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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 ‘同行-고령사회로 가는 길’(11) 인터뷰] 전혜숙 |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의 노인 문제 솔루션 

“일자리 통한 사회 참여가 최고 복지”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국가·기업·어르신 간 유기적 소통 있어야 정책 효과 극대화…품위 있는 노후생활 보장 위한 건강관리는 국가 차원의 과제

▎전혜숙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이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실에서 진행된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노인 문제를 진단하는 한편 해법을 제시했다.
전혜숙 국회 여성가족위원장(더불어민주당 재선 의원)은 전문직 출신 정치인이다. 영남대 약대를 나온 전 위원장은 경북약사회장,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임감사 등을 거친 뒤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2008년 18대 총선 때 비례대표로 여의도에 입성했고, 20대 때는 서울 광진갑에서 당선돼 재선(再選) 고지에 올랐다.

전 위원장은 전문직 경험을 살려 보건복지 분야에서 입법 활동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전 위원장은 월간중앙과 만난 자리에서 “아동수당 지급, 치매국가책임제 도입, 노인장기요양보험 연착륙, 국가트라우마센터 건립 등에 기여했다고 자부한다”며 “노인 문제 역시 늘 관심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골몰하는 분야”라고 말했다.

20대 국회 후반기 여성가족위원장을 맡았다. 각오 한 말씀 부탁드린다.

“여성가족위원회를 맡으면서 중점을 둔 부분은 저출산 문제다. 저출산은 여성 인권과 관련돼 있기에 이 두 바퀴는 함께 굴러가야 한다. 최근 미투운동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도 남녀가 동등하다는 성인지(性認知) 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소속 모든 공무원들에게 성인지 교육을 의무화하는 양성평등기본법이 절실하다. 그러나 9월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의결되지 못하고 계류 중이라 매우 아쉽다. 노르웨이의 경우 여성도 군대에 가고 심지어 남성과 함께 내무반에서 생활한다. 즉 성별 구분 없이 자신의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굉장히 강하다. 이는 가정으로 이어져 양육이나 가사노동에서도 여성에게 지워졌던 부담이 완화됐다. 대한민국도 여성을 편견에서 벗어나 여성을 함께 일하는 동료로 받아들여야 한다.”

20대 국회에서 여성 의원들의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 같은 여성의원으로서 여성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2016년 총선 기준 여성 국회의원은 51명(17%)이다. 이는 국제의원연맹(IPU) 회원국의 평균(22.7%)보다 낮은 수치다. 여성 의원들은 특유의 섬세함과 꼼꼼함으로 왕성하게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 보다 많은 여성 의원의 국회 진출이 필요하다.”

고령화·저출산은 ‘국가 존립’ 문제, 전략적 대응 필요


▎전혜숙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9월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100세 시대, 노인 건강의 전망과 과제 정책토론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일을 하면 출산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취업 여성의 출산율이 0.72명에 불과한 이유다. 20세 이상 기혼여성 중 결혼 전 직장 경험이 있는 여성은 928만9000명(58.8%)이다. 이 가운데 결혼·육아 등으로 경력단절 경험이 있는 여성이 무려 696만 명에 이른다(통계청, 2017년 2월 현재).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제도적으로는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직장 어린이집 설치 의무 강화 ▷배우자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확대 등이 필요하다. 또 출산율 제고의 주요 파트너인 기업의 적극적 협력도 필요하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육아휴직, 단축 근로, 근무 평가상 불이익이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이 현재의 노동력에 대한 대우뿐 아니라 미래 노동력을 위해 투자하도록 적극적인 협력을 유도하고 이를 위한 정부의 조치가 필요하다.”

한국은 지난해 8월을 기점으로 전체 인구의 14%가 65세 이상인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이 현상을 어떻게 보는가?

“우리나라는 2000년 고령화사회(65세 이상 인구 7.2%)로 진입한 데 이어 2017년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가는 데 프랑스는 115년, 미국은 73년, 독일은 40년, 일본은 24년이 걸렸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출산율 감소와 기대수명의 증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고령화가 가장 급속하게 전개되는 국가다. 이 추세라면 2050년 한국은 65세 이상 고령 인구의 비중이 4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는 저출산과 맞물린 ‘국가 존립’의 문제다. 국회·정부·기업·사회 모두가 문제 해결을 위해 전략적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노인 정책과 인프라는 다른 나라들과 견줬을 때 어떤 수준인가?

