나 착한 임대인을 만나지 않는 한 버틸 재간이 있는 자영업자가 얼마나 될까 싶다. 거래가 제대로 되지 않으니 자영업자인 우리도 상황이 어려운 편”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피맛골 일대 터줏대감인 해장국 식당 ‘청진옥’은 최근 오피스빌딩에서 가게를 빼고 별관으로 아예 자리를 옮겼다. 청진옥은 지난 6월 말부터 별관으로 이용하던 건물의 1~6층에서 영업하고 있다. 3대째 청진옥을 운영 중인 최준용 대표는 “별관과 함께 빌딩 1층에 있던 본관도 같이 유지하려고 했지만 임대인들이 요구하는 임대료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부분상가를 합쳐서 40평 규모로 입점했다. 임대인은 6명이었다. 2년마다 10%씩 인상을 요구했다. 다 맞춰드렸다. 그러다 지난해 말 임대인 중 1명이 월 450만원이던 임대료 계약을 갱신하면서 200만원 더 올리자고 하시더라. 다른 분들도 10%씩 올려 공인중개사에게 일임하셨다. 이미 월 임대료로 2300만원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받아들이기 부담스러웠다. 내던 임대료와 비슷하게 대출 이자는 나가지만 지금이 그나마 낫다”고 털어놨다. 최 대표는 그러면서 “전보다 손님이 줄기는 했지만 저희는 24시간 영업을 해 꾸준히 단골들이 찾아주셔서 그럭저럭 유지하고 있다”며 “오피스빌딩에 들어갔다 울면서 나오는 사람을 한두 명 본 것이 아니다”고 씁쓸해했다.

80년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식당도 버티지 못한 높은 임대료는 2000년대 초반부터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상가 임차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상가임대차보호법’(상임법)이 탄생한 배경이다. 상임법은 지난 9월 다시 개정됐다.

대형 프랜차이즈 법무팀장 출신인 박성채 변호사는 “개정된 상임법은 계약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보장했는데 큰 의미가 있다. 향후 임차인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영업할 수 있게 됐고, 이는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기간이 그만큼 길어졌다는 의미”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 변호사는 “현실적으로 상임법에 명시된 인상률 이상의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나갈 것을 강요하거나 권리금 반환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임대인이 많다. 법 위반 시 별다른 제재가 없어서 생기는 문제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임대인 요구에 응해야 하는 것이 임차인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법의 사각지대도 존재한다. 이미 5년이 경과한 임대차계약 관계에서는 개정된 상임법이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아울러 복합쇼핑몰 입점 형태인 위탁경영 방식이나 전대차(轉貸借) 형식의 계약을 맺은 자영업자는 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2. 논란의 최저임금 인상 | “1인당 국민소득 높은 일본보다 더 높아서야”


▎8월 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전국 소상공인 최저임금 제도개선 촉구 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솥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올해 한국 경제의 최대 화두는 최저임금 인상이다.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이 높은 업종의 자영업자들은 매출에 직격탄을 맞았다. 대표적인 곳이 편의점이다.

서울 은평구에서 9년째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강모씨는 “사실상 사업을 포기하라는 얘기다. 편의점주에게는 카드수수료, 임대료 인상, 근접 출점 등 다른 요인보다 영향이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루 8시간씩 근무하던 그는 올해 최저임금이 7350원으로 오르면서 아르바이트생을 줄이는 대신 매일 4~10시간 더 일하고 있다. 강씨는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실제 지급하는 시급은 9050원이다. 내년에는 주휴 수당을 합쳐 1만20원까지 오른다. 감당이 안 되는 수준”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주장한다. “일본은 최저임금이 지역별로 다르지만 올해 평균 주휴수당을 포함해 약 8500원이며, 내년에는 8760원”이라며 “일본의 2016년 1인당 국민소득이 약 4만 달러였다. 우리는 약 2만7500달러로 1.45배 차이가 난다. 그런데 최저임금은 우리가 앞선다. 이게 말이 되는냐.”

