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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이슈] 코카콜라 ‘참전’으로 확대되는 커피 大戰 

브랜드 파워 무기로 공격적 확장 나선다 

강신우 이데일리 기자
세계 2위 커피체인 ‘코스타’ 인수, 넘버원 스타벅스의 대항마로 나설지 주목…한국 시장은 1세대 토종 브랜드들 몰락한 가운데 양극화 뚜렷해지는 추세

▎미래형 커피전문 매장인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 테이스팅 룸 내부 전경. 25억원을 투자해 만들었고, 커피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세계에서 가장 큰 스타벅스 매장이다. 한편에서는 다양한 커피 관련 상품을 판매한다. / 사진:스타벅스
"이번 코스타 인수로 강력한 커피 브랜드를 갖추게 됐다. 코스타의 강력한 커피 플랫폼에 우리의 시스템을 접목하면 전 세계적으로 코스타 브랜드를 성장시킬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제임스 퀸시 코카콜라 최고경영자)

8월 31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음료 기업인 코카콜라가 일명 ‘영국의 스타벅스’로 불리는 코스타(Costa)를 인수하며 ‘커피 체인’ 사업에 뛰어들었다. 영국 1위 외식·숙박업체 위트브레드(Whitbread)의 코스타는 영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약 3800여 개의 매장을 갖고 있는 세계 2위 커피전문점 체인이다. 매수가는 39억 파운드(약 5조6500억원)로 코카콜라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이다.


▎스타벅스에 도전장을 내민 코스타. / 사진:연합뉴스


세계 최강, 최대 1위에 도전장 낸 이유


코스타 커피의 성장 비결에는 ‘공격적인 마케팅’이 한몫했다. 위트브레드는 1995년 코스타 커피를 인수, 14년 만인 2009년 매장 수 1000개를 돌파했다. 영국 커피전문점 체인 시장 점유율은 39%로 25%인 스타벅스보다 앞선다.

물론 전 세계 커피 매장 수와 매출로 따지면 세계 1위 커피전문점 체인인 스타벅스와 격차가 크다. 코스타와 스타벅스의 매장 수는 각각 3800여 개와 2만7000여 개. 매출액 차이도 2016년 기준 약 2조원, 24조원 규모로 수십 배의 차이가 난다.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코카콜라가 코스타 커피를 인수한 배경으로 ▷연간 6% 이상 빠르게 성장하는 커피 시장 ▷정통 이탈리안 커피를 지향하며 유럽 및 중동 지역에서 커피 시장 선도 ▷중국에서의 사업 기회 확대 ▷코카콜라의 브랜드 파워를 통한 공격적인 확장 가능성 등을 들었다.


코카콜라는 특히 중국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중투고문산업연구중심’(中投顾问产业研究中心)의 발표 자료를 보면 중국인들이 주로 마시는 커피 종류는 인스턴트 커피, 분쇄 커피, 병(캔)음료다. 이 중 대부분은 인스턴트 커피(71.8%)를 마신다. 이어 병(캔)음료(18.1%), 분쇄 커피(10.1%) 순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분쇄 커피에 대한 수요가 매년 25% 정도로 급증하고 있다. 중국인의 소비력이 높아지고 서구의 프랜차이즈 카페가 진입하면서다. 2013~2017년까지 5년간 중국의 커피 소비량은 27% 늘었다.

중국 시장에 먼저 진출한 스타벅스는 매년 500개의 신규 매장을 열어 2021년 500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코카콜라는 우선적으로 세계 1위 커피 시장인 미국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방침이다. 코카콜라는 미국을 중심으로 코스타 커피 매장과 자판기를 늘려 코스타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우고 가정용 캡슐 커피와 인스턴트 커피 제품도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코스타 커피 인수를 계기로 커피 소싱(sourcing)과 유통 전반에 걸친 커피 공급망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국민 1인당 연간 512잔의 커피를 마시는 한국도 코카콜라 ‘코스타’ 커피의 주요 진출 지역으로 꼽힌다. 국내 커피 시장은 1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한국인은 265억 잔의 커피를 마셨다.

국제커피협회(ICO)의 ‘세계커피 소비 보고서’를 보면 커피 원두 60㎏짜리 한 포대를 기준으로 한국은 지난해(2016년 10월~2017년 9월) 230만 포대의 커피를 수입해 세계 7위에 올랐다. 1위는 유럽연합(4224만 포대)이며 이어 미국(2578만 포대), 일본(791만 포대), 러시아(463만 포대), 캐나다(360만 포대), 알제리(235만 포대) 순이다.

코카콜라의 코스타 커피 인수는 사실 경쟁업체로서는 달갑지 않은 분위기다. 국내 커피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커피전문점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수익성이 악화하고 폐점하는 프랜차이즈 매장도 늘고 있어서다.

