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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미국 세계 1위 산유국 등극의 정치경제학 

군사력, 달러화, 셰일오일 세계 패권의 3각 편대 구축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셰일오일과 천연가스 증산으로 동유럽, 중동까지 영향권에 편입… 석유 전쟁 가능성은 줄어

▎미국 텍사스주 메버릭 분지 이글포드 셰일오일 생산광구 현장의 시추 타워 전경.
퍼미언 분지(Permian Basin)는 미국 텍사스주 서부와 뉴멕시코주 접경에 있는 지역으로 세계에서 가장 두꺼운 퇴적암층이 있다. 가로 400㎞, 세로 480㎞에 달하는 이 분지에선 미국에서 셰일오일(shale oil)이 가장 많이 생산된다. 셰일오일은 퇴적암 또는 혈암(頁巖)에서 추출되는 원유를 말한다. 셰일오일은 채굴이 어려운 데다 개발비도 만만치 않아 방치됐으나 새로운 채굴 기술이 개발되면서 전통적인 에너지인 원유를 뛰어넘는 에너지로 급부상했다.

셰일오일 채굴에 사용하는 기술은 수압파쇄(fracking)와 수평시추(horizontal boring)다. 수압파쇄는 수직으로 뚫은 시추공에 물과 모래, 화학물질 등을 섞은 혼탁액을 고압으로 지하에 투입해 암석층에 균열을 일으켜 원유를 뽑아내는 공법이다. 수평시추는 채굴 파이프를 암석층에 수평으로 삽입해 유전의 표면적을 최대화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이다. 퍼미언 분지에 매장된 셰일오일은 600억~700억 배럴로 추정된다. 세계 최대의 매장량(750억 배럴)을 자랑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가와르 유전에 버금가는 규모다. 시장 가치로는 3조3000억 달러에 달한다. 이곳에서 추출되는 셰일오일 생산량은 2010년 1월 하루 평균 88만6430만 배럴에서 현재 253만5000배럴로 크게 늘어났다. 원유 업체들이 이곳에서 새로운 유정을 계속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퍼미언 분지 일대에는 미개발 상태로 남아 있는 곳이 아직 많아 추가 발굴 가능성도 높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은 2016년 11월 15일 퍼미언 분지 울프캠프 지구에서 셰일오일 200억 배럴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단일 광구로는 최대인 노스다코타 셰일오일 매장량의 3배에 달한다. 시가로 따지면 9000억 달러 규모다. 게다가 미국 곳곳에선 셰일오일이 속속 발견되고 있고, 기술 발전으로 채굴할 수 있는 양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의 원유 매장량이 세계 양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보다 많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노르웨이의 에너지 컨설팅 업체인 라이스타드에너지는 미국의 가채매장량(Recoverable reserves)을 2640억 배럴로 추정했다. 가채매장량은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시추가 가능한 원유 매장 규모를 말한다. 석유기업의 가치를 평가하거나 산유국 경제의 장기 건전성을 가늠하는데 중요한 잣대로 쓰인다. 사우디는 2120억 배럴, 러시아는 2560억 배럴이다. 미국의 가채매장량 추정치가 크게 늘어난 것은 바로 셰일오일 때문이다. 미국의 가채매장량은 3년 전만 해도 러시아나 사우디보다 훨씬 적었다. 실제로 미국의 원유 매장량 중 절반 이상이 셰일오일이다.

40년 만의 세계 최대 산유국 지위 탈환


▎셰일가스가 묻혀 있는 미국 텍사스주의 이글포드 광구에서 엔지니어가 가스 파이프를 연결하고 있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셰일오일 덕분에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은 지난 5월 단기전망보고서에서 원유 생산량이 계속 늘어나 올해 하루 평균 1080만 배럴, 내년엔 1180만 배럴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역대 최고 생산량은 1970년의 960만 배럴이다. 실제로 지난 8월 미국의 하루 원유생산량이 1100만 배럴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세계 1·2위 산유국인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1973년 이후 45년 만에 다시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등극했다. 미국은 1974년 옛 소련, 1976년 사우디에 각각 추월당하기 전까지 세계 최대 산유국이었다. 미국의 지난 8월 산유량은 같은 기간 러시아의 1080만 배럴보다 20만 배럴이 더 많았다. 미국은 이미 지난 2월 사우디의 산유량을 추월했다. 현재 사우디의 하루 평균 원유 생산량은 1000만 배럴 수준이다.