강씨 편의점에서 3분 거리에서 경쟁 업체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권모씨의 주장도 다르지 않다. “3년 전 처음 편의점을 시작했을 때 아르바이트생 5명을 고용하면서 월 인건비가 약 270만원 들었다. 그 사이 최저임금은 34.9%가 올랐다. 지금은 500만원 정도의 월 인건비가 든다. 소득이 연 2800만원가량 줄어든 것이다. 절대 금액이 이미 많이 오른 상태에서 두 자릿수 인상을 하면 어떻게 살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는 “내년에 매달 하루는 쉬려고 아르바이트생 1명을 고용하면 인건비로 월 50만~60만원을 더 지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씨는 정부의 대책과 본사의 소극적인 태도도 비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일자리 안정자금이라고 10만원, 15만원 지원받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본사는 그저 뒷짐만 지고 있다. 인건비가 올라가면 본사는 판매가를 올린다. 당연히 매출은 증가해 본사 수익은 더 많아지지만 인건비 부담은 오롯이 점주들에게만 간다. 이럴 바엔 폐점하는 게 낫다”고 성토했다.

점주들은 곡소리가 나고 있지만 프랜차이즈 본사의 매출은 늘었다. 출점 경쟁으로 가맹점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받은 ‘주요 편의점별 매출액 및 가맹점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편의점 브랜드 5곳의 본사 매출액은 총 25조2543억원이다. 2014년 11조7585억원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반면 지난해 점주들의 월 매출액은 평균 170만원 줄었다. 최저임금 인상, 편의점 거리제한 규제 폐지 등 복합 요인이 작용한 탓이다.

이에 과당출점의 비용분담을 본사도 부담하는 ‘최저수익보장제’나 일정 기간을 설정해 폐업하면 위약금을 면제하는 ‘희망폐업’ ‘출점 거리제한’ 등 다양한 대안이 나오고 있지만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좀처럼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다.

3. 프랜차이즈의 덫 | 재주는 점주가 부리고 돈은 본사가 챙기고


▎지난해 4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48회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프랜차이즈 산업은 연매출 100조원을 넘어섰다. 관련 종사자도 150만 명에 이른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에 따르면 10월 기준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6089개에 달한다. 양적 성장은 이뤘지만 내실은 기하지 못했다. 프랜차이즈경영컨설팅 업체인 맥세스컨설팅이 최근 발표한 ‘2018년 프랜차이즈 산업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프랜차이즈 기업 평균존속연수는 5.8년, 브랜드 평균존속연수는 4.6년으로 나타났다. 2015년 기업 평균존속연수가 9.6년, 브랜드 평균존속연수가 7.8년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프랜차이즈 기업과 브랜드 폐점 주기가 짧아진 셈이다.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 간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공정위에 접수된 가맹사업 분쟁조정건수는 총 779건이다. 593건이던 2016년보다 31% 증가했다. 점주들은 분쟁의 근본 원인으로 불공정한 수익 구조를 꼽는다. 전국가맹점협의회는 “프랜차이즈 산업의 영업이익은 약 7조5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약 2조5000억원을 4200여 개의 본사가 가져가고 나머지 5조원을 22만 명 가맹점주가 나눠 갖는 구조”라며 “본사가 과도하게 유통마진 등으로 가져가 수익배분 구조가 왜곡돼 있다”고 지적한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자영업 경험이 없는 점주가 가맹계약을 맺고 몇 개월 운영해 보면서 본사 시스템을 파악한다. 본사의 특별한 노하우도 없고, 본사에 지급하는 가맹수수료와 무조건 받아야 하는 물품 대금이 아깝다고 느껴 해지하고 싶어 하는 점주가 많다”고 말했다.

현장의 목소리도 다르지 않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권모씨는 “점포에서 1400원에 파는 코카콜라를 본사로부터 500~600원에 들여온다. 동네 마트는 400원에 들여온다. 본사는 각 회사와 직접 대규모 물량을 거래하기 때문에 마트가 들여오는 400원보다 더 낮을 것이다. 가장 작은 규모의 편의점이라도 취급 품목 수는 500개가 넘는다. 본사만 땅 짚고 헤엄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지난 6월 기준으로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 미니스톱 등 주요 편의점 5개사의 점포 수는 4만934개에 달한다.

