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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財테크 | 고란의 ‘알(면)쓸(모있는)신(기한)재(테크)’(7)] 브라질 국채 열풍 ‘이것만은 알고 투자하라' 

‘고수익’ 입소문 타고 작년에만 4조원 팔려 ‘국민 재테크’ 등극… 역대 최저 환율·비과세 매력 충분, 美 금리인상 타격 주의해야 

고란 중앙일보 기자
브라질 국채가 국민 재테크 상품이 됐다. 지난해에만 4조원 넘게 팔렸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2016년 70%의 수익을 기대하며 들어간 이들은 지금 원금 손실에 속이 타들어 간다. 하지만 역사상 저점에 이른 헤알화 가치를 고려해 지금이 오히려 투자할 때라고 보는 이도 있다. 브라질 국채, 지금 투자해도 될까.

▎높은 이자와 비과세로 ‘국민 재테크’라는 명칭을 얻었던 브라질 국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하지만 위험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투자를 서두르면 자칫 막대한 손실을 볼 수도 있다. 연극 [브라질]의 한 장면. / 사진:극단 두비춤
아는 게 돈이다. 돈을 벌려면 남의 나라 선거에까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요즘 브라질 대선에 촉각을 세우는 이가 많다. 브라질 선거에 관심을 갖는 것은 브라질 국채 때문이다. 어게인 2016일까, 아니면 바닥 밑에 지하가 있는 것일까.

#김설호씨는 젊은 나이에 외국계 회사의 임원이 됐다. 그러다 1998년 외환위기가 닥쳤다. 그의 서울지사가 문을 닫았다. 다들 그랬듯, 그도 퇴직금으로 대박의 꿈을 좇아 인터넷 사업을 시작했다. 버블 광풍에 휩쓸려 시작한 일이 잘될리 없다. 망했다. 살자니 눈칫밥이라도 먹어야 한다. 선배가 운영하는 병원의 관리이사로 재취업했다. 그렇게 10년, 이번엔 ‘피’에 밀렸다. 그 선배의 백수 아들에게 일자리를 내줬다.

퇴직금으로 제법 큰 목돈을 받았다. 이번만큼은 크게 불려보리라. 인기라는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했다. 문제의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다. 목돈이 순식간에 허공으로 사라졌다.

집 한 채만 남았다. 집의 일부를 가게로 개조해 세를 놓았다. 실패를 깨달았다. 세상에 눈먼 돈은 없다. 보증금을 정기예금에 넣으려고 은행을 찾았다. 그런데 금리가 낮아도 너무 낮다. 김씨의 실망한 기색에 은행원이 슬며시 상품 안내서를 내밀며 투자를 권한다.

지난 7월 중순 공연됐던 연극의 내용이다. 은행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한 베이비붐 세대의 이야기를 풀어냈단다. 극의 주된 질문은 ‘김설호는 과연 정기예금에 돈을 예치하고 은행을 나설 수 있을 것인가’다. 여기서 정기예금은 ‘이성적 인간’ 혹은 ‘경쟁 이전의 가치’를 상징한다.

연극에서 바라보는 베이비붐 세대는 무한경쟁에 익숙하고 경제성장이라는 오직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렸던 경쟁사회의 피해자이자, 이 사회를 약육강식의 세계로 만들어버린 가해자이기도 하다. 이들이 만들어 놓은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공포(FOMO·Fear Of Missing Out)’를 다루며 경쟁사회를 만든 책임은 누구인지 등을 묻고 싶었다는 게 연출의 의도란다.

이 연극의 제목은 ‘브라질’(극단 두비춤, 주연·문일수 쿼크투자자문 대표)이다. 김설호씨에게 마지막 FOMO는 브라질 국채다.

비과세 국채 열풍… 판매액 7조 돌파


FOMO의 사전적 정의는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투자의 세계에서는 ‘돈 못 벌까 두려운 마음’이다. 돈 잃을까 두려운 마음인 FUD(Fear·Uncertainty·Doubt, 두려움·불확실성·의심)의 대척점에 있다. 다만 앞에 생략된 말이 있다. 남들은 다 버는데 ‘나만’ 돈 못 벌까 두려운 마음이다.