EIA는 미국이 내년에도 러시아와 사우디를 뛰어넘는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당초 국제에너지기구(IEA)와 EIA는 미국의 산유량이 사우디와 러시아를 내년까지 추월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국제 에너지 전문가들은 미국이 당분간 세계 최대 산유국 자리를 내놓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에너지 투자 기업인 BP캐피털펀드 어드바이저스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벤 쿡은 “새로운 채굴 기술이 게임 체인저 역할을 했다”면서 “미국이 원유생산의 탄력성과 경쟁력을 갖추게 됐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미국이 앞으로 ‘스윙 프로듀서(swing producer)’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스윙 프로듀서란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자체적인 원유 생산량 조절을 통해 전체 수급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산유국을 말한다.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스윙 프로듀서는 사우디가 주도하고 있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이다. OPEC은 스윙 프로듀서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2014년 중반부터 미국의 셰일오일 업자들을 고사시키고자 가격 전쟁을 벌였다. 사우디 등 OPEC 회원국들은 2014년 중반 이후 2년여 동안 유가가 급락세를 보였지만 감산하지 않았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30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예상했던 대로 셰일오일을 생산하는 미국의 에너지 기업들은 줄도산을 하기 시작했다. 셰일오일 업자들은 배럴당 30~40달러 정도하는 셰일오일의 생산 단가를 지탱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동 산유국들의 원유 생산 비용은 배럴 당 10달러도 채 되지 않는다. 때문에 원유가격이 40달러를 밑돌아도 경제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셰일오일 업체들은 생산 비용을 크게 낮추면서 살아남았다. 미국 셰일오일의 생산비용은 배럴당 23.35달러까지 낮아졌다. 결국 OPEC 회원국 13개국이 2016년 11월 30일 12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합의한 데 이어 러시아를 비롯해 비(非)OPEC 산유국 11개국도 같은 해 12월 10일 55.8만 배럴 감산에 합의했다. OPEC은 감산 조치에 따라 국제유가가 크게 오를 것을 기대했지만 국제유가는 배럴당 50~60달러 선을 유지했다. 그 이유는 원유 수요가 대폭 증가하더라도 셰일오일이 다른 유전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셰일오일이 원유 수요만큼 충분하게 생산되고 있다는 말이다.

한국, 중국도 미국의 원유 수입


▎미국산 셰일가스가 항구에서 선적되는 모습. 미국의 원유 수출량은 전 세계 원유 수출량의 8.2%를 차지한다.
OPEC은 1970년대 전 세계 산유량의 절반을 넘는 시장 점유율을 차지했지만 현재 시장 점유율은 40% 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1960년 9월 창설된 OPEC은 그동안 국제유가를 조정해 이익을 극대화해 왔다. 앞으로 OPEC의 시장 점유율이 갈수록 하락할 경우 스윙 프로듀서의 지위를 상실할 수 있다. 미국 씨티그룹 원자재 리서치 부문의 에드워스 모세 대표는 “OPEC이 더 이상 스윙 프로듀서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셰일오일이 글로벌 원유 시장의 수급 균형을 좌우할 최대 요인”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이 전 세계의 석유패권을 차지할 것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게다가 미국은 천연가스 생산량에선 2009년 이후 줄곧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BP가 내놓은 세계 에너지 통계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하루 평균 711억 Bcf/d(Billion cubic feet per day)의 천연가스를 생산했다. 세계 천연가스 생산량의 20%를 차지하는 수치다. 러시아도 지난해 천연가스 생산량이 전년 대비 8.2% 증가했지만 하루 평균 615억 Bcf/d를 생산하는 데 그쳤다. 미국의 천연가스 생산 증가는 셰일가스 생산 증대에 따른 것으로 2008~2015년 기간 중 셰일가스 생산 규모가 50% 증가했다.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은 2025년까지 자국 내에 천연가스 생산의 3분의 2를 담당하며, 향후 셰일가스 비중은 2050년까지 80%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6년 기준 미국의 천연가스 확인 매장량은 341.1Tcf로 2015년의 확인 매장량인 324.3Tcf 대비 5%(16.8Tcf) 증가했다. 2016년 셰일가스 매장량 규모(209.8Tcf)는 미국 천연가스 확인 매장량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2015년 대비 34.2Tcf 증가를 기록했다.