가격 비교가 가능한 품목이 있는 프랜차이즈 업종은 추정을 할 수 있기에 그나마 낫다. 빵·과자, 감자탕 등 공산품이 아닌 필수품목을 취급하는 점주들은 본사에서 정한 가격에 물건을 받아 파는 수밖에 없다. 과도하게 유통마진을 취해도 알 방법이 없다는 것이 점주들의 하소연이다.

전직 프랜차이즈 본사 직원의 말이다. “본사는 절대 손해를 볼 수 없는 구조다. 수익이 적은 점포는 점주가 원하면 해약금을 받고 폐쇄시키면 된다. 다시 같은 자리나 근처에 점포를 열면 본사는 점포당 월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의 수익이 생긴다. 물품 공급 대금, 가맹 수수료 등 고정수익이 가맹점으로부터 꼬박꼬박 들어오기 때문이다. 본사는 점포 수만 늘어나면 돈을 번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신규 가맹점주를 확보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데는 이유가 있다.”

가맹점주들의 분노가 치솟자 지난해 10월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가맹점사업자와의 소통 강화 ▷유통 폭리 근절 ▷가맹점사업자의 권익 보장 ▷건전한 산업발전 등의 내용을 담은 자정실천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결실은 더디기만 하다.

4. 순이익보다 많은 카드수수료 | 연말 금융위 수수료 재산정 결과에 희비 갈릴 듯


▎공정한 카드수수료 실현 대책위원회와 소상공인연합회 등이 7월 국회 정문 앞에서 주최한 공정한 카드수수료 실현을 위한 대책위 발족 및 국민청원 선포식이 열렸다. 참석자들이 공정한 카드수수료 실현을 촉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카드수수료 문제도 자영업자들의 수익 악화 원인 중 하나다.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발표한 ‘20대 기업 카드수수료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 20대 대기업 가맹점 평균 수수료는 1.38% 수준이다. 전체 가맹점 평균수수료 2.09%보다 현저히 낮다.

김성민 한국마트협회 회장은 “중소마트 업계에서는 임대료보다 카드수수료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박리다매 영업으로 매출이 많은 편인 중소마트는 카드수수료(2~2.5%)가 당기순이익을 초과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카드결제 비중이 90%를 넘는다. 종류로 따지면 신용카드 70%, 체크카드 30%”라며 “체크카드는 계좌이체나 다름없는데 1.7%의 수수료를 떼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구조”라고 한숨을 쉬었다.

편의점 업계도 카드수수료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서울 중구의 한 점주는 “4500원 담배 한 갑을 팔면 원가·세금을 제외한 마진은 9~10%다. 여기에 매출액에 적용하는 카드수수료 2.3%(100원)를 빼면 300원, 여기에 본사 수익 35%를 넘기면 195원만 남는다”며 “200원도 손에 못 쥐는데 4500원 매출은 과세소득으로 잡혀 세금만 더 많이 낸다”고 호소했다. 약국·미용실·빵집 등 대부분의 도·소매, 서비스업 자영업자들은 카드수수료 부담을 덜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앞서 2016년 초 금융위원회와 카드사는 수수료 인하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꼼수가 숨어 있다. 카드사 매출의 12% 내외인 연매출 3억원 이하 영세가맹점에만 소폭 할인된 조치였다. 중소마트를 비롯해 연매출 3억원 이상의 일반 가맹점 카드수수료는 2.0% 내외에서 법정상한선인 2.5%까지 올랐다.

