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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화제인물] ‘기능한국인회’ 회장 취임한 배명직 기양금속공업 대표 

“기술은 평생 자신의 것… 기초산업 부활의 초석 될 터”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고용노동부 선정 ‘이달의 기능인’ 출신 도금분야 기술 명장…독일 마이스터 제도, 일본 모노즈쿠리처럼 기술인재 육성에 중점 둬야

▎배명직 기양금속공업 대표이사는 사단법인 기능한국인회 회장을 맡아 동분서주한다. ‘기능한국인’ 출신의 기술명장 배 회장은 자신의 도금 작품을 배경으로 사진촬영을 하는 것만으로도 그간의 노고가 인정받은 것 같아 자랑스럽다.
배명직 주식회사 기양금속공업 대표가 지난 3월 사단법인 기능한국인회 5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배 회장은 취임사에서 “기능인이 존경받는 사회, 청소년에게 꿈을 주는 기능인”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3D업종’ ‘단순노동자’ 등의 부정적 인식으로 기술 현장을 멀리하는 청소년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고용노동부에서는 매월 1명씩 ‘이달의 기능한국인’을 선정해 발표한다. 기능한국인은 10년 이상 산업 현장에서 일하며 숙련된 기술력을 갖추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기능인 중에서 선발하는데 2018년 8월 현재 138호까지 선정됐다. ‘이달의 기능한국인’은 기술 현장에서 기능공으로 시작해 숙련기술인으로 성장한 수상자 개인에게도 큰 의미가 있지만 기능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고 숙련 기술자를 우대하는 사회 분위기 조성에도 의미가 있다. 이 때문에 ‘이달의 기능한국인’은 개인의 영광이자 과거 ‘산업역군’ ‘근대화의 주역’으로 인정받았던 ‘기술인’의 가치를 다시 새기는 계기가 된다.

이 같은 정부의 노력에 힘을 보태고 ‘기술인’의 인식 제고를 위해 2012년 기능한국인 수상자들이 모여 사단법인 기능한국인회를 결성했다. 기능한국인회는 단순히 기능한국인들의 친목 도모가 아닌 국가에서 필요한 기능 개발과 숙련 기술인 장려 사업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사단법인 결성으로 표명한 것이다.

기능한국인회에서 가장 큰 관심을 기울이는 사업은 교육 현장을 찾아가 기술의 가치를 전하는 ‘재능기부’ 활동이다. 기능한국인이란 이름표를 단 이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들은 지역의 마이스터고를 비롯해 관련 산업현장으로 찾아가 기술을 전수하고 기술인이 현장에서 접하는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기술나눔’이 더 큰 성장을 견인한다고 믿는다. 재능기부 사업(최근 3년간 677건) 외에 마스터, 특성화학교 학생을 위한 장학사업(최근 3년간 7830만원)과 고용창출(최근 3년간 75개사에서 1361명 채용)에도 적극적이다.

매월 회원이 한 명씩 늘어나는 만큼 지원 기술 분야 또한 다양해졌다. 자연스럽게 유사 기술 간 교류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 간 기술 교류도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기술의 융·복합과 새로운 기술의 창출 가능성도 열어가고 있다.

“기능한국인은 다음 세대의 꿈”


▎기양금속공업은 도금업체로선 드물게 실험실과 연구실이 갖춰진 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독자적 기술개발로 신소재 리퀴드메탈 개발에 성공했다.
배명직 회장은 제8호 기능한국인으로서 금속표면처리분야 대한민국 명장이다. 공업계 고등학교 화공과를 다니며 취득한 화학분석기능사 2급 자격증을 계기로 도금 분야에 입문해 현재까지 한 길을 걷고 있다. 그에게 기술은 삶 그 자체이며 그의 삶을 관통하는 자부심이다.

“기능한국인이라는 칭호엔 의미가 있다. 기술 명인이라는 예우와 함께 역할이 있는 것이다. 기능한국인이라면 사회에서 존경받는 롤모델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술은 평생 자신의 것이다. 갈고 닦으면 닦을수록 숙련도가 높아지는 것처럼 ‘그것이 어디 가지 않는다’는 말이다. 자신이 이뤄온 것은 그대로 표시가 나기에 그것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은 중요하다. 물론 우리가 보낸 젊은 시절의 기술 현장은 모든 환경이 어렵고 열악했다. 많은 부모가 그런 현장을 생각하고 자기 자식들은 좀 더 안전하고 편안한 길을 걷기 원했다. 하지만 기술 발전만큼 기술 현장도 빠르게 진화하면서 환경이 많이 좋아졌다. 이제는 좋은 환경에서 얼마든지 기술을 익히고 성장할 수 있는데 예전처럼 막연한 우려로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 기술 현장의 모습과 기술의 가치를 우리 기능 한국인들이 알려야 하는 것이다. 존경받는 기술인의 롤모델이 되기 위해 우리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능한국인의 예우 얘기도 이어졌다. 배 회장이 제5대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가장 먼저 추진한 것이 바로 ‘예우’ 문제였다. 기능한국인 명판을 받고 이를 전시하는 것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기능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도록 ‘휘장’ 수여를 건의한 것이다. 그 덕분에 2018년 7월, 137호 기능한국인부터 정부에서 수여하는 휘장을 받게 됐다.