특히 중요한 점은 미국이 원유와 천연가스의 수출을 대폭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의 원유 수출량이 전 세계 원유 수출량의 8.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미국의 원유수출 물량은 일평균 176만 배럴로 2015년 46만5000배럴의 4배 가까이 확대됐다. 수출 대상국가 역시 캐나다 중심에서 아시아 및 유럽국가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이 하루 평균 1000배럴 이상 원유를 수출하는 국가는 지난해 36개국이나 됐다.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지역 비중이 크게 늘었다. 올 상반기 국가별 수출 비중을 보면 중국이 21.4%로 가장 많았고, 캐나다(19.0%), 이탈리아(9.3%), 영국(7.7%), 한국(7.6%) 등의 순이었다.

미국의 원유 수출량은 2015년 12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40년간 이어져 온 원유 수출금지 조치를 해제한 이후 50만 배럴에 불과했다. 천연가스는 액화천연가스(LNG) 형태로 가공돼 수출되고 있다. EIA에 따르면 지난 2년간 미국 내에서 신규 LNG 생산설비가 증설되면서 지난해 LNG수출이 전년대비 약 4배 증가한 1.94Bcf/d를 기록했다. 멕시코 수출 물량이 전체의 22%를 차지했고 한국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41%를 수출했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천연가스 생산량의 70%는 가스관(PNG)을 통해 공급되며 30% 정도만이 LNG 형태로 거래된다. 미국은 내년까지 4개의 신규 LNG 터미널 건설 프로젝트를 완공시켜 가동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들이 완공되면 내년 말 기준 미국의 총 LNG 수출량은 9.6Bcf/d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이른바 ‘셰일 혁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6대 국정기조를 제시했는데, 첫째가 ‘미국 우선 에너지 계획(America First Energy Plan)’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에너지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OPEC 회원국들과 미국의 적대국 등 외국산 석유에 의존하던 데서 벗어나겠다면서 셰일오일과 셰일가스 및 원유와 천연가스 등을 적극 시추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런 정책이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에너지 생산 확대로 거둬들인 수입을 도로나 교량, 학교 등 공공 인프라를 건설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미국의 중동산 원유 의존도 2035년엔 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6대 국정기조 중 하나가 ‘미국 우선 에너지 계획 (America First Energy Plan)’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정책 방향이 미국의 경제뿐 아니라 외교·안보 차원에서도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 에너지 계획은 말 그대로 ‘에너지 독립’ 선언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OPEC에 대한 석유 의존을 끊고 에너지 독립을 추진하겠다고 말한 사람이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은 아니었다. 리처드 닉슨 등 역대 미국 대통령은 외국산 원유 의존도를 줄이겠다고 공언해 왔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2006년 미국이 “석유에 중독돼 있다(addicted to oil)”면서 중동산 석유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미국에 대한 OPEC의 원유 수출 물량은 되레 10%나 늘었다.