카드사는 수수료 추가 인하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금감원이 발표한 ‘2017 신용카드사 잠정 영업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8개 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1조2268억원으로 2016년보다 32.3% 감소했다. 실적 부진으로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자영업자 의견은 다르다. 김성민 회장은 “카드사의 2015년 마케팅 비용은 약 5조3000억원이었고 지난해에는 이보다 8000억원가량 늘었다. 경영상황이 어렵다는 논리는 이해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주요 업종의 가맹점별 수수료 및 마케팅 비용 현황’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카드사들이 재벌 계열사를 포함한 대형 가맹점에 제공한 마케팅 비용은 총 2조8949억7900만원이었으며, 같은 기간 이들 대형 가맹점이 거둬들인 가맹점수수료는 총 4조53억7500만원이다. 카드사들이 대형 가맹점으로부터 받은 수수료 수입의 절반 이상을 마케팅 비용 명목으로 되돌려준 셈이다.

수수료 인하 여부는 올 연말에 결정될 전망이다. 현재 금융위는 내년 1월부터 시행할 카드수수료 체계를 결정하기 위해 적격비용 재산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금융위 결정에 따라 카드수수료 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5. 구직난 못지않은 구인난 | “사람 구하기 하늘의 별 따기, 구해도 문제”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구인난이다. 특히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은 갈수록 사람 구하는 일이 힘들어진다고 토로한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요식업을 하고 있는 손모씨는 “강남, 역삼, 선릉, 서초 등 소위 강남상권은 이미 수년 전부터 시급 1만원 이상을 지급하고 있다. 그럼에도 사람 구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고 얘기한다. 손씨는 “홀에 나가 사람을 상대하면 손님들이 갑질을 하는 경우도 많고 육체적으로 고된 일이라 많이 찾아오지 않는다. 조선족은 계속 연락이 오긴 하지만 대부분 50~60대로 장기간 일을 하는 경우가 드물다. 최저임금 인상이 문제가 아니라 당장 오늘 가게를 운영하는 데 일손이 부족해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서울 마포구에서 마트를 운영 중인 한모씨도 비슷한 상황이다. 그는 “중소마트는 산지에서 대형 포장으로 가져온 과일, 야채, 신선류 등의 품목을 매장에서 조금씩 나눠 판매한다.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라 기피하는 추세”라며 “생수·배추 등 장바구니를 배송하는 마트 배달원도 구하기 힘들다. 배달앱이 인기를 끌면서 다들 그쪽으로 쏠리고 있다. 배달원들에게는 이미 1만2000~1만3000원의 시급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구직 의사를 보이더라도 상당수는 정부에서 따로 지원받고 있어 4대 보험에 안 들면 안 되겠냐고 먼저 얘기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4대 보험으로 인한 부담과 세원 노출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종로구에서 빵집 프랜차이즈를 운영하고 있는 한 점주는 “아르바이트생이 언제 그만둘지 몰라 어르고 달래며 눈치를 보면서 일한다”며 “사정이 있거나 무단으로 아르바이트생이 나오지 않는 날엔 10시간 이상 매장을 지켜야 한다”고 고개를 저었다.

자영업계는 앞으로 구인난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성민 한국마트협회 회장은 “내년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12시간 이상 가게 문을 열어놔야 하는 자영업자들은 일하는 도중에 직원을 퇴근시키고 혼자 일하거나, 근무시간이 지나도 일을 시키는 범법자가 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인력난이 심한데 어디에서 사람을 구해야 할지 고민”이라며 “주 52시간 근무제는 공무원이나 대기업 정규직을 위한 정책이다. 최저임금 인상보다 파장이 더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6. 자영업 왕국, 해결책 없나 | “진입장벽 높여야” vs “경쟁력 갖춘 상권 만들어야”

올해 국정감사에서 뜨거운 주목을 받은 이가 있다. ‘요식업계의 황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다. 10월 1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프랜차이즈, 골목상권 문제의 ‘참고인’으로 참석한 백 대표는 자신의 소신을 이렇게 밝혔다.

“(자영업장이) 너무 많다. 인구당 매장 수가 과도하다. 감히 말씀드리면 우리나라 같은 경우 외식업을 너무 쉽게 할 수 있는 상황이다. 미국 같은 경우 새로운 자리에 매장을 열려면 최소 1~2년이 걸린다. 우리나라는 신고만 하면 바로 할 수 있는 것이 문제다… 그분들에게 죄송하지만 시장 원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도태될 수밖에 없는 자영업자는 도태돼야 한다. 시장에 비해 과포화상태다.”