2007년 1조 5580억원 규모에 불과했던 한국 커피 시장은 지난 9년간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2016년에는 6조 4041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연평균 17%에 달하는 고속 성장과 함께 수많은 국내 커피전문점 브랜드가 생겨났고 글로벌 기업이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한국인들의 커피 수요가 짧은 기간 내에 빠르게 증가한 것은 사실이나 카페 창업 열풍으로 인한 공급 과잉현상이 일어나면서 개별 사업주들뿐 아니라 이를 운영하는 커피전문점의 수익성 또한 많이 악화됐다.

소비자 욕구 맞춘 세분화 전략으로 ‘생존경쟁’


▎스타벅스 종로R점. / 사진:스타벅스커피코리아
커피전문점은 진입장벽이 높지 않은 대표 업종이다. 높은 마진율과 운영 편의성, 커피 문화의 대중화 및 확산 등에 따라 2007년부터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또 대기업 계열사를 포함해 다수의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늘어나면서 시장 규모가 확대됐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KFA)에 등록돼 있는 국내 주요 커피전문점 체인 브랜드를 점포 수 순으로 살펴보면 이디야가 운영하는 이디야가 2017년 기준 1584개로 가장 많고 이어 롯데지알에스의 엔제리너스(891개), 스타벅스코리아의 스타벅스(850개), 카페베네의 카페베네(841개), CJ푸드빌의 투썸플레이스(682개), IMM프라이빗에쿼티의 할리스 커피(445개), 파리크라상의 파스구찌(402개) 순이다.

점포 수 기준으로 보면 이디야가 1584개로 1위지만 경쟁사에 비해 판매 가격이 저렴해 매출액은 약 1355억원(2015년 기준)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할리스커피클럽 역삼스타점. / 사진:할리스커피
매출액이 가장 높은 브랜드는 2015년 기준 1조7277억원으로 파스구찌이며 이어서 투썸플레이스(1조2063억원)로 집계됐다. KFA 관계자는 “파스구찌 매출은 파스구찌 외에 파리크라상에서 운영하는 다른 브랜드 매출이 함께 집계돼 매출액이 높게 나타났으며 투썸플레이스는 매장 면적이 타 브랜드 가맹점들에 비해 넓기 때문에 매출액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현재 스타벅스는 국내 커피 시장에서 매섭게 치고 나오는 분위기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한국 시장 진출 18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 1조원, 영업이익 1000억원 시대를 열었다. 전년 대비 매출은 25.9%, 영업이익은 33.9% 증가한 수치다.

점포 수도 2010년까지만 해도 전국에 327개에 불과했지만 2013년 500호점을 넘어섰고 2016년에는 1000호점을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점포가 1140개까지 늘어났다. 반면 이디야와 투썸플레이스 등 일부 커피전문점 체인을 제외한 토종 커피전문점은 고전 중이다. 전국 1000여 개가 넘는 매장을 거느리며 커피전문점 업계의 ‘신화’로 불리던 카페베네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신세를 졌다. 김선권 전 대표가 2008년 카페베네를 창업한 지 10여 년 만이다.

기사회생 가능성 카페베네, 오너리스크 직격탄 탐앤탐스


▎엔제리너스 스페셜티 1호점인 세종로점. / 사진:롯데지알에스
카페베네는 커피전문점 시장의 경쟁 심화와 신사업 부진, 해외 지점의 매출 부진과 잇따른 폐점 등으로 상황이 점차 악화됐다. 창업주인 김 전 대표는 자금난으로 2016년 초 회사 경영권을 사모펀드(PEF)와 싱가포르 푸드엠파이어그룹, 인도네시아 살림그룹 합작법인인 한류벤처스에 카페베네를 매각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손실이 이어지면서 새 경영진이 올해 1월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됐다.