이처럼 미국의 에너지 독립은 결코 달성하기 쉬운 목표가 아니다. 미국은 세계 석유의 30%를 소비하는 세계 최대 석유소비국이자 원유수입국이다. 원유 대부분은 사우디 등 중동 지역에서 들여오고 있다.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셰일오일의 생산을 늘리기 위해 각종 규제를 철폐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시절에 환경오염을 이유로 추진이 중단된 ‘다코타 액세스’ 송유관 건설 사업을 재개했다. 이에 따라 노스다코타주에서 일리노이주까지 모두 4개 주와 50개 카운티를 연결하는 길이 1900㎞의 송유관이 2017년 3월 개통됐다. 이 사업으로 노스다코타주 북부 베켄(Bakken)지역에서 생산된 셰일오일을 인디애나까지 하루 최대 57만 배럴을 수송할 수 있게 됐다. 노스다코타주의 면적은 18만2990㎢로 한반도의 80%나 되지만 인구는 황량한 오지이기 때문에 73만 명밖에 되지 않는다. 다코타라는 지명은 인디언인 다코타족에서 유래했다. 이곳이 최근 들어 셰일오일 덕분에 각광을 받고 있다. 노스다코타는 미국에서 텍사스 다음으로 석유를 많이 생산하는 주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지난해 3월 환경 파괴 논란으로 불허됐던 사업인 ‘키스톤 XL 송유관’ 건설 프로젝트를 허용했다. 키스톤 XL 송유관 사업은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생산되는 원유를 총 길이 1897㎞의 송유관을 통해 미국 텍사스주 정유시설까지 수송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송유관은 네바다주의 환경보호 지역(샌드 힐)을 지나게 돼 있어 환경 파괴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업이 일자리 창출과 에너지 개발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송유관이 건설되면 하루 83만 배럴의 원유가 미국으로 흘러들어 오면서 미국 내 유가 하락과 함께 석유 수출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지역 경제 활성화로 2만8000~4만2000여 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최대 석유회사인 엑손모빌 등 주요 석유 기업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정책에 호응해 셰일오일 생산량을 크게 확대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 유전 개발에 열을 올리느라 셰일오일 생산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 왔던 미국의 주요 석유회사들은 세일오일의 경쟁력이 높아지자 자국의 유전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내에 에너지 독립이란 목표를 달성할 지는 미지수이지만 셰일오일 생산량이 대폭 늘어날 경우 2025~2035년께 에너지 독립이 실현될 수도 있다. EIA는 자국의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2035년이면 제로가 되리라고 전망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자신이 직접 세일즈에 나서는 등 에너지 수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이 에너지 수출을 확대하고 있는 지역은 아시아와 동구권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해 일본·한국 등에 압박을 가하자 미국으로부터 원유와 천연가스의 수입을 크게 늘리고 있다. 심지어 인도가 최근 사상 최초로 미국으로부터 원유를 도입했다. 미국의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도 적절한 수준이다. 이러다 보니 아시아 시장으로 미국의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이 확대되고 있다. 에드 롤 우드맥킨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원유 수출은 2022년까지 일평균 300만 배럴로 확대될 수 있고 이 중 3분의 1은 아시아 시장으로 흡수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I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으로 수출된 LNG 물량은 총 1104억 Tcf로, 전체(4917억 Tcf)의 22.5%를 차지하면서 지난해까지 최대 수입국이었던 멕시코(1055억 Tcf: 21.5%)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그 다음으로는 중국(619억 Tcf: 12.6%)과 일본(442억 Tcf: 9.0%), 인도(315억 Tcf: 6.4%)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라엘 주재 미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긴 동력