시장 포화상태. 이는 곧 과당경쟁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사례는 커피전문점이다. 통계청 통계지리정보서비스 ‘우리동네 생활업종’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전국 커피전문점 수는 6만8345개로 나타났다. 2015년 대비 10.4% 증가한 수치다. 한때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 수(2017년 기준 3만7000여 곳)보다 많다는 치킨전문점(3만4303개)의 두 배에 육박하는 숫자다. ‘한 집 걸러 한 집이 치킨집’이 아니라 ‘카페’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현실이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영업의 가장 큰 문제를 과당경쟁과 매출 감소로 진단했다. 최 교수는 “전체 시장 소비액은 비슷한데 그 안에서 나눠 갖는 사람의 수는 늘어나니까 경쟁은 심화되고 수입은 줄어들게 된다”며 “1990년대 초 음식업, 도·소매업, 숙박업 등 4대 업종에 종사한 영세 자영업자들의 1인당 평균소득이 임금근로자의 60% 선이었다. 요즘에는 30% 이하로 떨어졌다. 대부분 최저임금 이하의 소득을 벌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누적되고 있는 ‘자영업 예비군’들이 자영업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카드수수료율 인하, 임대료 보전 등의 자영업자 대책으로는 본질에 다가설 수 없다. 결국 일자리가 문제다. 일자리가 부족하니까 창업을 강요받고 있는 것이다. 자영업으로 수지가 맞지 않으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출구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산업구조 변화를 통해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일자리가 창출되고 사람들이 자영업에 눈 돌리지 않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역 밀착형으로 거듭나야 오래 살아남아”


▎외식사업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10월 12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통계청이 9월 발표한 ‘2017년 기준 전국사업체조사 잠정결과’에 따르면 대표자 연령대별 사업체수 구성비는 50대가 34.7%(139만6000개)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2016년 대비 대표자 연령대별 사업체 수 증가 규모는 60대가 5만1998개로 가장 많았다. 둘째로 높은 증감 규모를 보인 20대는 9765개 증가였다. 60대 이상 대표자의 사업체 수 증가 기여율은 74%였다. 2016년 조사 땐 43.5%였는데 1년 만에 30%포인트 이상 상승한 것이다. 통계청은 60대로 진입한 베이비부머 세대의 창업이 이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자영업 시장 규모가 계속 커질 것이라고 내다보는 시각의 근거다.

이동주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평균 기대수명 증가,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 등 자영업 시장이 커질 요인은 많다”며 “이제는 편의점·빵집 등 한 업종에 산소호흡기를 달아주는 정책이 아니라 자영업 시장을 구조적으로 안정화시킬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산업부, 중기벤처부 등 관련 부처들이 업종별 산업 전략을 세워 실효성 있는 정책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이 사무총장은 자영업자 스스로도 변해야 한다고 말한다. “오래 살아남는 중소 자영업자의 특징은 자율방범대, 종교단체 봉사단 등 지역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각자도생의 태도에서 벗어나 지역 사회의 일원이 되겠다는 마인드를 갖춰야 한다. 중소자영업자가 살아남는 길은 철저히 지역 밀착형 상인이 돼야 한다.”

이 사무총장은 이를 바탕으로 경쟁력 있는 지역 상권을 만드는 것이 해답이라고 주장한다. “대기업·대형마트와 경쟁하지 말고 해물탕 거리, 로데오 거리처럼 특색 있는 마을상권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이는 중소자영업자들끼리 할 수 없다. 지자체가 행정력을 투입해야 한다. 창업 컨설팅, 재무 분석과 같은 기술적인 지원을 넘어선 비전이 담긴 정책을 상인, 지역마을활동가 등 지역 사회 구성원들과 함께 만들어야 한다.”

- 허인회 월간중앙 기자 heo.inhoe@joongang.co.kr

201811호 (2018.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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