‘종특(種特)’ 운운하고 싶지는 않지만 한국 사회에서 FOMO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속담에도 등장한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거나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

그래서 투자 시장에서는 너무 자주 ‘양떼 효과(herding effect)’가 관찰된다. 남이 사면 나도 사야 한다. ‘이번에는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며 그 많은 과열과 버블을 경험하면서도 늘 가격의 ‘꼭지’에 투자가 몰린다.

브라질 국채가 대표적이다. 대표적이 아니었다면 연극의 제목이 될 리도 없었겠다. 브라질 국채는 지난해에만 4조원 넘게 팔렸다. 올 들어서 최근까지 판매액은 1조원에 육박한다. 지난해 이후 국내 주식형 펀드 순유입액이 약 1조1000억원 수준이다. 브라질 국채가 펀드보다 더 대표적인 ‘국민 재테크’ 상품이 됐다.

인기의 비결은 비과세다. 한국과 브라질 양국의 조세협약(1989년 체결)에 따라 브라질 국채 투자에 따른 이자소득과 환차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세금에 민감한 쪽은 자산가다. 이들에게는 수익보다 절세가 더 큰 재테크 목표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 보편화하면서 주식매매 수수료가 바닥을 쳤다. 증권사는 다른 살길을 찾아야 한다. 2000년대 이후 프라이빗뱅킹(PB) 전략이 본격화됐다. 돈 되는 자산가에게 집중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선봉에 섰던 곳이 브랜드 파워를 앞세운 삼성증권이다. PB 시장을 치고 나가려면 특별한 게 있어야 한다. 삼성증권은 2008년부터 자산가들을 위한 상품 다양화 차원에서 브라질 국채를 취급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신흥국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초기에는 별 인기를 끌지 못했다. 그러다 2010년 이후 브라질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세에 들어섰다. 헤알화 가치는 1헤알에 600원 안팎으로 강세를 이어갔다. 게다가 2011년 중순 브라질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최고 12.5%까지 올렸다.

채권은 통상 주식보다 안정적이다. 부도가 나야 원금 손실을 본다. 곧 국채라고 함은 나라가 부도가 나야 원금을 까먹는다는 얘기다. 아무리 어려워도 브라질 같은 대국이 망할 리 없다. 한 가지 걸리는 건 환율이다. 그런데 600원 수준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얼마의 수익이 나건 비과세니 자산가들에겐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상품이다.

2011년까지 삼성증권이 판매한 누적 브라질 채권은 1조4000억원에 달했다. 다른 증권사도 이런 좋은 아이템을 놓칠 수 없다. 무엇보다 수수료가 짭짤하다. 무임승차 논란에 연일 내려가는 펀드 판매 수수료와는 비교가 안 된다. 펀드를 통해 브라질 투자에 발을 담그고 있던 미래에셋도 본격적으로 가세했다. 브라질 국채가 자산가의 전유물에서 중산층의 새로운 투자수단으로 바뀌었다.

2012년 드디어 헤알화 가치가 하락하기 시작했지만 금리가 워낙 높았던 터라 아직 투자자 손실이 나지는 않았다. 그리고 정부가 2012년 말, 이듬해부터는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을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세금 부담이 확 늘게 생겼다.

또 2013년 6월 브라질 정부가 토빈세(6%)를 폐지했다. 토빈세는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 예일대의 제임스 토빈(James Tobin)이 1978년에 주장한 이론이다. 외환·채권·파생상품·재정거래(arbitrage) 등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국제 투기자본의 급격한 자금 유·출입으로 각국의 통화가 급등락해 통화 위기가 촉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제안한 규제방안이다. 브라질 정부는 2009년 10월 헤알화 안정을 위해 토빈세를 도입했다. 이후 2010년 2%에서 4%, 4%에서 6%로 두 차례 세율을 올렸다. 외환 시장이 안정을 찾자 토빈세를 없앴다.

