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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저특집] 청춘 남녀들이 열광하는 ‘부산여행 1번지’ 

“마린시티, 센텀 야경, 구름산책로 인증샷 찍어 봤니?”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초량동 카페촌, 구도심 순례, 센텀시티 등 달동네와 홍콩의 매력이 어우러진 ‘소확행’의 공간 인기몰이…뉴미디어 친화적 젊은층, 여행 정보부터 사진까지 그들만의 스타일로 연출해 확산일로

▎여행을 즐기는 젊은이들은 남들 다 가는 명소들을 찾아가기보다 그 지역의 문화를 어떻게 독특하게 느꼈느냐를 중시한다. 도시가 품고 있는 매력을 찾아낼 수 있는 안목이 여행자의 내공을 가른다. KTX를 타고 부산역에서 내리면 길 건너 신발원에서 만두를 먹고, 브라운핸즈 백제에서 커피를 마시는 루트는 SNS로 무장한 젊은이들만이 공유하는 정보다. 그곳 만두 맛과 커피 맛이 특별해서라기보다 이곳의 분위기를 소비하는 것이다. / 사진:최재승 객원기자
여행은 욕망의 확인이다. 알랭 드 보통은 [여행의 기술]에서 “늘 여기가 아닌 곳에서는 잘살 것 같은 느낌이다. 어딘가로 옮겨가는 것을 내 영혼은 언제나 환영해 마지 않는다”고 통찰했다.

특히 젊은이들일수록 ‘내가 이곳에 왔다’는 체험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 한다. 그들에게 페이스북·인스타그램·블로그는 일종의 존재증명이다. 이들은 정보를 TV로 접하지 않는다.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그들만의 정서를 공유하고 유포한다.

젊은층의 취향이 다르다는 증명은 부산 서면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알 수 있다. 서면은 기성세대에겐 부산의 중심지처럼 각인된 곳이다. 실제 부산시 관광정책과는 2017~2018년 통신사(SK텔레콤)와 카드사(신한카드) 빅데이터를 활용해 동향 분석을 했다. 결과는 내·외국인을 통틀어 서면 일대가 1위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은 아무래도 40대를 정점으로 30대와 50대 분포도가 높았다. 그러나 구매력이 상대적으로 강하지 않고, 인스타그램 등 뉴미디어에 능숙한 젊은이들은 취재 과정에서 의외로 서면을 추천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피하는 편에 가까웠다. ‘카페거리 등 있을 것은 다 있는 것 같고 번화한 곳은 맞지만 상업화됐다’고 봤다. 단지 비싸서가 아니다. 젊은이들은 사람들이 다 알고 쏠리는 곳이 되면 더 이상 그 장소에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

“인천 바다와 기분이 다르다”


▎1. 신세계 센텀 백화점엔 원래 한국 최대 규모의 교보문고가 있었다. 이 공간이 사라진 뒤, 센텀 몰 지하에 반스앤노블 서점이 들어섰다. 센텀은 젊은이들에게 소비 중심지이자 문화 중심지이기도 하다. / 2. 평일 저녁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은 센텀 몰 4층의 식당가다. 외국인들까지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어, 국제도시 부산의 위상을 실감할 수 있다. / 사진:송봉근 기자
부산은 이런 젊은이의 욕구를 충족시킬 만한 조건을 갖춘 도시다. 서울이 아니면서 서울과 비슷한 편의성을 제공한다. KTX란 비교적 저렴하고 편리한 이동 수단이 있다. 시내에서 어지간한 곳은 지하철 이동이 가능하다.

부산은 가로·세로로 길쭉한 지형이다. 왼쪽의 감천문화 마을부터 오른쪽의 기장 힐튼호텔 이터널 서점까지 다양한 얼굴을 지니고 있다. 앞에 바다가 보이고, 뒤로 올라가면 언덕에 동네가 자리하고 있다.

부산에서 나고 자라 대학 강사로 일하고 있는 김혜영씨는 “(여행은 어디 도착하느냐 못지않게) 어딘가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 중요한데 KTX를 2시간40분가량 탈 수 있는 부산 기차여행은 그런 감정을 갖기 적당한 시간이다. 도착하면 서울엔 없는 바다가 있다. 인천 바다 보러 갈 때와 다른 기분이다. 부산은 제주도에 비해 물가가 싸고 KTX는 비행기처럼 날씨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항구도시의 특성상 외지인들에게 배타적이지 않고 친절한 편”이라고 말했다. 음식에서도 온천장 곰장어부터 국제시장 옛날통닭까지 버라이어티하다.