▎중동과 러시아의 에너지 파워가 미국 셰일오일에 밀려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은 동구권에도 LNG 수출을 확대한다. 실제로 폴란드가 지난해 6월, 리투아니아가 지난해 8월에 각각 미국의 LNG를 사상 처음으로 수입했다.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등 동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천연가스의 80% 이상을 러시아에서 수입해 왔다. 러시아는 동구권 국가들과 갈등이 생길 때마다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파이프라인의 밸브를 잠그겠다고 위협하는 등 일종의 무기로 활용해 왔다. 때문에 동유럽 국가들 입장에서 미국산 LNG는 러시아에 대한 천연가스 의존도를 줄이고 공급선을 다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밖에 없다. 물론 러시아의 영향력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미국은 LNG 수출 확대를 통해 경제적 이득은 물론 동유럽에 대한 영향력도 확대하고 러시아를 견제할 수 있는 등 일석삼조의 효과도 거둘 수 있다. 특히 미국의 LNG 붐으로 세계 천연가스시장이 재편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외교협회의 에미 마이어스 제프 에너지안보 애널리스트는 “중·장기적으로 볼 때 미국의 LNG 수출 증대가 러시아에 가장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미국의 셰일 혁명은 국제질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미국의 대(對) 중동 정책이 상당히 변하고 있다. 지난 20세기에 벌어진 숱한 전쟁과 분쟁은 대부분 석유와 관련이 있다. 특히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석유에 대한 통제권을 차지하기 위해 각종 분쟁에 개입해 온 것이 사실이다. 저명한 지정학자인 윌리엄 엥달은 “분쟁이 일어나는 지역은 언제나 막대한 원유와 가스 매장지가 있거나 중요한 송유관이 통과하는 곳”이라면서 “석유는 미국의 세계 지배 전략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중동 지역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군사개입을 해온 이유도 석유를 차지하기 위해서였다. 이라크 전쟁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미국이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한 대의명분은 독재자인 사담 후세인 대통령 축출이었지만 진짜 목적은 풍부한 석유 자원 때문이었다. 이라크 전쟁을 기획한 폴 울포위츠 전 국방부 부장관은 “이라크는 석유라는 바다에 둥둥 떠다니고 있다”고까지 말한 바 있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자서전 [격동의 시대]에서 “이라크 전쟁은 석유를 얻기 위해 일으킨 것”이라며 “미국이 중동지역에서 석유 공급을 안전하게 확보하는 데 위협적인 존재는 후세인이었다”라고 회고하기도 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역대 대통령과는 달리 중동 지역에 대한 군사 개입을 상당히 자제하고 있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이었던 미국은 사우디 등 아랍 산유국들의 안보를 보장해 주고 그 대가로 석유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왔다. 게다가 미국은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들 사이에 균형을 잡으려 애써 왔다. 그 이유는 미국이 이스라엘 편을 일방적으로 들어주면 중동 질서가 무너져 유가가 폭등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중동의 혼란은 대부분 유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1970년대 오일쇼크 기폭제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정이었다. 미국에 오일쇼크는 트라우마였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 중국의 좌절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있던 미국 대사관이 분쟁지역인 예루살렘으로 이전한 배경에도 에너지 파워가 작용한다. /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미국의 중동 지역에 대한 석유 의존도가 상당히 줄어들고 있다. 이 때문에 이라크 전쟁 때처럼 미국이 중동지역에 무리수를 둬가며 무력 개입할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이 바뀌고 있다. 실제로 미국이 아랍의 봄이나 시리아 내전 사태에도 불구하고 중동 지역에 군사개입을 하지 않은 것도 중동 지역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아랍 국가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긴 것도 이 때문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유가가 올라도 미국으로선 손해 볼 게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국제 유가 상승이 반가울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국제 유가 상승이 공화당의 돈줄이자 자신의 지지자인 석유업자들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내심으로 더욱 환호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 합의에서 탈퇴하고 이란에 대한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5년 이란과 핵 합의를 한 것은 자칫하면 이란 핵문제로 전쟁이 발발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국제유가가 폭등할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은 더 이상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게 됐다. 이란이 미국의 제재에 반발해 핵 개발을 감행할 경우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고 이렇게 되면 국제유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경우 미국으로선 손해 볼 게 없는 입장이다. 미국 정부는 11월 5일부터 2단계로 각국에 대해 이란의 원유 등 에너지 수입 금지와 이란의 중앙은행을 포함해 금융기관과 거래하는 외국 금융기관 등에 대한 제재 조치를 단행할 예정이다. 원유 생산량이 세계 4위인 이란은 하루 평균 250~270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해 왔다. 이란의 원유수출 금지 조치를 내리면 국제유가가 급등할 가능성이 높지만 미국은 느긋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원유 수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 등이 이미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고 미국산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미국 수퍼파워의 원천은 군사력과 달러화였다. 새로운 세계 질서를 만들어가는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에 셰일오일까지 갖췄다.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등극한 미국은 에너지 수급의 압박에서 벗어났다. 러시아와 이란, 베네수엘라 등 산유국을 제재할 때도 눈치를 볼 이유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신(新) 팍스 아메리카나’라는 세계질서가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 이 때문이다. 메건 오설리번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셰일 혁명으로 산유국인 러시아는 약화됐지만 미국은 더 강력한 위치에 서게 됐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유가 상승기에도 산유국인 이란과 베네수엘라를 동시에 공격하는 걸 어려워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글로벌 정보회사인 스트랫퍼(Stratfor)의 피터 자이한 부사장은 저서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에서 셰일 혁명으로 불리는 미국의 셰일 에너지붐이 세계 정치의 지형을 바꿔 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말할 수 있다.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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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호 (2018.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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