기업회생절차는 10월 11일 마무리됐다. 서울회생법원 파산12부는 지난 1월 회생 개시 이후 8~9개월 만에 회생절차를 조기 종결하기로 결정했다. 본사가 경영의 내실화를 위한 노력을 통해 충실하게 정상화를 수행해 왔으며, 가맹점 물류 공급 안정화 등 정상적이고 원활한 경영 활동을 수행함에 따라 향후 채무 이행에 무리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카페베네 관계자는 “이번 회생절차 종결로 제2의 전성기를 위해 재도약할 중요한 기회를 마련했다”며 “카페베네를 믿고 사랑해 준 고객, 가맹점주, 임직원, 그리고 회생 채권자들의 협조와 인내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탐앤탐스는 ‘오너리스크’로 매출에 직격탄을 맞았다. 김도균 대표의 자금 횡령 의혹과 관련해 본사 압수수색까지 받았다. 검찰은 김 대표가 경영 과정에서 회삿돈 수십억 원을 빼돌려 챙긴 정황을 포착, 강제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2009년부터 2015년 우유 공급업체가 회사에 제공하는 1팩당 200원 안팎의 판매 장려금을 빼돌리는 방식으로 회삿돈 수십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판매 장려금은 제조업체가 판매 촉진과 시장 개척 등을 목적으로 유통업체 등에 지급하는 돈이다. 그는 또 가맹점에 빵 반죽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김 대표가 경영권을 쥔 또 다른 업체를 끼워 넣어 ‘통행세’를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탐앤탐스는 김 대표가 지분 100%를 가진 개인회사다. 카페베네와 마찬가지로 국내 토종 1세대 커피전문점 체인이다. 2001년 영업을 시작해 국내외 400여 개 가맹점을 두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자 가맹점 사업 실적 악화에 따른 재계약 폐점률도 크게 늘었다. 최근 3년간 폐점률은 2014년 5.9%, 2015년 10.4%, 2016년 13.7%로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같은 기간 신규 개점률은 11.9%, 10.1%, 8.1%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폐점률 상승 원인으로는 가맹사업본부의 실적 악화로 가맹점주가 다른 브랜드로 명의를 변경하거나 계약 종료 후 재계약 불발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로스팅·추출 방식도 세분화, ‘커피가 사는 법


국내 커피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커피전문점 체인 역시 점차 규모가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소비자들의 입맛이 고급화하고 까다로워지고 있으며 다양하고 색다른 커피에 대한 니즈가 발생하고 있다. 각 커피전문점 체인은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고급 원두 사용 ▷유명 바리스타와의 협업 ▷다양한 맛의 커피 출시 등으로 고객 확보 전략을 진행하고 있다.

먼저 스타벅스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스타벅스 리저브’를 선보이며 지속적으로 매장을 늘려 나가고 있다. 스타벅스 리저브는 커피 마스터 과정을 이수한 바리스타가 직접 커피를 만들고 단일 지역에서 극소량만 재배된 고급 프리미엄 원두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숙달된 바리스타는 주문과 동시에 원두를 계량해 그라인더에 갈고 그 자리에서 추출해 커피를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국내 진출 18년간 스타벅스의 모든 노하우를 집대성해 최상의 프리미엄 서비스를 모아놓은 국내 스타벅스 최대 규모의 매장인 더종로점을 열었다. 더종로점은 다양한 연령층과 라이프스타일을 모두 고려한 다양한 테마 공간을 통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며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고 있다.

‘할리스 커피클럽’은 높은 가격장벽 때문에 쉽게 접해 보지 못했던 최고 등급의 생두를 직접 수급한 뒤 자체 로스팅 센터를 통해 공급하고 있다. 고급 원두뿐 아니라 커피를 내리는 방식도 차별화했다. 기계가 아닌 중력에 의해 커피를 내리는 ‘푸어오버(Pour-Over)’ 방식의 핸드드립으로 추출한 커피 메뉴를 전면에 내세워 소비자들의 흥미를 끌고 있다.

할리스는 지난해 매출 1409억원, 영업이익 15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매출액 9.5%, 영업이익 20.7% 상승한 수치다. 할리스는 작년 매출 성장 배경으로 ▷직영점과 가맹점의 전략적 출점 ▷지역 사회 중심의 신중한 매장 오픈 ▷주변 상권과 고객층에 맞춘 공간 마케팅 ▷라이프스타일 친화적 마케팅 ▷커피 애호 고객에 브랜드 체험 제공 △커피 소비 트렌드의 변화 등을 꼽았다.

‘엔제리너스커피 스페셜티’ 매장은 커피 품질 전문가인 큐그레이더(Q-grader)들이 고객이 직접 선택한 원두 취향에 따른 맞춤형 핸드드립 커피를 제공하고 있다. 또 큐 그레이더와 상품개발팀이 원두 3종을 3개월 주기로 선정해 고객의 제품 선택 폭을 다양화하고 있다. 엔제리너스커피는 세종로점을 포함해 전국 9개점의 스페셜티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3개월을 주기로 새로운 스페셜티 원두를 선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일부 커피전문점은 저가 정책으로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곳도 있다. 파리바게뜨·뚜레쥬르 등 베이커리에서 2000~3000원대 커피를 판매하고 있으며 저가 프랜차이즈 브랜드 이디야에 이어 가장 저렴한 커피가 1000~2000원대인 커피에 반하다, 커피니, 빽다방 등 다수의 브랜드가 성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커피 시장이 포화상태에 다다랐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시장 자체는 커지고 있고 소비자의 욕구가 세분화하고 다양해지고 있다. 따라서 원두뿐 아니라 로스팅(Roasting: 생두에 열을 가열해 볶는 것)이나 커피 추출방식 등을 다변화해 소비자의 욕구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만 커피전문점 업계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강신우 이데일리 기자 yeswhy@edaily.co.kr

201811호 (2018.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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