2011년 돌풍을 일으켰던 브라질 국채 판매가 사실 2012년엔 주춤했다. 헤알화 가치가 너무 떨어져 높은 금리에도 마이너스 수익률이 날 것으로 우려돼서다. 그런데 2013년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하향 조정, 토빈세 폐지 등이 호재로 작용하면서 다시 투자자들이 브라질 국채를 찾기 시작했다. 이 해에만 3조원 넘게 팔렸다.

2015년 들어 400원이 바닥인 줄 알았던 헤알화 가치가 400원 선을 깨고 지하로 내려갔다. 토빈세 폐지 이후에 시장에 들어온 투자자들까지 모두 물리는 상황이 됐다. ‘브라질 국채의 배신’이라는 말이 돌았다.

원금을 크게 까먹고 시장을 떠 버린 사람도 있었지만 하락을 기회로 삼는 이들도 있었다.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던 헤알화 가치가 300원 선은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5년 말부터는 저가 매수 자금이 브라질 국채로 몰렸다. 이때 들어간 이들은 2016년 한 해에 70% 수익을 올렸다.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 옆집이 70% 수익을 냈다니 나도 들어가야 한다. 브라질 국채가 국민 재테크 상품이 된 이유다.

헤알화 가치 바닥 아래 ‘지하’ 있을 수도


양떼들이 모여들 때가 대개 꼭지다. 강력한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헤알화 300선이 무너졌다. ‘어게인 2016’을 외치고 시장에 들어갔지만, 지금으로서는 ‘어게인 2015’로 귀결되는 모양새다.

한쪽에서는 2015년 말의 학습효과를 기대한다. 시장이 잘 나갈 땐 증권사가 나서서 브라질 국채를 팔았다. 하지만 헤알화 가치가 폭락하자 증권사들은 ‘내가 언제 괜찮다고 했나, 분명히 위험하다고 하지 않았나’라며 발을 뺀다. 괜히 기존 투자자들의 화를 돋울까 브라질 국채 관련 팸플릿은 지점에서 어느새 사라졌다.

하지만 헤알화 가치가 역사상 저점에 가까운 지금이 오히려 들어갈 때라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인터넷의 재테크 카페에는 지난 9월 중순에 들어갔던 브라질 국채 수익률이 한 달만에 20%를 돌파했다는 인증샷이 돌아다닌다. 그걸 보고 ‘나도 한 번’이라며 동요하는 카페 회원들도 있지만, 대개는 ‘부럽다. 나는 아직 -20%다’며 손실을 간증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9월 말부터 헤알화 가치가 강세로 돌아선 것은 대통령 선거의 영향이다. 좌파와 우파 어느 쪽이 될 지를 놓고 투자자들은 주판알을 튕겼다.

애초 브라질 대선은 ‘좌파의 아이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이 40%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었다. 하지만 룰라 전 대통령은 2심 재판에서 뇌물수수 등 부패 행위와 돈세탁 등 혐의로 12년1개월 형을 선고받고 지난 4월부터 연방경찰에 수감돼 있다. ‘옥중 출마’를 추진했지만 연방선거법원이 형사 범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정치인의 선거 출마를 제한하는 ‘피샤 림파’(깨끗한 경력) 법령을 적용해 그의 대선후보 자격을 인정할 수 없다고 8월 말 판결했다.

출마가 좌절된 룰라를 대신해 좌파 노동자당(PT)의 페르난두 아다지 후보가 나섰다. 룰라 대신이라고 하지만 브라질 국민들에게는 룰라를 대신할 수 없었다. 혼전이 예상된다는 결과를 뒤집고 10월 7월 1차 투표에서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는 극우 사회자유당(PSL)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후보가 1위를 차지했다. 보우소나루의 최종 득표율은 46.7%로 2위(아다지 후보, 28.5%)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육군 대위 출신인 보우소나루의 힘은 ‘변화’였다. 그는 브라질의 경제위기와 정치 부패, 치안 불안 등 국민들의 현실적인 문제를 꼬집으며 지지를 받았다. 또 문제의 근본에는 노동자당의 장기집권이 있다고 비판했다. 브라질은 2002년부터 13년 동안 룰라 전 대통령이 이끄는 노동자당이 집권해 왔다.