“선진국들의 노인복지정책 공통적 원칙은 금전적인 지원뿐 아니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서비스 기반 정책을 시행한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도 ‘문재인 케어’를 통해 ▷중증치매 본인 부담률을 20~60%에서 10%로 ▷틀니 본인 부담률을 50%에서 30%로 ▷65세 이상 치과 임플란트 본인 부담률을 50%에서 30%로 인하했다. 아울러 ▷노령기초연금 25만원으로 상향 지급 ▷치매국가책임제 시행 ▷2022년 노인 일자리 80만 개 창출을 위한 지원 등을 추진하고 있다.”

노인 문제를 이야기할 때 출산율을 함께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2017년 1.05명의 역대 최저 출산율과 35만 8000명의 역대 최저 출생아 수를 기록했다. 인구 유지를 위해 필요한 합계출산율 2.1명의 절반 수준인 것이다. 이는 OECD 35개 회원국 평균 1.68명을 크게 밑도는 최하위 수준이다. 올해는 1.0명도 안 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 교수는 일찍이(2006년) ‘저출산으로 인한 소멸 국가 1호는 한국이 될 것이다’고 예언한 바 있다.

저출산의 주원인은 결혼 적령기 청년 세대들이 미래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용 불안, 과도한 양육비·교육비 부담으로 인해 내 집 마련이 어렵다.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 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모든 구조적인 문제가 청년 세대에 집중되고 있다. 2자녀 가구의 월평균 양육비는 128만6000원이다. 이를 초·중·고·대 16년간의 비용으로 환산하면 약 2억5000만원에 이른다. 자녀 2∼3명을 양육하는 것은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다(2015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료).

이에 정부는 ▷아동수당 도입(0~5세 아동에게 월 10만원부터 시작해 단계적 인상) ▷15세 이하 아동 입원 진료비 국가책임제 도입 ▷국공립 어린이집·유치원 이용 아동 기준 40% 수준까지 확대 ▷만 12세 이하 맞벌이 부모 자녀 대상, 집으로 찾아가는 ‘아이돌봄서비스’ 확대 및 내실화 ▷난임부부 지원, 공공 난임센터·미숙아센터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노인복지청 신설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전혜숙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은 “노인의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고 강조했다.
노인 문제 해결을 위해 노인복지청 등 전담기구 설립 필요성도 제기되는데.

“19대 국회에서도 몇몇 의원들의 노인청 또는 노인복지청 등 별도 기관을 설립하기 위한 입법도 있었다. (전담기구 설립은) 노인 관련 정책의 독자성과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노인복지정책은 보건복지부 내 각종 보건·복지정책과 맞물려 있는데다 보건·복지뿐 아니라 고용·문화·교통·주거·보훈 등 여러 분야의 제도와도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다. 따라서 여러 부처와의 협력 관계, 여러 분야 업무와의 연계성을 면밀하고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우선적으로는 노인복지 정책을 담당하는 복지부 내 조직과 함께 여러 사업을 내실 있게 추진하는 한편, 노인 정책의 수립·조정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고령화 준비는 개인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어떻게 해야 국가·기업·개인의 협연(協演)이 이뤄진다고 보는가?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헌신한 어르신들에게 행복한 노후생활 보장을 위한 국가의 보살핌은 시혜가 아닌 의무라고 본다. 특히 어르신들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고령화가 가속화될수록 어르신들의 일자리 및 사회 참여는 더욱 중요해진다. 일자리를 통한 어르신들의 사회 참여는 빈곤, 질병, 역할 상실, 고독, 즉 4고(苦)를 예방함으로써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든든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최고의 복지다. 정부는 어르신 일자리 확충을 통한 경제 참여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 사업으로 제공되는 노인 일자리 수를 현재 43만 개에서 80만 개 수준으로 확대하고 일자리수당을 2020년까지 월 40만원으로 인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어르신 일자리 정책은 국가와 기업, 그리고 어르신 당사자 세 주체 간의 유기적인 소통·노력이 필요한 대표적인 어르신 복지라고 할 수 있다.”