현지인이 꼽는 젊은이들을 흡입하는 부산의 ‘빅3 스폿’은 영도·송도 일대의 구도심, 초량(부산역 인근) 그리고 해운대 센텀이었다. 사람이 몰리는 곳에 힘이 생긴다. 부산의 중심도 시대에 맞춰 이동을 거듭했다. 1950년대 ‘피난수도’로서 부산은 부산역 부근이 중심지였다. 지금의 KTX 부산역 일대가 아니라 현재 무역회관 주변인 중앙동(지하철 중앙역 인근) 부근으로 부산항 여객터미널이 가까이에 있다.

그러다 구도심(부산 사람들은 ‘원도심’이라고 부른다)으로 옮겨갔다. 남포동 국제시장, 자갈치시장, 영도다리, 부산타워, 용두산공원 등 부산의 고전적 랜드마크가 밀집된 곳이다. ‘클래식한’ 부산을 경험할 수 있는 장소다. 젊은 세대는 빈티지를 사랑한다. 구도심의 복고 정서는 젊은이들에게 매력으로 다가온다. 부산관광공사 김강석 과장은 “이 일대를 스토리텔링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정민 주연의 영화 [국제시장]과 송강호 주연의 영화 [변호인]을 이곳에서 촬영했다. 젊은이들은 한번 입소문을 타면 간다.

신세계 센텀점 vs 롯데 광복점


▎1. 부산역에서 택시 기본요금만 들이면 갈 수 있는 카페 문화공감 수정의 전경. 젊은이들의 레트로 취향을 정확히 저격했다. 가수 아이유의 ‘밤 편지’ 뮤직비디오가 이곳에서 촬영됐다. / 2. 문화공감 수정은 일제시대 적산가옥을 고스란히 보존했다. 이런 고풍스러운 독특함이 젊은이들의 ‘소확행’ 정서를 충족시킨다. / 3. 송도 케이블카에 탑승하면 부산 구도심 전경이 다 내려다보인다.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떨어지는 젊은이들은 여행의 가치를 소비보다 체험에 둔다. / 사진:최재승 객원기자
그 반대편 부산 동쪽 해운대 센텀시티 일대는 ‘부산 안의 또 다른 부산’이다. 원래 이곳은 밀밭이었고, 비행장이었다. 원래 산업단지로 계획됐는데 어쩌다 보니 신도시가 됐다. 센텀은 탄생과 동시에 부산의 이미지를 변모시켰다. 부산 토박이인 박준혁 롯데 자이언츠 홍보팀장은 “강남 아래 분당 쪽이 아니라 압구정동·대치동 입지에 신도시를 지었다고 상상해 보면 비슷할 것이다. 센텀은 1990년대 후반에 지어서 2000년대 초반 오픈했다. 아직 20년이 안 됐다. 센텀시티 옆 마린시티는 바다와 바로 마주하는 홍콩 같은 느낌을 준다. 주거 수준이 올라가니 인프라는 따라올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가히 부산특별구라 할 만하다. 이곳 거주민은 보통 센텀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학군도 부산에서 가장 좋고, 외국인학교도 있다. 중국·일본의 부자와 외국 주재원들도 산다. 주변의 트럼프월드와 더샵 센텀, WBC 등 럭셔리 주상복합이 들어왔다. 센텀은 동경의 공간이 됐다. 부산은 물론 외지 젊은이들에게도 순례 코스라고 할 정도다.

그중 메카신전 같은 곳이 신세계 센텀백화점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백화점이란 타이틀 아래에 샤넬·에르메스 등 명품 브랜드가 부산 최초로 입점했다. 백화점 밖을 걸으면 바다에 닿을 수 있다. 센텀엔 요트 정박장이 있다. 수영강과 해운대 바다가 만나는 지형은 요트나 보트를 타기에 적합하다. 체험 관광상품이기도 하다. 이 세련된 도시를 거니는 것만으로도 내가 원래의 내가 아닌, 근사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힐 듯하다. 내 일상이 비루해도, 이 순간만큼은 감성적 쾌감을 누릴 수 있다. 바다와 바로 마주하는 마린시티와 더불어 센텀은 ‘럭셔리 부산’을 상징하는 스카이라인 투 톱이다. 욕망은 없었는데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내재된 본성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런 젊은이의 욕망을 센텀은 정확히 공략했다.

센텀에 헤게모니를 빼앗긴 구도심 일대는 이를 되찾기 위해 대대적 도시 리모델링에 돌입했다. 남포동 일대는 서울로 치면 명동과 같은 곳이다. 국제시장이 있고, 오래된 밥집이 있는 미식의 거리다. 새 거점은 광복동 롯데백화점이다. 오후 2시면 영도다리가 분리되고, 위로 올라가는 ‘도개 쇼’가 펼쳐진다. 이 장면을 보기 위한 최적의 장소가 백화점 옥상이다. 이런 희소한 장면을 젊은이들이 놓칠 리 없다. 원래 낮 12시에 도개 쇼가 열렸는데 인근 식당들이 “관광객들이 밥을 안 먹는다”고 민원을 넣어 2시로 옮겼다.