“기능한국인회 회원은 모두 기능공으로 시작해 그 분야에서 중견기업, 중소기업의 대표가 된 사람들이다. 기술 하나만 보고 전진해 온 인생인 만큼 그 분야에서 성공한 이들이다. 기능한국인으로 선정된다는 것은 명패 하나 받는다는 의미로 그쳐선 안 된다. 기술 연마의 열정과 노력으로 일궈온 삶에 대한 존경이자 다음 세대의 꿈이 돼달라는 의미를 함께 담은 것이므로 그에 맞는 예우가 필요했다. 그래서 항상 소지할 수 있는 ‘휘장’을 건의했는데 다행히 다음 선정자부터는 기능한국인 휘장을 받게 됐다.”

‘어떤 호칭이든 그에 걸맞은 의미와 역할이 있다’는 배 회장의 설명처럼 기능한국인회 역시 단체의 역할과 가야 할 방향이 있다. 배 회장은 ‘뿌리산업’의 부활을 기능한국인회의 핵심 역할로 꼽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화두인 요즘, 제조업을 중심으로 하는 ‘뿌리산업’의 부활을 강조하는 까닭은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4차 산업혁명이 성공적으로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초산업 없이는 하이테크가 성장할 수 없다. 트렌드에 민감한 시대를 살고 있지만 그럴수록 원천 기술의 입지가 확고해야 한다. 그 때문에 뿌리산업의 가치가 재조명되길 희망한다. 많은 인재가 트렌드 기술만 공부한다면 모래성을 쌓는 것과 같다. 뿌리가 탄탄한 인재가 많아지면 변화무쌍한 트렌드에도 끄떡없는 기술력을 지니게 된다. 그런데 주변을 돌아보면 어떤가. 기술 현장에서 우리 청소년을 만나기가 어렵다. 우리가 가진 기술을 전수하고 지속적으로 발전해 가야 하는데 그 주역인 청소년이 현장에 없으니 뿌리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배 회장은 “독일의 마이스터 제도와 일본의 모노즈쿠리 제도가 인재 육성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설명한다. 기능한국인회엔 실무에 중점을 둔 경제인이 모였기 때문에 기술과 경제를 모두 아우르는 성공한 사회적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기능한국인회 회원들은 일·학습 병행제를 비롯해 산학협력, 도제식 교육 등 교육 현장과 산업 현장을 아우를 수 있는 다양한 인재양성 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숙련기술은 제조업의 뿌리


▎23년간 외길만을 걸어 온 배 회장은 공장에서 작업복을 입고 있을 때, 얼굴이 가장 밝다. 도금산업이 더 이상 3D산업, 공해유발 산업이란 냉대를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로 충만하다.
실무형 경제인으로서 기능한국인의 장점은 기능한국인회에서 더 두드러진다. 변화무쌍한 기업 환경에서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해 온 경영인의 마인드와 한 분야에서 쌓아 온 기능한국인의 두드러진 기술력은 회원사 간의 유연한 협업을 가능하게 했다. 같은 분야의 기술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종분야 간에도 다양한 아이디어를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도전을 함께하기도 한다. 전국의 회원사가 모두 모여 1년에 한 번 열리는 세미나에서는 새로운 시대를 위한 생각을 나눈다. 서로가 든든한 파트너가 돼 새로운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모두가 외면하고 있는 제조 현장에서 새로운 시대를 위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기능한국인회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10여 년을 이어 온 기능한국인 제도에도 보완이 필요하다. 배 회장은 숙련기술로 성공한 CEO를 지원하는 정책은 여전히 미흡하다며 아쉬움을 드러낸다.

“휘장 지급 등 기능한국인의 위상을 뒷받침할 수 있는 대책은 마련했지만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멀다. 기업 육성 및 세제지원과 방안, 병역특례 등의 인재 확보 등 다양한 각도에서 숙련기술 산업체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분야를 세분화시켜서 전문성을 높이는 방안도 필요하다. 기능한국인 스스로의 노력도 이어져야 한다. 우리 산업이 제조업의 뿌리를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고 그 중심에 기능한국인이 있음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배 회장은 기술만으로 성공한 사람이 많다며 기능한국인은 이제 기술뿐만 아니라 ‘그 기술을 얼마나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가’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10여 년에 걸쳐 선정된 140명에 가까운 기능한국인이 있다. 우리 기능한국인은 이제 기술을 넘어 다음 세대의 꿈을 키워 주는 사람이 돼야 한다. 나부터 마이스터(Meister)를 넘어 마스터(Master)가 될 것이다. 기능한국인 모두가 마스터로 인정받는 시대가 되면 기술 현장에서 내일을 만들어 가는 이들도 그만큼 많아질 것이다. 그때가 되면 ‘기술 강국 코리아’를 자신 있게 외칠 수 있을 것 같다.”

[박스기사] 배명직 회장은?


▎배 회장은 ‘숙련기술을 어떻게 전수하느냐’를 기능한국인회의 목표로 삼고 있다. 그 길이 뿌리산업으로서 제조업을 받칠 수 있다고 믿는다.
기능한국인회 배명직 회장(제 8호 대한민국 기능한국인)은 도금분야 기능장이자, 표면처리분야 대한민국 명장으로, 한국 예술 문화 명인협회 초대이사장을 지냈다.

현재, ㈜기양금속공업 대표이사로 우리나라의 금속표면처리기술을 선도하고 있으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와, 학덕제철고등학교 명장공방 특임교사, 경기과기대 청정환경시스템과 겸임교수로 기업과 교육현장에서 기술전수에도 힘을 쏟고 있다. 또한, 국가 기술자격 심의위원과 경기융합교류회 감사로 활동하면서 기술기반 산업의 질적 양적 성장에도 기여하고 있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201811호 (2018.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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