보우소나루는 각종 극우 발언으로 논쟁을 일으키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한 정치 활동을 펼쳐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린다. 독재 찬양에서부터 동성애자·여성 혐오 발언까지 아우르는 보우소나루의 막말은 꾸준히 시민 사회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다. 1차 투표를 하루 앞둔 10월 6일에는 보우소나루 후보에 반대하는 “엘리 넝(Ele Nao·그는 안 된다)” 구호가 상파울루 곳곳에서 울려 퍼지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은 그의 집권을 반겼다. 좌파보다는 그래도 시장 친화적 우파가 나을 것으로 판단해서다. 보우소나루의 1차 투표 승리 이후 상파울루 증시 보베스파 지수는 3.9% 상승했다. 그의 당선 소식이 전해진 이후 헤알화 가치는 300원 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보우소나루의 1차 투표 지지율이 과반을 넘지 못한 관계로 브라질 선거법에 따라 10월 28일 2차 결선투표가 열린다.

투자하기 전에 따져봐야 할 세 가지


그래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남았다. 브라질 국채를 사야 하느냐. 누가 그렇게 묻는다면 일단 3가지는 알고 투자하라고 싶다.

먼저, 금리다. 미국이 금리를 계속 올리는 상황이다. 한국을 포함한 브라질과 같은 신흥국들은 금리를 같이 올릴 수밖에 없다. 채권 수익률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금리가 올라가면 채권 수익률은 떨어진다.

둘째, 환율이다. 브라질 국채 투자 수익률을 좌우하는 8할이다. 헤알화 가치를 결정하는 환율은 두 가지다. 원·달러와 헤알·달러다. 투자 위험을 줄이기 위해 환위험을 헤지할 수 있다. 문제는 원·달러 헤지만 가능하다. 헤알·달러는 환위험에 그대로 노출된다. 10월에 헤알화는 대체로 300원 안팎에서 거래된다. 이 수준이면 대략 10년래 최저 수준이기는 하다.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으로 세계 경제 전망이 어둡다. 경제가 안 좋을 땐 약한 곳, 곧 신흥국부터 터진다. 브라질 경제 전망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지금 헤알화 수준이 바닥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셋째, 수수료다. 모든 금융상품에는 세금과 수수료가 붙어 다닌다. 브라질 국채는 세금이 없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수수료는 다르다. 해외 상품이다 보니 국내 투자 상품보다는 비싸다. 중개 수수료, 환전 수수료 등을 모두 따져 증권사마다 다르다. 또 증권사가 브라질에서 얼마나 싸게 국채를 사오느냐(일종의 도매), 얼마의 마진을 남길 것이냐 등에 따라 증권사마다 판매 가격이 약간씩 다르다. 투자하겠다면 발품을 팔아 수수료 싼 곳을 골라야 한다.

투자 판단은 투자자들의 몫이다. 브라질 국채에 투자하겠다면 첫 번째와 두 번째를 고려해 투자 여부를 결정한 후 세 번째를 따져 투자해야 한다.

※ 고란 - 2003년 중앙일보에 입사, 중앙선데이 경제부문 소속이다. 대학 졸업 후 6개월 은행에 몸담은 걸 빌미삼아 ‘반 금융인’이라고 주장한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이 열어갈 ‘토큰 이코노미’에 관심이 많다. ‘암호화폐의 정석’에 해당하는 [넥스트 머니]를 지난 6월 출간했다. 중앙일보 홈페이지에 재테크 및 암호화폐 시장과 관련한 ‘고란의 어쩌다 투자’ 코너를 연재 중이다.

201811호 (2018.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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