▎1. 카페 브라운핸즈 백제의 전경. 옛 병원건물을 건드리지 않고, 카페로 활용했다. 건물 자체가 부산시 문화재다. / 2. 일상이 우울해도 예쁜 카페에서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있다면 그 순간만큼은 근사한 인생을 사는 것 같은 감정을 누릴 수 있을지 모른다. / 3. 초량동 언덕의 계단.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히는 이 가파른 계단이 품은 빈티지스러움이 젊은이들에겐 낭만적으로 다가온다. 럭셔리 센텀과 대비되는 이미지이지만 젊은이들은 그런 부산의 다양성을 동등하게 향유한다.
여기서 택시를 타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송도 케이블카가 있다. 지난해 만들었는데 벌써 누적 탑승객 100만 명을 돌파했다. 사람이 많을 땐 2시간은 기다려야 탈 수 있다. 바다 위를 오가는 케이블카는 그 자체로 독특한 것에 열광하는 젊은이들을 매료시킨다. 주머니 사정이 부담돼 케이블카를 타지 않더라도 구름산책로를 걸으면 바다 한가운데로 걸어가는 기분이 든다. 젊은이들의 여행은 인증샷에 죽고 사는데 날씨 좋은 날, 송도 일대는 어디에서 찍어도 화보다.

‘한국의 마추픽추’가 된 달동네


▎168계단 위에서 내려다본 부산 야경. 모노레일을 타고 오를 수 있다. 드라마 [쇼핑왕 루이]의 촬영지답게 그저 서 있는 것만으로도 로맨틱해지는 공간이다.
부산역에 내려서 거리상 가장 먼저 갈 수 있는 곳이 초량동이다. 옛 산동네 자락에 카페촌이 형성됐는데 분위기 있는 사진을 위한 장소로선 성지다. 옛 병원 건물 골조와 외벽을 고스란히 보존한 뒤 카페로 쓰고 있는 브라운핸즈 백제, 일제시대 적산가옥을 살린 문화공감 수정은 인테리어 그 자체로 ‘머스트 고’ 스폿이다. 두 장소는 부산시로부터 문화재급의 대우를 받고 있다. 수정은 가수 아이유의 ‘밤 편지’ 뮤직비디오의 로케이션이기도 했다.

이 두 카페 어디에서도 그리 멀지 않지만 오르막길인 초량동 언덕길 끝자락에 168계단과 모노레일이 있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까마득하게 높고, 아주 좁은 계단이 하늘로 닿아 있는 듯하다. 다리 힘이 여간 튼튼하지 않는 한 걸어서 올라갈 엄두가 안 날 듯하다. 그래서 모노레일을 설치해 놨다. 이 일대를 걸으면 아기자기한 가게가 숨은그림찾기처럼 눈에 들어온다. 피란민이 머물던 곳, 고령층이 살던 곳이었던 달동네가 좁고 비탈져도 굳이 젊은이들이 찾아오는 명소로 바뀌고 있다. 감천문화마을처럼 한국의 마추픽추, 산토리니로 불린다. 이곳 전망대에서 드라마 [쇼핑왕 루이]를 찍었다. 바다까지 내려다보인다.

세상이 힘겨울수록 젊은이들은 이런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에서 유래된 말)에 갈증을 느낀다. 커피 한잔을 마셔도 기왕이면 근사한 곳에서 유명하다는 것으로 마시려 한다. 어차피 집, 차, 결혼을 살 순 없다. 어찌 보면 슬픈 호사다. 프랜차이즈 카페는 남들과 같아서 싫다. 그 덕에 젠트리피케이션을 피해 언덕, 골목으로 밀려난 카페는 경쟁력을 갖는다.

현실의 부산은 결코 찬란하지 않다. 인구는 계속 빠지고 있다. 인구를 떠받칠 마땅한 산업 기반이 없기 때문이다. 인근 울산과 거제 경제마저 휘청거리자 부품 배후단지로서 기능마저 위태롭다. 인구를 흡수할 동력이 없으니 부동산도 버틸 수 없다. 센텀마저도 집값이 지지부진하다.

역설적이게도 경제가 암울하고, 미래가 우울할수록 젊은이들은 ‘소비도시’로서 부산을 찾는다. 현실적으로 20~30대 젊은 여성이 몰리는 곳에 상권이 형성된다. 이들이 좋아하는 플레이스라면 남자는 따라오게 마련이다. 부산의 다양성이 이 시대 젊은이들의 나르시시즘을 충족시킬 조건들을 유지하는 한 청춘의 초상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 부산=글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 사진 김현동 기자 kim.h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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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호 (2018.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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