노인 문제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은 무엇이며, 그에 대한 대책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어르신들의 건강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 품위 있는 노후생활 보장을 위한 예방적 차원의 노인 건강관리는 국가 차원에서 시급히 추진해야 할 과제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가장 의미 있는 의정활동 중 하나로 꼽는 것이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정착이다. 당시 정부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시범사업 실시 후 본사업의 시행 여부를 놓고 머뭇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저는 핵가족화된 사회에서 자식이 부모를 봉양하기는 어려우니 가정과 나라를 위해 헌신한 세대를 위해 국가가 효도할 때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제도의 본격적 시행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며 제도의 연착륙에 일조했다고 자부한다. 또한 18대 국회 당시 도서·벽지·농어촌의 소득이 낮은 어르신들께서 요양급여서비스를 받을 때 본인 부담금의 50%를 경감해주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해 통과시킨 것도 성과 중의 하나다.”

복지는 골고루, 세금은 차등적으로


▎‘침팬지 할머니’로 알려진 영국의 동물학자 제인 구달(오른쪽)과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의 에코토크가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아시아기자협회(AJA) 공동주최로 지난해 8월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 사진:박종근
재선 의원으로서 6년간의 의정활동 가운데 최대 성과를 꼽는다면?

“아동수당을 통해 모든 아동에게 10만원씩 지급할 수 있게 된 게 가장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야당과의 협치 과정에서 상위 10%를 제외한 것은 정말 가슴 아프다. 상위 10%는 소득세는 많이 낸다. 그런데 단지 재산이 많다는 이유로 복지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반발심을 유발할 수 있다. 그리고 이 10%에게 아동수당을 주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행정비용을 더 많이 낭비하게 됐다. 복지는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게 하되, 그 재원인 세금은 차등적으로 걷어야 한다.”

전문직 출신 정치인이다. 전문직 출신들의 국회 진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국회에는 현장 경험이 많은 사람이 들어와야 한다. 상임위원회 활동을 해 보니 짧은 시간에 전문적인 지식을 쌓기 어려운 구조라는 걸 깨달았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자 비례대표제로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여전히 비례대표 비중이 작고, 그나마도 변호사 출신이 대부분이다. 비례대표를 국회의원 정원의 3분의 1 정도로 늘리고, 여성 의원의 비율도 더 높여야 한다.”

의정활동의 목표나 비전이 궁금하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자신을 돌아보라’고 (주위의) 선출직들에게 말하곤 한다. 내가 왜 국회의원을 해야 하는가를 늘 자신에게 반문하는 것이다. 정치의 목표가 가문의 영광을 위해서인지, 공익을 위해서인지 고민해야 한다. 내가 국회에서 입법한 법안의 내용들을 보면 건수를 올리기 위한 보여주기 식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휴대전화 통신비 가격 인하, 먹거리 나트륨 함량 조정 등 민생과 직결된 내용에 주력했다. 또한 겸손한 자세를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 (국회의원) 자리가 주어진 것은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임을 상기시키려 한다. 도구로써 잘 쓰이기 위해 항상 열심히 하고 겸손해지려 한다. 선거를 할 때도 경쟁 상대에는 별 관심이 없다. 내가 성실하게 지역 주민들을 위해 고민했다면 (진의가) 잘 전달될 것이니까. 지금까지 정치를 하면서 선거 상대에게 고소나 고발을 당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국회의원 중 대표적인 얼리버드(early bird)로 유명하다. 평소 어떻게 일정을 소화하고 있나?

“보통 오전 5시 반에 집을 나선다. 지역구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어린이대공원(광진구)에 가서 지역구민들과 체조를 한다. 국회에 일이 있을 때는 국회 건강관리실에서 1시간 반 정도 운동하고 업무를 시작한다. 쉽게 말해 별 보고 나가고 별 보고 들어가는 생활이다(웃음). 나는 지역구민 그리고 국민의 도구다.”

- 글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 녹취 정리 이유림 인턴기자 / 사진 전민규 기자 jeon.minkyu@joongang.co.kr

201811호 (2018.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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